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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 게임
- 등록일 :
- 2022-08-19 00:56:38 |
- 조회 :
- 37,052
수능 결과가 정확히 내 실력대로만 나오는 것,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연하게도, 자신의 실력대로 나온 결과에 만족하는 사람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수능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로 가득 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실력보다 더 우수한 결과를 받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반면, 자신의 실력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이 기대하고 예상했던 것과는 괴리감이 있는 결과를 받은 사람들 또한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희비가 명확히 엇갈릴 수 밖에 없는 대학수학능력평가,
이에 대해 제 생각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제 생각을 더 간단하고 명료하게 전하기 위해 ‘주사위’라는 소재를 사용해보았습니다.
([1]부터 [6]까지 있는 정육면체의) 주사위를 던졌을 때 어떤 숫자가 나올 지 확신할 수 없는 주사위의 특성에 주목해보았습니다. 이것이 마치 수능을 치르기 이전에는 그 결과를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것과 조금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임의로 제가 수능과 그의 결과, 또는 수능날 자신의 상황, 컨디션 등을 주사위의 각 숫자에 대응시켜보겠습니다.
- [1] 또는 [2]: 자신의 실력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받는 것.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결과를 받는 것.
다시 말해, 평소에 안 하던 실수를 남발하고, 잘 풀던 유형에서 어이없이 막히고, 시험지 속 글자들이 전부 튕기는 등,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들에 보람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상황.
- [3] 또는 [4]: 자신의 실력 정도의 결과를 받는 것.
딱 내가 예상한 점수, 내 평소 모고 점수대의 결과를 받는 것.
내가 준비해온 대로, 연습해온 대로, 계획한 대로 순조롭게 이루어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
- [5] 또는 [6]: 자신의 실력 이상의 결과를 받는 것.
기대했던 것 그 이상의 점수를 받는 것.
다시 말해, 국어 지문은 촥촥 잘 붙으며 읽히고, 평소에 헤매던 수학 킬러 문제까지 막힘 없이 적재적소의 풀이를 전개하고, 한 두 문제씩 찍었던 탐구 시험에서도 전 문제 다 깔끔히 풀어낸 상황.
한 마디로 대박이 터진 상황.
(※ 위 세 가지 경우가 주사위의 특성처럼 1/3의 확률을 가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확률적인 면은 배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안 좋은 결과가 곧 내 실력이다’라며 ‘‘내 실력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당연히 있겠지만, 이 경우, ‘내가 해낼 수 있는, 나의 기량을 100퍼센트로 발휘하지 못하여 아쉬움이 드는 결과’라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수능날이 [5] 또는 [6]이기를 바랄 것입니다. 또한, 무슨 일이 있어도 [1] 또는[2]는 피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수능 공부를 하던 저 또한 당연히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내가 수능을 치르는 그 날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1] 또는 [2]가 나오지 않기를 빌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사위를 던지며 ‘높은 숫자가 나오게 해주세요’, ‘낮은 숫자가 나오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빈다면, 실제로 주사위의 결과가 우리의 마음처럼 이루어지나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상황은 단지 여러 번 상상한다고 해서 뚝딱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들 잘알고 계실 겁니다.
그것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직접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수험생 시절의 제가 겪은 경험들을 토대로, 여러분께서 참고해보면 좋을 두 가지 팁을 얘기해보겠습니다.
Ⅰ. 기저 마음가짐
“이 쯤 하면 되겠다.”
“음 적당하군.”
이 말들처럼 정도의 적당함을 계산하는 태도. 수험생활에서는 이러한 태도를 언제나 지양하려고 했었습니다.
물론 과도함 또한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수험생활에 있어서 욕심이라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남에게 피해를 끼칠 만한 그런 욕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 내가 간절히 바라는 목표에 대한 욕심은 가능한 많을 수록 수험생활에 유익한 원동력이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교재를 끝마쳤다면, 지금까지 해온 양을 돌아보며 단순 만족감과 안심을 느끼기보다는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 더 많이 풀어보겠다는 태도.
모의고사를 치뤄 1등급을 받았다면, 성적표를 보며 자신은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착각하기보다는
다음 번에는 더 완벽한 풀이, 더 견고한 1등급, 또는 만점을 받아내겠다고 다짐하는 태도.
이러한 태도로써의 욕심, ‘더, 더, 더’라고 외치는 그런 욕심을 꼭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그림처럼, 현재 자신이 골인 지점(내가 바라는 목표, 결과)까지 5칸 남은 지점에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5칸이 남았다는 것은, [5] 또는 [6]을 통해 나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내가수능날에 최상의 컨디션이라면, 수능날이 ‘나의 날’이라면 내가 그토록 바라던 이상적인 성적표를 기꺼이 얻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개인은 가장 크게 두 가지의 태도를 보입니다.
첫 번째,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내가 목표에 근접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치 내가 목표를 이미 이룬 것처럼 착각을 하는 태도.
이는 앞으로 수능날까지 남은 자신의 수험생활을 바라볼 때,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면, 그리고 이전보다 대폭증가한 목표달성 가능성에 주목하는 태도입니다.
이러한 태도를 경계하고자 하는 이유는 자칫하다가 자신의 실질적 노력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이전의 나에게 내재되어 있던 그 뜨거운 열정, 목표를 향한 열망이 식어버려서 결과적으로 느슨하고 관대한 자세를 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내기 위해선 앞뒤 안 가리고 무엇이든지 하고 말겠다고 외치던 과거와는 다르게,
공부에 관한 선택을 할 때마다 그것의 필요성을 불필요하게 따져보는 습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이것을 굳이 해야되나..?’
더 나아가 ‘이걸 굳이 안 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서 영역을 넓힐 수록, 내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공부에서마저 집중력과 몰입도가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5칸 남은 지점에서 내가 가져야 하는 태도는 무엇일까요?
당연하게도, 더 앞으로, 그 이상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한 두 칸만 진전하는 것을 넘어서, 골인 지점 직전 칸에 도착한 상태로 수능을 치르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시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수험생활 중 노력의 정도를 그래프로 표현해보자면, 증가함수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위로 볼록한 증가함수보다는 밑이 1보다 큰 지수함수 꼴이 더 적절한 형태일 거라 생각합니다.
내가 그동안 고생했던 노력들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눈에 보일 때는 뿌듯함을 누릴 수 있지만, 그 순간 일시정지하여 쉬거나 포상휴가를 누리기보다는, 그 성과 자체를 원동력 삼아 더 하고자 하는, 더 열심히 하고자 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서, 이미 많이 발전한 것 같은 내 자신이 더 완전하고 견고해지는, 목표에 근접할 뿐만 아니라 수렴해가는 수준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예전 칼럼에서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언제나 최악의 상황, [1] 또는 [2]가 나오는 상황을 염두에 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런 안 좋은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도 목표를 이루겠다는 생각, 악조건 속에서도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쟁취해내겠다는 생각으로 내 자신을 완전하게 준비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바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수험생활은, 단거리용 권총보다는 활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맞추고자 하는 곳을 정확히 조준하는 단거리 사격과는 달리,
활은 포물선의 궤도를 고려하여 목표 지점의 윗쪽을 겨냥할 수 밖에 없습니다.
수험생활도 마찬가지로, 수능 당일에 [1] 또는 [2]가 나오는 상황까지 고려하면서, 언제나 더 위를 향한 자세를 가지는 것이 유익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냥…
주사위가 윷으로 변하여 빽도가 나오는 상황까지 대비하여 더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마인드를 가지세요!
II. 변수 차단
저는 매우 예민한 수험생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공부를 할 때나 모의고사 등 시험을 치를 때, 주변 상황 등에 별로 개의치 않고 내 할 일을 한다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조건, 상황이 아니면 내 집중력 또는 기량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곤 했습니다.
한 마디로, 되게 까탈스럽고 민감한, 어찌 보면 많이 피곤한 성격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1] 또는 [2]가 나올 위험이 남들보다 조금 더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날의 상황을 ‘빼앗기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역전 시켜서 그날의 상황을 ‘나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엄청나게 깐깐해지는 것입니다.
성격이 까탈스러워진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수능날의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는 아주 사소한 경우라도 전부 미리 체크하고 대비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저만의 체크리스트 같은 것을 만들었었습니다.(사실 직접 종이에 적으며 만든 것은 아니고, 제 머릿속에 저장해 놨었어요..)
그리고 한 가지 알아두셔야 할 점은 이것이 시험 또는 공부와 관련된 행동강령과는 별개로 작성한 체크리스트라는 것입니다.
긴 말 필요 없이 그것을 적어보겠습니다.
<시험 전날>
- 매운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 먹지 않기
- 아이스크림 같은 차가운 것 먹지 않기
- 식사는 적절한 시간에 먹기(= 야식 금지)
- 물 이외에 음료 지양하기
- 낮잠 자지 않기
- 띵가띵가 놀지 않기
- 공부를 함으로써 내 몸을 살짝 지친 상태로 만들기(꿀잠을 위해서)
- 저녁 쯤부터 배가 살짝 아프다면, 웬만하면 참기..
(이게 어찌 보면 저한텐 진짜 중요했던 것인데, 왜냐하면 저는 매일 아침 볼일 보는 습관이 있었는데 특히 시험날 아침에는 더더욱 상쾌한 상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전날에 미리 화장실을 갔다 온다면, 시험날 아침에 쾌ㅂ을 보지 못하는 불상사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설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좀 TMI 같긴 하지만, 궁금해 하실 까봐 적어봤습니다..)
- 휴지, 물티슈, 칫솔&치약, 작은 가글, 귀마개, (시계를 책상에 붙이기 위한 테이프), 여분의 마스크, 타이레놀, 소화제 비염약, 인공눈물, 여분의 가채점지, 필기도구 등등
(이게 필요할까..?라고 생각이 드는 것은 웬만하면 챙기려고 했습니다. 물론 전자기기 제외)
<시험 당일>
- 시간적으로 여유를 두고 준비하기
- 시험장에 일찍 도착하기
- 화장실의 위치 파악하기(다른 층까지도)
- 점심시간에 영어 예열 지문 읽을 공간, 또는 머리 식힐 수 있는 공간 찾아놓기
- 시험장의 온도, 습도에 적응하기
(그 공간은 저 혼자 쓰는 것이 아니기에 따로 온도 조절 등을 부탁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 내 좌석에 적응하기
- 내 책상과 앞뒤 책상의 간격 조정하기
- 책상, 의자의 흔들림 체크 및 조정하기
- 종소리 타이밍이 내 시계와 맞는지 확인하기
- 책상 위 모서리에 수능시계 붙이기
- 감독관님께 가채점표 붙이는 것 확인받기(혹시 모르니..)
- 수능 샤프를 내 샤프심으로 채워넣기
- 내 자리나 가방 속 등에 전자기기가 없는지 여러 번 확인하기
- 수험표와 신분증 준비해놓기
…
사실 위에 적은 것보다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제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은 그리 많지가 않네요.. 생각이 날 때마다 그때그때 추가하겠습니다.
제가 위 리스트를 가져온 것은 여러분께서 따라하라는 의미가 절대로 아니라,
각자 본인의 경우,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9모를 준비하면서, 또는 9모를 치르면서 점검해보기를 권하기 위한 것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시험지 안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떠한 접근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어떠한 순서로 무엇을 먼저 푸는지 등을 고려한, 시험 내의 행동강령은 많은 분들이 이미 만드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시험 외적인 요소들에 대한 점검을 해두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 마디로, 시험을 보는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서, 내가 나의 컨디션과 집중력, 몰입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어떠한 요소들을 체크하고 확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해나가시길 바랍니다.
마주하기 싫은 상황에 대해서 그것을 맞닥뜨리지 않기 위한 노력을 꾸준하게 한다면, 안 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이 세상에는 노력만으로 불가능한 것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최소한 수능이라는 범주 안에서는 노력에 대한 배신은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90일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 남은 이 시점에선, 자신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매번 성찰하며 피드백함으로써 더 ‘효율적인’ 노력을 해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주사위는 어느 순간 네 면을 가진 정사면체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마무리하면서, 제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곡의 가사를 일부 발췌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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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을 알아 자만하지 말 것
불리하더라도 절대 비굴하지 말 것
익숙함에 속아 감사함을 잊지 말 것
힘들다고 해서 지름길로 가지 말 것
위험에 직면했을 때 두려워하지 말 것
만약 실패하더라도 남 탓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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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꿈을 가질 것
또 그 꿈을 꼭 이룰 것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뱉은 말은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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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 팔지 말 것
절대 방심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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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가 무거워도 절대 무너지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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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44 - 할 것 Remix (with Chin, Uneducated Kid, Paul Blanco) 中
신체적으로, 그리고 심적으로 다소 지친 상태인 요즘, 이 곡을 들으며 제 자신에게 휴식을 주곤 합니다.
위의 가사 에서,
‘ㄹ 것’이라는 의존 명사가, ‘ㄹ 걸’이라는 후회로 바뀌지 않도록
여러분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서툴고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종은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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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 2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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