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손호민입니다.

수능 날짜가 다가오는 만큼, 이제는 실전을 연습하고 대비할 시기입니다.

슬슬 모의고사를 풀거나, 이미 풀기 시작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모의고사를 푸는 것의 목적은 1. 시간이 촉박할 때 내가 어떻게 생각을 잘못하는지 2. 전체 문제를 풀 때, 내 루틴과 리듬을 훈련하는 것 두 가지에 있습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하려면 저번 칼럼에서 말씀드렸듯이, 수능과 같은 시간에 수능 현장 asmr 들으면서 주변 학생이 많은 교실에서 풀어야 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제가 이번에 드릴 말씀은 보다 실전적인 팁입니다.  

국어를 공부할 때를 생각해 봅시다. 특히 기출을 볼 때요. 기출을 공부할 때 우리는 소위 '분석'을 합니다. 치킨 뼈 살살 발라 먹듯이 기출을 그냥 뼈만 남도록 샅샅이 분석합니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든, 내가 직접 하든, 기출에서 '아 이걸 이렇게 이해했어야 했구나', '이래서 이 말을 이렇게 쓴 거구나', '와 정말 한 글자마저도 허투루 쓰지 않았구나'를 깨닫고 기립박수를 치곤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배운 것을, 실제 수능에서 써먹기 위해 노력합니다. 

실전에서 그 모든 게 될까요? 아니 당연히 되어야죠. 그게 되려고 연습하는 건데. 하지만... 이상이 항상 현실과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아 일치할 수도 있죠. 당연히 연습했던 게 다 되고, 돼야 합니다. 하지만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안 됐을 때, '수능은 100% 이해 못 하면 못 풀어. 무조건 해야 돼' 이러면서 마냥 끙끙대고 있을 순 없는 겁니다. 

 그리고 수능은, 만점만을 위한 시험이 아닙니다. 등급 대를 변별하기 위한 문제들이 여럿 포진되어 있습니다. 맞힐 수 있는 문제는 맞혀야죠.

이렇게 말로만 설명하면 잘 와 닿지 않으니, 실제 기출로 확인해 봅시다.

학생의 눈으로, 어디부터 어디까지 할 수 있었는가 보겠습니다.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22 수능 국어, 그 중 [헤겔의 미학] 지문입니다.

먼저 기출 연습한다고 치고 지문을 한 번 보시겠어요?

한 번 읽어보셨나요?

그럼 첫 문단부터 봅시다.

실전에선 보통의 학생이라면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요?

두 번째 문장까진, 뭐 아 그렇네~ 하고 읽습니다.

세 번째 문장에서, '대등한' '병렬'이 아니라, '수렴적' '통일' '상향성' 이랍니다.

여기서, 이런 이미지를 떠올렸어야 합니다. 

(가끔 어? 난 이미지를 안 떠올린 거 같은데? 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명확하게 그림처럼 그리는 게 아닙니다. 사고하거나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가만히 보면, 어렴풋한 그림이나 이미지로 생각, 사고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렴풋한 게 정상입니다.)

이거는 문장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대등, 병렬, 통일, 수렴, 상향 을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쉽습니다. 정말 좋게 봐줘서 병렬, 수렴을 어려워한다고 쳐도, 대등, 통일, 상향을 모르진 않습니다. 게다가 이미지랑 쉽게 결부된 단어들이기에, 생각하기도 쉽습니다.

그다음 문장을 읽어봅시다. 빨간 괄호 친 곳이 도대체 이게 뭔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이해가 안 돼서 한 번 다시 읽어봅니다. 아 그래도 뭔가 변증법이 다 적용되는 거구나. '논증의 방식'? '논증 대상 자체의 존재 방식'? 아 ... 다시 읽어봐도 뭔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아 뭐.... 밑에 내용 때문에 읽다 보면 이해되지 않을까? 하고 쭉 갑니다.

만약 첫 문단을 분석했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정립-반정립-종합이 논리적 구조군. 아 헤겔이 철학적 논증으로 변증법을 했구나. 그럼 변증법이 뭐지? 철학적 논증을 어떻게 한 거지? 아, 변증법은 수평선이 아니라 삼각형이구나. 아~~ '대립적인 두 범주'라서 정립과 '반'정립이고, 이게 통일, 수렴하니까 '종합'이구나. 음~~ '상향성'이니까 세 범주가 '대등한 위상'이 아니라 밑에 거 두 개랑 위에 거 하나는 위상이 다르겠네~

 위에서 설명한 게 논증의 방식이니까, 논증의 방식은 당연하고, 이걸 넘어서(이거에 더해서) 논증 대상 자체도 그렇다는 거구나. 대상도 변증법적이라는거네. '즉' 이니까 같은 말이겠네? '이념'이라는 대상이 내적 구조와 드러나는 방식이 변증법적이고, 이것을 밝히는 철학적 '논증'도 변증법적이어야 하구나~

굵게 한 표시가 분석을 할 때 더 할 수 있었던 생각들입니다.

이것이 실전에서 되면? 하는 겁니다.

그런데 안 된다면? 

내가 연습했던 거까지 안 된다고 해서 계속 되도록 붙잡고 있다간 안 됩니다.

(아예 생각을 해보지 말라는 건 아닙니다. 위에서도 실전에서의 예시 중 다시 읽어보고 생각한 게 있었습니다. 그것도 안 될 시, 일단 쭉 가보자는 겁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의외로 문제는 제법 풀립니다.

또한 여러분의 수 많은 노력과 연습들이, 무의식이 되어 어느 정도를 해결해 주고 있습니다.

내가 했던 노력과 연습들을 믿고, 가는 겁니다.

글이 좀 길어지는 것 같아, 다음 편으로 계속해서 적겠습니다.

결국 다음 편의 글까지를 통해 드리고 싶은 말씀은...

실전에선 되면 하는 거고, 안되면 안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