⠀                                             

다들 즐거운 수험 생활 보내고 있나요?

여러번 말한 것 같긴 한데, 지금 회상해 보면, 제 수험생활은 그닥 힘들진 않았어요.

오히려 대학 새내기인 지금보다도 수험생 시절이 더 즐거웠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학교에서 반 친구들과 떠들고, 눈뜨자마자 급식 메뉴 확인하고, 독서실 가면서 버스에서 수다 떨고, 저녁 메뉴 고민하고, 밤에 친구들과 편의점 가서 컵라면 먹고, 친구랑 길고양이 구경하고, 집 가는 길에 헤드폰으로 노래 듣고...

뭐 특별한 것들은 아니죠. 저도 했고, 여러분도 하고 있는... 일상 속의 소소한 것들이에요.  여러분도 저와 별반 다르지 않지 않나요? 

가끔은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해보세요.

수능과 대입의 중요성을 뇌에 박히게 들어왔겠지만, 도서관에 가보면 대입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만 있지 않아요.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외국어를 배우고 있는 부모님 뻘 어른들도 많고, 책 읽으러 오신 어르신들도 많아요. 수능보다 공부량도 많고 난도도 높은 고시나 리트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나만 열심히 공부하고, 내가 세상 제일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평생 마지막 공부가 수능인 것도 아니고, 

생각보다 수능이라는 게 보잘것없게 느껴져요. 

겨우 그런 수능 준비하면서, 일상의 행복도 찾지 못하고 산다면, 

살면서 대체 언제 행복할 수 있을까요.

물론 대학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가는 게 맞지만, 

그 과정을 대학에만 목매는 인고의 시간으로 치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친구랑 얘기하고, 노래 듣고, 매일 걷는 거리를 걸으며 

그 순간만의 평화로움과 행복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즐기길 바랍니다.

그건 정말 수험생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니까요.ㅎㅎ 

비슷한 걸 해도 지금 하면 그때 그 느낌이 살지 않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고등학교 1학년 때 인상 깊게 봤던, 박노해 시인의 시 <경주마>를 첨부합니다.

<경주마>

박노해

너는 초원을 달리는 야생마

어느 날부터 경주마로 길러지고

너는 지금 트랙을 달리고 있다

경주마가 할 일은

좋은 사료를 먹고 좋은 기수를 만나

레이스에 앞서는 게 아니다

경주마가 할 일은

자신이 달리고 있는 곳이 결국

트랙임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리고 

트랙을 빠져나와

저 푸른 초원으로 걸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