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 2교시 수학]
(아니 야발 2교시 감독관도 잘생겼다. 이번엔 30대 중반의 곱슬머리 선생님인데 장난기 많을 것처럼 생긴 이미지가 너무 귀여우셨다.) 본령이 울리고 1번문제를 풀자마자 바로 한장 뒤로 넘겨서 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누가 나보다 시험지를 빨리 넘기면 왠지 모르게 조급해질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다음 10번까지 무난하게 풀고 11번에 들어갈 때 한 번 심호흡을 크게 하고 본격적인 4점 밭으로 출발했다. 실모를 풀거나 6,9월을 봤을 때 10번대 초반부터 막히는 경우가 꽤 많았기에 별표가 나와도 당황하지 말자는 다짐을 다시한번 되새긴 후 객관식을 풀었다. 계획대로 모르는 건 패스패스 하고 주관식, 확통 순서대로 아는 것만 우선 풀었다. 1회독을 했을 때 별표 10개에 약 1시간이 남았었던 것 같다. 편안한 마음으로 객관식 별표, 확통 별표를 하나하나 건드리며 풀어갔고 생각보다 금방 해결되는 별표도 꽤 있었다. 특히 확통 29번 문제가 거의 한 2분?도 채 안돼서 금방 풀려서 당황했었다. 내가 뭐 놓친 단서가 있나 이게 이렇게 쉽게 나올 리가 없는데.... 거의 3점 문제와 비슷한 난이도로 느껴져서 당황스러웠다.
22번을 제외한 나머지 4점 주관식 문제도 시간은 좀 잡아 먹었으나(어떤 건 한 10분?) 특이점을 잡아라!라는 말이 귀에 맴돌아서 나도 모르게 이 점이 좀 수상한데~? 하는 식으로 접근했더니 뭔가 답이 보였다. 사실 주관식 중 두문제는 끝까지 확신이 안들고 내가 제대로 접근한 게 맞나 싶었지만 그 때의 나로서는 딱히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그냥 틀렸겠거니 하고 냅둔 채로 나머리 별표를 해결하는 데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평소에도 주관식에서 두세개 씩은 틀렸으니 뭐 틀리든지 말든지 같은 생각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며칠 뒤 뉴스를 보니 수학 22번 문제 정답률이 1.5%더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래서 다들 22번 ㄹㅇ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이 많았는데...난 솔직히 현장에서 그걸 몰랐다! 왜냐면 내게 22번은 애초에 내가 건드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번호가 22번 15번인데 그 날은 왠지 예의상 보기는 해야할 것 같아서 한 1분 정도 들여다 봤다 깔끔하게 포기했다. '응 뭐래는거야~ㅎㅎ'하면서 말이다.
끝나기 10분 전 종이 울리고, OMR과 가채는 무조건 챙겨야 된다!는 생각으로 풀던 별표 문제를 내려놓고 두개를 모두 작성했다. 그 때 아마 12,15,22,30번과 풀고 있던 문제 하나까지 총 5개가 별표로 남아있었던 것 같다. OMR과 시험지, OMR과 가채를 크로스체크를 여러번 한 후 7분 정도 남았을 떄 마지막 별표를 다시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려 6분 만에 해결할 수 있었고, 30번은 주어진 표를 보고 나름 논리적으로 이거이게 아닐까?해서 요래요래 조합해서 주관식을 찍었다. 그리고 12, 15번은 가장 적게 나온 번호를 찍었고, 22번은 왠지 모르게 끌리는 21이란 숫자로 찍음과 동시에 종이쳤던 기억이 난다. 종이 치고 OMR을 걷어가기 직전, 마지막에 고친 문제와 찍은 문제의 답을 외웠고 답안지를 걷어가자마자 가채점표에 빨리 적어버렸다. 수학시간이 후다다닥 지나가자 점심시간이 되었고 애초에 수학은 기대하지 않았던만큼 뭐 망했고자시고 할 게 없었다. 그냥 뭐 밥이나 먹자라는 생각으로 점심을 먹었다.
[12:10 점심시간]
아침에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떡갈비에 계란후라이 양념한 빨간 단무지 김 소고기뭇국' 9모, 10모 때 두번이나 이미 먹어본 메뉴로 챙겨왔더니 너무 익숙해서 아주 신나게 먹었다. 원래는 내가 적어둔 당일 안내서-점심시간 편을 읽으면서 먹으려 했으나 빨리 먹고 양치를 빨리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밥에 집중하기로 했다. 분명히 5분컷 하지 말고 천천히 먹자고 적어놨었는데 7분컷을 해버린 나...ㅋㅋㅋ
화장실에 사람이 몰리기 전에 거의 1빠로 양치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와 점심시간에 해야할 일을 적어둔 노트를 찬찬히 읽어봤다. 양치하기, 물먹고 화장실가기, 샤프심 채우기,안졸려도 커피먹고 누워있거나 한숨자기, 휴지 채워놓기 등 사소한 거 하나하나 까먹지 않게 적어뒀었다. 거기에 써있는 걸 모두 다 하고나서 다음 장으로 넘겨 영어 편을 읽으며 예시를 붙여읽어라, 생각하며 읽어라, 중간중간 하고싶은 말이 뭔지 정리하며 읽어라 등 다양한 조언들을 상기시킨 후 한 페이지에 정리해둔 단어들을 쫙 훑은 뒤 모든 준비를 마치고 10분 정도 엎드려서 잤다. 자세가 불편해서 잠들지는 못했던 것 같지만, 감독관이 오기 전에 상쾌하게 일어나서 준비를 여유롭게 마칠 수 있었다.
[13:10 3교시 영어]
한 번 놓치면 망한다는 생각으로 긴장타며 영어 듣기를 준비하고 있을 때, 방송으로 나오는 클래식 음악이 너무 좋아서 집에 가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별 생각을 다했나보다.... 아무튼 연습했던 대로 듣기와 동시에 마지막 3문제 세트, 18,19,20문제 일치불일치 4문제 순으로 순조롭게 해결해 나가고 있었는데..... '뭐뭐의 대답으로 적절한 것'을 고르는 문제에서 아무리봐도 올바른 선택지가 안보이는 상황이 생겼다. 나 분명 딴생각도 안하고 제때 듣기로 돌아와서 열심히 듣고 이해도 다 하고 노트테이킹도 다했는데!!! 5개 중에 딱히 이렇다 할 답이 없었다. 아니 답이 없는 게 말이 됨?? 이러고 순간 너무나 당황했다. 그래도 절대 답이 아닌 3개를 지우고 나머지 선지 두 개에서 별표를 한 뒤 우선 다음 듣기 문제에 집중했지만, 그 당황스러움과 찝찝함은 감출 수 가 없었다. 모든 듣기가 끝나고 바로 아까 그 별표로 달려갔다. 다행히 둘 중 하나가 좀 더 옳아보이기는 해서 그걸로 선택하고 쭉 넘어갔으나... 끝날 때까지 여간 찜찜한 게 아니었다.
나머지 독해 문제는 차근차근 스피드있게 풀어나가면서 중간중간 시간체크도 잘 했다. 그 30번대 밭이 있는 그 두 페이지(약 10문제)를 남기고 시간이 30분 정도 남았는데 문제 당 3분! 좋았어 라는 생각으로 조급하지 않게 풀었다. 그런데 진짜로..... 글은 너무나 잘 읽히고 내용 파악도 완전 잘했는데 선지에서 너무 고생을 많이했다. 빈칸은 물론이고 특히 41번 제목 찾는 게 너어어어무 헷갈렸다! 내가 암만 그래도 가오가 있지 맨뒷장에서 틀리는 건 좀 문제가 있다라는 생각에 겨우겨우 하나를 선택하긴 했으나 이것도 확실한 건 아니었다. 아무튼 그렇게 영 찝찝한 영어 시험이 끝나고 나니 뭔가 짐 한덩어리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진 것 처럼 뭔가 후련하고 긴장도 풀렸다. 이제 거의 다왔다라는 희망과 다음은 한국사니 얼른 풀고 자야지라는 생각에 설렜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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