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20기 목표 달성 장학생, 서울대학교 의예과 이규현입니다. 저의 첫 번째 칼럼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책을 추천해 드렸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칼럼에서는 소중한 사람과의 이야기를 들려 드렸습니다. 지금 읽으시는 네 번째 칼럼에서는, 앞선 칼럼과는 다르게 조금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두서없이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성 있는 다양한 장학생께서 공부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많이 해주신 것 같아서, 저는 수험 생활과 인생의 방향에 관한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추상적인 이야기는 얼핏 보기에 공허하지만, 돌이켜 볼수록 구체화되어 위태로운 수험 생활의 대들보가 되어줍니다. 지금은 제 말이 와닿지 않으시겠지만, 여러분이 6모 등의 이벤트에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괴로워하실 때 이 칼럼을 떠올리시면 흔들리는 자신을 꽉 붙잡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인생이란 먼 길 위를 걷는 산책이자 여정과도 같습니다. 순간마다 어떤 길을 골라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야 할지 등 고민할 지점은 많으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풀이 무성한 길에 선뜻 들어서서 답청(踏靑)하고, 다른 누군가는 발자국이 가득한 길에서 방황하곤 합니다. 타인을 포용하며 나아가는 이가 있는 한편, 내면에 골몰하여 고고하게 전진하는 이도 있습니다. 각자가 저마다의 페이스로 걸어가는 인생에는 정답도, 해설지도 없기에 여러분도 수험 생활, 나아가 인생이라는 길을 어떻게 걸어가실지 사유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칸트, 헤겔 등 다양한 인물이 자신만의 ‘철학자의 길’을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한 것처럼, 여러분도 주변에서 ‘수험생의 길’을 찾아 걸으며 마음을 가다듬어 보세요. 저도 입시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마다, 모교 근처의 산책로를 걸으며 혼탁한 마음을 다잡고는 했습니다. 터무니없는 운영으로 재시험을 세 번이나 보았던 과목의 성적이 부조리하게 책정되었을 때, 3년을 고스란히 바친 생활기록부가 선생님의 어이없는 실수로 끊기고 말았을 때, 그러한 실수를 알고서도 덮기에만 급급했던 모교와의 관계가 저를 힘들게 했을 때, 그 모든 순간에도 저는 변함없이 ‘수험생의 길’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지금은 담담하게 이야기하지만, 제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해일처럼 몰려왔을 때는 정말이지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한 시인이 이야기했듯, 풀 한 포기 없는 저의 길은 언제나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하곤 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길은, 저에게 많은 것을 안기고 또 앗아 갔습니다.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서 제가 무엇을 품에 안으며 웃음 지었고, 무엇을 잃어버리며 눈물지었는지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뤄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산책과도 같은 인생을 어떤 방향으로 걸어 나가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면, 밤하늘에 빛나는 별과 같은 가치를 마음에 품어보시기를 바랍니다. 먼 옛날에 별을 지침(指針)으로 삼아 바다를 건넌 사람들처럼, 여러분도 각자의 가치를 운명의 지침으로 삼아보세요. 물론 고독한 승려가 말했듯,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일들이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는 뒷걸음쳐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마냥 표류하며 방황하는 것보다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지침이라도 있는 것이 나은 법입니다. 어두울수록 별이 빛나듯, 힘들수록 가치의 지침은 빛을 내어 던지며 여러분의 수험 생활과 인생을 이끌어 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겪어봐서 알지만, 여러분의 수험 생활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6모, 9모를 거쳐 수능, 면접까지 걸어가는 여정에서 정말 힘든 시기는 유감이지만 아직 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여러분 중에 한 분이라도 그러한 시기가 왔을 때, 제가 드린 말씀을 떠올려 주신다면 이번 칼럼은 저에게 형용할 수 없는 가치와 보람으로 다가오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하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Appendix. 칼럼을 마치면서, 일생을 바쳐 밤하늘의 빛나는 별과 같은 가치를 노래한 한 철학자의 물음을 여러분께 제시하겠습니다.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의 세 가지 물음입니다. 수험생으로서 여러분이 여기에 제대로 답하실 수 있다면, 수능과 그 이후의 삶까지도 분명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시리라 생각합니다. 흥미가 있으시면, 비밀글이나 메일도 좋으니 세 가지 물음에 대한 수험생의 답변을 자유롭게 들려주세요. 여러분의 다양한 답변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칼럼을 왜 이렇게 자주 작성하시는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셔서 말씀드리면 칼럼 작성이 재미있기도 하고, 어서 새로운 칼럼을 적어달라고 조르는 귀여운 친구도 옆에 있어서 그렇다고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 모르겠지만, 여러분과 자주 만나는 것은 저에게 참 즐거운 일이랍니다. 항상 제 칼럼을 읽어주시고, 추천과 댓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