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수능이 50일도 남지 않은 지금, 잘 지내고 계신가요? 여러분의 근황이, 심정이 너무 궁금합니다. 저는 그동안 고민이 많았어요. 수능이 다가올수록 감정적 위로보단 현실적 도움이 필요할텐데, 제가 여러분께 어떤 것을 이야기해 드릴 수 있을지 몰라서 썼다 지운 칼럼이 참 많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나이도 모르는 분들이지만 제가 겪은 것을 같이 겪고 있다고 생각하니, 여러분께는 언제나 솔직하고 진심을 다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나는 지금 혼자구나.’

작년 이맘때 제가 강렬히 떠올린 생각입니다. 저는 살면서 하루에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혼자서, 오롯이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하며 지낸 경험이 없었습니다. 정신없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퀘스트를 깨듯이 공부를 하다가 딱 이맘때 쯤 갑자기 모든 상황이 낯설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외롭다는 게 뭔지 잘 몰랐어요.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했던 건, 그 순간 정말 저는 혼자였다는 거예요, 정말 혼자 앉아있기도 했고, 지금 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나 혼자였고, 모든 것을 책임지게 될 사람도 나 혼자였고, 당장 힘든 사람도 나 혼자였습니다.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이 저를 눌렀습니다.

 혹시 제가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일상이 방해받는 정도가 아니면 억지로 이런 생각들을 억누르려 할 필요 없이 해오던 것들을 그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한시가 급하게 느껴지는 상황에 이런 생각을 하는 제 자신이 너무 나약하게 느껴지고 싫었습니다. 그런데 떨치려 한다고 떨쳐지는 생각이 아니었어요. 수능을 칠 때쯤엔 담담하게, 당연하게 내가 지금 혼자임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공부를 어떻게 했든, 그냥 일단 무조건 잘 될 거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지금부터는 특별한 것 없이, 기출문제 풀고 실전 연습 하는 게 전부일 가능성이 높아서 건강한 정신으로 버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을 어제처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것을 하며 보냈다면, 그 하루도 성공한 것입니다. 잘 자고, 잘 먹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처음 메가스터디 수기를 쓸 때,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

'버려지는 노력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수험 생활 중에 하는 노력은 어떤 방식으로든 여러분을 발전시킬 것입니다.'

 지금 하는 노력이 의미 없이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생각이 제일 의미가 없습니다. 성적이 당장 오르지 않아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도, 수능을 잘 못 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럼에도 지금 당장 할 일을 하는 여러분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왕 감성적으로 글 쓴거..마지막으로 제가 고등학생 때 제일 좋아했던 시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 하나 놓고 사라지겠습니다. 여러분 제가 항상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총총..

연어

               정호승

바다를 떠나 너의 손을 잡는다

사람의 손에게 이렇게

따뜻함을 느껴본 것이 그 얼마 만인가

거친 폭포를 뛰어넘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통이 없었다면

나는 단지 한 마리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누구나 먼 곳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바다는 너의 기다림 때문에 항상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