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8월 31일 평가원 모의고사가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모의고사, 수능을 비롯한 여러 시험을 치를 때 과도한 긴장은 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저도 중요하다고 느꼈던 학교 내신 시험이나 모의고사 때 시험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손이 덜덜 떨리고 머리 속이 새하얘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수험생에게 긴장감은 시험을 푸는 데에 있어서 장애물로 인식됩니다. 일부 수험생들은 수능 당일 날 긴장감을 완화하기 위해 청심환 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청심환 복용은 비추합니다! 왜냐하면 너무 긴장이 풀어져서 나른해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제가 고등학생 때와 재수할 때 긴장을 줄이기 위해서 사용했던 마인드 컨트롤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수능 아침, 점수는 이미 정해졌다.

 시험을 응시할 때 긴장은 시험 시간 나의 퍼포먼스에 따라 점수가 변동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계산 실수를 하면? 도형이 안 보이면? 빈칸이 어려우면? 과 같은 불안이 기저에 깔려, 온갖 악재가 겹치면 지금까지 공부해 왔던 것이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걱정을 하곤 하죠. 그런데 만약 시험 전에 내 성적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이번 모의고사 세트에서 국어는 8번, 26번을 틀려서 95점이 나올 예정이고 수학은 4번, 14번은 계산 실수로 틀리고 29번은 그냥 못 풀어서 89점이 나올 예정이고...”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내 점수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비교적 덜 긴장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수험생 시절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시험 날 아침에 내 점수는 결정되어 있다’라는 논리를 스스로 납득시켰습니다. 이러한 마인드 컨트롤은 저에게는 효과적이었어서 각종 모의고사 날과, 특히 수능 때 긴장을 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왜 점수가 정해져 있을까요? 엄밀하지는 않지만,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점수는 다음 요소가 합쳐져 결정됩니다.

1. 문제 풀이 프로그램

2. 시험지 구성

3. 그날의 컨디션

시험을 풀 때는 문제 풀이 프로그램이 푼다.

(공부하는 과정과 시험을 응시하는 과정을 컴퓨터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과정에 비유해서 설명할 텐데, 제가 컴맹이기 때문에 정확한 작동 기작은 알지 못한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시험장에서 문제를 풀 때는 내가 사고를 해서 문제를 푼다기보다는 지금까지 스스로 만들어 온 문제 풀이 프로그램이 문제를 푼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 문제 풀이 프로그램에는 문제풀이 습관, 실수, 루틴, 멘탈 등등 시험장에서의 모든 행동 요소가 포함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5월 칼럼 ‘루틴 만들기’와 7월 칼럼 ‘행동강령노트’를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 시험 시간에 문제 풀이 프로그램이 알아서 자동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문제를 풀고, 나의 의식은 옆에서 관전할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임했습니다.

 그럼 공부할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문제 풀이 프로그램을 잘 가꾸어 주어야 합니다.

- 한 문제를 풀 때 여러 풀이를 시도하며 스스로에게 최적의 풀이를 학습시킵니다.

- 자꾸 특정 부분에서 실수가 발생하는 등 오류가 나타나는 부분을 찾아서 오류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 기출 문제를 반복해서 분석하며 기출의 틀, 기출에서 필요한 사고의 흐름을 학습시킵니다.

- 문제의 특정 정보를 보고 떠올려야 하는 첫 번째 생각과 풀이를 교정합니다.

- 앞 과목을 망쳐도 다음 과목을 차분하게 치를 수 있도록 마인드 컨트롤 등의 방법으로 멘탈 강화를 시킵니다.

- 국어 끝나고 쉬는 시간에 뭐하는 게 가장 좋은지, 점심 시간은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최선인지 매 모의고사마다 피드백을 거쳐 나에게 맞는 루틴을 찾아냅니다.

이와 같은 학습과 피드백 과정이 거쳐 나만의 문제 풀이 프로그램이 완성됩니다. 저는 평소에 공부할 때 실전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정비한다는 느낌으로 공부했더니 효율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른 변수로는 시험지 구성과 컨디션이 있습니다. 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시험지에 따라 점수는 다르게 나옵니다. 같은 과목이라도 시험지에 실린 문제들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남들보다 내가 잘 풀 수 있는 문제, 나를 잘 맞는 문제가 킬러로 나오면 점수는 높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능 날의 시험지 운에 대해서는 딱히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없으며, 컨디션 관리에 관해서는 여러분께서도 이미 여러 번 들어서 알고 계실 것이기에 상술하지는 않겠습니다.

 시험을 응시할 때 문제 풀이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생각은 시험 때 덜 긴장하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타당하지는 않고 그저 마인드 컨트롤 수준의 생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시험 때 긴장을 많이 하시는 분들은 수능 전까지 여러 가지를 시도하며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럼 다들 9월 모의고사는 덜 긴장하면서 본 실력대로 보시기 바랍니다! 대박은 수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