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8기 목표달성 장학생 유은강입니다. 이제 한창 19기 장학생 분들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뜬금 없이 제가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3월에 마지막 인사로 글을 올렸어야 했는데 미루고 미루다보니, 새학기가 시작되며 일이 많아지다 보니 그만 마지막 글을 쓰는 것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항상 마무리가 중요한데, 저의 불찰로 그 마무리를 깔끔하게 매듭짓지 못하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일주일이나 늦어졌지만 하기로 했던 것은 해야 하고, 또한 마지막 인사도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글을 올리려 합니다.

3월에는 새학기가 시작해 새로운 분위기에도 적응해야 하고, 3월 모의고사도 봐야 하기 때문에 꽤나 새롭고 힘든 시기가 되었을 듯 합니다. 저에게도 벌써 2년이나 지났지만 그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첫 한 달은 꽤나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3월 모의고사도 다가오고, 새학기가 되며 새로운 마음으로 지쳐있던 방학에서 벗어나 새롭게 공부하였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지난 한 달을 그렇게 보내셨을 것 같습니다.

그때 3월 모의고사에서 수학을 2등급 맞았습니다. 겨울 동안 수학을 제일 열심히 했는데 원하던 점수를 얻지도 못하고, 제 부족한 수학 실력을 느끼며 반성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모의고사가 끝난 일주일은 수학을 열심히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4월이 되며 슬슬 다른 생각들이 많아지고, 몸도 지치다 보니 학기가 시작되기 전보다 훨씬 더 퍼지는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의지가 부족한 탓이 물론 컸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도 저와 같이 퍼지게 되는 시기가 지금 쯤 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의 제가 개인적으로 이러한 시기를 버텼던 방법은 그저 현상유지였습니다. 공부를 안하게 되고 잡생각이 많이 들더라도 생활 패턴이나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은 전과 같이 유지하는 것입니다. 

매일 똑같이 5시 40분에 일어났고, 매일 똑같이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고 자습실로 향했습니다. 다만 그 똑같은 시간들에 똑같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시간들의 밀도는 전보다 낮았습니다. 

효율이 좋지 않은 시기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하루에 8시간(순수한 공부시간은 아닙니다.) 정도는 공부할 수 있어 남들보다 더 많이 공부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잡생각이 별로 안 들고 멍한 상태인 것을 이용하여 그때 국어를 공부하였습니다. 어차피 수능 날도 아침에 가장 먼저 국어를 보기에 아침에 국어를 하면 좋을 것이라는 흔한 생각이었습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나름 4월을 잘 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도 공부가 잘 되지 않을 때 어떻게 현상유지라도 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현상유지 방법은 제가 개인적으로 했던 노력이지만, 지금 그때를 돌이켜보면 사실 저의 개인적인 노력보다 주변 환경의 도움이 정말 컸던 것 같습니다.

기숙사에 살았기에 통학 시간을 절약하며 공부할 수 있었고, 주변 친구들과 가끔씩 대화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친구들이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는데, 매일 틈틈히 하며 하루 전체로 보면 총 1시간 정도 되는 대화가 제가 현상유지라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주말에는 부모님과 밥을 먹고 난 직후의 짧은 시간 동안 나눴던 여러 대화들도 엄청나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있는 곳이 고등학교든, 재수학원이든, 독서실이든,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를 꼭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그 대상은 무엇이든 좋지만 스스로 많이 말을 털어놓을 수 있는,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면 더 좋을 것입니다.

물론 항상 도움이 되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수업시간에 수능 문제집을 풀고 있으면 압수해버리는 선생님들이 있었고, 시끄럽게 떠들며 집중을 방해했던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운이 좋게도 담임 선생님은 제가 자습실에 있다 조회에 늦어도 별 말 없으셨고, 부모님과 친구들은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습니다. 

결국 핵심은 주변 환경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수험 생활을 할 때에는 저의 개인적인 노력과 의지가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는 힘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제가 그렇게 의지를 갖고 노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 사람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간을 계속 보내다 보니, 3월 모의고사 때 2등급이 나와 상심했던 수학은 어느새 가장 자신있는 과목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시기가 정확히 언제라고 특정할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 어떤 경지에 올라 웬만한 문제들은 다 풀 수 있게 되는 시기가 왔던 것 같습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공부를 하다 보면 다들 이런 시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3월 모의고사를 잘 못 봐서 불안하고 조급한 이런 마음들이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고 필연적으로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현상유지를 하며 실력을 쌓아 나간다면 말입니다.

특별하고 유별나게 열심히 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현상유지를 하며 꾸준하고 천천히, 주변과 함께 나아가면 됩니다. 이것이 제가 멘토 활동을 하며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될 것 같네요. 또 한번 화이팅합시다.

1년 간의 활동이 이렇게 마무리되는 것 같은데, 다시 한번 깔끔하게 마무리짓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이렇게라도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어 다행인 것 같습니다. 1년 간 활동을 하며, 잠깐잠깐 오며가며 읽을 수 있으면서 일상을 리프레쉬하고 약간의 힘을 얻을 수 있는 글을 쓰자는 마음으로 해왔는데 어떻게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막상 마지막이 되니 할 말이 오히려 떠오르지가 않는 것 같네요. 그동안 제 글들이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었으면 좋겠고, 여러분 모두가 운이 좋기를 바랍니다. 다음에 만날 일이 있다면 그때는 더 좋은 마음으로 마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수능, 상대평가지만 다들 잘 보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안녕히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