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더운 아침이다.
6시 기상 노래도 울리지 않았고, 내가 맞춰둔 5시 59분 알람도 울리지 않은 5시 반쯤에 눈이 떠졌다.
밤중에 한두 번 깨서 그런지 잘 잔 느낌 없이 찌뿌둥했다.
혹여나 여름 감기라도 걸릴까 에어컨을 끄고 잤더니 온몸에 땀이 흥건하다.
더 이상 잠이 안 오기도 했고 어차피 30분이면 기상 시간이었기에 몸을 일으켜 침대를 벗어났다.
그렇게 조금 삐그덕 거리며 하루를 시작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인지 오전에 국어를 푸는데 계속 졸았다.
눈을 반쯤 감은 채 꾸벅꾸벅 졸다가 독서 지문 같은 문단을 5번이나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냉장고로 가서 포카리를 컵에 담아 자리로 돌아왔다.
한 모금 마시고 컵을 내려두는데, 아…. 다 엎질렀다.
포카리에 젖어 축축해진 국어책과 흥건한 책상을 치우며 오늘은 왠지 하루가 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이다.
오늘 점심에 파스타(최애 음식)가 나온다는 걸 미리 봐둔 상태라 아침의 일들은 털어버리고 즐겁게 식당으로 향했다.
애석하게도 메뉴는 파스타가 아니었고, 뭐지 싶어서 주간 급식 계획표를 확인해 보니 파스타는 내일 메뉴였다.
그렇다. 내일 메뉴 잘못 봐놓고 혼자 신나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전 일들까지는 그러려니 했지만 오늘따라 좋지 않은 일들이 자꾸 겹치는 것 같아 기분도 다운되기 시작했다.
찝찝한 기분을 뒤로한 채 일단 계획되어 있었던 생명, 지구 모의고사를 한 회차씩 풀었다.
하필 그 회차가 어려웠던 탓인지 아니면 감정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첫 페이지부터 시간을 너무 할애했으며 시험 운영이 망가져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그렇게 친 두 모의고사의 점수는 처참했다.
첫 페이지부터 틀리고 너무 많이 틀려서 그냥 점수 계산을 안 했다.
오답을 해야 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험 운영도 못하고 틀리면 안 되는 문제들을 틀린 나에게 화가 나서, 펜이 잡히지 않았다.
내 자리에서는 공부가 안될 것 같아 스터디 카페(기숙학원에 스카 있었음!)로 자리를 옮기려 짐을 싸서 나왔다.
짐들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들고 가던 스톱워치를 떨어뜨렸다.
건전지들이 다 튀어나와 계단 아래로 굴러갔다.
‘하……..오늘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깊은 한숨을 내쉬고 흩어진 건전지들을 찾아 다시 끼웠다.
전원이 꺼져서 그런지 맞춰두었던 시계가 다시 원점(12시)으로 표시되어 있다.
계단에 서서 시계를 다시 맞추고 있을 수는 없으니 일단 스카로 향했다.
평소에 많던 자리가 오늘은 왜 꽉 차 있는 것일까.. 역시 그럼 그렇지 오늘은 뭐 하나 순탄하게 넘어가는 일이 없는 것 같다.
스카에서 늘 앉던 자리를 포함해 대부분의 자리가 차 있어서, 구석의 작은 책상이 있는 자리에 앉았다.
일단은 스톱워치 시계를 현재 시각으로 제대로 맞춰두고 아까 시험 쳤던 모의고사 오답을 했다.
할 일을 마치고 다시 독서실로 올라가려고 짐을 싸던 중, 샤프 하나가 필통에서 책상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고3 때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받아, 제일 아끼고 자주 사용하던 샤프가 그렇게 두 동강이 났다.
‘오늘 진짜 뭐지… 무슨 날인가’
샤프를 고쳐보려고 독서실에 앉아 한참을 만져봤지만 결국 고치지 못하고 보내줬다.
오늘 한 공부들을 정리하고 플래너를 작성하는데, 동그라미보다는 세모, 엑스가 훨씬 많았다.
이리저리 집중도 못 하고 할 일도 끝내지 못한 나에게 실망스럽고 화가 났다.
안 좋은 일들만 가득 일어난 하루가 너무 싫었고, 억울하기까지 했다.
그리고는 오늘 일에 대한 감정들이 미래의 일에 대한 불안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운이 안 좋나? 계속 이렇게 안 풀리면 어쩌지’
‘수능 날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수능 때도 이렇게 감정에 휘둘리며 집중 못할거야?’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그렇게 아쉬움과 불안만 가득 안은 채 하루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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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2기 목달장 단국대학교 치의예과 이송현입니다.
여러분들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모든 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간 만족스러운 하루였나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2025년의 날들 중 ‘어느날‘은 저에게 유난히 힘든 하루였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으며, 공부는 손에 잡히지 않았고 제일 아끼던 샤프를 잃었습니다.
하루의 끝에는 피곤함, 불쾌한 기분, 포카리에 적셔졌다 말라 쭈글쭈글해진 국어책, 두 동강 난 샤프 그리고 수능날에 대한 걱정이 남아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일에 쉽게 흔들리고 감정이 요동치는 스스로가 답답하고 화가 났습니다.
그 다음에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보내겠다며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제가 그리고 있던 더 나은 내일은 ‘오늘 못한 공부 내일은 더 열심히 하자’같은 것이 아니라 ‘내일은 내가 원하는대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였습니다.
그리고서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하루에 일어나는 일들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 결코 내맘대로 되지 않지”
생각해보니, 일어난 일들 자체는 별거 아니었으며 그냥 제 생각과 태도들이 저를 옭아매고 있었던 겁니다.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것과 하루를 통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습니다.
하루를 성실하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전체가 제 뜻대로 흘러가기를 바라고 있었던 겁니다.
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수는 있지만, 하루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제 뜻대로 만들 수는 없는데 말이죠.
수험생은 하루를 계획대로 보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갑니다.
계획이 조금만 어긋나도 스스로를 탓하며 수능날까지의 미래를 걱정하게 돼요.
물론 계획을 세우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하루가 계획처럼 흘러갈 수는 없습니다.
완벽한 하루들만 모여 수험생활을 이루어내는 것도 아닙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서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은 하루였을지라도, 자책하거나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완벽하지 않았던 하루도 결국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며, 이러한 과정들이 모여 우리를 성장하게 만들 테니까요.
[여담 : 기숙학원 탈출]
작년에 제가 다녔던 기숙학원은 바닷가 근처에 있었습니다.
건물과 기숙사 사이에 있는 도로를 따라가면 나오는 언덕을 지나면 바로 바다였어요.
아무튼, 바로 앞에 바다를 두고 있지만 언덕 앞에 문이 하나 있어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기숙학원 규정상 그 문 안쪽까지만 돌아다녀야 하거든요ㅜㅜ
하지만, 답답한 기숙생활 중에 바다가 너무 보고 싶어서 하람이(기숙학원 친구. 본인이 실명 공개 적극 찬성함)와 바다를 보러 가기로 계획했습니다.
우선 문을 여는 방법(잠겨 있지는 않았지만 여는 방법이 특이했어요)을 알아내기 위해 그쪽으로 산책가시는 국어선생님을 미행(?)해서 어떻게 여시는지 파악했습니다.
그리고는 저녁 시간에 다들 산책하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서 하람이와 문을 열고 언덕에 올라가 바다를 구경했어요 ㅎㅎ
그 뒤로도 공부가 잘 안 돼서 답답한 날이나 저녁 노을이 무척 예뻤던 날에는 가끔 탈출해서 바다를 보러 갔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아신다면 노하실 일이지만, 학원에서 잠깐 벗어나 본 그 바다는 정말 잊을 수가 없네요,,
언덕에 서서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해져서 위로를 받기도 했습니다.
기숙학원에서 찾을 수 있는 엄청난 도파민이자 행복이었죠!
Ps. 수험생활을 하면서 본인만의 소소한 행복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제한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찾을 수 있는 정말 작은 일이어도 괜찮습니다. 저는 기숙학원 고양이랑 놀기, 산책하기, 아이스크림 먹기, 바다 보기, 일기 쓰기 등과 같은 일들이 좋았어요. 기숙학원 생활을 버텨낼 수 있게 해준 것들이기도 하구요. 요즘 여러분들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2025년 8월 15일의 일기 : 오랜만에 가져왔습니다 ㅎ.ㅎ
Pps. 요즘 진짜 많이 덥죠ㅜㅜ그래도 에어컨 바람과 감기 조심하세요!! 오늘도 여러분 모두의 하루가 무탈하길 바라요 ~🍅
Ppps. 하람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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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참 잘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하고 있습니다.
그냥 하는 빈말이 아니라
요즘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생각이 많아져 잘 자지도 잘 먹지도 못하고
지금까지 내가 확신해 왔던 것들에게
자신이 없어졌대도 잘하고 있어요.
꿋꿋하게 삶을 지켜 내고 있다는 것이,
그 자리에 멈춰 서지 않고
어떻게든 나아가려는 마음이
결국 행복으로 데려다줄 겁니다.
작은 일에도 마음을 다하는 당신이라면
반드시 좋은 날은 오게 되어 있습니다.
남상훈 < 무엇이든 해낼 당신에게>
단국대
이송현 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