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능도 끝나고 어느덧 12월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우선 수능 치신 모든 수험생분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으신 분들도 있으실 거고, 조금 아쉬운 결과를 받으신 분들, 기대에 비해 너무나도 아쉬운 결과를 받게 된 분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여러분이 지금껏 해오신 노력은 가치가 있고 분명 언젠가 빛을 발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많이 고민을 했는데, 그냥 작년 이맘때쯤의 저를 떠올려보다가 이 시기에 저도 많은 고민과 걱정을 했었던 기억이 나서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제 상황에 대해 간단히 요약하자면, 저는 수시로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 그리고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에 지원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수능 전에 연세대학교 1차 합격 통보를 받아놓은 상태였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핸드폰을 받자마자 저는 고려대 1차 합격 발표를 떨리는 마음으로 확인했고, 합격한 것을 확인하고 수능장을 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수능 끝나고 가채점을 손으로 직접 해야 할지 메가스터디에 바로 입력해서 바로 점수를 마주해야 할지 수능보기전에 정말 많이 고민했었는데, 결국 어이없게도 그냥 차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수학 주관식 답만 확인하자! 하고 답지를 봤는데 확통 답 하나가 정확히 기억이 안나서 가채점표를 꺼내들고 그 상태로 그냥 모든 과목을 눈으로 채점했습니다. 그런 후 메가스터디에 입력해서 점수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대 약대 최저 4합 5가 있었기 때문에 우선 최저를 맞췄느냐가 가장 중요했는데, 다행히도 맞췄다는 사실에 우선은 안도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 모의고사를 보던 거랑 비슷하게, 조금 더 잘 본 과목도 있고 평소보다 조금 더 못 본 과목도 있고 뭐 그렇게 성적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수능이, 특히 국어가 어려웠어서 그런지 수능 직후 지원가능대학을 봤을 때 갈 수 있는 대학은 평소보다 조금 더 좋게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땐 수능 직후라 저런 걸 신뢰할 수가 없어서 안심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약간 저의 걱정과 고민이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인생이 참 쉬운 것이 없는게 분명히 수능 보기 전까지만 해도 “와아아앙 그냥 수능 개잘봐서 수시 면접 다 안가고 싶다!!!!”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근데 막상 적당히 잘보니까 이게 지금 수시 면접을 안가도 되는건지 ... “이걸 진짜 안간다고? 내가 3년동안 뼈를 갈아서 어떻게 붙은건데 이걸 안간다고? 이걸 안가도 돼??????” 라는 생각이 엄청나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능 직후에는 저런 합격예측이 정확한 게 아니기 때문에 더욱 더 의심이 되었습니다. 저거만 믿고 면접 안갔다가 나중에 막 수시로 쓴 곳도 못가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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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엄청난 고민에 대해서 해답을 내려줄 수 있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습니다. 다들 고민은 같이 해줄 수 있지만 결국 선택은 나의 몫이고 선택의 대한 책임도 오롯이 내가 져야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고민을 수시 원서 쓸 때도 했었는데, 바로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를 쓰냐 안쓰냐의 문제였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썼겠지만 하필이면 세개의 대학 모두 면접이 없어서 썼다가 수능을 잘 본다면 흔히 말하는 “수시 납치”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슬픈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담임쌤도 결정해줄 수 없고, 부모님은 제 선택에 맡기셨는데 미래에 대해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괜히 안썼다가 수능도 망하고 상향으로 쓴 카드도 다 떨어져버리면 강제재수라는 생각에 더욱 더 고민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 모의고사 성적으로 치면 안 쓰는게 맞았지만 저는 스스로를 믿지 못했습니다.

모의고사를 정말 잘봐도, 나는 한번도 내가 잘해서, 실력이 좋아서 잘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항상 운이 좋았어서 그래 이런 식으로 생각을 했고 사실 지금까지도 모의고사나 22학년도 수능 모두 운이 좋아서 잘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때 주변에 항상 부정적인 생각만 하는 저와는 달리 긍정적인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고, 부모님과 논의한 끝에 결국 저는 서,연,고, 이대 약대만 쓰게 되었습니다.  

다시 면접 얘기로 돌아와서, 담임 선생님이랑 얘기를 했는데 선생님이 우선 고려대학교는 안가도 될 것 같다고 하시고,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서 고대는 안가기로 조금 마음을 먹었습니다. (과를 조금 낮춰썼어서요!)

​문제는 연세대학교였습니다. 사실 저는 제가 연대 1차를 붙을지 정말정말 몰랐습니다. 그래서 더 귀하고 소중한 면접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행정학과는 낮춰 쓴 학과도 아니고 정말 가고 싶어서 (사실 상향으로) 쓴 카드였습니다. 그리고 고려대는 수능 이후 더 고민할 시간이 있었는데, 연세대는 바로 수능 주 일요일이 면접이여서 더 촉박했습니다.

​사실 토요일까지만 해도 면접 안갈 생각으로 미리 잡아놨던 면접 학원도 안갔는데, 가족들이 우선 주어진 거에는 최선을 다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하고 면접을 본다고 해서 무조건 붙는 것이 아닐 뿐더러 연대 행정이라면 납치(?)가 되어도 감사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아 면접을 보러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면접보러 간 걸 살짝쿵 후회했지만, 후회가 아닌 것 같기도 한게 저는 다시 저 상황으로 돌아가도 면접을 보러 갔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가서 면접을 끝내고, 학교에서 수능 끝난 고 3의 생활을 만끽하며 책 정리도 하고 잉여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수능 성적표 받기 전날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어디서 확통 1컷이 91이고 정법 1컷이 50이라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사실 확통은 6모 이후로 92 이상 맞아야 1일 거 같다고 스스로 생각해오고 그 이상으로 맞으려고 노력했어서 확통 같은 경우는 조금의 충격이였지만,

정법은 진짜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서 세게 통수를 맞은 기분이였습니다. 다행히 저는 50점이여서 예측 등급에 변화가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냥 혹시나 마킹실수를 했을까봐 갑자기 두려워져서 떨려서 수능성적표 받기 전날에 거의 잠을 못잤습니다.

그렇게 수능 성적표를 받으러 갔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소현아...” 이러면서 제 손을 붙잡으시길래 “아 망했나 아 뭐지 왜 왜왜왜오애ㅙ??????” 이랬는데

쌤이 '연세대 면접 못봤다고 말해줘... 못봤다고 어서 말해... 못봤다고 하라고...' 이러시면서 연세대 떨어지게 오늘부터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수시 합격자 발표가 나왔습니다.

결과는

연세대학교 예비

이화여자대학교 노예비

였습니다.

연대는 예비가 작년 기준으로 안빠질 거 같았습니다. (사실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때 이게 기분이 참 묘했던 게 정시로 서울대를 갈 수 있을 정도가 나와서, 분명히 연세대 떨어진 걸 기뻐해도 되는..? 기뻐해야 하는 상황이였는데 근데 이게 참... 막상 떨어지니 기분이... 참... 좋아할지 슬퍼해야 할지 오묘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 담임쌤은 떨어졌다 하니까 박수치는 이모티콘을 보내셨습니다 ㅎㅎ..

근데 이화여대는 진짜 되길 바랬어서 떨어지다니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습니다. 그 전날에 좀 찾아보다가 수시 점공을 보게 되었는데 지원자 대부분이 저를 능가하는 고스펙자들이 많아서 마음을 조금 비우긴 했지만, 그래도 막상 힘들게 최저까지 맞췄는데 예비도 없는 결과를 보니 많이 슬펐던 것 같습니다.

담임쌤도 제가 약대 지망하는 걸 진심으로 응원하고 쌤도 그렇게 되길 바라셨지만, 수시 상담할때도 일반고 극상위권 친구들이 많이 노리고 있으며 같은 고등학교에서도 어마어마한 친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솔직히 최저 4합 5만 맞추면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분명 수능 어렵다고 했는데어떻게 이렇게 많이 맞추나 싶기도 하고 3학년 생기부를 약대에 갈아넣은 것도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근데 그런 마음보다는 그냥 아쉬움과 미련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이대 약대는 저에게 과분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어머 그래.. 떨어지만 했네 아 내 내신이 막 높진 않지 그래... 생기부랑 자소서 질보다는 역시 내신이 우선인가보다...” 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원서영역 공부를 철저히 해서 제가 가진 성적으로 최대의 업적을 뽑아내는 것이였습니다. 근데 저는 정시로 갈 생각은 전혀전혀 없었어서 정말 정시알못...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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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저는 그냥 성적 나오면 대충 맞는 학교 찾아서 넣으면 되겠지..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정말 아니였습니다. 진짜 아니였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했고 며칠 밤낮을 잠 못들며 원서 작성 방법에 대해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근데 찾아보면 볼수록 더 불안해졌습니다.

“이러다가 재수하게 되는 거 아닌가? 정시도 다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컨설팅을 받아야 하나도 생각했지만 이미 유명한 곳은 다 예약이 차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열심히 공부해서 스스로 해보려고 했지만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너무 어려웠고 너무 막막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친오빠가 제 일을 본인 일처럼 챙겨주고 공부해줘서 둘이서 힘을 합쳐 영차영차 이곳저곳에서 정보를 얻고 공부했습니다.

첫단계가 표본 분석이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진짜 끔찍한 기억인 것 같습니다. 하면서도 “이렇게 까지 한다고?” 라는 생각과 함께 “이걸 해서 내가 유의미한 추론을 도출해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습니다. 솔직히 빵꾸날 학과를 찾는 건 바라지도 않았고, 그냥 제 성적에 맞게 갈 수 있길 바란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오빠가 대부분 도와주고 오빠가 시키는 것만 해서 잘 기억이 안나지만 엑셀 파일에다가 뭘 다 정리했던 것 같습니다)

계속 놀다가 이렇게 또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그리고 강제적인 일을 하니 더 힘들었고 왜 원서영역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시험기간 직전에 느꼈던 그 감정이 그대로 들었고 잠도 편하게 못자고, 일어나서도 계속 저걸 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2월달 결과발표까지 계속 덜덜 불안해할 생각을 하니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이 있는건지, 정말 고대 면접 그냥 갈걸 걍 수시로 갈걸 생각이 오조오만번 들고 아 차라리 연대 붙여줘 라는 생각과 아니야 그래도 이렇게 해서 서울대 가야지 이런 생각이 대립했던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러던 와중 꿈 같은 일이 생기고야 말았습니다.

수능 끝나고 폐인처럼 사느라 밤낮이 바뀌어서 맨날 오전 6-7시에 자서 오후 3-4시에 일어났는데

오빠가 이제 계속 표본 분석해야 하니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고 저를 오후 10시에 강제로 침침시켰습니다. 누웠는데 잠이 안왔지만 또 내일 아침 일찍부터 다시 엑셀 정리하고 그래야 하니까 억지로 자서 10시 30분쯤에 잠든 것 같습니다.

수능 끝나고 한달동안 12시 이전에 잔게 저날이 처음이였습니다.. 이것이 모든 사건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자다가 눈을 떴는데 너무 개운하길래 한 오전 6시쯤 된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폰을 볼까말까하면서 “보면 잠이 깨겠지? 그러면 또 표본 분석해야하는데.. 아 너무 싫은데 걍 다시 잘까” 이런 고민을 하다가 폰을 켰는데 새벽 1시 40분쯤이였습니다.

​폰으로 친구한테 온 문자를 확인하다가 갑자기... 이화여대 모시깽이 문자를 발견했습니다.

“엥.. 진짜 이거 보자마자.. 엥... 이거 뭐지.. 엥...이거 뭐지... 애ㅔㅇ;;..ㅁㄴ일ㄴㅁ ㅏㅣ;ㅓㄴㅁ ㅏㅣ머마니ㅓㅁ나ㅣㅓㅁㄴ” 이런 생각 밖에 안들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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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아까 말했듯 이대 약대는 저에게 과분한 곳이라는 체념을 했고 + 예비도 못받았기 땜에 이대 추합 발표 일정을 걍 확인을 안했습니다. 사실 확인하려했는데 입학처에 바로 안나오길래 귀찮아서 더 찾아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대 추합이 언젠지 정말 모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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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에서 합격하면 문자가 온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냥 막상 저걸 자다 깨서 보니 보이스피싱 같았습니다. 링크 누르면 사기 당할까봐 ㅋㅋㅋㅋㅋ “아니 어떡하지 이게 무슨일!!”하고 바로 입학처로 허겁지겁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들어가보니... 

합격... 

​바로 오빠를 깨우고 엄마아빠를 깨우고 새벽 1시에 온집안이 뒤집혔습니다. 아마도 제가 예비 순위였던 것 같고 전날 오후에 예비 조기발표를 한 것 같습니다.

그냥 가족 모두가... 이거 꿈 아니지... 꼬집어봐.. 꿈 아니지.... 이랬습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정시 넣으려고 표본분석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붙어버리다니.. 정말 꿈 같았습니다.

그냥 보자마자 하 실화? 진짜? 내가? 뭐 이런 당혹감 + 기쁨 + 놀람과 정시까지 안가도 된다는, 더이상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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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서울대에 대한 미련은 크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2월까지 불안해할 자신이 없었고 그리고 제가 진짜 배우고 싶어서, 가고 싶었던 곳은 이대 약대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정시로도 나군에 이대 약대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작년이 처음 뽑는 거였기 때문에 그 전의 결과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서 망설여졌었습니다.

그렇게 그 다음날 선생님들께 연락을 드리고, 합격을 실감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연대 한번 들어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들어가봤는데

ㅋㅋㅋ 합격해버렸습니다.. 연대 행정만 붙었어도 정시로 서울대는 못 가는 거였는데 표본분석 + 정시지원으로 며칠간 더 괴로울 뻔 했습니다. 당연히 안빠질 줄 알고 발뻗잠 하고 있었는데 정말 큰일날 뻔 했고, 이 또한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수시 결과가 다 나오고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연락해오던 선생님들께도 결과를 알려드렸습니다.

특히 중학교 때 쌤들은 제가 원래 몇년간 목표로 했던 외대부고에 떨어져서 잠깐 암흑의 시기를 겪었던 것도 다 아시고,

그때 쌤들이 저에게 “외대부고가 너의 최종 목표는 아니니까!”

어디서든 잘해서 결국은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 말이 맞아떨어졌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다가왔습니다.

“외대부고가 아니더라도, 나는 잘해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스스로 뭉클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쉬운 건 아니였습니다. 정말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일반고에서 1등급을 맞아야 한다는 강박에 있었을 때도 그랬지만, 외고로 전학가서는 정말 1학년 때를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저는 그 1학년 때가 너무 힘들었어서 오히려 3학년은 견디기 쉬웠습니다. 이 전 슬럼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매 주말마다 그냥 이렇게 살 바엔 죽는게 더 좋을 정도로 우울하고 힘들었습니다. 숨쉬기도 힘들었고 그냥 매일 아침이 오는게 두려워서 잠도 잘 못잤습니다.

그래서 그땐 엄청난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주변에 티도 많이 냈던 것 같습니다.

근데 그 멘탈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그렇다고 공부를 놓은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저는 항상 최선을 다했습니다. 매시간 온 힘을 쏟은 건 아니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이보다 더 하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잘 견뎌냈고, 결국 마지막에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까지가 제 입시 이야기의 끝입니다. 그냥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편하고 가볍게 들어주셔도 좋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슬퍼하고 좌절하고 있을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고입에 대해서 몇마디만 더 덧붙히자면, 저는 초등학교때부터 막연하게 외대부고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오롯이 외대부고만을 목표로 공부했고, 학교 생활도 누구보다 열심히 했습니다. 자만일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저 스스로도, 그리고 주변의 모든 분들도 떨어지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받게 되었습니다.

한번도 외대부고가 아닌 다른 곳에 가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지금껏 준비했던 모든 과정이 물거품이 되는 기분이라 엄청난 좌절을 겪었습니다.

며칠동안 밥도 못 먹고, 그냥 침대에 누워서 우울한 나날들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위로해주는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주변 분들을 볼 자신이 없었고 아무랑도 대화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듯이 그곳이 제 최종 목표는 아니였기에, 다시 딛고 일어나 일반고, 편입, 외고 그 모든 과정을 걸쳐 지금의 저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이 “대학이 다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말에 공감하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어디를 가든,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 당시 저에게 최종 목표라는 생각이 들었던 대학에 오기 위한 관문이였던 외대부고도 제 최종 목표는 아니였고, 또 막상 대학에 와보니 대학도 제 인생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길을 가든, 그 길을 어떻게 가는지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반고, 외고에 진학해서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6년 내내 인문사회계열에 가겠다고 생각하던 제가 약대에 온 것처럼, 세상에는 예측할 수 없는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존재합니다. 지금 이 길이 본인이 원래 생각했던 길이 아니더라도, 그 곳에서 본인의 최선을 다하면 분명히 최종적인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외대부고 떨어졌을 당시에 “그게 다가 아니다~” 라고 말씀하시는 주변 어른들 말에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위로하는 말이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본인이 지금껏 준비했던 목표가 무너졌으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 지나서 보면, 이 또한 아무것도 아닐 수 있을 겁니다. 그때는 저는 외대부고 못가면 제 인생이 끝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ㅎㅎ 그런데 지금은 거기에 떨어진 게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는 그곳 말고도 길이 있었고 그 길에서 최선을 다했더니 또 다른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도 저의 최종 목표를 이룬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야겠죠. 아쉽게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해 좌절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저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이라도 회복해서 긍정적인 본인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앞으로는 행복한 일만 가득할 거고, 인생은 이제 시작이니까요! 모두 화이팅입니다.

저는 지금 봐도 눈물이 나는데, 제 곁에서 저에게 도움을 주시고 믿어주셨던 선생님께 받은 문자 내용 몇 장을 첨부해놓겠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