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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하게 초연하게

이름 : 박지헌  스크랩
등록일 :
2023-10-09 07:32:57
|
조회 :
22,880

<담담하게, 묵묵하게, 그리고 초연하게>

찬 바람에 불어온 편지




# 찬 바람 불어올 때면



시간 참 빠르네요.

갑자기 찾아온 추위, 불어오는 바람 속 가을 냄새, 길에서 발에 채는 은행이

우리 모두의 결실을 맺을 날이 다가옴을 체감하게 해줍니다.

찬 바람 불어올 때면, 많은 수험생들의 열정이 제법 꺾입니다.

지나온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현저히 적다는 사실만으로도

끊임없는 회의감, 불안감, 무력감이 밀려 옵니다.

어쩌면 숨 쉬기도 벅찹니다.

참 많은 것이 오가죠?

오늘은 여러분께 편지 쓰는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가 보겠습니다.




# 도 닦아 기다리겠노라


'수험 생활은 도 닦기'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수험 생활만큼은 도 닦는 현자의 심정으로 임해 주세요.

주변의 어떤 방해물에도, 불안 요소에도 흔들리지 말고

담담하게, 묵묵하게, 그리고 초연하게 한 달음씩 나아가 봅시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해 봅시다.

수험생 시절의 저는 제 마음 속 불안 요소가 공부에 지장을 주는 걸 극도로 경계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의 제게도 여느 수험생들처럼 '제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해버릴 수 없는, 즉 답이 없는 걱정거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 요소들이 제 불안감으로 작용해 제 공부를 방해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고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했지만) 아예 그 생각들을 제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려 노력했습니다.

생각의 울타리에서 아주 추방해 버렸던 것이죠.

뻔한 방법이면서도 제 멘탈 관리에 꽤 도움이 되었던 마음 가짐이었습니다.




# 불안감...네 녀석


수험생의 주적인 불안감.

저는 불안감에 다음 방법으로 대처했습니다.

'그 불안감이 내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서 야기되었는가?'

네 -> 당장 해결함으로써 불안을 제거한다.

아니요 ->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고민하면서 시간이라는 재화를 허비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신경쓰지 않는다.




# D-'숫자'


수능까지의 D-숫자 카운팅이라는 극도의 불안 요소 역시 이 방법으로 대처했습니다.

학교, 학원, 인터넷 매체, 심지어 수험생 본인마저도 수능까지의 D-숫자에 꽤 연연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수험생 당시의 저는 그 세태(?)가 다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D- 뒤에 붙은 숫자 그 자체가 너무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고작 저 아라비아 숫자가 뭐라고 저한테 이렇게까지 부담을 주나... 그래서!

저는 그 숫자를 최대한 생각의 울타리에서 추방하려 노력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제 앞에 주어진 공부에만 전념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매일을 보내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앗 내일이 수능이었구나?!'가 되는 것을 지향했습니다.

숫자에 연연하지 마세요.

(물론 위의 상황은 너무 비현실적이고 저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정도로 숫자에는 연연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 건강 관리


항상 강조해도 모자란 것이 바로 건강 관리입니다.

수험 생활 중인 아는 동생에게 듣기로는, 학원 내에 콜록이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맘때부터 결실을 맺을 날까지는 특히 아프면 본인만 손해입니다.

최대한 아플 일 생기지 않도록 건강 관리 잘 하시고, 갑작스러운 추위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취침하실 땐 두껍고 폭닥한 이불과 함께 하시고, 창문 꼭 닫고 주무세요.

옷도 따뜻하게 입으시면 좋겠네요.

마스크는 불편하지 않다면 꼭 착용하시고 학교나 학원에 가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챙겨드시던 영양제나 비타민 있으시면 꼬박꼬박 잘 챙겨드시길 바랍니다.




# 시선을 밖(남)에서 안(나)으로


현재 본인의 상황을 주변 사람들(특히 공부 잘 하는)과 비교하면서 스스로 열등감 가지거나,

혹은 남들은 다 실모니 파이널이니 진도 잘 나가는데 본인은 아직 다 쳐내지 못 한 진도에 허덕인다고 불안해 하거나,

성적표의 백분위와 표점, 등급에 한숨을 짓는 따위의 일은 하지 맙시다. 더 이상은요.

남들과 비교를 멈추고, 이제는 나의 약점을 찾아 그걸 보완해가며 나만의 길을 걸어가세요.

본인이 아직 개념, 기출, 기초 문제 등 비교적 앞 단계에서 구멍이 발견된다면 그걸 애써 외면할 게 아니라 그 부분부터 채워 가세요.

그 이후 콘텐츠들을 앞선 토대 작업 없이 무작정 소비하는 건 효용이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잘 해내서 좋은 성적을 받아내겠다는 강박은 멈추고 그저 오늘 하루를 오롯이 살아가려고 노력해 보세요.

내 바깥 세상의 기준에 시선을 돌려 나 자신을 바라보세요.

진짜 '내'가 성장하는 매일을 살아 봅시다.

담담하게, 묵묵하게, 그리고 초연하게

한 달음씩 나아가 봅시다.




# 잘 했고 잘 할 거야


늘 잘 해주고 있어 기특한 여러분들.

다들 잘 할 거 아니까 크게 걱정 안 됩니다.

걱정보다는 오히려 믿음이 큽니다.

더 좋은 칼럼을 써오지 못 해서, 가슴 울리는 멋들어진 위로의 말 하나 못 해드려서, 공감보단 뻔하고 야속한 잔소리가 애정의 표현으로서 더 편한 못된 성격이어서 그저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수험생 여러분의 무기는 각자의 지난 수험 생활 세월이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그러니 두려움이 닥친다면 본인의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마음을 다잡읍시다.

자기 자신만 믿고 갑시다.

의연함, 피날레, 결실.

모두 여러분의 것입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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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박지헌 멘토

  • ○ 동국대 한의예과 23학번
  • ○ 자연계열 / 수시전형
  • ○ 제19기 목표달성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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