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다들 6월 모의고사는 어떠셨나요?

결과와 상관없이 긴 레이스를 절반이나 달려온 스스로에게 사랑을 가득 전해줄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계셨으면 좋겠네요.

원래는 6모 직전에 칼럼을 하나 쓰려고 했는데, 마음이 바뀌어 6모 이후 칼럼으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제가 6모 직전 칼럼에서는 드릴 말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5월 중순에 자가격리를 하면서, 6모 직전 2주 가량을 거의 공부를 못 한 채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또 재수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일찍 일과가 끝나는 날이었기에, 해가 지기 전에 집에 간다는 생각에 들떠 시험에 긴장감 있는 태도로 임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6모 직전에 복습을 한다거나, 행동강령을 정리하지도 않았구요.

그래서 제가 여러분께 멘토의 위치에서 드릴 조언이 없었습니다. 물론 수험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으라면 얼마든지 적을 수 있었지만, 제 경험으로부터 나온 조언이 아닌 칼럼을 위해 생각해 낸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6모 직전이니 현실적인 조언이 아니더라도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6모 전에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기억을 되살려 보았고, 입시를 같이 치룬 주변 친구들과 동기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여러 가지로 고민한 뒤 마지막에 제가 내린 결론은, 6월 직전 칼럼을 쓰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6월 모의고사라는 시험이 여러분 각자에게 얼마만큼의 무게로 느껴질지, 또 얼만큼의 각오로 임하고 계실지 모릅니다. 여러분 모두 자신만의 목표와 다짐이 있으셨겠죠. 저는 그 마음에 굳이 손대고 싶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6월 ‘모의’고사 였으니까요.

6월 모의고사 자체에 부담을 가지시기보다, 본인의 계획과 마음가짐이 얼만큼 성공적이었는지 진단해보실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또 이런 평가를 통해 다음에 있을 9월 모의고사와 수능에서 더 나은 시험 운영을 하실 수 있게 되시길 바랍니다.

다만, 이번 시험읕 통해 입시에는 공부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제가 장학생에 지원하며 써낸 첫 칼럼에 적으려다 지웠던 내용인데, 6월 모의고사가 끝난 지금 시기 적절하게 들려드릴 만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입시를 준비하며 어떤 교재를 풀지, 어떤 강의를 들을지는 고민하지만 내 마음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만약 수험 생활 도중 내가 견딜 수 없을 만큼 큰 시련이 닥치면 어떻게 할지, 중요한 시기에 슬럼프가 찾아오면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셨나요?

다리가 부러지면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것처럼, 마음이 힘들면 공부가 안 되는 건 당연합니다. 입시를 시작하기 전 마음가짐에 대한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별로인 교재와 강의 때문에, 잘못된 공부 방법 때문에 흘려보낸 시간들은 아까워하면서, 흐트러진 마음가짐 때문에 흘려보내는 시간들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6월 모의고사를 마치고서야 마음가짐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습니다.

6월 모의고사에서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았지만, 시험지를 다시 들여다볼수록 저에 대한 확신이 없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바로 며칠 전에 풀었던 시험지인데, 시험장에서의 사고 과정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6월 모의고사 해설 강의를 듣고, 이 시험의 중요성에 대해 누군가 이야기할 때마다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매일 문제를 풀며 실력은 어느정도 점검할 수 있었지만, 시험장에서의 무의식적인 습관과 사고과정, 사소한 루틴들을 점검해볼 기회인 6월 모의고사를 가볍게 날려 버린 게 후회스러웠습니다. 시험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정하지 않더라도, 제 시험 운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억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 하나 더 맞추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지만, 공부 외에 다른 것들을 점검해볼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요. 6월 모의고사 이후 저는, 제게 주어진 기회들에 매번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거치며 수험 생활이 공부만으로 짜여지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매일 흘러가는 일과와 시험들에 내가 얼마만큼의 마음으로 임하는지, 어떤 각오가 되어 있는지, 또 언젠가 닥칠지도 모를 시련들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수능 날의 나를 만드는 건 내 공부 실력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매일 해야 할 공부를 쳐내는 데 바빠 잊고 살았던 사실이었습니다.

이건 매 시험을 실전처럼 불타는 의지로 임하시라는 말이 아닙니다. 수험생활을 거치며 만날 다양한 상황들에서, 여러분이 얻어가실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항상 생각해보시라는 겁니다.

저는 6월 모의고사에서 얻지 못한 것을 토대로 이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항상 배우려는 자의 마음가짐으로 내일을 준비하세요. 여러분이 6월 모의고사 직전의 저처럼, 중요한 순간에 아무것도 배울 수 없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날려 버리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6월 모의고사가 끝난 지금, 문제 풀이를 복기하고 오답을 정리하는 것도 좋지만, 여러분이 이번 시험에서 얻어가셨어야 하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꼭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이야기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저와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언제든 댓글로 남겨 주시면 성의껏 답변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아직 6월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보지 못해서, 문제에 관련된 질문은 이번 주말 내로 시험지를 풀어본 뒤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종강 이후 이달이 지나기 전에 새 칼럼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여러분이 내딛는 모든 걸음이 그저 여러분 자신을 위한 길이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