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18기 목표달성 장학생 김순수입니다. 수능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하다가, 수능날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미리 해 두어서 좋았던 기억이 떠올라 오늘은 작년 수능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 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겪었던 돌발상황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해 두시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D-1. 수험표로 보는 수능날의 운세

시험을 보는 학교의 위치, 시험지의 짝/홀 유형, 수험번호로 유추하는 교실 내 자리. 아마 수험표를 받으면서 복권번호를 대조해 보듯 이 세 가지를 유심히 보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랬는데, 세 가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확인했던 것은 이 중 학교의 위치였습니다. 사실 짝/홀 유형의 경우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선지가 바뀌는 문제 수도 그리 많지 않고, 바뀌더라도 별 타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또한 탐구영역의 경우 짝/홀 유형이 없기에 문제가 되지 않기도 합니다. 그리고 교실의 자리는 히터가 바람을 직접 쏘는 자리가 아니면 다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의 위치는 아침 이동하는 데 있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역 때의 경우 학교 기숙사에서 30정도 걸리는 거리의 학교에 가야 했기 때문에, 아침에 조금 부담이 되었기에 그랬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제가 받은 수험표 속 제 운세는 집의 바로 앞에 보이는 고등학교, 짝수형, 창가 자리 예상이었고, 보자마자 운이 따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독서실에서 짐 정리를 하고 저녁 9시에 침대에 누웠습니다.

하지만 이는 수능에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현역 때 수능을 잘 보지 못했던 것은 위의 세 가지 요소 때문이 아니라, 제 실력의 부족이었습니다. 학교의 위치는 단지 변명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결국 자신의 실력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괜히 위의 세 요소 때문에 수능을 못 볼 것 같다! 하는 불안감은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이에 집착하여 불안감을 키우는 것이 가장 큰 불운이니, 가볍게 넘기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D-DAY.

 평소대로 7시 기상을 하고, 도시락과 수험표가 든 가방을 들고 학교로 향했습니다. 옷은 항상 입고 공부했던 아디다스 체육복 + 얇은 패딩에 운동화였습니다. 익숙한 차림 그대로 독서실에서 공부하듯이 수험장에 가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핸드폰, 버즈 등 부정행위로 1년의 기억을 억울하게 망칠 수 있는 물건은 일체 들고 가지 않았습니다. 절대 전자기기는 들고도 가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수험생은 변수를 줄여나가는 것도 실력입니다. 학교에 도착해 7시 30분 정도가 되었고, 수험실의 제 책상을 찾아 공부할 때마다 정리했던 요점정리 노트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국어 문법을 정리하고, 나올 수 있는 문학 내용들을 보고 6월, 9월 모의평가의 주요 문제들을 복기하고 국어 전 예열지문을 읽었습니다. 이후 감독관님이 들어오셔서 반입금지 물품(ex. 휴대전화)을 수거하고 여러 주의사항을 안내하신 후, 종소리에 따라 국어 문제지와 OMR카드를 나눠주시고, 파본 검사를 했습니다. 파본 검사를 하며 제가 아는 문학지문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약간 편안한 마음으로 본령에 맞춰 언어와 매체 문제부터 풀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이런 사소한 포인트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더군요. 그런데 언어와 매체 문제가 난이도가 있어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쓰게 되었고, 살짝 당황했지만 평소 공부할 때에 이러한 점까지 생각하고 있었기에 ‘괜찮아’를 되뇌며 문학 파트를 풀기 위해 넘어갔습니다. 문학은 평소대로 보기 문제를 보고 보기를 기반으로 해석하며 풀었고, 무난하게 비문학 문제로 넘어갔습니다. 비문학 문제를 풀며 기존보다 지문의 길이가 짧다고 생각했고, 생각보다 추론을 원하는 문제들이 많아 이전과 기조가 다른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문제를 풀어나갔습니다. 생각보다 전체적인 비문학 문제들의 난이도가 높게 느껴졌고, 거의 모든 지문들의 <보기>문제의 답이 확실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80분은 쏜살같이 지나갔고, 이번 수능 국어영역의 등급 커트라인이 낮게 형성되겠다고 생각하며 국어시험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국어시험이 끝난 직후 한 친구가 “이번 국어 엄청 쉬운데? 커트라인 90점대 아냐?”라는 말을 크게 했고, 저는 사실 속으로 작게 웃었습니다.저렇게 크게 이야기하는 경우 대부분 다른 수험생들을 불안하게 만드려는 의도라고 생각하고 넘기시면 됩니다.

국어 영역이 끝나자마자 국어를 약간 못 본 것 같다는 생각과 불안감도 들었지만, 이미 끝난 시험에 매달리지 않고 앞으로 치를 수학 시험을 잘 보자는 생각으로 직접 만든 수학 요점 정리 노트를 꺼내 보았습니다. 이후 감독관님께서 수학 문제지와 OMR카드를 나눠주셨고, 파본 검사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통문항 객관식 마지막인 15번 문제를 보고 ‘특이하게 빈칸 넣기네?’ 하고 넘겼던 기억이 납니다. 수학(선택 미적분)은 개인적으로 무난하게 풀었고,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자신감을 얻고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 푼 문제들의 풀이 과정을 검산해보기 시작했고, 3개의 문제에서 계산과정에 오류가 있음을 발견하고 수정했습니다. 그렇게 남은 시간을 검산까지 완벽하게 했고, 100점을 확신하며 점심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종이 칸막이로 3면을 가린 뒤 밥을 먹는데, 국어에서 흔들렸던 멘탈이 수학 덕분에 다시 돌아왔기에 좀 편안하게 밥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점심 메뉴는 밥 + 소고기뭇국 + 멸치, 소세지 등 반찬이었습니다. 잘 챙겨가더라도 부담감에 많이 먹지 못할 가능성이 커서, 먹었을 때 부담되지 않고 편안한 메뉴를 챙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밥이 넘어가지 않더라도 밥은 꼭 드시길 바랍니다. 밥을 안 먹는다면 이후 시간에 집중이 안 돼서 힘들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운동장에 산책을 하며 앞으로 볼 시험들을 미리 생각하였습니다. 남은 과목들 모두 자신이 있었고, 그렇게 영어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영어는 파본 검사를 하며 문제 배점을 구경하기만 했습니다. 이후 본령 없이 듣기가 시작되고, 사설 모의고사를 풀 때와 거의 비슷하게 시험을 쳤고, 잘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탐구영역 요점 노트를 꺼냈습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 집중한 탓에 집중력의 한계와 가까워져 매 교시 쉬는 시간마다 한 알씩 먹었던 초콜릿을 두 알 먹으며 버텨보려 했습니다.

 제1 선택과목이었던 화학I 시험의 경우 시험을 보며 후반의 문제가 기존 형식과는 약간 다른 형태라 조금 계산하며 시간을 잡아먹었지만, 잘 본 것 같다는 생각과 종이 쳤습니다. 하지만 제2 선택과목이었던 생명과학I의 경우 매우 난해하다는 생각과 집중력 저하가 겹치며 생각보다 많은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수들이 연속되며 많은 시간을 날리게 되었고, 결국 생명과학의 킬러를 한 문제 찍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렇게 모든 과목 시험이 끝나고 학교에서 나올 때만 하더라도 ‘그냥 의대나 갔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만 했지, 솔직히 인서울 의대를 갈 만큼 잘 봤을거란 확신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경희대 의대에 왔고, 결국 목표를 이뤘습니다. 그렇기에 시험 중간에 자신의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 같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끝까지 열심히 한 문제라도 더 풀려고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했던 과목이 사실 자신의 생각보다 잘 봤을지도 모르잖아요?

 추가로 ‘수학에서 멘탈을 회복한 게 크지 않았나요?’ 하는 의문이 드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수학시간의 멘탈 회복이 도움이 되긴 했으나, 아마 국어시간 직후에 이미 멘탈이 나간 상황이었다면 수학에서도 무너져 100점도 아니고 멘탈도 완전히 박살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어려워서 멘탈이 나갈 것 같아도 일단은 ‘내가 어려우면 남들도 당연히 어렵다’라고 생각하고 버텨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험 원점수는 달라질 수 있어도, 백분위나 표준점수가 롤러코스터처럼 급변하지는 않습니다. 평소보다 원점수가 낮다는 느낌이 들어도 백분위나 표준점수는 반대로 높을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저 열심히 문제만 풀어가세요. 기세를 유지하고 시험을 치면 후련함과 함께 주인공이 되어 집에 갈 수 있을거라고 확신을 가지세요. 모두 공부하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수험생활 기간이 돌아가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여러분의 뒤에서 제가 응원할게요 모두들 수이팅!  

 수능 잘 보고 내년에 축제 많이 보러 다니세요! 제 기 받아가세요 :)

ps) 우현 수능 잘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