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지금까지는 누구나 다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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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수험생 여러분.
김지원입니다.
여름이 서서히 물러가고
날씨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2027학년도 9월 모의평가가 시행됐습니다.
오늘은 9모 이후
재수생 김지원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게 해준 문장을 가져왔습니다.
지금까지는 누구나 다 해왔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끝까지 해봅시다.
취하라.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게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다.
당신의 어깨를 무너지게 하여
당신을 땅 쪽으로 꼬부라지게 하는 가증스러운 시간의 무게를 느끼지 않기 위해서
당신은 쉴 새 없이 취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취한다? 술이든 시든 덕이든 그 어느 것이든 당신 마음대로다.
그러나 어쨌든 취해라. 그리고 때때로 궁궐의 계단 위에서 도랑가의 초록색 풀 위에서 혹은
당신 방의 음울한 고독 가운데서 당신이 깨어나게 되고
취기가 감소되거나 사라져 버리거든 물어보아라.
바람이든 물결이든 별이든 새든 시계든 지나가는 모든 것, 슬퍼하는 모든 것,
달려가는 모든 것, 노래하는 모든 것, 말하는 모든 것에게 지금 몇 시인가를.
그러면 바람도 물결도 별도 새도 시계도 당신에게 대답할 것이다.
이제 취할 시간이다.
— 샤를 보들레르, 「취하라」(드라마 《미생》 인용)
왜 지금 이 문장일까.
9월 모의평가 이후의 시간은
유난히 가증스러운 시간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때이다.
9월 모의평가를 치른 뒤에는 마음이 가벼워지거나 복잡해진다.
성적표 한 장이 내가 보낸 지난 시간 전체를 평가하는 것 같고,
수능까지 남은 날짜는 자꾸만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보면 책상에 앉아 있어도 마음은 자꾸 무너진다.
‘나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이제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우리를 땅 쪽으로 꼬부라지게 한다.
생각보다 잘 본 친구는 들뜨고,
생각보다 못 본 친구는 불안해진다.
어떤 친구는 성적표를 보며 이제 정말 늦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9모가 결과를 알려주는 시험이라기보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다시 취해야 한다.
술이든 시든 덕이든 무엇이든 좋다고 나왔지만,
수험생인 우리에게는
내가 가고 싶은 대학,
수능이 끝난 뒤의 자유,
그리고 후회 없이 끝까지 해냈다는 자부심에 취해야 한다.
성적이 잘 나와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가 늘 즐거워서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오늘 해야 할 일을 해내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누구나 다 해왔다.
하지만 9모 이후에도,
불안한 마음을 안고 다시 자리에 앉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니 성적표에 취하지 마라.
잘 봤다는 안도감에도, 못 봤다는 절망에도 취하지 마라.
대신 우리가 이루고 싶은 것에 취하자.
겨울에 생각했던 목표를 떠올리자.
9모 전까지는 누구나 공부한다.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가고,
인강을 듣고, 실모를 푼다.
더운 여름에도 참고 앉아 있던 것만으로도
그대는 충분히 잘해왔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조금 다르다.
9모 이후에는 지치는 사람이 생긴다.
원하는 성적을 받은 사람은 긴장이 풀리고,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한 사람은 의욕을 잃는다.
‘이제 와서 뭘 더 할 수 있지?’
‘나는 여기까지인가 보다.’
이런 생각이 슬며시 찾아온다.
바로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수능은 9모 성적표를 제출하는 시험이 아니다.
9모에서 틀렸던 문제를 다시 맞히고,
불안했던 과목을 조금 더 붙들고,
하루를 한 번 더 성실하게 보내는 사람이
수능장에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든다.
지금의 한 문제, 한 지문, 한 단어가
당장 등급을 바꾸지는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원서 접수 해 본 사람은 안다.
2점이 대학을 바꾼다.
한 문제 때문에 합격과 불합격이 나뉜다.
남은 두 달은 결코 짧지 않다.
하루하루를 모으면 오답 하나가 줄고,
실수 하나가 줄고,
마침내 한 등급이 달라지고,
대학이 달라진다.
대학은 이미 정해진 곳이 아니다.
남은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을 믿고,
얼마나 끝까지 자리에 앉아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니 9모의 결과로 너무 기뻐하지도,
너무 좌절하지도 마라.
잘 봤다면 더 단단해지고,
아쉬웠다면 더 치열해지자.
지금까지는 누구나 다 해왔다.
하지만 지금부터 끝까지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남은 시간이 그대가 갈 대학을 결정할 것이다.
얼마 안 남았다. 거의 다 왔다.
우리, 끝까지 해보자.
편지
안녕하십니까.
잘들 지내셨습니까.
오랜만입니다.
저는 그 사이 해외도 갔다 오고 과 행사도 하고 목달장 회식도 하다가 개강을 맞이했습니다.
오랜만에 수업을 들으니 쉽지 않네요.
저번 1일 1칼럼들은 어떠셨나요?
<그도 우리처럼 불안했다>부터 시작하여
<내가 그런 짓도 했다니> <#행복을 위해> <디카로 보는 서울대>까지
비록 처음에 세운 목표를 다 채우지 못했지만
나름 퀄리티 좋은 칼럼들을 썼다고 생각하여 뿌듯합니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9모는 잘 치셨나요?
어떤 모의평가든 그래왔듯이 모의평가는 이전보다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9월 모의평가는 그 이후가 훨씬 더 중요한 시험입니다.
잘 보신 분들은 축하드립니다. 다만, 9모는 9모일 뿐 너무 자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여유를 느끼는 순간, 수능 때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수능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는 9잘수망 9망수잘에 대해 작성하겠습니다.
9잘수망은 현역 때 이야기이고
9망수잘은 재수 때 이야기입니다.
그냥 이 시기, 저에 관한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한동안 안 썼던 만큼 다음 주는 더 많이 정성을 들여 가져오겠습니다.
그동안 여러분들은 9월 모의평가 오답과 복기, 반성을 겸허히 하고 계시길 바라겠습니다.
쉬는 동안 제가 그동안 써왔던 칼럼들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다시 보니까 아쉬운 부분도 있어서 약간 수정한 부분도 있습니다.
답변이 안 달린 댓글들 답변도 했습니다.
검색창에 김지원 검색하시면 제가 써왔던 칼럼들이 뜨니까
기억에 남는 칼럼을 다시 보시면서 마음을 다잡으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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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본질적인 문제이다.
어깨를 짓누르고 허리를 휘게 하는
시간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늘 취해 있어야 한다.
무엇으로 취할 것인가?
술이든, 시든, 미덕이든,
그대가 마음 내키는 대로.
다만, 계속 취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
개울가의 푸른 풀밭에서나,
그대 방 안의 적막한 고독 속에서
그대가 깨어나,
이미 취기가 덜하거나 가셨거든 물어보라.
바람에게, 파도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울부짖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지금 몇 시냐고 물어보라.
그러면 바람이, 파도가, 별이, 새가, 시계가
대답해 주겠지.
“지금은 취할 시간이다!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끊임없이 취해 있으라!
술이든, 시든, 미덕이든, 그대 마음 내키는 대로.
-샤를 보들레르, 「취하라」
결국 2점이 대학 바꾼다. 남은 시간 동안 치열하게 약점에 대해 고민하자. 내년에는 조금 더 많이 웃자!!
서울대
김지원 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