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경찰대학 1학년 임정언 학생입니다.

(긴 글 읽기 귀찮으시면, 쭈욱 스크롤 내리셔서 칼럼의 맨 마지막 문장만 보세요.)

경찰대 시험 기나긴 여정의 첫 관문인 경찰대 1차시험이 오늘 끝났습니다. 일단 결과와 상관 없이 시험을 친 모든 분들께 수고했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기대감에 부푼 채 내년에 입학할 45기 후배들을 고대하는 몇몇 동기들과 함께 올해 경찰대학 시험문제를 시간에 맞춰 풀어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경찰대학에 대한 높아진 관심도를 반영하여 예년과 난이도가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운 수준에서 적절하게 출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국어는 예년과 비슷하게 평이한 수준이었지만, 현장 체감은 매우 쉬웠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험장에서는 “와 잘 풀었다!”라고 생각했다가 막상 집에 와서 풀어보니 의문사 당한 문제가 꽤 있었을 것이라는 예상이 듭니다. 이런 시험지에서도 고득점을 맞으신 분들께는 정말 훌륭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영어는 변별력 있는 문항의 수가 예년 대비 줄었으나 예년이 매우 어려운 시험이었기 때문에 체감상 쉬워졌을 뿐, 평이한 수준으로 회귀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찍기 실력보다는 개개인의 실력이 점수에서 확연하게 드러났을 거라 예상됩니다.

수학은 작년과 같은 평이한 시험지를 예상했다면 매우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3번의 나머지정리는 고1 수학의 기본기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면 많이 헤맸을 것이며, 19번과 20번이 기출로 익숙한 소재인 것에 비해 18번을 비롯한 이전 문제들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이 문제들이 평소보다 쉬웠더라도 여기까지 도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총평은 이쯤에서 넣어두도록 하고, 이렇게 경찰대 시험 당일 늦은 시간에 시험지를 풀고 이런 칼럼을 쓰게 된 이유는 시험의 난이도도, 빗발치는 문의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경찰대 시험 치느라 너무 수고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만약 이번 시험을 잘 치셨다면,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경찰대학 시험은 아직 4개월 남은 대입 대장정의 첫 시작일 뿐입니다. 경찰대학이 목표시라면 앞으로 더 비중이 큰 체력, 면접, 수능, 학생부가 남았으며, 만약 경찰대가 그저 보험용이라면 경찰대학 시험 점수는 아무 의미가 없고 남은 수능에 온힘을 쏟아야 합니다.

만약 이번 시험을 못 치셨다면, 아니 못 치셨다고 생각하신다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작년에 커뮤니티의 온갖 점수에 대한 자랑 아닌 자랑글에 정신이 어질했던 기억이 납니다.

‘진짜 이번 시험이 많이 쉬웠던걸까?’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 글들이 다 허언이었든, 진짜 잘 본 사람만 글을 썼든 그 시험은 절대 쉬운 시험이 아니었습니다. 올해 상위권 수험생의 경찰대 유입이 많아 진성 지원자 친구들이 시험을 친 후 많이 당황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세에 절대 주눅 들거나, 말리지 마세요.

여러분은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훌륭하니까요.

일단은 오늘 어려운 시험을 끝냈으니 공부에 대한 미련은 벗으시고, 오늘 하루만은 수고한 자신에게 휴식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마음을 써봤자 이미 나온 점수가 바뀌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시험에 대한 생각은 훌훌 벗어던지시고, 그냥 본능에 이끌려 하고 싶은 것을 하세요. 저는 작년 이날 그동안 너무 듣고 싶었지만 공부할 때 집중이 안 될까봐 못 들었던 음악들을 침대에 누워 쭈욱 몰아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다이어트하는 사람의 치팅데이처럼, 수험생으로서 할 수 없었던 일을 딱 반나절만이라도 원없이 하면서 밀린 스트레스를 풀고, 내일 다시 수험생의 본분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동안 1차 시험에 관한 질문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던 많은 학생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기면서, 이만 칼럼을 마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다시 한 번 외치겠습니다.

오늘 하루 정말 수고 많았어요 :)

P.S. 1

시험에 대한 문의가 많은 것 같아, 저희 동기들 중 작년, 즉 24학년도 1차 시험에서 각 과목별 수석(!)을 차지한 친구들에게 이번 시험의 손풀이를 요청했습니다.

정말 뛰어난 친구들이 어렵게 부탁을 들어주었으니, 곧 올라올 해설 및 손풀이 칼럼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P.S. 2

“000점이면 합격할 수 있나요?” “000점이면 잘 본 거 맞나요?” 등 본인의 점수를 언급하는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그동안의 커트라인은 인터넷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본다면 확인할 수 있고, 그해 시험의 난이도는 누구도 알 수 없으니 저의 섣부른 판단으로 여러분의 합불을 책임져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 관해 양해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