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제 20기 목표달성 장학생, 서울대학교 의예과 이규현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멘토의 일상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멘토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궁금해하시는 분이 댓글이나 메일에 가끔 계셔서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보내기 때문에 특별하게 재미있거나, 가슴이 뛰는 내용은 없겠지만 안온하게 지내는 모습이 나름의 수요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고요하다 못해 정적이 감도는 건물에서 햇빛의 부름으로 천천히 눈을 뜹니다. 알람은 따로 맞춰두지 않았지만 언제나 일어나는 시간은 비슷합니다. 아침 6시 정도에 눈을 뜨면 창문을 열어 바깥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공기를 한동안 만끽합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씻은 뒤에 아침 식사를 먹으러 식당으로 향합니다. 복도를 나서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아직까지 이 건물에서 저 이외의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식당에는 그럭저럭 잘 준비된 아침 식사가 있습니다. 식당에도 사람은 거의 없고, 간혹 있더라도 저와 식사 시간이 겹치지 않아서 한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 흥미로운 뉴스 거리를 조금 찾아보거나, 들고 다니기 쉬운 포켓북을 심심풀이 삼아서 읽어봅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조리사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옆에 붙어있는 체력 단련실로 향합니다.

체력 단련실에는 간단한 운동 기구가 있어서 신발을 갈아신은 뒤 1시간 정도 시간을 들여서 운동을 합니다. 혼자서 고요하게 운동을 하다 보면 마음이 정갈해지고 일에 집중도 잘 됩니다. 땀을 흘렸으니 방으로 돌아가서 잠깐 씻고 노트북을 켜서 주어진 일들을 합니다. 주로 여러분이 한 번은 접해보았을 국어, 영어의 교재나 모의고사를 검토하거나, 원격으로 학생들에게 수업을 진행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오후 3시나 4시 정도가 되는데, 점심을 먹기에는 애매한 시간대라서 더 기다린 뒤에 저녁을 바로 먹습니다.

저녁은 식당에서 해결하거나 버스를 타고 나가서 바깥 음식을 먹습니다. 평소에는 식당에서 해결한 뒤에 방으로 올라가서 일하거나 독서를 하는 편인데, 모처럼의 칼럼이니까 주변 사람들과 함께 먹었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곳은 저와 연고가 없는 지역이기에 여기서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만 2명 정도 단출하게 불러서 식사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본 친구들이 반갑기도 해서 늦은 시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버스가 끊겨서 택시를 타고 방까지 돌아왔습니다. 낮에는 별 느낌이 없었지만 인기척이 없는 건물을 밤에 보니 조금 으스스해 서둘러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다른 사람을 만난 날은 피곤해서 바로 잠자리에 들지만, 보통은 잠이 잘 오지 않아서 독서를 조금 더 하는 편입니다.

눈꺼풀이 무거워져서 불을 끄고 정돈된 침대에 누우면, 수험생 때 그토록 바라던 평온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집니다. 산 중턱의 고요한 환경과 자유로이 보내는 시간이 저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칼럼을 쓰면서도 새삼 깨닫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침에 창문을 열면 보이는 풍경을 사진으로 보여 드리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