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목달장 20기 이화여대 미래산업약학과 윤서진입니다.

 수능이 이제 딱 2주가 남았네요..! 저는 작년 이맘때, 딱 지금처럼 추워지기 시작했을 때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집중하는 훈련을 한다는 이상한 핑계로 항상 독서실을 탈출하여 스타벅스에 가서 공부를 하곤 했습니다..ㅎㅎ 사실 이제 정말 얼마 안남았다는 생각에 들떠서는 카페에서 실모 하나풀고 30분 유튜브보고, 수특문학 강의를 보다가 갑자기 사과게임도 하고.. 그랬었죠..ㅋㅋㅋ 야자시간에 수능 끝난 주말에 한 콘서트 티켓팅도 미리 하고.. 막판스퍼트를 내야하는 상황에서 열심히 공부하기 보다는 수능이 끝나면 뭘하고 지낼지 고민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보내던 며칠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얼른 마음을 다잡고 다시 공부에 집중하였습니다!

 10월 말 칼럼으로 수능 직전에 해야하는 것들/가져야 하는 마음가짐 등으로 칼럼을 작성할까 싶었는데, 관련 내용은 정말 수능 직전!에 한 번 더 올려보도록 하고, 이번에는 가볍게 읽으실 수 있도록 제가 수능 끝나고 했던 일, 추가로 합격 발표가 나던 날 이야기도 해보려 합니다!

 수능이 끝난 날, 기억상 20-30분 정도 핸드폰도 안주고 가만히 앉아서 대기만 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이 정말이지 너무 지루하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세상에서 가장 긴 30분이 지나고 드디어 휴대폰을 받아서 저는 빛의 속도로 메가스터디에 국어, 수학 답을 입력했습니다. 이미 답이 다 나와있던 상황이어서 답을 입력하자마자 점수를 알 수 있었는데, 국어는 잘 봤을 거라고 생각한 것에 비해 낮은 점수인 85점이 나와서 1등급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히 턱걸이로 1등급이었습니다!ㅎㅎ) 다음으로 수학 답을 입력하고 완료 버튼을 눌렀고.. 100점이 뜬 걸 보고선 너무 놀라 심장이 마치 부풀어오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ㅋㅋ 저는 답을 잘못 입력한 게 아닌지 거듭 확인을 했고, 이제 퇴실하라는 안내를 듣고 기다리고 계시던 아빠께 수학 만점이라는 개쩌는 소식을 빨리 알려주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고사장을 나왔습니다. 수능을 보는 동안에는 하나도 긴장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나니 긴장이 풀린건지 계속 흥분이 되고 가슴이 빠르게 뛰었던 것 같아요. 가는 길에 영어 답이 나왔는데, 채점을 해보니 100점이었습니다..! 2등급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1등급, 심지어 100점이라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고3 모의고사 중에서 한 번도 수학이나 영어에서 100점을 맞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다음으로는 17대 1의 경쟁률인데다 2배수만 뽑기에 마음을 거의 비우고 있던 서울대 1차 발표가 나서 떨리는 마음으로 조회를 했습니다. 결과는 합격이었고 저는 너무나도 기쁜 동시에 많은 일이 짧은 순간에 휘몰아쳐서 매우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집에 도착해서는 부모님과 윤서진의 수잘&서울대 1차 합격을 자축하기 위해 소갈비를 먹으러 갔습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수능 점심부터 밥이 잘 안들어가던 상황이었기에 평소만큼 먹진 못하고 돌아왔습니다..ㅜㅠ 오는 길에 탐구 답이 나와 채점을 했고, 예상대로 경제는 망하고 사문은 잘 봐서 이대약대 최저인 4합 5는 맞췄다는 생각에 안도했습니다.

 이렇게 정신없게 저의 수능날이 끝났고 정말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은 학교에 갔다가 조퇴를 하고 부모님과 속초로 여행을 갔습니다. 속초에서 연세대 경영 최종 발표가 났는데 우주예비로 떨어졌지만, ‘서울대에 붙으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넘겼던 것 같아요. 주말에는 수능 전에 티켓팅 해둔 콘서트도 갔다왔고, 수능 다음주 까지는 서울대 면접 준비로 정신없게 보낸 것 같아요. 학교 기말고사 기간이었어서 평일 내내 오전에 학교가 끝나면 점심을 먹고 바로 서울에 있는 면접학원에 가서 모의면접을 보고, 집에와선 복습을 하였습니다. 금요일에 서울대 면접, 토요일엔 연대 하스 면접을 보고 비로소 제 입시가 완전히 끝났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집에 와서 미리 시켜둔 휴대폰을 개통했는데, 중고등학생일 동안 항상 아빠가 쓰던 갤럭시 폰을 쓰다가, 아이폰을 갖게 되니 행복하더라고요..ㅎㅎ 새로운 폰을 들고 전 주에 갔던 콘서트 마지막 회차에 또 가서 영상도 찍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든 게 끝나고 나서는 평소에 너무 하고 싶었지만 못하던 소소한 일들을 하고 지냈습니다. 수능 전의 저는 학교가 끝나면 항상 자습실로 내려가 야자를 하고 어두울 때 하교를 했는데, 날이 밝을 때 친구들과 함께 하교해서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원래는 6시에 일어나 7시 셔틀을 타고 학교에 가 아침자습을 했지만 수능 이후엔 8시에 일어나 8시반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기도 했습니다. 학교에 체험학습을 내고 언니와 둘이서 일본 여행을 오래 갔는데, 일본에서 수능 성적표도 나와서 최저를 확실히 맞췄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했었고, 언니와 차를 타고 고요한 비에이 마을 드라이브를 하다가 성대 경영 합격 발표가 나서 행복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돌아와서는 오후 3-4시까지 자고, 오후에 대애충 운동하러 갔다가 집에와서 또 새벽까지 폰을 보던 생활을 며칠 하니 최종 발표일이 다가오더라고요..! 최종 발표 전날 친구와 만화카페에 가서 만화도 보고 놀다가 서울대가 항상 하루 일찍 조기발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더이상 만화에 집중하기 힘들어서 합격자 조회 배너가 뜨고 나선 만화카페를 나왔고, 집에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는데, 5시가 되고 합격 조회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합격이었고 저는 제 이름 석자가 쓰인 서울대학교 합격증이 너무 어색하고 감격스러워서 합격증 사진을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던 기억이 납니다. 그 날도 행복하게 잠에 들었고, 다음날도 늦잠을 자다가 연세대, 고려대 결과가 나왔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비몽사몽하게 합격조회를 했습니다. 저는 연대 하스, 고대 경영도 모두 합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아침부터 정말 얼떨떨했습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모두 합격했다니! 스스로가 너무 대견하더라고요 ㅋㅋㅋ 오후에는 약속이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 놀고 있었는데 마지막이었던 이대 약대 발표가 났습니다. 이 역시 합격이었는데, 이 때 쯤엔 합격이라는 글자가 주는 감동에 어느정도 무뎌져서(?) ‘헐 미친, 합격이네?’하고 다시 친구와의 수다로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수능이 끝난 날부터 합격 발표날까지의 기억을 복기해봤는데, 다시 생각해도 너무 행복했던 나날인 것 같아요..! 제가 항상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모범생도 아니었고, 러셀에서는 졸다가 받은 벌점으로 퇴원위기에까지 처하고, (조금 부끄럽지만..) 철없게도 선생님께 대들다가 학교 심화반에서 쫓겨난 적도 있습니다. 이런 저도 해냈는데, 여러분이라고 못 할 건 전혀 없다고 봅니다! 지금 시점에선 이미 원서도 넣었고 수능도 2주 뒤면 끝나니, 모든 걸 운명에 맡기며 ‘윤서진도 해냈는데 나라고 못할 건 없지!’하며 긍정적으로 보내셨으면 해요.

 제가 위에 쓴 이야기가 여러분 인생의 예고편이길 바라요. 다시 읽어보니 부족한 필력으로.. 가독성이 그리 좋진 않은 것 같네요..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응원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