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8기 목표달성 장학생,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양기서입니다.

주말에 시험이 끝나,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저번 수능 친 지 정말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이 훌쩍 지나 2023 수능을 17일 가량 앞두고 있습니다. 정말 코앞이네요. 큰 시험을 앞두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실 텐데, 끝까지 힘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질문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최대한 답변 드리도록 할게요. 공부 고민도 괜찮고, 지금 드는 생각을 말씀해주셔도 괜찮아요. 한 사람으로, 한 가지 케이스로 경험한 수능이기에 모든 말에 도움이 되는 답변을 해 드리긴 어려워도, 최대한 저의 경험을 살려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수능의 공기가 느껴질 때'. 이 제목으로 다음 칼럼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9월 말 즈음,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밤공기가 확 차가워진 때였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나오는데,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같은 시간대의 어제보다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왠지 모를 떨림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동시에 작년 이맘때, 수능을 준비하며 마음 졸이던 기억과 그때의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수능이 한 달 정도 남았을 때 모의고사를 풀고 때론 기분 좋게, 때론 우울하게 추워진 밤길을 걸어오던 기억, 가을 분위기와 낙엽에 '곧 있으면 수능인가'라고 생각하며 괜히 더 센치해지고 기분이 왔다갔다 하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리고 수능 전날, 독서실에서 공부를 끝내고 나와 어두워진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내일 이 하늘을 볼 땐 수능이 끝나 있겠구나' 생각하던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수능 보는 것도 아닌데, 마치 작년으로 돌아간 것처럼 떨고 있는 저를 보면서, '수능이 정말 큰 시험이긴 했구나', '내가 정말 진심으로, 모든 걸 수능에 쏟았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수능은 삶을 놓고 봐도 꽤나 강렬한 경험이었던 듯합니다. 시험의 크기뿐 아니라, 그걸 위해 노력하고 모든 걸 공부에 쏟는 경험이 흔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1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저에게 여전히 10월과 11월, 가을은  '수능의 계절'이고, 가을의 차가워진 공기는 '수능의 공기'인 것 같습니다. 

동기들과 얘기할 때에도, 날씨가 추워지니 면접 생각 나서 떨린다, 수능 때 생각난다, 말하는 경우가 꽤 있고, 수능이 다가오니까 수능 관련된 썰, 경험도 많이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직 스무 살, 스물 한 살 정도의 사람들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수능은 여러모로 큰 경험으로 기억되는 것 같네요. 

여러분은 지금 이 시기, 2022년 가을을 어떻게 기억하고 싶나요? 각자 1년 가량 써온 이야기의 후반부를 어떻게 쓰고 싶으신가요? 17일 가량 수능이 남은 지금, 어떤 결말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이야기로 따지면 가장 핵심적이고 두근두근하는, 흥미로운 파트가 지금일 거예요. 어쩌면 완전한 결말보다 중요한 시기일 수 있을 거예요. 이 부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말이 조금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17일 정도 남은 지금, 수능을 내 삶의 아름다운 한 페이지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에게 꼭 필요한 공부를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각자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어떤 결말을 맺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내년 이맘때 이때를 어떻게 추억하고 있을지 상상해보면서, 동기부여도 하고 의욕적으로 마무리 잘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이 시기 사람마다 필요한 공부는 다르고, 마무리하는 방식도 각자 성적이나 상황, 체력에 따라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엔 어쩌면 공부 조언보다도 마인드, 멘탈에 대한 조언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 시기에 마무리 공부했던 방식은 뒷부분에서 다룰 것이니 참고해주시고, 이 부분에서는 수능 공부의 끝을 달리며 멘탈이 나가거나 힘들어하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작은 조언들을 해보려 합니다.

저는 멘탈이 강한 편이 아니었고, 스스로 불안과 스트레스를 통제하는 방법을 그렇게 잘 알고 수험생활을 보내지도 못했습니다. 항상 잘하고 싶었고, 더 나아지고 싶었고, 잘 못하거나 집중이 안 될 때면 스스로를 다그치고, 갉아먹기도 했던 것 같아요. 

저 스스로 공부의 기준을 높게 세우고,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면 심하게 불안해하고, 자조하면서 우울해 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수능이 가까워진 작년 이맘때 즈음엔, 독서실 1인실 좁은 공간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자주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어요. 수험생활을 시작할 때에는 이때쯤 되면 계획했던 공부를 다 하고, 준비가 좀 된 상태로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겠지? 했는데, 모든 공부가 그렇듯 마지막에 완벽히 준비되었단 느낌을 받기 어려웠고, 수험생활의 시간이 쌓이고 나서야 보이는 아쉬운 점이 분명히 있었어요. 처음 겪는 수험생활이 완벽하게, 계획대로 굴러갈 수 없는 게 당연하지만, 그때의 저는 그런 이성적인 생각보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 무작정 솟아나는 불안이 앞서 있는 상태였고,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라는 뒤늦은 후회로 불안을 더 키우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후회는 또 다른 불안으로 연결되었고, 불안으로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쓰지 못하면 또 거기에서 불안을 느끼면서, 저 스스로 불안을 더 키워내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또 수험생활 막바지에 다다라, 모의고사를 많이 풀고 오답을 하면서, 어이없는 실수로 문제를 틀릴 때마다, 또 내가 느끼는 난이도와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말하는 실모의 난이도가 차이가 있을 때마다, 문제 하나하나에 쓸데없이 의미부여를 하기도 하고, '이것만은 꼭 다 맞아야 해' 라는 생각으로 일종의 강박관념을 가지기도 했어요.

물론 공부의 기준을 엄격하게 세우고 저 자신의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했기에 제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면도 분명히 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렇게까지 나를 갉아먹어야 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좀 더 나의 내면을 보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내면에서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했었더라면, 건강한 멘탈과 원하던 결과를 모두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수능이 18일 정도 남은 지금 시점에 모의고사 풀기, 부족한 점 보완하기만큼 중요한 건 '끝까지 나를 지켜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수험 기간 많이 불안해했고, 멘탈이 흔들리는 경우도 많았지만, 마지막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건 결국 나 자신을 잘 다독여 끝까지 이끌어갔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저의 경험으로부터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태도는 2가지 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이나 나의 생각, 공부의 문제점 등을 글로 써본다면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막연한 불안감과 우울감을 느낀다면, 내가 왜 그런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글로 써본다면 훨씬 생각이 정리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만의 고민과 생각은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하는 거고, 머릿속에서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내 눈으로 확인하고 정리할 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감정적인 것뿐 아니라, 공부에 있어서도, 그날그날 공부에서 어떤 점은 잘했고, 어떤 면에서는 부족했는지 한 번 써본다면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부족한 점을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의고사를 풀었을 때, 시간 관리, 계산, 멘탈 관리, 개념 적용, 응용 등의 측면을 나누어 메모를 해본다면 그게 쌓여 데이터가 되고, 나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하는 지표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시기일 거고, 매우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공부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부터, 내가 향하고 있는 이 목표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일까? 하는 고민들, 내가 너무 높은 목표를 잡아놓은 건 아닐까? 하는 걱정들... 여러 가지 생각이 가득한 10월 말, 11월 초일텐데요. 냉정하게 말하면, 이 모든 고민을 해결하고 정말 완벽하게 맞는 목표를 새로 설정하고 수정하기엔 남은 시간은 상당히 짧습니다. 계획했던 것들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제한된 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좋은 마무리일 거라 생각해요. 뭔가 새로운 걸 더 찾아서 하려 하거나, 위험부담이 있는 결정들을 새로 하기엔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좋은 마무리'란 거창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이라고 뭔가 대단한 클라이맥스를 만드는 것보단, 그동안 해왔던 대로 공부 패턴을 잘 유지하고, 매일 규칙적인 공부와 일상 속에서 보완할 점, 고칠 점을 찾아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게 최고의 마무리라고 생각해요. 복잡한 생각은 잠깐 내려놓고, 일단 당장 앞에 놓인 큰 시험을 위해 매일매일을 살아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 한 강의에서 행정고시 합격생 초청 강연을 들었는데요, 그때 그분이 수험생의 입장에서 해 주신 말들이 의미가 있는 것 같아 공유해보려 합니다. 

예전에 가수 양희은 님이 한 프로그램에서 삶의 모토를 이야기해주신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중 삶에서 '그러라 그래, 그럴 수 있지' 라는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한 생각이 수험생활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해요. 문제가 안 풀릴 때, 공부가 막막할 때, 잘 하던 부분에서 갑자기 실수가 생길 때, '그럴 수 있지'라는 약간은 초연한 마인드로 어려운 고비를 잘 넘어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의미부여하지 말고, 큰 틀과 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생기면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하면서, 마무리 잘 하시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제가 이때쯤 했던 공부 내용들을 짧게 적어보겠습니다. 사실 마무리하는 방식은 앞서 말했듯 사람마다 다르니, 구체적으로 궁금하신 게 있다면 댓글로 질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기출 마지막으로 다시 풀기 (2023 6,9 평 포함)

(2) 실수 노트 확인-영역, 유형별로 점검해보기.

(3) 최종적으로 정한 행동 강령대로 모의고사 풀어보기

(1) 막판 개념 점검: 마지막에 실모만 많이 풀다보면 중요한 개념을 잊거나 헷갈리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직접 정리한 개념 노트 또는 뉴런 등의 개념 교재를 정독하며 개념 리마인드하기

(2) 오답노트 점검: 어느 개념에서 많이 틀렸는지, 어떤 유형에 약한지 문제들 돌아보며 파악하고, 약점 위주로 재오답하기

(3) 최종적으로 정한 행동 강령대로 모의고사 풀어보기

(1) 듣기 연습+ 듣기 중 풀기 연습-듣기 중에 몇 문제를, 어떤 문제를 풀 건지 정하고 연습해보기.

(2) 점심시간 최대한 맞춰서 실모 풀기-수능날 점심 먹고 시험보는 간격이 의외로 길지 않고, 밥 먹고 듣기 중 집중력을 잃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시간 맞춰 문제 푸는 연습하기.

(1) 도표 풀이 연습-윤성훈 모의고사 등을 이용해서 다양한 유형의 도표 풀이법 최종 점검하기. 시간 타이트하게 잡고 연습하는 것을 추천함.

(2) 선지정리 정독-개념교재, 심화교재, 실모의 중요 문장, 선지를 정리한 노트를 정독하며 막판 점검하기.

(1)헷갈리는 영역 개념 정독-정법은 개념을 명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므로, 헷갈리는 영역의 개념 정독하기. (저의 경우는 김용택 선생님의 빵꾸노트로 마지막 정리를 했습니다.)

(2)인강 선생님들 조언 확인.-어떤 영역에서 주로 출제되고, 경향성이 어떤지 파악하는 게 정법에서 상당히 중요함.

수능완성 풀면서 지문, 문장, 사자성어 눈여겨 보기: 단어 하나하나를 새로 외우기보다, 지문, 문장, 표현을 아는 데에 집중하기

무리해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걸 하려 하지 말고, 패턴 유지하기.

수능 날 쉬는 시간에 어떤 지문, 어떤 내용으로 예열할 건지, 아침에 몇시에 가서 어떻게 준비하고 공부할 건지, 문제가 안 풀릴 때 어떻게 할 건지 과목별, 시간별로 정리해보기.

여기까지 달려온 여러분 모두 너무너무 수고하셨습니다. 일 년, 어쩌면 그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의 노력이 꼭 빛을 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