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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즐거운 편지

이름 : 이강  스크랩
등록일 :
2022-10-17 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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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45,803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선생님들께 보내는 일곱 번째 즐거운 편지, 18기 목표달성 장학생 이강입니다.

 목차

1, 선택과 집중, 의외로 중요하다
1.1. 완벽한 인간은 없다
1.2. 이제는 선택해야 할 때
2. 저기 저 나무까지만 걸어가자
2.1. 하루치 희망
2.2. 한 번에 하나씩만
3. 'Deserve'에 집착하지 말자
3.1. 'Deserve', 자기파괴적 유혹
3.2. 인간은 세계를 형성한다
4. 우리는 인간이다
4.1. 인간의 상품화
4.2. 일기 쓰기
4.3. 60년후의 나에게 쓰는 편지
4.4. 나를 잊는 시간
5. 자기기만을 넘어서


 이번 주제는 약속드렸던 멘탈 관리 칼럼입니다. 이번 칼럼부터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닌, 실제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도 한 번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수능이 한 달 남짓 남은 지금, 많은 학생 분들이 싱숭생숭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월 모의고사도 끝났군요! 이제 정말 수능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많이 불안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작년 이때쯤에는 고3은 학교에 오지 말라고 해서 집에서 하루하루 보냈던 기억이 있네요. 메가스터디에 접속할 때마다 D-n의 n이 줄어드는 것을 바라보면서요. 옛날 드라마 중 《선덕 여왕》이라는 드라마가 있지요. 마지막에 '비담'은 '선덕 여왕 (덕만)'에게 다가가기 위해 적을 물리치면서 한 마디씩 합니다. '덕만까지 30보... 덕만까지 10보...' 아마 저도 계속 그랬던 것 같습니다. '수능까지 30일... 수능까지 10일...'

 선생님들도 아마 이런 상황에서 피가 말라가리라 생각합니다. 언젠가부터 우울함이 일상이 되었는데, 그러한 저도 수험 기간을 어떻게 버텨내긴 했네요. 처음 목표달성 장학생에 지원할 때 썼던 수기에 간단하게 언급하기도 했는데, 그때 구상해 놓은 네 가지 말을 중심으로 이번 칼럼을 전개해 나가려고 합니다. 아울러 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적용 가능한 이야기가 여러 개 생각나서 활용할 것입니다. 

1. 선택과 집중, 의외로 중요하다

 먼저 말씀드리면, 평소의 저는 '선택과 집중'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완벽하게 해 내는 것이 좋겠지요. 만약 한 과목에서 100점을 받으면 1등급컷이 90점이든, 84점이든,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이런 것이 쉬운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분들은 딱히 멘탈이 무너질 일이 없을 듯하긴 합니다. 하지만, 다수의 수험생들은 이렇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수능이 한 달 남았을 때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1.1. 완벽한 인간은 없다

 유치한 질문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성장'이란 무엇일까요?

 흔히들, 성장은 꿈 속의 자신과 현실의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채고, 현실과 타협하는 과정이라고들 합니다. 조금 이른 때였다면, 저는 선생님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이상주의적인 말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수능은 한 달밖에 남지 않았고, 무슨 일이든 다 꿈꾼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지금에 와서는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더 이상적인 말을 하고자 합니다. 완벽하게 모든 것을 잘할 수가 없다는 것을 직시해야 할 때가 다가왔습니다. 이 사실을 누가 모르겠습니까만, 막상 시험이 다가오면 이런 생각이 괴로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모든 것을 해 낼 수 있다는 마음의 목소리가 더 선생님들을 절망에 빠뜨린다고 생각합니다. 상상 속에서는 완벽한데, 그에 못 미치는 현실을 바라볼 때만큼 힘들 때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데미안』에서는 자기에게 의미 있고, 자기가 가져야 하는 것을 바라는 나방이 믿을 수 없는 일을 이루어낸다는 데미안의 말이 있습니다.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이 들려주는 동화에서도 이 이야기는 반복됩니다. 별과 사랑에 빠진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그 청년은 별과 안아보고 싶다는 이룰 수 없는 소망을 꿈꾸며, 거기에서 고통을 느끼고 자신을 개선시킬 이유를 찾아냅니다. 결국 그는 별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별을 향해 몸을 던집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는 그 소망을 믿지 못하였고, 결국 떨어지게 됩니다. 저는 선생님들께서 이 동화를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자신이 이룰 수 있을지 본인조차 의심스러운 목표를 세우면 안 됩니다. 적어도 자신은 믿을 수 있는 목표를 세우세요. 그러면 그 소망이 아무리 별이라도, 날아올라 결국 그 별과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쯤 되면 선생님들께서는 실전 모의고사를 많이 풀어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때쯤 킬링캠프를 풀고 복습을 했던 기억이 있으니까요. 그때 제가 그랬듯, 선생님들께서도 모의고사를 보고 과목 불문하고 절망적인 성적을 받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좋게 나오는 과목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절대적인 것 말고, 상대적으로요.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국어가 40점, 수학이 30점, 영어가 20점인 한 학생을 생각해 봅시다. 이 학생에게 '좋게 나오는 과목'은 국어입니다. 그렇다면 이 학생은 '국어'가 상대적으로 강점입니다. 이럴 때, 제가 생각하는 이 학생의 공부법은 국어를 '유지'해 두고, 나머지 과목을 '올리는' 겁니다. 이때, 보통은 국어에 쓸 시간을 빼서 영어에 투자할 것입니다. 그럼 영어가 30점으로 오르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만일 이렇게 하면 이 학생의 국어 성적은 30점이 되어 전체 평균은 30점으로 동일할 것입니다. 너무 극단적인 예시였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충분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2. 이제는 선택해야 할 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제가 직접 경험한 바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능이 아니라 내신에서 있었던 일이라 완벽한 일대일대응은 아닙니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제 내신 성적 그래프는 오른쪽으로 치우쳐진 체크모양 그래프입니다. 1학년 1학기에 영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수학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습의 90%를 수학에 썼습니다. 친구들이 이과인 줄 알겠다고 농담할 정도로 저는 자습 시간에도 수학을 공부했습니다. 과제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수학만 공부했을 정도로요. 학창 시절에 수학을 학업우수상에 새겨보는 게 꿈일 정도였지요. 그래서 결과는 어땠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말 그대로 수학만 공부했는데도 수학 성적은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믿었던 영어 성적이 떨어졌습니다. 이것 때문에 제 그래프가 '오른쪽으로 치우쳐진 체크 모양' 그래프가 된 것입니다. 2학년 2학기까지 그래프가 친구 말처럼 '미분가능'이었지요. 제 고등학교는 외국어고등학교여서 영어가 7단위였기 때문에 일어난 참사였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중요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학이 3단위, 제2외국어가 5단위, 영어가 7단위인 학교에서 수학을 공부하기 위해 나머지 과목을 '던져놓으면' 안 되는 것이었지요. 수능은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참여합니다. 상위권에서는 한 문제를 틀려도 등급이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때, 확실하다며 던져놓은 과목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선택'의 의미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선택'은 '유지해야 할 과목'의 선택입니다. 그리고, 최소 확보 시간의 선택입니다. '선택'은 매우 가치 있는 일입니다. 이것이 공부를 하지 않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부정적인 '선택', 즉 '어떤 과목을 버리자.'나 '어떤 과목은 완벽하니까 놓아버리자.'가 아닌, 긍정적인 선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목은 조금 더 나으니까 하루에 2시간 정도로 줄여볼까?' '이 과목은 많이 부족하니까 하루에 5시간 정도는 꼭 해야겠다.' 이런 식이지요. 그리고 단호하게 시간이 되면 끊을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더 잡고 있어도 안 풀릴 문제는 안 풀리고, 다른 과목을 하다가 오면 그 문제가 풀릴 수도 있습니다. 수능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디지털 당근'을 주는 것이 두려우시다면, '좋아하는 과목 당근'을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채찍)을 5시간 정확하게 공부하고, 안 풀린 문제가 있었지만, 미련을 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세계사(당근)를 펴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소 시간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남은 시간에 수학 문제를 더 풀면 됩니다. 이 방법은 제가 지금 대학교에 와서 쓰고 있는 방법입니다. 저도 이것을 고등학교 때 했으면 마지막을 알차게 쓸 수 있었을 것 같네요.

2. 저기 저 나무까지만 걸어가자

 2학년 2학기의 '미분가능' 그래프를 보면서 저는 많이 고민했습니다. '내 꿈이 많이 컸던 건 아닌가, 내가 얼마만큼 더 잘해야 이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까, 정말 정시 공부를 지금부터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은 내신을 보면서, 수시를 하면서 드는 학생이 많고, 그만큼 제가 고민했던 시기에 정시로 전환한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시작한 건 결과가 어떻든 꼭 끝을 보고 싶은 저는 한 번 제가 생각한대로 해 보았습니다. 그냥 가까운 곳에 목적지 하나만 잡아놓고, 거기까지만 가는 방식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읽은 원서는 『A Long Walk to Water』라는 책입니다. 수단 내전을 그린 책이지요. 그러나 저는 이 책에서 삶에 대한 자세를 발견했고, 그 자세가 나온 장면은 선생님들께도 중요한 장면일 것입니다. 그 장면은 사막을 건너가다가 지친 주인공에게 주인공의 삼촌이 하는 말입니다. '저기 저 나무 보이지? 저기까지만 걸어가는 거야. 할 수 있겠지?' 그리고, 그 나무에 도착하자 삼촌은 한 번 더 말합니다. '이번에는 저기 저 바위 보이지? 저기까지만 걸어가는 거야. 할 수 있겠지?' 바위까지 간 주인공에게 삼촌은 말합니다. 다음부터는 예상하실 수 있겠지요. 이게 수능까지 남은 선생님들이 가져야 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2.1. 하루치 희망
 
 제가 수능이 끝나고 썼던 어떤 글의 제목입니다. 그 글을 조금 인용해 보겠습니다.

하루하루 고3이라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D-n, 점점 줄어드는 숫자를 보며 나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 날짜들 속에 하루하루만 보내는 나 자신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대로라면 16년을 더 산대도 16일을 사는 것 같겠구나. 대표적인 상황은 수능 2주전부터였다. 수능을 2주 앞두고 학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나는 집에 틀어박혀서 하루하루 똑같은 삶을 영위했다. (...) 같은 날이 반복되었다. 분명히 봤던 것 같은, 달라진 것은 식사 메뉴와 라디오 뉴스 내용 밖에 없는 나날들이었다. 

 하루가 똑같고, 그 하루마저 빨리 지나가는 경우에는 정말 우울합니다. '오늘은 한 일이 없는데, 왜 하루가 벌써 갔지?'라는 생각에, 오늘을 되돌아보면 공부한 게 거의 없어보입니다. 분명히 9시간을 앉아서 무엇인가를 계속 읽긴 했는데, 아무것도 머리에는 남는 것이 없고. 이해합니다. 지금 저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니까요.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오늘 '하루만' 살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하루'를 살았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같은 글에서 한 번 더 인용해 보겠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희망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같다. 그 '하루치 희망'은. 그게 사람이든, 사물이든, 사람이 힘들 때, 사람이 살아갈 수 있게, 그냥 하루만이라도 살아있게 만드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있었다.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그래서 그 존재를 위해서는 내가 오늘 하루를 살아야겠다는, 그런 존재가 나에게도 있었다.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것 같았을 때, 나에게는 그런 존재가 있었다. 나는 그것을 '하루치 희망'이라 표현했고, 정말 하루하루만을 살아나가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힘들 때 기댈 존재는 있어야 한다.

 저는 하루하루가 모여서 한 주가 되고, 그 한 주 한 주가 모여서 한 달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선생님들은 '흘려버린' 오늘 하루를 보며 안타까워 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역사는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명제가 언제나 성립한다고 봅니다. 선생님들에게도 마찬가지이지요. 무언가를 위해서 오늘 하루를 살아갔고, 그게 무엇이든 어쨌거나 내일도 그래서 살아야 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합니다. 오늘 밤에 운석이 떨어지거나, 제가 항상 걱정했던 것처럼 심장이 멈추지 않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명대사처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요. 자, 그럼 내일도 그 '하루치 희망'을 위하여 살아가 봅시다!

2.2. 한 번에 하나씩만

 이번에는 하루하루가 아니라, '한 번 한 번'의 가치를 말해보려고 합니다. 한 번에 큰 성과를 이루려고 하지 말고, 점진적인 발전을 추구하라는 것이지요. '이번 모의고사에서는 정말 열심히 해서 만점 받아야지!'가 아니라, '모의고사 한 번에 10점씩만 올려야지!'의 마음가짐으로 말이죠. 6번만 반복하면 60점 상승이랍니다. 같은 맥락에서 n회독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하고 싶네요. 1회독을 할 때 완벽하게 이해하면서 하려는 강박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약간 그런 면이 있는데, 그러면 시간이 꼭 부족하답니다. 1회독을 하면서 60%만 이해하는 것보다, 6회독을 해서 90% 이상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저도 잘 안 믿었습니다. 처음에 읽을 때 완벽하지 않으면 못 넘어갔으니까요. 그러다가 지난 학기에 『로미오와 줄리엣』 시험을 보았습니다. 주어진 부분의 행 수를 세 보니 불안하더군요. '어디서 시험이 나올지도 모르는데 이걸 언제 다 외우지?' 그래서 저는 시험 범위를 6회독했습니다. 외워지지 않으면 표시만 해 주고 넘어갔어요. 그러다 '로미오가 여섯 번째로 죽을 때쯤' 되니까 어느 부분이 나오면 다음에 나오는 대사와 맥락이 다 기억이 나더군요. 그때 알았습니다. 생각을 하면서 회독 수를 늘려가야 합니다. 특히 수능처럼 암기가 중요한 시험은 더욱 그런 면이 있지요.

 처음에는 당연히 힘들 것입니다. 슬럼프가 오면 더욱 힘들 것입니다. 머리에서는 정보가 충돌하고, 내가 읽고 있는 게 글자인지, 글인지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할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장벽'입니다. 지금 제가 듣고 있는 한 수업의 교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일단 읽으세요.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그 장벽을 넘어설 때까지 읽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오랜 세월을 공부해 왔는데 그걸 순식간에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되지요.' 최근에 강의 때문에 플라톤을 읽고 있는데, 선생님들의 상황에 해당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서 가져와 보겠습니다. 동굴에 앉아 있는 죄수들은 그림자를 보면서 그것이 진실이라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어느 날 한 죄수가 풀려납니다. 그 죄수는 불을 마주 보게 되고, 굉장히 눈부실 것입니다. 그리고 점차 동굴 밖으로 나가며 눈이 부시지만, 점차 진실로 존재하는 것을 알아갑니다. 이 '눈이 부신' 것을 참아야 합니다. 한 순간에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눈이 부시더라도, 바로 태양을 볼 수는 없는 것처럼, 처음에는 물에 비친 것을 보는 것만을 목표로 삼으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태양(플라톤에 있어서, 근원)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되겠지요.

3. 'Deserve'에 집착하지 말자

3.1. 'Deserve', 자기파괴적 유혹

 'Deserve'는 수험 생활 최고의 맹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파괴를 하는데 이만한 수단이 없습니다. 보통 '이런 성과를 누릴 자격이 있나?' 혹은 '이렇게 성과를 바라도 될까?' 등의 욕망인데, 고등학교 때부터 이런 관념에 물들어 살던 제가 쓰던 말입니다. 딱히 한국어로 '자격' 등으로 번역하면 제가 생각하는 의미가 살지 않아서 항상 'Deserve'라고 말하고 다녔지요.

 'Deserve'가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나를 단련하는 것이 그것이지요. '지금이면 충분해. 이 정도면 됐어.'라며 다른 유혹에 빠지는 길을 차단할 수 있지요. 아직 그 '행복'을 누리기에는 멀었으니까요.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Deserve'는 결코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거기에 압도당하게 되지요. 예를 들어,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가장 신기했던 공부법은 일명 '고승덕 변호사 공부법'이었습니다. 하루에 17시간을 공부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는 아무리 시간을 확보해도 17시간을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순공 시간을 열심히 체크해 보아도 10시간을 넘기는 것이 고역이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그럴 때마다 절망했습니다. '아, 오늘은 5시간밖에 못했어... 17시간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뭘까...' 이런 생각을 할수록 점점 공부가 힘들어집니다. 일단은 'Luck'이든 'Deserve'든 신경쓰지 말고 공부해 보세요. 결과가 나온 다음에 과정을 생각해 보면 되니까요.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결과는 과정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결과가 나온 다음에 자신의 'Deserve'를 평가하든지 하세요. 한 달(혹은 두 달)만 평가를 미루어보면 되잖아요?

3.2. 인간은 세계를 형성한다

 3월 칼럼에 처음 선생님들을 뵈었을 때, 올바른 목표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시작했지요. 그때는 짧게 말했던 것 같아 여기에서 조금 더 강조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옳은 목표는 '내가 주인이 되는 목표'입니다. 남이 주인이 되는 목표는 이런 것입니다. '저 친구보다 좋은 결과'(강조점이 '저 친구'이지요?), '저 사람이 원하는 결과'(강조점이 '저 사람'이지요?), '사회에 자랑스러운 결과'(강조점이 '사회'이지요?)... 사실 저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Deserve'에 집착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모든 사람의 모든 행동은 '인정 욕구'에서 비롯한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 인정의 강조점이 '자신'에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인용했던 제 글에서 한 번 더 인용해 보고자 합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남들이 고3이라 치열한 하루를 살 때, 꿈을 꾸며 살 줄 알았다. 낭만주의, 센티멘털리즘. 항상 그런 것에 사는 여유로운 사람일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고등학교 3년을 지나며 깨닫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은 '나' 안에 없었다. 오로지 성공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의 시선, 그런 것으로 보인다. 룸펜으로 살 수는 없으니. 늙어가면서도 도서관에 드나드는 룸펜이 되고 싶었지만, 정말 그렇게 살면서 룸펜으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남들을 위해서는 성공이 필요했고, 성공을 위해서는 성적이 필요했으며, 성적을 위해서는 나의 모든 것을 희생해야 했다. 낭만주의, 센티멘털리즘. 그런 거 신경쓸 여유가 없는 사회 아닌가.

 문학을 하는 사람을 꿈꾸며, 저는 자연스럽게 '룸펜'을 꿈꾼 적이 있었습니다. '룸펜'은 실업자를 뜻합니다. 그러나, 저와 교류하던 사람들이 쓰던 맥락에서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크게 말하면, '인텔리이지만, 사회가 알아주지 않은 사람, 그래서 자신이 직접 사회를 등진 사람'을 뜻했지요. 하지만 위에서도 밝혔듯, 정말로 그런 사람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현실을 직시해야 했지요.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저를 버려가며, 사회의 눈치를 보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돌에게는 세계가 없고, 인간은 세계를 형성하며 산다.'라고 말했습니다. 돌은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지만, 인간은 자신에게 규정지어진 것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 역시 우리는 '자유롭도록 선고받았다.'라고 표현합니다. 우리는 우리 인생을 직접 설계해 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이데거는 약간 부정하긴 하지만) 실존철학 두 사람이 모두 주장한 것은 인간이 자신의 목표를 다른 존재에 구애받지 않고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사회가 원하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혹은 동경하는 목표를 만들어 놓고, 그것이 나의 것이라 거짓말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요? 언제나 자신이 중심이 되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옛날 친구 중에 세상의 모든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친구가 부러웠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고, 그것에 다가가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누구나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쫓을 '자유'가 있습니다. 물론 그것은 선고된 것이지요. 불안하기도 합니다. 특히 그것이 사회와 반대되는 방향이면 더더욱이요. 하지만 어떻습니까. 우린 돌이 아닌데.

4. 우리는 인간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마지막이지만 제일 중요한 말씀은, '우리는 인간이다.'라는 것입니다. 가장 강조해야 하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가 칼럼에서 한 문장만 남기고 다 지우라고 한다면 유일하게 남기고 싶은 문장이기도 합니다.

4.1. 인간의 상품화

 저는 제 고등학교 3학년 때 제일 실수한 것은 저를 '상품'으로 생각하는 습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더 나은 '품질'의 것을 고르는 것이고, 저는 그 더 나은 '품질'을 위해 나아가는 것에 하루하루를 바쳤습니다. 조금만 나를 '상품'으로 보자.
 
 그러나 제 마음 속에서는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상품'이 아니니까요. 저는 '인간'이니까요. 자, 그럼 내가 인간임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제가 선택했던 방법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예상하실 수 있겠지만 제 MBTI는 INFP입니다.)

4.2. 일기 쓰기

 '일기? 뜬금없네. INFP답네.'라고 생각하실 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일기는 '2022년 10월 17일. 오늘은 뭐를 했다. 언제쯤 수능이 오지? 힘들다. 끝!' 이런 게 아닙니다. 그것보다 훨씬 더 비장한 것입니다. 제목에서부터 너무 삭막하면 안 읽으실 것 같아서 '일기'로 순화해 놓았는데, 저는 이것을 '마지막 편지'라고 부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위에서 '하루치 희망'에 관하여 설명했지요? '무언가를 위해서 오늘 하루를 살아갔고, 그게 무엇이든 어쨌거나 내일도 그래서 살아야 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었는데, 실제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이런 것을 잊고 살아가기 쉽습니다. 인간은 생각보다 단순해서, 자신 앞에 직접 주어진 게 아니면 잊어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럼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는 그것을 계속 자신의 눈 앞에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항상 걱정하던 것은, '내가 과로사하면 어떻게 할까?'라는 근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 내가 지금 말하고 싶었던 것. 이것을 다시는 말할 수 없게 되리라 생각하니 허무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항상 '마지막 편지'를 썼습니다. 오늘은 후회 없이 살았는가. 후회스럽다면 어느 면에서? 또,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꼭 해야 하는 말은 무엇일까 등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걱정 마십시오. 내일 태양은 또 떠오르고, 우리는 또 공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꼭 매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 마음이 움직였을 때, 그때마다 하는 것이 의무감도 없고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Tip. 그날 공부한 걸 활용해서 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제가 썼던 한 일기를 생각해보면, 그날은 아마 수능완성을 풀었던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청준 작가의 「소문의 벽」을 읽고 나서 쓴 일기였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지식인상, 내가 왜 지식인이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왜 그것이 되기를 불안해하나. 그리고 나는 결국 「파수꾼」의 파수꾼 다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인가.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4.3. 60년 후의 내가 쓰는 편지

 이건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쓴 것은 아니고, 수능 이틀 전에 학교 출석인정 과제로 한 선생님께서 내 주셨던 과제입니다. 그러면 지금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자기가 원하던 내가 쓴다는 점에서 내가 생각하는 미래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본인을 토닥여 줄 수 있고, 수능 며칠 전 하면 마음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썼던 것을 바탕으로 이 섹션을 끝내 보도록 하지요.

그냥, 살아. 네가 좋아하는 소설 있잖아. 김승옥의 <차나 한잔>. 그렇게 살아. 그냥 나중에 너의 인생을 돌아보면, 그냥, '우연하게' 부딪쳐왔다고 느낄 거야. '어지간하게 열심히 사는 척 하는' 사람들도, 결국은 '보리밥만 먹는 신세'고. 소설 잘 읽는 애가 왜 그런 거는 자기화하지 않으려고 그러니. 그냥, 살아. 내일만 보고. 오늘 하루만. 계속 그렇게 살다보면. 너도 뭔가 이루는게 있을 거야.

4.4. 나를 잊는 시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입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저희 고등학교는 노을이 멋졌습니다. 저만 나와서 보는 게 아니라 수능이 다가오고 있어서 그런지 학생들도 많이 나와서 구경하고, 그랬습니다.
 노을이라는 것은 '하루끝'이지요. 그래서 무엇인가 더 슬픈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지요. 비가 오지 않는 날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학교에서, 비가 오지 않는 저녁 18시 30분. 저는 저녁을 어떻게든 그 시간까지 끝내고 운동장으로 걸어갑니다. 운동장 가장자리를 따라 걷다가 천천히 제가 항상 앉는 벤치에 가서 앉습니다. 저에게는 MP3와 책 한 권이 있습니다. 벤치에 가서, 상당히 분리된 동작으로, 멈추고, 앉습니다. 보통 그러면 18시 40분 정도 됩니다. 그리고는 노래를 틀고, 책을 펼칩니다. 책은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됩니다. 노을을 보면서, 그냥 아무 생각을 하지 말아 보세요. 그런 후, 19시에 있는 야간자율학습을 위해 항상 '정확하게' 18시 50분에 일어납니다. 그 동안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요. 나는 학생이 아니고, 나는 며칠 후에 수능인 사람이 아니며. 아무 고민 없는 그냥 사람이다. 그냥 그런 '무용한' 시간을 잠시만이라도 가져보세요.

 노래 추천


Silje Vige - Adle e aleina. 노르웨이 노래입니다. 노르웨이의 날씨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구슬픕니다. 저녁에 노을을 보며 듣기 좋습니다. 저는 그 가사를 적어놓은 쪽지를 품에 지니고 다니며, '나를 잊는 시간'에는 그것을 꺼내 읽으며 노래를 듣곤 했습니다.


5. 자기기만을 넘어서

 아까도 말했지만, 다른 사람과 다른, 자신만의 목표를 설정하려면 불안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자기 안으로 도피하겠지요. 그러면서 말할 것입니다. '나는 저럴 수 있었는데, 무엇 때문에 하지 못했어.' 그것을 사르트르는 '자기기만'이라고 말합니다. 그 행동만은 피하세요. 그냥, 우리는 두려운 겁니다. 그리고, 두려운 것은 잘못하는 게 아닙니다. 두려운 게 맞는 것이고, 저도 지금 두렵습니다. 우리 앞에는 정해진 길이 없고, 우리는 그 길을 걸어가고 있으며, 하루하루 그 길을 만들어가고 있으니까요. 자, 그럼 오늘도 '본인만의' 목표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선생님들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세 줄 요약

1. 우리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내가 더 해야 하고, 유지해야 할 것을 선택하세요.
2. 한 번에 하나씩만, 할 수 있는 목표만, 하루하루만 살아가야 합니다.
3. 내가 '자격이 있는가'는 지금 생각하지 맙시다. 우리는 우리가 중심이 되는 '인간'이니까요. 잊지 맙시다.

 처음에는 유쾌하게 쓰다가 가면서 약간 말이 무거워졌네요. 그래도 이번의 주제가 선생님들께 많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저도 이것을 쓰면서 여러 개 지금의 삶에서 수정해 나가는 부분이 있네요. 그리고 본의 아니게 제가 현재 공부하고 있는 분야들의 지식도 많이 적용된 것 같습니다. 이번 달 칼럼도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달에도 즐거운, 유익한 내용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여덟 번째 즐거운 편지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10월 17일,

진심을 담아,

이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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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강 멘토

  • ○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22학번
  • ○ 인문계열 / 수시전형
  • ○ 메가스터디 18기 목표달성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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