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세대 의예과 24학번 심민준입니다. 

벌써 D-4입니다. 작년 수능이 끝난 지 정말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또 수능이 다가왔네요. 

이 시점에 저의 조언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여러분들께서는 1년, 혹은 그 이상의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겪으면서 베테랑이 되셨으리라 믿기 때문이죠. 남은 4일 동안 여러분들이 해왔던 대로 하시던, 아니면 새로운 무언가를 통해 더 나은 결과를 꾀하시던, 여러분의 판단이 맞을 것이라고 행동해 주세요. 

오늘 준비한 내용은 제가 작년 수능이 끝난 지 얼마 안되어서 썼던 수능 당일날의 복기록입니다. 어떻게 멘탈이 무너지고 극복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준비를 했는지 등을 이 칼럼을 통해 보실 수 있고 도움이 조금이나마 될 것 같아서 D-4에 올려드리게 됩니다. 

수능 전날에는 나쁘지 않게 잤습니다. 저절로 잠이 오더군요. 당일 아침의 컨디션도 최상이었습니다. 기숙학원에서 수능장으로 이동하는 내내 이번 수능은 잘볼것 같다는 예감이 들며 기분도 좋았습니다. 수능장에 도착하고, 같은 시험장에 배정된 친구와 작별인사를 한 뒤 저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어찌된일인지 긴장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날 예열 지문을 가져왔었는데 읽지는 않았습니다. 평소 모의고사를 볼 때 예열지문을 읽지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1년간 썼던 플래너를 읽으며 내가 그날그날 어떤 공부를 해왔고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를 천천히 리마인드 했습니다. 이 때 굉장히 울컥했던 것 같네요.

시간이 흘러 어느새 타종이 치고, 시계를 체크하고 수능샤프를 받았습니다. 이때도 긴장이 안되었습니다. 저는 긴장을 안하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수능 시험지를 받고 파본검사를 하는데, 머리가 멍해집니다. 갑자기 두렵고 긴장이 됩니다. 심호흡을 하고 시험지를 보는데 계속해서 머리가 안돌아갈 것 같습니다. 그 상태에서 시간은 흐르고 국어 시험이 시작됩니다. 첫 번째 고전소설 세트를 풉니다. 분명 ebs 연계지문인데 선지가 애매한 것 같습니다. 일단 4분정도의 시간에 애매하지만 답인 근거는 있어보이는 선지를 고르고 넘어갔습니다. 다음 세트를 봅니다. 큰일입니다. 수필이 안읽힙니다. 9평때도 있던 현상이었는데 수능때 또 이럽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수필을 제외한 세트로 풀 수 있는 문제들을 푸는데 3문제 정도 풀고보니 시작한지 14분이 지나있습니다. 문학 20~25분 정도를 생각했던 저에게는 말이 안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나가려는 멘탈을 부여잡고 다음 현대소설 세트를 푸는데 글이 안읽히기 시작합니다. 이상태로 문학을 더 풀면 시험이 망한다는 직감이 왔습니다. 결국 시작한지 20분만에 언매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시간관리가 망했기에 시계를 이때부턴 보지 않았습니다. 언매를 읽는데 뭐라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심으로 그동안 배운 것은 단 하나도 쓰지 않으며 제 직감이 가리키는대로만 언어 4문제를 푼 뒤 한 문제는 헷갈려서 넘기고 매체를 풀었습니다. 언매를 푼 뒤 본 시계는 9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남은 30분, 제발 독서가 쉽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독서마저 어렵다면 제 점수가 어디까지 떨어질지 예측도 안되었습니다. 그리고 독서를 풀어가는데 다행히 16번 보기문제가 안풀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독서에서 시간을 많이 세이브했습니다. 마킹을 하고나니 남은시간은 10분, 남은 문제는 문학 두세트와 수필 세트, 언매 한문제와 독서 보기문제 하나였습니다. 이때부터가 제 인생 최고의 집중력이 나온 시간인 것 같습니다. 잊음을 논함 지문을 풀어내고 현대소설을 풀고 일동장유가 세트를 풀어내는데 걸린 시간이 7분정도밖에 안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세트들을 다 풀고 가채점표를 작성했습니다. 작성 후 남은시간은 2분남짓, 남은 두 문제 중 언매 한문제의 답을 둘 중 하나로 좁혀놓고 하나를 골랐습니다. 그 후 답개수를 세서 독서 보기문제의 답을 골랐습니다.

1분정도가 남았지만 문제를 풀기보다는 가채점표와 omr카드를 교차검증하며 남은 시간을 썼습니다. 그리고 시험 종료. 시험장을 나가고 싶었습니다. 국어를 평소해 굉장히 자신있어 했고 웬만하면 헷갈렸던 문제 검토할 시간은 남기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수능에서는 한 문제를 찍었고 검토하고 싶은 문제는 정말 많았으나 검토를 못했습니다. 감에 의존해서 고르고 넘어간 문제들도 있었습니다. 원래 국어시간의 기억을 수학시간까지 가져가지 말자고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해왔으나 의미가 없었습니다. 침울한 상태로 수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초반엔 순조로웠으나 14번에서 막히고 20분 정도를 쓰게 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넘겼어야 했지만 제가 정신이 이상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14번을 못 풀고 다음 문제부터 달리는데 22번이 또 안 풀립니다. 멘탈이 나갔습니다. 이땐 그래도 정신이 조금 돌아와서 빨리 넘겼습니다. 미적분은 계산만 복잡할 뿐 쉽다는 생각이 들면서 빠르게 30번까지 풀고 다시 14번으로 넘어왔습니다. 그런데 또 안 풀립니다. 여기서 시간을 다시 허비한 후 22번으로 갔는데 아직 어떻게 푼 지는 모르지만 논리적으로 머릿속에서 생각이 맞춰지며 22번을 풀게 되었습니다. 그 뒤 14번을 3번째로 시도하고 나서야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남은 시간은 20분가량이었던 것 같습니다. 빠르게 마킹과 가채점표를 쓰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답 개수가 말이 안됩니다. 5번이 공통에 하나밖에 없고 미적엔 없었습니다. 분명히 뭔가 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이 실수를 찾는다는 생각으로 객관식 검토를 남은시간 동안 했으나 제 답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뭔지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대로 시험은 종료됩니다.

멘탈이 완전히 나간상태로 점심을 먹은 뒤 영어 예열을 하려고 했으나 글이 안 읽혀서 옆반에 있던 친구와 대화를 조금 했습니다. 그 뒤 다시 시험장에 들어와서 영어 시험을 보는데 왜인지 모르겠으나 글이 굉장히 잘 읽히고 선지도 쉽게 골라지면서 15분가량이 남게 됩니다. 그리고 검토를 하는데 순서 두 문제가 같은 답이어서 하나가 틀렸다 생각하고 고쳐버리게 됩니다. 그 후 별 이벤트 없이 영어시험은 종료되었으며 한국사 시간엔 잤습니다. 그리고 화학과 생명과학은 풀면서 굉장히 쉽다고 생각했고 두 과목 모두 20문제를 검토할 시간이 남아서 무조건 만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모든 과목이 끝난 후 제2외국어 시험이 남아있었으나 너무 지치고 피곤한 관계로 빨리 수능장을 나가고 싶어서 포기각서를 쓰고 대기실에 갔습니다. 대기실에 가서 같은 학원 분을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핸드폰이 도착했습니다. 핸드폰을 켜고 메가스터디 풀서비스에 들어가서 채점을 했습니다. 국어를 입력하는 동안 굉장히 떨렸었는데 까본 순간 98점, 믿기지 않는 점수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수학을 채점하는데 96점, 나쁘지 않았습니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국어는 확신없이 고른 답이나 찍은 답이 다 맞았으며 오히려 가장 맞았다고 생각했던 문제 중 하나에서 오답이 나왔습니다. 수학 역시 오답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객관식은 다 맞았으며 단답형을 하나 틀렸습니다. 이 결과를 보고 바로 부모님께 전화를 해서 알려드렸습니다. 부모님은 밖에서 수능이 어려웠다는 얘기를 들으시고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수능장에서 나가 부모님을 뵙는데 눈물이 나왔습니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많이 울었던 것 같습니다. 집에 가서 나머지 과목도 채점해보니 탐구에서 실수를 하나 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성적이 나와서 굉장히 기뻤고 그날은 푹 쉬었습니다.

어떤가요? 수능을 정말 잘 본 저도, 과정은 순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좋았습니다. 수능날 망한 것 같아도, 그냥 현재에 집중하세요. 자신과의 싸움에서 무너지시면 안됩니다. 준비한 대로 흘러갈거라는 생각은 버리시는게 좋아요. 변수는 너무나도 많거든요. 그동안 잘해왔던, 자신의 본능과 운을 믿어 보세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긴 시간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능 잘 치고 오세요. 제가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