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여러분께 보내는 다섯 번째 즐거운 편지, 18기 목표달성 장학생 이강입니다.

 어느덧 8월이네요. 더워서 공부에 집중이 안 되실 것 같은데, 이제 90일 남짓 남은 수능 시험에 마음이 졸아들고 계실 것 같습니다. 8월의 마지막 날에 보는, 이름과는 다른 9월 모의고사도 다가오고 있고요.

 9월 모의고사가 코앞이지만, 이번 달의 주제는 9월 모의고사가 아니라 자기소개서에요. 수시를 쓰시는 분들은 이제 자기소개서를 내실 날이 한 달 정도 남았으니까 더 마음이 조급하실 것 같고요.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서 초안 정도는 완성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작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저도 작년에 7월 정도에 잠깐 써 놓았다가, 8월 말부터 열심히 작성했거든요. 심지어 한 자기소개서는 며칠 남기지 않고 급하게 주제를 고친 경험도 있답니다. 그래서 작성 전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행동 방법들을 천천히 써 보려고 해요. 

0. 기본 자세

 이 부분을 읽기 전에 제가 목표달성 장학생 선발 지원을 위해 썼던 합격 수기를 보고 오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수기 때는 '자기'소개서만 강조했는데, 작성하려고 보니까 자기'소개'서로 강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기에서 작성한 것을 토대로, 그때는 글자 수 제한과 공적인 분위기 때문에 쓰지 못한 저의 예시를 들어 함께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작성한 자기소개서는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자기소개서입니다. 주로 영어영문학과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작성할 것이지만, 사회학과 자기소개서도 중요한 부분에 활용될 것입니다.

0.1. '자기'소개서

 한 문장으로 소개하자면, '자기'소개서는 '선전포고'입니다. 생기부 칼럼에서도 자신의 생각이 드러나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생기부가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것과 연결되는 주제입니다. 인터넷이나 자기소개서 서적을 찾아보면, 자기소개서를 '답이 있는 논술 시험'이라고 비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자기소개서는 '자기'소개서입니다.

 제가 쓴 영어영문학과 자기소개서는 '문학을 어떻게 하면 사회에 연관시킬 수 있을까?'에 관해 고등학교 3년간 고민한 내용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단점은 제가 문학을 보는 시각과 제가 사회를 보는 시각을 불가피하게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저의 생각에 자신을 가질 수는 있지만, 이 글을 읽으실 수도 있는 교수님의 생각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자기소개서 작성 시의 고민입니다. 저도 그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였고, 진로 선생님께 가서 이 방식이 괜찮을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진로 선생님께서는 이 방식이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다.'라고 설명하시며, 이 자기소개서 칼럼 0.1.의 근간이 되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러니까, 네가 쓴 자기소개서는 '난 이런 사람입니다. 이 대학에 어울립니까? 어때요?'라고 말하는 거지. 즉 입학사정관들에게 보내는 '선전포고' 같은 거야.'

 독단적인 의견만이 담긴 자소서는 피해야겠지만, 자신이 3년 동안 생각해온 신념을 '학문적으로' 어떻게 추구해 왔는지 작성하는 것이 자신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자기소개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남들은 누구도 쓸 수 없는, 나만이, (저에게는) '이강만이' 쓸 수 있는 자기소개서 말이죠.

0.2. 자기'소개'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소개'서는 '첫인상'이기도 합니다. 이게 제가 수기에 썼던 '부정적인 표현을 피해라'라는 말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더하여 너무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것까지 의미합니다. 입학사정관은 우리를 처음 만나기에 우리를 몰라요. 우리는 우리의 과거 행적을 기억하고 있고, 그 때문에 내가 이런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하죠. 그렇지만, 입학사정관은 무엇이 우리를 만들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마치 친구를 처음 만나 사귈 때를 생각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친구는 나를 처음 만났고, 나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이때 처음 만난 친구에게 자신의 모든 것, 쉽게 말해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것은 큰 손해잖아요. 자기소개서는 대학이라는 친구에게 '나 이런 사람이야. 나 어때? 나랑 친하게 지내지 않을래?'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중에, '저는 뚜렷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사람입니다.' 같은 문장이나 '저의 세계' 등의 어구를 사용하였습니다. 학년부장 선생님과 상담하던 중, 선생님께서는 위의 문구들이 약간 어색하며 저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게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셨습니다. 학년부장 선생님도 저를 3년 간 보아오셨기 때문에 저의 어투를 모르신 바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 눈에 이 문구가 들어왔을 때 부정적으로 보인다면, 처음부터 이를 작성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또, 자기소개서 각 항목의 글자 수는 적습니다. 각 문항은 1500자나 800자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배경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글자 수입니다. 인성 문항에서 저는 꼭 '희생'과 같이 진부한 주제로 글을 써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것도 알아야 한다.'라는 논지로 글을 전개하였습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정말 모르는 사람들은 이기적인 말로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 이상으로 노력하여 희생하는 것, 제가 모든 일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의무감이 있었습니다. 역시 3년간 저를 보아오신 학년부장 선생님이나, 1년 내내 저를 살펴보신 담임 선생님이 이것을 모르시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배경 설명 없이 저런 '도전적'인 주제를 작성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즉, 입학사정관은 우리 개개인의 평소 생활이나 가치관이 만들어진 배경들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구구절절히 쓰기에는 글자 수도 부족하고요. 그러니까 충분한 배경 설명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주제는 가급적 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1. 작성 중

1.1. 1번 문항 (진로 활동)

 1번 문항은 '고등학교 재학 기간 중 자신의 진로와 관련하여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본인에게 의미 있는 학습 경험과 교내 활동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질문입니다. 즉, 지원자가 고등학교 기간 동안 '진로 활동'을 어떻게 해 왔는지 묻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1번 문항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상'을 해야 합니다. 보통 1500자의 1번 문항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동기 - 활동 1 - 활동 2 - 마무리'를 '200-500-500-300' 정도로 잡습니다. 저는 조금 더 활동 하나하나하나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하기 위해 활동 두 개에만 집중했습니다. 즉 '간단한 배경 설명 - 활동 1 - 활동 2'를 '100-750-650' 정도로 잡았습니다. 보통 하는 방식으로 하든, 제가 했던 방식으로든 명확하게 자신이 했던 활동을 서술하려면 활동 두 개 정도밖에 작성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활동 두 개만 선별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한 가지 방법은 컴퓨터 메모장을 켜고 '자소서 소재'라는 제목으로 각 학과에 대해 각 문항을 어떻게 작성할지 크게 'outline'을 정하는 것입니다. 저는 메모장에 '1학년 독서 활동으로 사회 - 문학 관련 욕망', '언어 관련 활동...?' 이런 식으로 활동을 적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 정말 '재미있었던' 활동 두 개만 추려내셔야 합니다. 생기부를 읽으며 소재를 찾다보면, 정말 마음에 드는 활동이 많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것만은 면접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그리고 정말 자신 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활동을 적는 것이 좋습니다. (서울대학교 일반전형은 자기소개서에 관해 질문하지는 않지만, 지역균형전형을 준비하듯이 자기소개서 관련 질문을 받을 것이라는 각오로 쓰시면 됩니다. 자기소개서를 묻는 면접의 경우는 당연히 신경쓰셔야 하고요.)

 그리고 소재 선택에서 추천드리는 것은 활동 간의 '유기적'인 관계가 드러나게 설정하는 것입니다. 1학년 때 활동한 어떤 것이 2학년의 무슨 활동으로 이어졌고, 2학년의 어떤 활동이 3학년의 계기를 제공해준 방식으로 말이죠. 저는 '1학년의 정치 동아리 활동 - 정치적 올바름 - 2학년에 문학과 사회운동의 접목을 탐구한 산출물 제작'을 한 덩어리로, '2학년의 영미문학 수업 - 차별에 대한 관심 - 3학년의 인종차별 탐구'를 한 덩어리로 작성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스토리텔링 식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 '동기-과정-결과'를 묘사하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스토리텔링이라는 형식상 미사여구가 많아지고 길어집니다. 그러니까 전체적인 진로 활동을 기준으로 어떤 활동이 다른 활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니까요. 전체적인 진로 활동은 내가 면접관에게 어떻게 비춰지기를 원하는지, 나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정하면 좋겠습니다. 저를 예로 들자면, 저는 '차별'이라는 단어로 자기소개서가 모두 설명이 되었으니까요.

 여기서 주의할 점은 논란이 되는 주제는 작성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건 사회학과 자기소개서 작성 중 사회 선생님과 상담하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옳은 '학설'이 있어도 다른 사람이 보기에 증명하기 '위험'한 학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사회학에서, 어떤 사회를 하나로 규정하기에는 위험하기 때문에 사회 관련 진학을 희망하시는 분들은 이 부분을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의견을 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을 때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꼬투리를 잡으려면 끝도 없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첫 문장에 대한 고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보통, 첫 문장을 '임팩트 있게' 작성하라고들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촌철살인의 한 문장만이 필요합니다. 소제목을 붙인다는 마음으로 작성하시면 됩니다. 한번 하다보면 재미있어서 계속하게 됩니다. 저는 제가 반박하고 싶은 통념(반박하기 위한 노력을 뒤에 작성)이나 가치관을 상징하는 한 문장(증명하기 위한 노력을 뒤에 작성)을 중심으로 한 문장을 골랐습니다. 주의할 점은, 여기에서 '주저리주저리 구구절절'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희 담임 선생님께서 '어문학 계열 학생들의 주된 실수'라고 하신 실수가 있습니다. 그것은 스토리를 만들어 활동을 하게 한 동기를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소개서에는 동기를 쓸 자리가 없고, 면접관님들도 이를 흥미롭게'만' 읽으실 수 있습니다. (사실 흥미롭게도 안 읽으실 가능성이 더 농후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랍니다.

1.2. 2번 문항 (인성)

 2번 문항은 '고등학교 재학 기간 중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노력한 경험과 이를 통해 배운 점을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항으로, 대개 '인성 문항'으로 부릅니다.

 2번 문항을 쓸 때는 글자 수가 적다는 점을 의식해야 합니다. 800자가 매우 짧은 분량이므로, 자신의 '인성'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 한 가지 외에는 쓸 여유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0.2.에서도 말했듯, 인성 부분에서는 '배경 설명'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자기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배경을 분명하게 서술해 주어야 합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미담'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완벽한 장점만을 말할 수는 없잖아요. 저는 '제가 생각할 때 잘한 일이 남들이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때'를 중심으로 썼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완벽하지는 않은 인간이니까 저도 속상했다는 점도 작성했고요. 보통 '아름다웠던' 장면을 생각하고 2번을 계획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성 영역'이니까 '숙이고 들어간 경험'을 쓰려는 확률도 높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것도 '자기'소개서이기 때문에 자신이 공동체와 어울린 경험을 쓰되, 자신이 느꼈던 바'도' 분명히 작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너무 부정적으로, 나를 깎아내리는 정도는 아니고, 자신도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방식으로. 이게 당연해 보이지만, 막상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하면 꺼려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에 많은 분량을 투자해서는 안 되고, 긍정적인 키워드들을 쓰는 것도 필요하지요.

1.3. 3번 문항 (대학별 자율 문항)

 3번 문항에 대해서는 조언을 얻기도 힘들고, 학교마다 다르기 때문에 쓰기가 힘들 것입니다. 이번에 2023학년도 자기소개서 3번 문항을 대학별로 살펴봤는데, 크게 아래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3.1. 독서

 서울대학교가 채택하고 있는 문항입니다. '고등학교 재학 기간(또는 최근 3년간) 읽었던 책 중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2권을 선정하고 그 이유를 기술하여 주십시오.'라고 쓰여있네요.

 일단 중요한 것은 생기부에 적은 책을 쓰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읽었다는 증거가 남아있는 책을 쓰는 것이 '물증' 면에서 좋겠지요. '심증'의 책을 읽는 것도 좋습니다만, 많은 경우 '물증'의 책을 읽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책을 고르는 방법이 고민될 것입니다. 저는 한 권은 전공과 관련된, 재미있게 읽었으면서도 생각할 게 많았던 책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권은 저의 가치관을 만든 책을 작성하였습니다. 두 권을 모두 전공 관련 서적으로 채우는 경우도 있던데, 그것도 좋지만 조금 더 다양한 책을 작성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독서 문항은 자신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생각한 바가 명확히 드러나야 합니다. 특히 저는 <1984>라는, 영어영문학과 학생들이 많이 작성하고 서울대학교 학생들도 많이 읽는 도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사실 저도 고민이 되었는데, 저는 보통 읽는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생각했기에 자신있게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읽은 책들을 쓰는 것을 걱정하고 있으시는 분이 있다면, 새로운 방식으로 읽었다면 충분히 해 볼만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1.3.2. 지원 동기 및 향후 계획

 대다수의 학교는 이 유형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지원 동기는 1번 문항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했던 시도들과 거기에서 생각한 한계점, 자신이 이 공부를 왜 하고 싶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1번 문항에서 글자 수 부족으로 쓰지 못했던 '배경 설명'을 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대학교 홈페이지의 교과과정을 참고하여 자신이 좀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어떻게 공부할지 작성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0.2.에서도 말했지만, 자기소개서는 '첫인상'이에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상대를 많이 알아보고 왔다는 것을 나타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데요. 정말로 대학교에서 해 보고 싶은 공부가 있다면, 연계전공이나 연합전공 등을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1.3.3. 학교 내 활동

 가끔씩 이 문항을 채택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이것은 1번 문항에서 쓰지 못한 활동을 한 가지 정도 더 쓸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1번 문항을 조금 짧게 한 번 더 적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회학과 자기소개서를 쓸 때, 전공 관련 활동으로 1번 문항을 채웠습니다. 그래서 영어영문학과 자기소개서를 쓸 때 못 쓴 아쉬운 활동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런 활동들, 글자 수 부족으로 제쳐 놓았던 '차선의 활동들'을 쓸 수 있는 문항이 1.3.3.의 3번 문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굳이 전공에만 매몰되지 않아도 자신이 자신있는 활동을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반면 전공 관련 활동으로 채우라는 문항이면, 말 그대로 1번 문항에서 쓰지 못했던 전공 관련 활동을 쓰시면 되고요.

2. 작성 후

 이제 다사다난했던 자기소개서 쓰기가 끝났습니다. 이제부터는 '작성 후'인데요. 어쩌면 쓴 기간의 고통보다 더 힘든 기간이 이제 온 것입니다. 그래도 9월 모의고사 본 이후, 원서 접수까지는 정말 2.의 부분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열흘 가량만 고민해 봅시다!

2.1. 선생님과 첨삭

 선생님은 3-4명 정도가 나을 것입니다. 제가 자기소개서를 쓸 때에도 여러 명의 조언을 들으면 자기소개서가 방향이 왔다갔다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형상이죠. 제가 생각하기에 조언을 받기 좋은 선생님들은 세 분입니다. 담임 선생님, 진로 선생님, 관련 교과목 선생님. 그리고 자신과 친했던 선생님 한 분 정도 더. 담임 선생님께서는 1년 정도 저를 보아오셨기 때문에 저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로 선생님은 대학 진학에 관련된 업무를 보시니 아무래도 이쪽 분야(?)에 좀 더 특화되어 있으실 테고요. 관련 교과목 선생님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제 자기소개서의 오류를 잡아주시는 역할을 하실 분입니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3년간 친했던, 그리고 보아왔던 선생님과 함께 하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저는 학년부장 선생님께 조언을 받았습니다.

 3-4분 정도면 작성자의 의견이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시각으로 봐 주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의 세상'이라는 문구는 다른 선생님들은 지적하지 않으셨지만, 한 선생님께서는 지적하셨습니다.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이상하다고 하는 것을 먼저, 한 분이 설명하신 것 중 석연치 않은 것을 다음으로 수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자신이 입장이 확고하다면 선생님께 그 점을 명확히 말씀드려야겠지요.

2.2. 친구에게 도움 요청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고민해 봅시다. 아무래도 같은 학교와 같은 학과를 희망하는 친구가 있으면 경쟁심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물론 각자 한 활동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겹치지는 않겠습니다만.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는 것은 사실 내용 면이나 논리적 흐름으로 조언을 들으라는 취지가 아니라, 형식상의 도움을 요청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형식상의 도움은 '단어 선정'입니다. 글자수를 맞춰야 하니까요. '1500-800-800'이라는 글자 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 안에 자신이 바라는 내용을 넣기에는 단어 선정이 중요합니다. (보통은 내용이 넘치기 때문이죠.) 학급에서 한문을 잘하고 현재 여유로운 학생이 있다면 단어 선정 관련해서 도움을 요청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긴 단어보다 친구가 말해주는 짧은 단어가 더 나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지요.

2.3. 최후까지 첨삭

 마지막 날까지 첨삭해야 합니다. 물론 내용은 초고에서 많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계속 언급하고 있는 자잘자잘한 사항들을 강박적일 정도로 계속 점검해야 합니다. 저는 영어영문학과 자기소개서 공통 문항을 10번 고쳤습니다. 자율 문항도 4-5번씩 수정했고요. 중앙대학교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하는 날은 전교생이 하교하는 날이었는데, 그날도 사회 선생님과 한 시간 가량 더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반드시 1회, 2회, ... , 9회 파일들을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다보면 전 버전이 더 나아보일 때가 있거든요. 그 부분을 다시 기억에 의해 작성하는 것보다, 더 창의적인 상태(?)에서 썼던 그 어구 그대로 가져오는 게 낫겠지요.

 그리고 자기소개서 페이지로 가서 자기소개서 답변들을 기입하고, 끝까지 고민한 다음에 마감 시간 30분 전에 깔끔하게 내시면 됩니다. 이제 대학에게 선택권이 넘어가는 것이죠.

 지금까지 자기소개서에 대한 저의 생각과 기입 방법을 나열해 보았습니다. 2번 부분은 사실상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 같지만 그럼에도 중요하기 때문에 작성했습니다. 이번에도 쓰다보니 굉장히 길어진 것 같은데, 오늘도 인덱스를 달아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돌아온 세줄 요약.

세줄 요약

1. '자기소개서'는 자신을 정제해서, 그러나 과감하게 드러내는 선전포고다.

2. 내 마음에 드는 활동을, 형식적인 것에 얽매이지 말고, 그러나 너무 자만심에 차지는 않게 작성해라.

3. 끝까지 누구에게든 도움을 청하고,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마음에 드는 문구로 작성해라.

 오늘도 요약으로는 뭔가 허전하네요. 지난 번 칼럼처럼 발췌해서라도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도 굳이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내 마음에 드는 나의 글, 한편의 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은 글을 많이 쓰게 될 것입니다. 대학교에 가면 리포트를 쓰게 될 것입니다. 심지어는 저처럼 목표달성 장학생이 되어서 메가스터디에 칼럼을 올리실 수도 있으실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항상 명심해야 하는 것은, '글은 결국 내가 자신있는, 나의 마음에 쏙 드는 글'을 작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번 칼럼에서도 말씀드렸던, 제가 지난 학기 영문학 시간에 교수님께서 강조하신 'Look in Thy Heart'가 글을 쓸 때는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에 드는 글을, 끝까지 정제해서 작성해 보세요. 비록 '소설'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잘 알고 있는 자신을 바탕으로 쓰는 것이기에 아프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쓰시는 자기소개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항상 시간적으로나 전형적으로 보편적인, 언제나 도움이 되는 글을 작성해 드리고 싶었는데, 자기소개서는 올해, 수시 지원자들께서 더 많이 읽어주실 것 같네요. 다음 달부터는 최대한 보편적인 글을 쓰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달의 주제를 소개해 드릴 테니 혹시 원하는 주제 있으시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아마 제목에 걸맞는, '즐거운 편지'는 후반부에나 가능할 것 같네요. 그래도 저는 다음 달에도 즐거운, 유익한 내용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여섯 번째 즐거운 편지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08월 16일,

진심을 담아,

이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