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경찰대학 1학년 임정언 학생입니다.

꽤 짧은 텀을 두고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남은 7월 동안 제 이름이 많이 보이실 겁니다. 1차시험이 임박한 시기이기 때문에 1차시험 각 과목별로 최근 기출 문항들을 분석해보며 중요한 점들을 많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칼럼은 그 개괄적인 내용이었고, 이번에는 각 과목별로 세부적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경찰대학 시험장에 들어가 마주하는 첫 번째 과목인 ‘국어’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경찰대 기출을 통해 경찰대 시험을 푸는 저의 사고과정을 위주로 보여드리겠지만, 수능에서도 도움이 되는 점이 많을 예정이니 경찰대학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아니어도 주의 깊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몇 년간 경찰대 국어 과목의 가장 크게 변화된 특징은 바로 수능과 형식이 거의 유사해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비문학은 (가), (나) 지문과 소재까지도 유사하게 따라할 정도로 비슷해졌습니다. 다만, 다소 정형화된 수능과는 달리 매년 유형과 문제 형식이 바뀐다는 점이 경찰대학 기출문제의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24학년도 24번 사례 추가 문제, 30번의 사례 적용 문제 등은 수능 영역을 넘어선 추론 능력을 강조합니다.

경찰대 국어의 또다른 특징은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타임어택’입니다. 문제 하나하나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수능과 똑같은 수의, 심지어 화작·문법과 같은, 시간 세이브용 선택과목이 없는 순수 비문학과 문학 45문제로 꽉꽉 채운 시험지를 6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풀어야 합니다. 수능과 똑같은 운용으로 갔다간 끝까지 풀 수 없으며, 한 문제 한 문제 막힐 때마다 이후의 문제를 풀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빨리빨리 풀어야 합니다.

오늘 분석해볼 첫 번째 지문은 과학·기술 지문(스포가 될 수 있으니 주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입니다. 한 문제라도 틀리면 뒷 시험에 지장이 갈 정도로 쉬운 지문이었습니다. 그래도 대충 경찰대 국어의 유형을 알아볼 수 있기도 하고, 또 여전히 45문제 60분의 ‘경찰대 타임’에 비추어 본다면 빡세기도 했기에 다루어볼 가치가 있는 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24학년도 경찰대학 국어

[01~05] 과학·기술

19세기 초반부터 의학 분야에서는 실험과학의 방법을 엄격히 적용해야만 의학이 진보할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었고, 의학을 실험실에 접목하려는 실험실 의학이 체계적으로 시도되기 시작했다. 병실에서의 우연적이고 소극적인 관찰보다는 통제된 실험실환경에서 살아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이 더 믿을 만한 정보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증거들이 확인되고 있었다.

19세기 초반의 실험실에 기반을 둔 의학 모델은 유스투스 리비히에 의해 개발되었다. 그는 기센 대학의 화학 교수로 일하며 생물학적 기능을 선천적인 생기적 활동의 소산으로 다루기보다 신체 내부의 화학적, 물리적 과정의 결과로서 연구하면서 의학 연구에 화학 연구를 결부시키는 전통을 확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와 비슷하게 클로드 베르나르도 실험실 과학을 프랑스 의학의 일부분으로 승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의학 교육과 연구에서 실험과학이 담당하는 역할을 강력하게 옹호했다. 그는 질병이 진행하는 방식을 알기 위해서는 통제된 실험실 환경에서 살아 있는 동물을 가지고 실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실험실 연구 덕분에 1830년대 이후로 세포가 핵과 그 외의 여러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과학자들은 이를 빠르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썩은 고기나 고여 있는 물에서 단순한 생물이 생겨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자연발생설’에 관한 해묵은 논쟁은 별개의 문제였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덮지 않고 식탁에 고기 조각을 방치하면 며칠 안에 구더기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시에는 파리가 낳은 알에서 구더기가 부화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다면 구더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 시기 과학자들에게 가장 쉬운 설명은 영양분이 공급되는 환경에서 이 생물들이 일종의 화학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해석이었다. 이는 ㉡당시의 일반적인 견해에 따른 해석이었으며 이치에 맞는 것 같았다.

1850년대 후반부터 자연발생 여부를 두고 벌어진 ‘파스퇴르-푸셰 논쟁’은 실험 방법의 중요성이 다시금 확인된 사건이었다. 화학자로서 훈련이 되어 있던 파스퇴르는 다양한 화합물의 화학적 특성을 조사하는 데 능했고, 포도에 효모를 섞어 와인을 만들거나 효모를 넣어 빵을 부풀리거나 하는 발효 과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이전까지는 발효를 효모가 반응속도만 높이며 그 스스로는 변하지 않는 촉매 역할을 하는 일종의 화학적 반응으로 이해해 왔으나, 파스퇴르는 발효가 포도나 밀가루 반죽의 당분을 먹고 살아가는 효모 때문에 일어나는 생물학적 과정임을 보여주었다. 그는 상한 고기에서 구더기가 생기는 과정에도 다른 미생물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생각했고, 엄밀한 실험 도구로 이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파스퇴르와 유사한 실험을 했던 푸셰의 실험에서는 미생물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실험을 통해 파스퇴르는 실험기구가 철저히 소독되어 있고 주변 환경이 오염되어 있지 않다면 어떤 상 황에서도 유기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자연발생이 일어났다는 푸셰의 관찰은 외부 미생물에 의해 실험기구가 오염된 결과라는 것이었다. 물론 고온의 가열에도 죽지 않는 균이 존재함을 알고 있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미생물을 발견한 푸셰의 실험 결과가 틀렸다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 수 없었던 당시에 파스퇴르가 취했던 과학적 검증 방식은 합리적인 것이었다. 이 논쟁은 파스퇴르의 승리로 끝났다. 여기에는 ‘모든 세포는 세포에서 나온다.’라는 병리학자 피르호의 중요한 발언이 당시 지지를 얻고 있었다는 배경도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파스퇴르의 이론이 과학적으로 큰 발전을 이룬 것이었기 때문에 파스퇴르를 믿고 싶어 했고, 이는 과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했다. 1860～70년대에 파스퇴르는 미생물 연구를 진척시키는 동안에 질병세균설을 강력하게 옹호하였고, 이후 여러 백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실험 도구와 장비들의 개선은 당대 과학은 물론 의학 연구에 큰 발전을 가져왔다. 현미경뿐 아니라 렌즈 아래에 놓고 검사할 표본을 준비하는 도구도 크게 개선되었다. 염료처럼 작용하는 특수 화학물질인 착색제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세포 구조의 특징적인 부분에 색을 입혀 강조할 수 있었기 때문에 특히 중요했다. 염색된 핵에는 ‘염색체’라는 이름이 붙은, 어둡게 염색된 여러 가닥이 보였다. 세포분열 중에는 염색체가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발견이나 과학자들이 확인한 세포의 다른 부분은 20세기가 되어서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처럼 실험 도구와 방법들이 개선되는 과정에서 실험실 의학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1. 윗글의 중심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19세기 자연발생설의 양상

② 19세기 실험실 의학의 정립 과정

③ 1850년대 파스퇴르와 푸셰의 논쟁

④ 19세기 중반 생물학의 성과와 한계

⑤ 1860년 이후 파스퇴르의 미생물 연구

→ 수능에서도 어느 정도 봤던 유형입니다. 무난하지만, 헷갈릴 만한 점이 있다면 지문의 반 이상을 지문 내용과 아무 상관이 없는 듯한 파스퇴르와 푸셰의 자연발생설에 관한 논쟁이 잡아먹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럼 해당 지문은 파스퇴르와 푸셰의 자연발생설에 관한 논쟁과 실험실 의학, 이렇게 2가지 흐름으로 나눠지는건가?”

하지만 문제를 보면 파스퇴르와 푸셰의 논쟁, 자연발생설의 양상, 실험실 의학의 정립 이렇게 3가지가 모두 문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보이는 경찰대 기출 주제 찾기 문제의 가장 큰 특징은, 지문에 등장하는지가 아니라, 지문을 ‘포괄하는지’로 문제의 정오를 판단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지문의 대부분을 파스퇴르와 푸셰가 잡아먹고 있으니 놓치기 쉽습니다. 자세히 보면, 지문에서 필자는 멀쩡히 실험실 의학을 얘기하다가 갑자기 80마일 급커브가 날아옵니다.

[3문단] (실험실 연구 덕분에 1830년대 이후로 세포가 핵과 그 외의 여러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과학자들은 이를 빠르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썩은 고기나 고여 있는 물에서 단순한 생물이 생겨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자연발생설’에 관한 해묵은 논쟁은 별개의 문제였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덮지 않고 식탁에 고기 조각을 방치하면 며칠 안에 구더기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시에는 파리가 낳은 알에서 구더기가 부화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다면 구더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 시기 과학자들에게 가장 쉬운 설명은 영양분이 공급되는 환경에서 이 생물들이 일종의 화학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해석이었다. 이는 ㉡당시의 일반적인 견해에 따른 해석이었으며 이치에 맞는 것 같았다.

3문단에서 실험실 연구에 대해 쭈욱 설명하다가 갑자기 자연발생설이 등장하고, 파스퇴르와푸셰의 논쟁이 등장합니다. ‘이 얘기가 왜 나온걸까?’라는 질문 하나가 이 문제에 딸린 대부분의 문제를 풀어내고 지문에서 필자가 의도한 바가 무엇이었는지를 이해하는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자연발생설은 왜 별개의 문제였을까요? (이렇게 하니까 갑자기 김동욱 선생님이 된 것 같네요. 우리 생각의 그릇을 키워 항만이가 되도록 머리를 조금만 굴려봅시다. Team 김동욱 Let’s go)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 있을 때 지문의 앞과 뒤의 문맥을 살펴보면 대충 그 뜻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1문단, 2문단은 모두 통제된 실험실 환경에서 실험실 의학을 엄격히 적용해야 질병이 진행되는 방식을 알 수 있다고 나옵니다. 3문단의 첫 문장은 2번 문제를 위한 사실상의 빌드업, 또는 문단과 문단, 문장과 문장 사이의 대립(Team 강민철 Let’s go)을 숨기기 위한 미끼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는 질병이 진행하는 방식을 알기 위해서는 통제된 실험실 환경에서 살아 있는 동물을 가지고 실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 하지만 썩은 고기나 고여 있는 물에서 단순한 생물이 생겨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자연발생설’에 관한 해묵은 논쟁은 별개의 문제였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덮지 않고 식탁에 고기 조각을 방치하면 며칠 안에 구더기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시에는 파리가 낳은 알에서 구더기가 부화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다면 구더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 시기 과학자들에게 가장 쉬운 설명은 영양분이 공급되는 환경에서 이 생물들이 일종의 화학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해석이었다. 이는 ㉡당시의 일반적인 견해에 따른 해석이었으며 이치에 맞는 것 같았다.

19세기 초반의 시대적인 흐름은 통제된 실험실 환경에서 실험실 의학을 엄격히 적용하여야 질병이 진행하는 방식을 알 수 있다는 주장이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자연발생설에 대한 논쟁에서 만큼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과학자들은 ‘아무것도’ 덮지 않고, 식탁에 고기 조각을 ‘방치’한, 전혀 통제되지 않은 환경 속의 상식으로 ‘자연발생설’이 옳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후술되는 파스퇴르와 푸셰 논쟁에서의 푸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푸셰는 실험실 의학을 엄격히 적용하지 않은 실험을 통해 통제되지 않은 환경 속 과학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 맞다고 생각한 것이죠. 결국 ‘자연발생설에 대한 논쟁에서만큼은 당시의 대세였던 실험실 의학이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는 것이 3문단에서 “하지만”이라는 급커브가 나온 이유였습니다. 결국 파스퇴르의 승리로 논쟁이 끝난 것은 합리적인 과학적 검증 방식과, 실험실 의학에서의 실험 도구와 실험 방법의 발전 덕분이었습니다. 결국 파스퇴르와 푸셰의 논쟁과 관련된 3문단에 걸친 기나긴 논쟁도 19세기 실험실 의학의 발전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럼 이제 1번과 3번도 지울 수 있겠죠. 답은 2번입니다.

이걸 알면 이제 2번 문제에서도 2번에 낚이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2.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⑤ 실험실 의학의 중요성은 과학적 실험 방법이 마련된 20세기에 들어와서 비로소 인정되기 시작했다.

→ 1850년대 파스퇴르가 취했던 과학적 검증 방식은 합리적인 것이었습니다. 20세기가 되어성 주목 받은 것은 세포의 다른 부분입니다. 5번이 답입니다.

3. ㉠의 진술 의도를 가장 잘 나타낸 것은?

① 답이 명확하다면 굳이 질문할 필요는 없다.

② 알 수 없는 것을 아는 것으로 속일 수는 없다.

③ 답은 알고 있으나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④ 최선의 답을 모른다면 차선의 답이라도 구해야 한다.

⑤ 답에 대한 시비가 있다면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특정 문장을 집는다면 수능도 그렇고, 경찰대 기출도 그렇고 문장 자체의 의미에 집중하기 보다는 앞뒤 문장의 문맥에 더 크게 집중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해당 문장 자체는 수험생들에게 그 의도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꼬아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 문장만 계속 들여다본다고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추론 문제 푸는 방식은 ‘해당 문장이 없다고 가정하고 직접 답을 주관식으로 적어본 다음, 내가 생각한 답과 가장 가까운 보기를 찍는 것’인데요, 영어 칼럼에서도 말씀 드리겠지만 수능 영어의 킬러인 빈칸 문제도 저는 주관식으로 답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풉니다. 여기에도 이걸 한번 적용시켜보겠습니다.

[3문단] 당시에는 파리가 낳은 알에서 구더기가 부화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 이 시기 과학자들에게 가장 쉬운 설명은 영양분이 공급되는 환경에서 이 생물들이 일종의 화학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해석이었다. 이는 ㉡당시의 일반적인 견해에 따른 해석이었으며 이치에 맞는 것 같았다.

→ 이전 문장: 당시 파리가 낳은 알에서 구더기가 부화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 현재의 일반적 견해는 파리가 자연발생에 따른 화학적 과정이 아닌 파리가 낳은 알에서 구더기가 부화하는 것이다.

→ 이후 문장: 당시 과학자들은 당시의 일반적 견해에 따라 생물들이 화학적 과정(그러니까 자연발생)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해석했다.

지금 우리가 아는 진리는 당시의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진리와는 다릅니다. 이전 문장은 현재 우리가 아는 배경지식과 과거의 배경지식이 다름을, 이후 문장은 이에 따라 과학자들이 내린 결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은 이 시기 과학자들이 왜 해당 해석이 등장했는지에 대한 진술이 부연설명으로 등장해야겠네요. 해당 시기에는 답을 몰랐고, 그 시기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그들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올바른 답을 내놓아야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후 문장의 화학적 과정에 대한 해석이 대안적 답으로서 등장한 것이죠. 답은 4번이겠네요.

4번은 쉬워서 넘어가고, 5번을 보겠습니다.

5. 윗글을 바탕으로 <보기>를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1879년에 파스퇴르는 우연한 일로 독성이 약해진 닭콜레라 유발 미생물을 닭에게 주사하여 면역 여부를 확인하게 되었는데, 닭이 콜레라에 걸리지 않았을뿐더러 면역이 생기기도 했음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양이나 소와 같은 가축에 생기는 탄저병에 관한 백신도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행한 공개실험을 통해 그 효과를 증명하기도 하였다. 즉, 백신을 주사한 양과 주사하지 않은 양에게 탄저균을 주입하여, 백신을 맞지 않은 양들은 거의 죽어가고 백신을 맞은 양들은 한 마리도 죽지 않은 것을 사람들에게 보인 것이다.

→ 잠깐, 선지 읽기 전에.

이미 보기만 읽고도 답이 슬슬 짐작이 갔어야 합니다. 이것과 관련된 언급은 지문에 단 한 차례, 맥락 없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1860~70년대에 파스퇴르는 미생물 연구를 진척시키는 동안에 질병세균설을 강력하게 옹호하였고, 이후 여러 백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는 이미 푸셰와의 논쟁과 관련된 실험에서 미생물이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것이 바탕이 되어 미생물을 미리 주사하여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한 것입니다. 지문과 이 보기의 연결고리는 이것 하나입니다. 지문과 보기를 연결하는 유일한 단서. 바로 3번에 눈이 갑니다. 경찰대 시험은 시간이 생명입니다. 답이 보이면 바로 넘어가야 합니다.

③ 파스퇴르는 발효나 미생물 발생 실험에서 이미 알고 있었기에 동물의 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미생물과 관련지어 생각했겠군.

3번입니다. 아무리 봐도 틀린 게 보이지 않네요. 찍고 넘어갑니다.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선지를 읽다가 답이 보일 때, 남은 선지를 보지 않고 넘어가는 것을 흔히 ‘손가락 걸기’라고 합니다. 손가락 걸기는 사실 매우 위험한 방법입니다. 내가 어떤 판단 미스를 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손가락 걸기가 필요한 것은, 문제를 끝까지 보지 않고 넘어가 틀리는 한 문제보다, 시간이 부족해 풀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세 문제가 더 가치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답이 확실해서 남은 선지를 보는 게 시간 낭비라고 느낀다면 시간을 1초라도 아끼기 위해 넘어가는 것이 맞습니다.

각자 손가락 걸기의 임계점은 다릅니다. 누군가는 답이다! 싶으면 바로 넘어가고, 저처럼 걱정이 많은 사람은 정말 답이다 싶어도 삼고초려하며 선지를 끝까지 보게 됩니다. 하지만 한 문제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버려야 시간 안에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이 경찰대 기출인 것 같습니다. 또한 수능이더라도, 매 모의고사마다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앞에서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허비했다면 손가락 걸기를 적절히 활용해 남은 문제들을 빠른 속도로 풀어내는 유연한 태도도 필요합니다.

24학년도 경찰대학 국어

[16-20] 철학

철학 지문이므로 약간 지엽적일 것 같습니다. (나)지문과 관련해서는 크게 어려운 문제가 없으므로 (가)지문과 관련된 18번 문제만 살펴보고 넘어가겠습니다.

(가)

인간이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은 (어느 사물이 그릇 속에 존재하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 그릇 vs 공간, 인간 vs 사물의 대비구도가 형성됩니다. 미리 출제를 예상하고 대비구도를 잡아주어야 합니다. 한 쪽 팀은 괄호, 한 쪽 팀은 밑줄로 표시해주었습니다.

인간은 (사물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 주변 세계와 관계를 맺는 주체이며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지향성이라는 특징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 (사람들은 그저 세상에 던져져 주어진 자리에 머무른 채 살지는 않는다.) 어떤 필요에 따라 사물들을 이용하거나 대상에 대해 어떤 감각이나 느낌을 가지고 상호 작용하며 이리저리 생각하면서 어떤 일을 해 나가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필요한 수행의 영역이 인간 삶의 공간에 상응한다. / 이 공간은 수행의 진전 여하에 따라 확장되거나 축소될 수 있고 다른 양태로 변경될 수도 있다.

→ 짧은 구간 동안 3번의 대비가 나왔습니다. 마지막은 사물과 그릇 범주의 설명이 나오지 않았어도 ‘그릇은 공간처럼 진전되면서 확장, 축소, 변경되지 않고 고정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뒤따라 나와야 합니다. 앞선 문장들과는 달리 이 부분의 언급을 생략했을 뿐, 대비구도가 똑같이 반복되니까요. 또한 생소한 용어가 많이 등장하는 복잡한 지문이므로 ‘지향성 → 공간’처럼 따로 용어들을 스키마의 형태로 정리해놓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Team 216학파 Let’s go)

공간은 인간 존재의 지향에 따라 의미를 얻는다. 인간은 공간 속 ‘어딘가에’, 즉 특정한 위치에 존재한다. 인간이 어느 곳에 처해 있는 방식은, 그가 우연히 ‘어딘가에’ ①버려졌다고 느끼는지 아니면 ②바로 그 곳이 자신에게 속해 있고 자신과 한 몸처럼 묶여 있다고 느끼는지에 따라 각기 다를 수 있다. / ①인간은 공간에 버려진 듯이 느낄 수도 있고 ②공간에서 안도감을 느낄 수도 있다. / 또 공간과 ②일체감을 느끼기도 하고 공간을 ①낯설게 여기기도 한다. 이것이 인간이 처한 공간에서 공간과 맺는 관계의 변화 양상이다.

→ 첫 문단에서 지향성에 따라 공간이 변화하고, 그에 따라 관계가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했는데, 그 구체적 사례가 2문단에 등장합니다. 자세히 보시면 여기서도 관계에 대한 부정적 시어와 긍정적 시어가 문장 내에서 반복적으로 대립됩니다. 그리고 이 중 ①부정적 관계가 (가)의 3문단의 핵심이고, ②긍정적 관계가 (나)의 주된 내용입니다. 이렇게 대립되는 구도가 뒤에 더 큰 범주로 확장되어 자세한 설명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수능과 상당히 유사해지죠.

하이데거는 인간 실존이 세계에 던져져 있는 상태에 대해 얘기한다. 던져진 상태는 인간이 그의 의지와 무관하게, 혹은 그의 의지에 반하여 낯선 세계 안에 들어있음을 말한다. 이처럼 생각지도 않은 자리에 있는 인간은 무의미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 상태에서 벗어나 삶의 영역에 상응하는 세계의 지평을 넓히려고 도모하는데, 이를 ‘존재의 기획’이라 한다. (이러한 기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인간은 던져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고향을 잃어 버리고 뿌리가 뽑혀 나간 우리 시대의 인간이 공간과 맺고 있는 관계를 정확하게 본 모습이다. 이 모습은 인간과 공간의 관계에서 무엇인가 중요한 것이 결여된 경우에 나타나는 현대인의 특징이다.

→ 2문단의 대립되는 범주 중 ①에 대한 설명이 예상대로 나옵니다. 던져져 있는 상태가 대충 버려진 상태와 유사하다고 판단하면서 넘어갈 수 있겠네요. 여기서 또 ‘사람들은 그저 세상에 던져져 주어진 자리에 머무른 채 살아가지 않는다’라는 1문단의 문장과 연결될 수 있겠네요. 대비되는 범주 3문단 와서도 잊지 말아줍시다. 사물은 결국 존재의 기획을 수행하지 못하는 존재라고 해석할 수 있으며, 이것이 곧 중요한 무엇인가가 결여된 인간과도 같습니다.

18. ㉠에 주목하여 추론한 생각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3점]

① 인간이 사물과 관계를 맺는 방식은 ㉠을 배제할 때 가능해진다.

→ 전혀 아닙니다. 인간은 ㉠이라는 특징으로 설명‘되어야’ 합니다. ‘~여야 한다’는 이원준 선생님께서 굉장히 강조하는 필요조건, 충분조건을 나타낼 때 사용됩니다. 배제하면 안됩니다.

② 인간이 고정불변의 사물로 규정된다는 것은 ㉠을 전제로 할 때 타당하다.

→ 인간이 사물로 규정? 넘어갑니다. 이미 인간 vs 사물의 대립되는 구조에서 판단 가능합니다. 둘은 같아질 수 없습니다.

③ 인간이 필요에 따라 사물을 이용할 때 이미 ㉠의 방향은 결정된 상태이다.

→ 여기서 살짝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1문단]‘사람들은 그저 세상에 던져져 주어진 자리에 머무른 채 살지는 않는다. 어떤 필요에 따라 사물들을 이용하거나 대상에 대해 어떤 감각이나 느낌을 가지고 상호 작용하며 이리저리 생각하면서 어떤 일을 해 나가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필요한 수행의 영역이 인간 삶의 공간에 상응한다.’

여기서 보면 이용의 과정에서 ‘수행의 영역=공간’이 필요하다고 나오는데요, 이 공간은 지향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그럼 지향 → 공간 → 이용의 도식이 나오는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간은 수행의 진전 여하에 따라 확장, 축소,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공간이 달라지면 이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복잡하게 판단하기 전에, 이미 ‘인간’이라는 키워드에 ‘결정’, ‘고정’과 같은 ‘사물’ 진영의 키워드가 연결되면 대립 구도에 따라 건너 뛰셨어야 합니다.

④ 인간이 사물과 구별되는 속성은 ㉠과 무관하게 선험적으로 부여 받은 것이다.

→ 인간은 지향성이라는 특징으로 설명됩니다. ①과 마찬가지로 지향성과 인간을 분리하려는 시도는 모두 거르셔야 합니다.

⑤ 인간의 존재 방식과 사물의 존재 방식의 다른 점은 공간과 연관될 때 ㉠의 자질이 나타나는지 여부이다.

→ 사물과 인간의 대립구도를 나타내는, 핵심 관통 선지입니다. 인간과 사물은 지향성의 유무로 대비되며, 그것은 (사물들 중 하나가 아니라)라는 대비구도를 암시하는 구절을 통해 파악할 수 있습니다. 5번이 답이네요.

이번 비문학 편에서는 24학년도 기출의 비문학 지문 몇 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당장 이 문제만 봐도 알겠지만, 경찰대학 기출에서도 손가락걸기, 구조독해 등 수능의 풀이법이 유용하게 쓰입니다. 이번 칼럼에서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제 의도는, 바로 경찰대 국어 비문학은 수능과 매우 유사하게 출제된다는 점입니다. 경찰대 비문학은 어렵다기 보다는 시간압박에 맞서는 심리적 부담이 큰 것 같습니다. 유형만 따지자면 수능에 LEET의 시간 압박이 살짝 가미된 것이 경대 기출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다음 칼럼에 다뤄볼 문학은 비문학과 양상이 약간 다릅니다. 답이 명확히 보이지도 않고, 과거 기출보단 완화되었지만 킬러 문제도 종종 출제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최대한 수능에 맞추어 어떤 면에서 수능의 출제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지, 또 구조독해와 같은 수능의 풀이법을 어디서 적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면, 다음 시간에는 경찰대만의 독특한 선지 변별 방식에 대해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국어 문학 편으로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