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험생 여러분. 제20기 목표 달성 장학생, 서울대학교 의예과 이규현입니다. 저는 지금 빗방울이 흐르는 새벽에, 카페에 앉아 홀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아마 각자의 시공간에서 칼럼을 읽고 계시겠지요. 새삼스럽지만, 저마다의 시간을 살아가는 여러분과 칼럼에서나마 교차할 수 있다는 점에 기쁨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6모를 준비하는 여러분께, 이전의 칼럼들보다는 더욱 와닿는 이야기를 해 드리고자 합니다. 언제까지나 철학이나 제 이야기 등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면서, 누구보다 바쁘실 여러분의 시간을 뺏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그만 줄이고 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몇 주 전쯤, 수능을 다시 준비하는 제 친구가 저에게 문득 장문의 문자를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늦은 새벽 시간이었기에 다소 놀랐으나, 차분하게 읽어보니 모든 게 너무나 힘에 부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원래도 제가 가늠하지 못할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 짐작은 했으나, 학원 모의고사 결과가 계기가 되어 둑이 터지듯 감정이 이리저리 흘러나온 듯했습니다. 말이 그렇겠지만, 지금까지의 노력이 부정당한 것 같아서 학원 창문 밖으로 뛰어내릴 생각까지 했다는 대목에서는 아찔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노력이 부정당한 듯해서 허탈함과 무기력함에 빠진 친구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했을까요. 저는 그때 문자로 친구를 위로하면서, 모의고사에서 틀린 만큼 몰랐던 내용을 배우고, 수험생활에서 힘들어한 만큼 더욱 성숙해진다고 말해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단순히 친구의 기분을 맞추기 위한 가식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기에 밖으로 꺼낸 말이었습니다. 친구는 제 문자를 읽더니 조용히 하트 표시를 남기고 사라졌다가, 하루가 꼬박 지나서야 당장 오답부터 정리하겠다고 연락을 전해 왔습니다.

제가 친구에게 전했던 말과 비슷한 맥락에서, 여러분께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부디 여러분 앞에 놓인 6모를 넘어서야 할 벽이나 장애물로 인식하기보다, 모르는 부분을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 주세요. 6모는 응시 전이나 모의고사 당일보다, 응시 후가 훨씬 중요합니다. 틀렸거나 시간이 오래 걸렸던 문제에 좌절하기보다, 이런 내용을 배우면 더욱 점수를 올릴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먹어 주세요.

평가원이 출제한 최고의 문제를 실제 수능에서 경쟁할 사람들과 풀어볼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흔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수능 전에는 9모를 포함해 단 두 차례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6모에서는 9모보다 훨씬 길게 수험생활이 남은 상황에서, 취약한 부분을 파악하여 효율적인 공부 계획까지 수립할 수 있습니다. 장담컨대 6모가 끝난 시점부터 수능까지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여 보완한다면, 여러분 자신조차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수능 점수가 향상될 것입니다. 이 말 만큼은 수많은 친구와 동기들, 그리고 저 자신을 지켜본 바가 있기에 불확실한 수험생활에서도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칼럼을 읽으시면서 ‘6모를 잘 보지 못해도, 좌절하지 말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겠다.’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막상 기대와 다른 성적표를 마주하면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여러분께서, 설령 그런 때가 오더라도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해나가는 사람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부정당해 온몸의 힘이 쭉 빠질 때도, 기어코 책상에 앉아 오답을 정리해야 합니다. 초라한 성적표 앞에 한없이 작아질 때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끝없이 오를 점수를 떠올리며 섣불리 기죽지 않아야 합니다. 순간의 감정과 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차가운 이성을 갖춘다면, 여러분은 얼마든지 기적의 주인공이 되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여 보완해야 할까요.

우선 6모 응시 전에는, 공부하면서 자신이 느낀 부족한 부분을 미리 정리해야 합니다. 가령 국어를 공부하면서 문학이 부족하다고 느꼈거나, 수학을 공부하면서 수열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면 노트에 적어 두는 것입니다. ‘고전 소설에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할 때 각 인물 간 관계 파악에 어려움이 있음.’이나, ‘수학적 귀납법에서, 규칙성을 찾아내기까지 몇 개의 항을 직접 구해봐야 하는지에 혼란이 있음.’과 같이 상세하게 적을수록 더 좋습니다.

직접 6모를 응시한 후에는 국어의 문학 문제를 풀어보고, 수학의 수열 문제를 풀어보면서 실제로도 부족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응시 중에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꼈다면, 그 부분도 반드시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고전 소설에서, 인물 간의 관계도를 정리하며 풀었더니 관계 파악은 무난했음. 그러나 인물 간 관계 파악만 신경 쓰다 보니, 보기와 함께 지문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있었음.’이나 ‘수학적 귀납법에서, 평가원 문제는 3개 정도의 항만 직접 구해보면 된다고 판단하게 됨. 그러나 간혹 규칙성을 따르지 않는 초항을 고려하지 못해 문제를 틀렸음. 또한, 정적분에서 기하적 안목이 부족해 시간이 오래 걸림.’과 같이 기록하면 됩니다. 6모를 응시하자마자 이를 기록해 두지 않으면, 점점 잊어버리기 때문에 6모를 응시한 그날 저녁부터 바로 기록을 시작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부족한 부분을 기록해 두면, ‘고전 소설 관계 파악 어려움 -> 관계도 정리하며 풀었더니 무난, 보기와 함께 통합적 이해가 오히려 난관’, ‘수열 규칙성 몇 개까지 구해봐야 하는지 혼란 -> 평가원 기준 3개가 적절, 초항이 특이하면 4개까지 해야 함. 정적분의 기하적 안목 부족해 시간이 오래 걸려 30번을 못 풂.’과 같은 꼴로 노트가 정리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이렇게 정리한 노트에 계속 살을 붙여가면서, ‘-> 보기와 함께 통합적 이해를 요하는 3점 문제만 모아서 마닳 복습’,‘-> 시간 단축을 위해 정적분의 기하적 안목을 기르는 뉴런 복습’과 같이 어떤 보완책을 사용할지 기록해 주면 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화살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부족한 점을 계속 발견하고 보완하는 형태로 노트가 완성되어 있고, 그 화살표의 종착점은 수능 점수의 압도적인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사실 화살표를 통해 끊임없이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보완하는 형태는 6모뿐 아니라, 전반적인 공부 과정에 모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3년간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며 그렸던 끝없이 물고 물리는 화살표의 사슬이 서울대학교 의예과로 저를 이끌었듯, 여러분께서 그려나갈 화살표의 사슬 역시 포기하지 않고 속도감 있게 이어 나가기만 한다면 여러분을 목표로 강하게 이끌어 주리라 생각합니다.

칼럼을 마치며, 다시금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 여러분은 틀린 만큼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가슴에 새겨주세요. 부족함 없이 꽉 찬 보름달은 환하게 빛나며 매혹적인 자태를 자랑하지만, 달이 차면 기울기 마련입니다. 한참 채워나갈 부분이 많은 초승달이야말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더욱 아름답습니다. 수험생 여러분도 스스로가 초승달처럼 아름답다는 점을 잊지 마시고, 자신을 아끼고 채워나가는 수험생활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Appendix. megabiz0708@gmail.com으로 보내주신 메일은 무례하지만 않으면 모든 메일에 늦더라도 답장을 해 드리고 있습니다. 대학생이 되니 메가스터디 사이트나 앱에는 들어올 일이 거의 없어서, 저는 메일이 더 편하네요. 댓글도 감사하지만, 꼭 전하고 싶으신 이야기는 메일로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고민 상담용으로 만든 메일이지만, 고민이 아니더라도 메일로 여러분과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칼럼부터는 일일이 댓글에 답글을 달아드리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 긴 칼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칼럼을 통해 여러분과 소통하면서 저도 많은 것을 배우고,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불확실한 환경에 놓인 제가 학업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해 주시고, 이토록 가치 있는 활동의 기회까지 제공해 주신 메가스터디 측에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