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24학년도 입시도 끝이 보이고 있습니다. 수시는 면접과 논술이 거의 끝났고, 정시는 원서 접수만 하면 되니까요. 수고하셨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서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결과와 상관없이,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로 시작하는 글을 쓰고 있었는데 옆에서 저처럼 재수한 같은 과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상관없을 수 있어?'

그러자 제가 입시를 하는 당사자가 아니라서 쉽게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많이 듣지만, 입시에서 남는 것은 결과니까요. '입시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다 경험이다'라고는 하지만 당사자에게 그게 와닿지는 않죠...

이 글을 보고 계시는 여러분이 처한 상황은 각자 다를 겁니다. 이미 수시 합격을 했을 수도, 면접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가채점을 하지 못해 초조하게 수능 성적표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가채점 결과가 잘 나와서 기분 좋게 지원할 대학을 고민하고 있을 수도 있겠죠.

분명 정말 힘든 1년이었을 겁니다. 목표를 이루신 분들에게는 더없이 행복하고 따뜻한 겨울이겠죠. 작년 수능이 끝나고 제가 그랬으니까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분들에게는 유난히 추운 겨울일 겁니다. 재작년 수능이 끝난 후 제가 그랬으니까요.

앞으로의 1년도 각자 다를 겁니다. 대학에 다니는 분도 있을 것이고, 또 한 번의 도전을 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저는 정말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입시라는 한 가지 목표에 1년 동안 집중해서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먼저, 좋은 결과를 얻은 분들께는 축하한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굳이 말 안 하더라도 이미 그러고 계시겠지만, 정말 신나게 온 힘을 다해 노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같은 대학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 하나가 생각이 나는데요ㅋㅋㅋ 2학년 때 룸메이트를 했었는데, 시험기간에 안 먹던 에너지 음료를 마지막 시험 끝나고 마시더라고요. 놀아야 한다고..ㅋㅋㅋ 아마 지금까지 살면서 이만큼 자유로운 때가 많지 않았을 텐데, 그동안 노력한 만큼 이제 쉬어도 좋습니다!

이어서, 목표를 이루지 못한 분들께도 몇 마디 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 그랬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심정을 이해합니다. 저 같은 경우, 굉장히 다양한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노력했는데 실패했다는 배신감, 한순간의 선택에 대한 후회, 친구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좌절,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 등이 그랬습니다.

감정을 차단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감정 속에만 묻혀 있기에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T 같아 보이는 얘기지만, 지금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정리하는 것이 도움되었습니다. 결론은 명확하더라고요. 다시 공부하거나 하지 않거나였습니다. 시간을 거슬러서 과거를 바꾸거나 할 수는 없으니까요.

만약 다시 공부하기로 마음 먹으셨다면, 마음이 불편하시겠지만, 일단은 휴식을 취하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수능은 마라톤인데, 아무리 세계 최정상급 마라토너라고 하더라도 연속해서 두 경기에 출전하면 힘들 테니까요. 1년간 열심히 달리셨다면, 휴식이 필요합니다. 휴식은 지금까지의 피로에서 회복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지만, 미래의 연료로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대학이 전부가 아니다' 이런 말을 응원으로 많이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도 여러분과 나이가 비슷한데, 뭘 알겠습니까... 제가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재수하거나 한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라는 점은 명확히 하고 싶습니다. 저는 제가 재수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결과는 그렇게 됐습니다... 재수할 때도 불안했고, 합격하고 나서도 불안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굉장히 길고 아깝게 느껴졌고, 입학해서 잘 지낼 수 있을지도 걱정됐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N수를 한 학생들은 많았고, 다들 잘 지내더라구요. 단순히 N수를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해도 괜찮다는 말이 아닙니다. 후회가 남을 것 같다면, 지금 도전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빠른 때일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고3 수능이 끝나고 2~3주 정도 세상이 삐딱하게만 보였습니다. 주변을 대하는 태도 역시 그렇게 되더라고요. 수능을 본 건 저고, 입시를 하고 있는 것도 저 자신인데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바로잡기는 했지만, 여러분은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요... 믿고 응원해준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주세요. 특히 항상 곁에 있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선택을 하든 믿고 지지해주실 분들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마음을 표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입시도 막바지라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고민이 있으시거나 하다면 부담 없이 말씀하실 수 있도록 비밀댓글을 허용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어떠한 얘기도 좋습니다! 고민 상담도, 자랑도 좋으니 혹시 말할 사람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댓글 달아주세요! 정말 수고 많으셨다는 말을 드리며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