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비문학과 문학 공부법을 끝으로 국어 공부법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가지 말씀드릴까 합니다. 여러분은 제가 지금까지 다룬 국어 공부법 칼럼이 매우 원론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음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다소 추상적인 내용들을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명시화하였으나 이를 어떻게 실천해야 할 지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이런 칼럼을 작성한 이유를 먼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어떤 과목이든 간에 그 과목의 시험을 위한 가장 근원적인 내용이 있고 그로부터 파생되어 나오는 여러가지 디테일들이 있습니다. 이 디테일들은 다양합니다. 어떨 때는 서로 상충되어 보이기도 하죠.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이나 정보처리방식에 따라 가장 효율적일 수 있고 실력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디테일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각 인강강사님마다 가르치시는 것이 다르더라도 누군가는 도움이 많이 되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요. 따라서 우리는 수동적으로 다른 사람의 디테일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스스로 디테일을 채워나가야 합니다. 아니면 적어도 그 디테일이 본인의 상황에 있어서 적합한지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과목에 있어서 근원적인 내용으로부터 파생시키거나 점검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원론적인 내용이 필요합니다. 특히 국어과목 특성상 더욱 그럴 것입니다.

사실 근원적인 것과 디테일한 것은 인위적인 구분에 의해서이지, 질적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그 어떤 원론적인 내용 또한 특정한 디테일로부터 유리될 수는 없을 겁니다. 오늘 제가 다룰 내용 또한 마찬가지일것이구요. 저도 저만의 디테일, 루틴이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는 동그라미를 치고, 다른 상황에서는 물결을 치고... (독해법) / 비문학에서는 어떤 것이 주로 나온다(항상 강조하는 패러다임) 등등'과 같이 디테일을 다뤄도 좋겠지만 이는 다른 멘토분들이 훌륭하게 다뤄 주시기에 저는 원론적인 내용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말하는 '국어 공부법'은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를 자세하게 알려주기 보다는 여러분 스스로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공부법 및 독해법을 정립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원론적인 것들로부터 스스로의 디테일을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상위능력자의 디테일을 다양하게 살펴보는 것 또한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내용일 수 있습니다. 원론적인 내용을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당연하게 알고 있는 것 그 자체가 국어의 '재능' 중 일부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처럼 국어에 있어 그다지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면 깨닫는 바가 많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연해보이는 내용 속에 잠겨 있던 의미를 발굴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능력 중 하나입니다. 알아서 잘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단계화'입니다. 왜 비문학 독해 및 풀이 과정을 명시적으로 단계화하여 나타내었는지는 지난 칼럼을 통해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자세하게 말하자면 이는 각 단계 중 스스로 잘 안되는,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그것이 지난 칼럼에서 말하는) 학습의 목적의식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난 많이 했는데 왜 안 늘지? 라는 의문이 드시는 분이라면 주의할 것) 그러나 각 단계는 우리의 실질적인 인지과정을 엄밀히 반영하지 않습니다. 각 단계는 우리의 인지과정을 '인위적으로' 구분해 놓은 것입니다. 실제로는 단계화한 순서대로 일어나지 않을수 있으며 동시에 일어나기도 합니다. 단계화한 내용이 지문을 읽음과 동시에 사용할 '스킬'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사후적으로 본인의 독해를 점검할 점검표 정도의 위상으로 생각하시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우리의 비문학 독해 및 풀이과정을 생각해봅시다. 

먼저 지문을 읽습니다. 우리의 뇌는 지문의 정보를 어떤 기준에 따라 '분류'하여 효율적으로 기억하고 처리합니다. 그리고 계속 지문을 읽으며 새로운 정보를 얻어 분류한 뒤, 그 새로운 정보를 기존의 정보와 함께 처리하기 위해 '누적'하며 우리의 표상을 '확장'해 나갑니다. 이를 반복하며 지문을 다 읽은 뒤에 우리의 머릿속에는 '지문 전체에 관한 표상'이 남을 것입니다. 이후 문제를 읽습니다. 발문(이나 보기)으로부터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파악합니다. 우리는 머릿속에 있는(혹은 시각화해놓은) 지문 전체에 관한 표상 중 '발문에서 요구하는 표상'에 '집주'합니다. 이후 집주된 표상을 적용하여 선지를 판단하고 정답을 골라냅니다.

이 중 어느 단계에서 본인이 약점을 보이는 것 같나요? 일단 더 자세하게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정보의 분류의 단계로서 온톨로지화라는 거창한 단어를 썼지만 이는 통용되는 단어는 아니고 저만의 단어입니다. 저는 지문을 읽는 목적이 결국 정보를 잘 처리하여 지문의 대상에 대한 온톨로지(온톨로지가 뭔지는 알아서 찾아들보시길..)를 형성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온톨로지화'라고 좀 간지나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당연히 이름 그 자체는 1도 중요하지 않으니 우리의 뇌가 공통적으로 정보를 분류하는 방법을 생각해봅시다.

정보를 분류하는 데 사용되는 기본적인 틀은 여러가지가 있을 겁니다. 그 중에서도 저의 베이스로 삼기 위해 제가 주로 훈련해왔던 정보분류의 틀은 '이항대립(n항대립'입니다(이항대립이 뭔지 모르시면 알아서 찾아보시길..). 저야 이원준t의 강의를 들었기에 이항대립적으로 사고할려고 훈련했지만 이항대립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이항대립이 아니더라도 모든 정보 분류 틀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합니다.

'배타적이고 망라적일 것'

배타적이라 함은 서로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고 망라적이라 함은 모두 포함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어떤 대상에 대해 정보를 분류할 때, 분류되는 정보들은 그 대상 속에서 서로 겹치는 내용을 중복해서 가지지 않아야하며,대상준 내의 모든 정보를 빠짐 없이 분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빠짐없이 분류한다는 말은 여집합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말도 포함해 생각하도록 합시다.- 나머지를 싸잡아 '기타'로 분류한다는 말!)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지문이 음식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고 합시다. 지문에서는 음식에 관해  크게 2가지 대상(과일,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다루었습니다.(여기서 '풍부한'은 객관적으로 정의되었다고 칩시다.)

지문을 읽은 철수는 트리구조를 활용해 지문의 정보를 다음과 같이 분류하였습니다.

과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 기타.. 세가지 항의 합이 음식 전체를 나타내므로 철수의 분류는 망라적이군요.

하지만 배타적으로 분류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보카도와 같이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도 있으니까요.

이번에는 뉴진스에 대한 지문이 있다고 칩시다. 이번에도 철수는 트리구조를 활용해 뉴진스를 다음과 같이 분류하였습니다.

민지, 해린, 다니엘, 혜인은 분명히 중복되지 않으니 철수의 분류는 배타적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러나, 이런! 제 최애인 하니를 빼먹다니요! 이 천인공노할 철수의 분류는 확실히 망라적이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철수는 뛰어난 인지능력자는 아닌 듯 합니다.

정보를 분류할 때 배타적이고 망라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결국은 문제를 잘 풀기 위함입니다.

가장 기초적인 비문학 발문 형태인 'A는 B인가?'는 A와 B가 동치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모든' A가 B인가, 즉 A는 B의 충분조건임을 묻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A라면 B라고 0.0001의 예외도 없이 100% 확신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배타적이고 망라적으로 사고해야함은 이러한 가능성의 측면에서 확신하여 정답을 고를 수 있게하는 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흔히 말하는 손가락 걸기도 이러한 사고를 거치죠.)

이것만으로도 이해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좀 추상적인 듯 하니 대강 각각 하나씩만 예를 들어보도록 하죠.

어떤 대상 U를 A와 B로 분류하였다고 해 봅시다. A는 a라는 속성을 가지고 B는 b라는 속성을 지닙니다. A와 B는 망라적이지만 배타적이지는 않습니다.( AvB=U , A^B=/0 ) 선지는 'U에 속하는 임의의 개체 c가 a라는 속성을 가진다면 c는 B가 아니다'라고 해봅시다. 당연히 틀린 선지입니다. c가 동시에 A와 B 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c -> A^B )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매우 헷갈립니다. 우리는 본인이 정보분류를 배타적으로 했는가와는 별개로 대부분의 비문학 정답이 100%여야 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판단을 이분법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위 예를 따르자면 실제로 A와 B는 배타적이지 않지만 우리는 머릿속에서 '암묵적으로 A 또는 B 둘 중 하나일 것이다'라고 생각을 해버린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져버리면 헤어나오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번에는 A와 B가 배타적이지만 망라적이지는 않다고 해봅시다. 선지는 'a이려면 A여야 한다'라고 해봅시다. 만약 지문에서 A와 B의 여집합의 속성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면(1) 선지는 틀렸을 것입니다. 그 여집합 중에서 a라는 속성을 가질수도 있으니까요.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문에서 여집합이 b 속성을 가진다고 짧게 언급이 돼있었다면(2) 선지는 옳을 것입니다. 그러나 A와 B가 아니지만 또 여집합이 아닌 집합 C가 속성b를 가진다 하더라도(3) 선지는 틀린 선지일 것입니다. 이러한 선지들일 때 정보를 망라적으로 파악하지 않는다면 매우 헷갈릴 것입니다. 그리고 대게 여집합에 대한 언급은 지문 끄트머리에 나타나 파악하기 어렵기에, 행여 지문이 여집합에 대한 언급이 없어 속성에 대한 정보를 망라적으로 파악하기 불가능할 때더라도 지문을 다 읽은 뒤에 '내가 과연 제대로 읽은 것이 맞을까? 읽었는데 기억 못 하는 것은 아닐까?' 같은 착각을 하기도 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 정보를 망라적으로 읽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형은 주로 A,B 등을 '조건'으로, a,b 등을 효과로 하고 보기를 통해 임의의 상황을 주는 방식을 통해 법률지문 등에서 많이 다루기도 합니다. 23학년도 수능에서도 나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