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국어의 시작과 끝 칼럼 연재의 마지막, 3편으로 인사드립니다.
지난 1편과 2편을 통해 수능 국어의 본질과 공부법, 그리고 평가원의 선지 설계 방식을 파헤쳐 보았습니다. 아무리 학습을 잘했어도 실전 시험장이라는 극한의 중압감 속에서 이를 제한된 시간 내에 펼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국어 시험지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게 떨리고 시간이 부족합니다. 오늘 3편에서는 시험장에서 실제로 시간을 줄여주는 독서·문학 실전 풀이 팁과, 성적이 멈춰 답답해하는 여러분을 위한 성적 향상 조언을 전해드립니다.
공부법처럼 어려운 내용을 칼럼으로 쓰면 안 읽고 싶은 마음 잘 알고 있습니다. 가볍게 읽어도 읽히도록, 그러나 내용은 가볍지 않도록 중요한 내용을 모아 가독성 좋게 썼으니 읽어보면 꼭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국어 문제 푸는 시간은 지문 읽는 시간+선지 푸는 시간으로 구성됩니다. 즉, 타임 어택을 극복하려면 지문을 빨리 읽거나 선지를 빨리 풀면 됩니다.
제가 주변 학생을 관찰한 결과, 대부분 지문을 빠른 속도로 읽습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읽으면 과연 학생들이 그 지문을 이해하고, 또는 이해를 못하더라도 글의 주제를 잡으면서 읽었는지 의문이 듭니다. 지문을 빠르게 읽으면 읽고 나서 남은 내용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선지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그리고 선지를 풀면서 지문을 다시 읽죠.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지문을 읽을 때 모든 정보, 사건을 기억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독서의 경우 글의 주제에 직결되는 정보 정도 기억하고, 문학의 경우 표현법과 각 시공간에서의 사건 정도만 기억하면 됩니다. 디테일한 정보는 아무리 상위권이라도 다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상위권과 아닌 학생의 차이는 중요 정보 즉, 문제 출제되는 내용을 얼마나 기억하고 이해하는지입니다.
정리하자면 지문 독해에 충분한 시간을 쓰되, 모든 디테일을 기억하려 하지 말고, 중요 정보만 기억하거나 밑줄로 표시하여 선지 푸는 시간을 줄입시다.
#목차
[1편] 1. 수능 국어란 / 2. 인강 vs 자습 / 3. EBS 연계와 함정
[2편] 4. 독서 학습법 / 5. 문학 학습법 / 6. 선택과목 가이드 / 7. 기출의 중요성
[3편] 8. 독서 푸는 팁 / 9. 문학 푸는 팁 / 10. 성적 향상 조언
#8 독서 푸는 팁
독서 영역에서 시간이 부족한 근본적인 이유는 지문을 읽는 속도가 늦어서가 아닙니다. 글 서두에 말했듯 '지문과 선지를 왕복하는 횟수가 많아서'입니다.
그러니 처음 지문을 독해할 때 밀도 있게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2편 ‘기출의 중요성’에서 평가원이 글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설명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밀도 있게 독해하는 몇 가지 팁을 미시적인 독해와 거시적인 독해로 구분해서 전수하겠습니다. 그리고 문제 푸는 몇 가지 팁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미시적 독해 팁
1. 낯선 용어 정의 함축적으로 읽기
지문에서 낯선 용어의 정의를 대표적으로 두 가지 방식으로 전달합니다.
(1) 문장으로 정의
채권의 정의를 사전처럼 문장으로 풀어서 서술합니다.
(2) 안긴 문장으로 정의
안긴 문장 “세계의 근원적 질서”로 이념을 수식합니다. 안긴 문장으로 낯선 용어를 정의할 경우 뜻을 그냥 지나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글을 읽을 때 위와 같이 표시하면 정의를 잊지 않고 기억하기 쉽습니다.
이와 같이 두 가지 방식으로 지문에서 낯선 용어의 정의를 전달합니다. 두 번째 예시인 이념 같은 경우 정의가 짧기에 이해하거나 외우기 쉽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채권의 정의는 문장이 길어서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정의를 함축적으로 읽으면 좋습니다. 보통 문장의 뒤에서 2~3단어가 정의의 핵심이기 때문에 그것만 함축적으로 기억해봅시다.
예를 들어 “‘채권’은 권리인데 요구할 수 있는 권리구나”
‘이념’ 역시 마찬가지로 ‘세계의 근원적 질서’라고 기억하면 좋지만 간단하게 ‘근원적 질서’ 또는 ‘질서’라고 기억해도 좋습니다.
2. 낯선 용어 나오면 뜻 유추하기
낯선 용어가 나오면 무작정 수식하는 문장을 보기 전에 단어의 생김새를 보고 뜻을 유추해보면 좋습니다.
진리 적합성이라는 일상생활에서 안 쓰이는 낯선 용어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진리’와 ‘적합성’은 우리가 아는 뜻입니다. 그러면 “진리가 알맞다는 건가?”처럼 자연스럽게 정의에 대해 유추가 가능합니다. 그러고 나서 용어의 정의를 읽고 나면 여러분이 유추한 게 대부분 맞고 뜻을 이해하기 더 쉽습니다. 설령 틀렸더라도 정의가 기억에 더 남기 때문에 좋습니다.
‘이중차분법’ 같은 경우 단어의 생김새만 보고 뜻을 유추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정의를 보면 단어 생김새의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시행집단에서 일어난 변화’란 시행집단의 나중에서 처음을 뺀 값입니다. 그 값에다가 ‘비교집단에서 일어난 변화’를 다시 한번 뺀 것입니다. 즉, ‘이중차분법’은 두 번 빼는 방법이라서 이중차분법입니다.
3. 동의적 표현으로 바꾸기
‘낯선 용어 정의 함축적으로 읽기’와 연계되는 내용입니다. 낯선 용어를 우리가 직관적으로 더 와닿는 표현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인격을 ‘특정한 개인으로서의 인간’으로 정의했다면, 지문에서 ‘인격’이 나오는 부분을 ‘인격’이라고 읽지 말고, ‘개인으로서의 인간’ 또는 ‘인간’이라고 읽는 것입니다. 그러면 내용이 더 직관적으로 이해됩니다.
‘인격’을 ‘인간’으로 대체하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마주치는 복수의 주관이 동일한 인간으로 인식된다.’로 문장이 바뀌고 이전보다 이해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정의보다 용어 자체가 일상생활에서 잘 쓰여서 이해하기 쉬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반대로 용어의 정의가 나오면 용어로 대체하면 좋습니다.
1문단에서 영혼을 ‘생각하는 나’라고 정의했습니다.
2문단에서 ‘생각하는 나’가 등장할 때 영혼이라고 읽으면,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으로 문장이 바뀌고 이전보다 직관적으로 내용이 이해됩니다.
이 방법으로 22학년도 수능 헤겔 지문 문제를 풀어봅시다.
2문단에서 절대정신은 이념을 인식하는 인간 정신의 영역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절대정신의 예시로 예술·종교·철학이 있습니다.
1번 선지: 예술·종교·철학 즉 “절대정신 간에는 인식 내용의 동일성과 인식 형식의 상이성이 존재한다”는 말로 바꿀 수 있습니다.
2번 선지: 세계의 근원적 질서는 ‘이념’이니까 “이념과 시·공간적 현실은 하나의 변증법적 체계를 이룬다.”고 바꿀 수 있습니다.
3번 선지: 절대정신의 세 가지 형태는 예술·종교·철학이고 지성의 세 가지 형식은 직관·표상·사유입니다. 다시 말해 3번 선지는 “예술·종교·철학은 직관·표상·사유가 인식하는 대상이다.”라고 바꿀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바꾸면 선지가 적절하지 않다는 게 와닿습니다. ‘직관이 인식하는 대상이 예술’이 아니라 ‘예술이 인식하는 형식이 직관’입니다. 이렇게 단어를 지문뿐만 아니라 선지 읽을 때도 바꾸면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4. 단어 민감성 올리기
특정 단어가 나오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문제에서 출제되는 부분일 때, 특정 단어를 빈번하게 씁니다.
(1) ‘경우, ~할 때’와 같이 케이스 분류를 예고하는 단어
‘ 경우, 때’와 같은 단어가 나오면 지문에서 안 나온 경우도 자연스럽게 생각하며 읽으면 좋습니다. 지문에서 ~할 경우를 서술했다면 그렇지 않을 경우엔 어떻게 될지 대비하면 문제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 ‘전부, 모든’과 같이 예외를 없애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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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이 ‘진리 적합성을 갖는 모든 문장’ 부분입니다. 에이어는 1문단에서 도덕 문장은 진리 적합성을 갖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이 2문단에서 바로 ‘진리 적합성을 갖는 모든 문장’은 ~~하다는 특성을 서술했습니다. 보통 ‘모든’이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포괄합니다. 하지만 도덕 문장은 이 '모든 문장' 범주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즉, ‘진리 적합성을 갖는 모든 문장’은 도덕 문장의 반대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도덕 문장은 분석적이지도 종합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위 지문을 읽으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3) ‘~가 원칙이다, 다만’처럼 자연스럽게 예외를 만드는 단어
임대차 분쟁은 재판 절차가 원칙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뒤에 예외가 나옵니다. ‘~가 원칙이다’가 나오면 대부분 예외도 나오니까 주의 깊게 보면 좋습니다.
#거시적 독해 팁
1. 전통적인 견해 vs 새로운 견해
전통적인 ~~가 나오면 뒤이어 이를 반박하는 새로운 견해가 나옵니다. 따라서 전통적인 ~~가 나오면 어떤 점을 반박하는지 이분법적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을 미리 예상하며 읽으세요.
위의 예시인 2025학년도 6월 지문에서는 전통적이지 않은 견해로 에이어가 나왔죠. 에이어와 전통적인 윤리학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비교하는 것이 (가)지문의 관건 중 하나였습니다.
2. 공통점과 차이점 비교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특히 인문 지문에서 입장이 여러 개 나올 때, 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는 것은 항상 문제 출제 요소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많이 나오면 헷갈리기도 하고 앞내용이 기억이 잘 안 납니다. 그럴 땐 어떤 사상가의 입장이 끝나면 잠시 멈추고, 빠르게 돌아가서 그 사상가의 견해를 2~3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보세요.
2025학년도 6월 에이어 지문의 에이어 파트를 예시로 들자면, 에이어의 도덕 문장은 (진리 적합성X, 감정이나 태도 표현, 독립X)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2025학년도 6월 에이어 지문의 마지막 부분인 행크스 파트입니다. 인문 지문의 마지막 사상가인 만큼 앞에 나온 입장(전통적인 윤리학, 에이어, 논리학자)을 긍정(공통점)하거나 비판(차이점)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부분을 긍정하고 비판하는지 살펴봅시다.
1. ‘화자의 문장 진술은 그 내용과 완전히 무관할 수는 없기 때문에~’
-> 에이어와 공통점
2. ‘도덕 문장을 비롯한 모든 판단적 문장은 참 또는 거짓일 수 있다.’
-> 에이어와 차이점
3. ‘그러므로 도덕 문장을 포함하는 전건 긍정식은 타당해 보일 뿐 아니라 실제로도 타당하다.’
-> 논리학자와 차이점
이런 식으로 어떤 사상가의 입장을 읽을 때, 어떤 부분을 옹호하고 어떤 부분을 비판하는지 미리 파악하면 문제 푸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독서 문제 푸는 팁
1. 읽으면서 키워드 잡기
문제로 내려갔을 때 '이 내용이 지문 어디에 있었지?'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지문을 다시 훑는 순간 시간은 수직 상승합니다. 특히 개념과 용어가 쏟아지는 1~2문단을 읽으며 정보의 위치 구조를 머릿속에 그리세요.
2. 변별력 문제 과감한 손절
많은 학생들이 특정 문제 하나를 붙잡고 4~5분씩 고뇌하다가 시험 전체를 망칩니다. 아무리 쉬운 유형이라도 머릿속에 답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즉시 별표를 치고 넘어가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풀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나머지 문제를 다 풀고 돌아와서 손보겠다는 다짐입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남아있는 쉬운 문학 선지나 독서 내용 일치 선지를 다 맞히는 것이, 답도 안 보이는 3점 문제 하나를 맞히려다 뒤쪽 1~2문제를 찍는 것보다 훨씬 이득입니다.
3. 손가락 걸기
독서 역시 손가락 걸기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작정 넘어갔다간 손가락이 잘리기 쉽습니다. 손가락 거는 기준을 제가 세워드리겠습니다. 옳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일 때만 쓸 수 있습니다.
지문에서 제시한 내용의 방향성과 정반대의 진술이 선지에 명시된 경우입니다. 지문에서 A라고 설명했는데 선지에선 ~A라고 써있는 경우 확신을 갖고 체크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A가 원인이고 B가 결과일 때 선지에서 B가 원인이고 A가 결과라고 써있으면 인과관계가 뒤바뀐 경우이므로 이 경우에도 넘어갈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문에서 A라고 설명했는데 선지에서 B처럼 다른 소재인 경우, 손가락을 걸기보다 검증을 해보는 시간을 갖는 게 좋습니다.
2027학년도 6월 11번의 3번 선지입니다. 지문에서 ‘이용자가 정보의 진위나 의도, 편향 등의 여부를 알기 어려운 허위․과장 광고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으니 3번 선지는 정반대의 진술입니다. 이럴 때 나머지 선지를 읽기보다 3번에 손가락을 걸고 넘어가면 좋습니다.
손가락 걸기는 시간을 많이 단축하지만 당연히 5개의 선지를 모두 보는 것보다 정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린 기준을 바탕으로 문제 풀면 그 정답률이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4. 제재별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
(1) 인문·예술·철학: 어떤 한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입장이 나옵니다. 먼저 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단어가 있다면 주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4학년도 수능 ‘도’, 2025학년도 수능 ‘개화 개념’, 2026학년도 수능 ‘인격 동일성’이 각 입장마다 반복적으로 나왔고 실제로 글을 관통하는 주제였습니다. 또한, 각 입장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2) 경제·법·사회: 경제의 경우 인과 관계가 중요합니다. 원인이 무엇이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유의하여 보면 좋습니다. 법·사회는 케이스 분류(조건/예외)가 중요합니다. 어떤 조건이 성립할 경우, 그렇지 않을 경우, 다수 의견, 소수 의견 등 케이스가 여러 가지 나오면 각 케이스별 상황 파악이 중요합니다.
(3) 과학·기술: 인과 관계가 중요합니다. 어떤 원인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밀도 있게 봐야 합니다. 그리고 보통 단계적으로 서술하는데, 단계의 순서를 헷갈리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9 문학 푸는 팁
문학에서 시간을 줄이려면 지문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 되는 단서만 스캔해 내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문학 역시 독서와 마찬가지로 독해 팁과 문제 푸는 팁 몇 가지를 전수하겠습니다.
#독해 팁
1. 표현법 체크하며 읽기
운문과 소설을 읽을 때 등장하는 간단한 표현법 정도는 읽으면서 체크하면 좋습니다. 독해할 때 모든 표현법을 찾아내겠다는 마음가짐은 작품을 제대로 읽지 못해 위험하기에, 감각적 이미지, 대구법, 계절감, 서술자의 개입 정도만 밑줄로 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표현상 특징 문제에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2. 이분법적으로 접근
긍정/부정, 변하는 것/변하지 않는 것, 극복/체념 등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특히 운문에서 중요합니다. 시를 읽을 때 감상하려고 하지 말고, 독서처럼 작품을 이루는 문장을 분석해보세요.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려면 감정 서술어와 화자의 가치관을 나타내는 수식어가 중요합니다. 이런 어구가 나오면 밑줄을 긋고 화자의 가치관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기림의 연륜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1연에서 ‘서른 나문 해’를 ‘무너지는 꽃 이파리’에 비유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표현인 떨어지는 이파리가 아닌 무너지는 이파리라는 표현을 봤을 때 긍정쪽은 아닌 것 같습니다.
2연에서 구름같이 피지 않고 굳어서 감기는 것을 연륜이라고 했습니다. 피려던 뜻(이상향)과 반대되는 것이 연륜인데 부정이라고 볼 순 없어도 긍정은 아닌 것 같습니다.
3~4연입니다. 3연에 ‘섬으로 가자’라는 표현을 봤을 때, 화자에게 섬은 도달하고 싶은 이상향입니다.
5연에서 ‘경력’을 초라하다고 했습니다. 경력은 연륜이 연상되는 단어입니다. 그것을 육지에 막고, 연륜마저 끊고, 불꽃처럼 열렬히 살고 싶다는 의지를 보입니다. 화자에게 시의 제목인 ‘연륜’은 끊어야 하는 부정적인 존재인 것입니다. 이처럼 시에서 특정 시어가 화자에게 긍정/부정인지 수식어나 서술어를 보고 생각하는 게 시에 접근하기 쉽습니다.
3. 시어 간의 관계 파악
어떤 시어와 다른 시어 간의 관계가 어떠한지 파악하며 읽는 것은 운문의 핵심입니다. 같은 범주인 시어가 다른 범주냐고 물어보거나, 그 반대로 물어보는 선지를 변별하기 위해, 시어 간의 관계를 잘 파악하며 읽어야 합니다. 정끝별의 가지가 담을 넘을 때를 예시로 들겠습니다.
애먼 뿌리와 꽃과 잎은 가지를 믿어주는 같은 대상입니다. 즉, 애먼 뿌리와 꽃과 잎은 같은 위상을 가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고집 센 비, 폭설은 가지가 담을 넘는 행위를 신명 나게 만드는 조력자 위상입니다. 그리고 금단의 담은 가지가 담을 넘을 수 있는 꿈을 꾸게 하는 존재입니다.

목련 가지, 감나무 가지, 줄장미 줄기, 담쟁이 줄기 모두 시에서 나오는 ‘가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 같은 위상을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24번의 5번 선지를 봅시다. (A)의 ‘애먼 뿌리’와 같은 대상들과 (B)의 ‘고집 센 비’에 해당하는 대상들의 의미는 가지를 도와주는 것입니다. (C)에서 ‘목련’과 ‘감나무’ 사이의 관계는 ‘같은 위상’일 뿐 도와주는 관계가 아닙니다. 따라서 나타나지 않습니다.
4. 소설 구성의 3요소
소설을 읽을 때 구성의 3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을 특히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 인물 관계가 어떤지,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그 사건이 어떤 시공간에서 일어났는지 유의하며 읽으면 소설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특히 배경이 중요합니다. 시간과 공간 중 하나라도 바뀌면 배경이 바뀐 것이기에, 배경이 바뀔 때마다 밑줄이나 기호로 표시하면, 사건이 일어난 시공간 또는 선후관계를 헷갈리지 않고 풀 수 있습니다.
5. 점진적 정보 추가
소설의 앞부분을 읽을 때 인물이 쏟아져 나오면 인물 관계 파악이 어렵습니다. 그럴 때 점진적으로 정보가 추가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이후 서사 전개에서 인물 관계가 어떻게 확정되는지 기대하며 읽어봅시다.
#문학 문제 푸는 팁
1. EBS 연계 작품의 시간 단축
수능 문학에서 EBS 연계율 체감은 엄청납니다. 특히 고전시가와 고전소설이 연계되었을 때의 유불리는 극명하게 갈립니다.
아는 작품이 나오면 머릿속에 탑재된 [줄거리 + 인물 관계 + 핵심 갈등] 스키마를 바탕으로, 지문을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배경지식만 믿고 <보기>와 선지로 바로 직행하면 위험합니다. 판본이 다른 경우, 연계가 다른 파트와 섞어서 나오는 경우, 무엇보다 사람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계 공부를 하면 문학 전체 풀이 시간을 상당히 단축할 수 있습니다. 다들 연계 공부 열심히 합시다.
2. 손가락 걸기의 기준 정립
'선지 1~5번을 다 안 읽으면 불안해요.' 이 불안감이 문학 시간을 잡아먹는 주범입니다. 하지만 무작정 넘어갔다간 손가락이 잘리기 쉽습니다. 손가락 거는 기준을 제가 세워드리겠습니다.
[문학 손가락 걸기 기준]
1. <보기>가 제시한 외적 준거의 방향성과 정반대의 진술이 선지에 명시된 경우
2. 지문 속 팩트(A가 한 행동)와 선지의 팩트(B가 한 행동)가 명백히 교차된 경우
3. 선지의 전반부(지문 팩트)는 맞으나 후반부(태도/정서)가 지문 상황과 명백히 틀린 경우
독서에서 손가락 거는 기준과 같습니다. 작품에서 제시한 내용과 정반대의 진술이 선지에 명시된 경우에 손가락을 걸 수 있습니다.
3. 낯선 작품을 마주했을 때
연계되지 않은 전혀 낯선 수필이나 현대 소설이 나오면 익숙지 않아 얼어붙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작품의 세부적인 의미를 하나하나 해석하려 들지 말고, 화자가 처한 상황(긍정/부정)을 파악합니다. 특히 소설의 경우 모든 문장을 힘주며 읽을 필요 없습니다. 쓸데없이 수식하는 문장으로 나열하는 경우가 많기에, 그럴 때는 ’이러한 상황이구나‘ 정도 체크하고 빠르게 읽으세요. 그리고 화자의 태도(수용, 극복, 체념, 의지, 비판 등)를 이분법적으로 단순화하세요.
4. 없는 내용을 찾아 헤매지 말기 (부재증명의 어려움)
문학에서 옳은 것을 물어볼 때 나머지 4개의 옳지 않은 선지의 내용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선지로 제시할 때, 반박하는 근거가 없는데 찾느라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만약 선지에서 기시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자신을 믿고 일단 넘어가는 게 시간 관리에 좋습니다.
#10 성적 향상 조언
'공부량을 늘렸는데 왜 국어 점수는 그대로일까요?' 수험 생활의 힘든 순간 중 하나가 바로 노력과 점수가 비례하지 않는 성적 정체기입니다.
1. 성적 향상은 선형이 아니라 '계단식'이다.
사실 이 말은 저도 수험생일 때 지겹도록 들었습니다. “그래서 계단의 끝은 도대체 언제인데?” 와 같이 항상 의문이 들었는데요. 돌이켜 보면 성적 향상이 계단식이라는 말은 너무나 맞는 말입니다.
국어 실력은 매일 조금씩 올라가는 직선 그래프가 아닙니다. 한동안 성적이 밑바닥에서 기는 것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 지문의 구조가 보이고 출제자의 눈이 열리면서 한 단계 껑충 뛰어오르는 계단식 구조를 가집니다.
지금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노력이 무의미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지금 다음 계단으로 올라서기 위해 지루한 평지 구간에서 내공을 쌓고 있는 중입니다.
예전에 고려대학교 정문 사진을 올리면서 정문에 학교 이름이 적혀있지 않은 이유를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누구나 그곳이 고려대인 것을 알기에,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노력 또한 언젠가 개화할 것이기에, 스스로를 의심하지 마세요.
2. 오답 노트 대신 행동 강령 노트
틀린 문제를 오답 노트에 옮겨 적고 해설지 문장을 그대로 오려 붙이는 복습은 효과적인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시간만 많이 소요되고 문제 수가 많아지면 어떤 포인트가 중요한지 까먹습니다.
국어 오답 정리의 핵심은 '내가 실전에서 어떤 사고의 오류를 범했는가?'를 밝혀내고, 이를 교정할 '행동 강령'을 한 줄로 요약하는 것입니다.
ex) 문학 선지의 후반부 서술어를 안 읽고 앞 단어만 보고 맞다고 판단함.
문학 선지는 반드시 빗금(/)을 그어 전반부(팩트)와 후반부(태도)를 나누어 판정하기
독서 <보기> 문제에서 3분 동안 안 풀리면 별표 치고 무조건 다음 문제로 넘어가기.
저는 행동 강령 노트를 만들어서 반복한 실수나 중요한 내용이 나오면 그때그때 포스트잇으로 정리하고 노트에 붙였습니다. 이 행동 강령 노트를 수능 당일 아침에도 읽었는데요.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이 되었습니다.
성적 향상을 이루기 위해선 이전에 안 보이던 것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엔 그냥 넘어갔던 정보들이, “이게 이래서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느낌표를 얻을 수 있다면 성적 향상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저는 평가원 글이 유기적으로 구성되고 모든 문장이 붙여져 있다는 것을 느낀 순간 실력이 향상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과목이든 예전에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 성적이 오른다고 생각합니다.
#연재를 마치며
3편에 걸쳐 [국어의 시작과 끝]이라는 이름으로 수능 국어의 본질과 학습법 그리고 몇 가지 팁을 나누었습니다. 가독성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만 정제해서 칼럼을 썼지만, 한편으론 못 다룬 내용이 많아서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어떤 과목이든 자신만의 기준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 풀이법 등, 같은 유형이라도 문제마다 접근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누가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낯선 문제 상황에서 자신의 기준선이 있어야 문제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 기준선을 정립하고자 수업을 듣고 기출 문제를 푸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제 칼럼이 국어 특유의 애매한 기준선을 좀 더 날카롭게 만들길 기원합니다.
#추신
지금 눈에서 진물이 나요.
고려대
권기범 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