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현역이들에게.
김동건입니다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등교한 그대들은 안녕하십니까?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꿈을 갖고 우리 세대 입시의 끝자락에서 분투하고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이제 또 하나의 중요한 시점이 지나갔습니다. 9월 모의고사와 뒤를 이은 수시 접수까지… 우선 정말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작년의 저를 생각해 보노라면, 순수한 공부보다 원서를 고민하고 작성하는 데 단기간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고, 심적으로도 제법 부담되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본인과 주변 친구들의 분위기가 잠깐 풀어졌음에도 그것에 개의치 않으며 다시 남은 수능 60일까지를 온전히, 부끄럼 없이, 공부를 통해 채워나가야 하죠.
이번 칼럼에서는 9모와 수시 원서 접수로 인해 약간 붕 떠 있을지도 모를 현역 수험생 분들께서 다시 차분히 파이널 학습을 위해 달려나가실 수 있도록, 이 시점에 ‘잊어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 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너는 잊는 것이 병이라고 생각하느냐? 잊는 것은 병이 아니다.
너는 잊지 않기를 바라느냐? 잊지 않는 것이 병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잊지 않는 것이 병이 되고, 잊는 것이 도리어 병이 아니라는 말은 무슨 근거로 할까?
잊어도 좋을 것을 잊지 못하는 데서 연유한다.
잊어도 좋을 것을 잊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잊는 것이 병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잊는 사람에게는 잊는 것이 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말이 옳을까?”
- 유한준, 「잊음을 논함」,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역 수록부 中 발췌 -
#1 수시러들에게
우선 원서 접수는 끝났습니다.
지금 빠르게 잊어야 할 것은 수시 원서의 지표에 관한 여러 가지 것들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점수공개 현황 들여다보고 있거나, 나랑 성적대가 비슷한 저 친구는 수시카드 어떻게 썼는지 물어보러 다니거나, 유튜브로 이번 수시 지원 경향성은 어떤지 보고 있다거나, 입시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나랑 같은 곳을 쓴 사람이 몇 점대이고 어디로 갈 거 같은지 들여다보며 희망회로를 풀가동하는 등의 에너지를 쏟는 행위는 이제 잠깐 제쳐 둘 때입니다.
면접이 있다면 면접을 씹어 먹는단 생각으로, 최저가 걸려 있다면 최저는 가뿐히 뛰어넘을 정도의 점수를 받아오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지는 등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것들을 잊지 마세요.
원서를 합격증마냥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 쯤은 다들 생각하고 계실 대목이겠죠.
그리고 수시와 정시를 병행하고 계시는 수험생들께서도 기억하면 좋을 사실을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당연히도 양적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실 테고, 그렇기에 “한 쪽에 조금 소홀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 또한 있으실 겁니다.
저도 한 번씩 그랬기도 하구요. 그럴 때 장착하면 좋은 마인드셋을 한 번 소개해볼까 합니다.
“수능 끝나고 수시 발표 전까지 마음 편하게 놀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겁니다.
보통 수시 발표는 12월 초에 이루어집니다.
만약 여러분들께서 수능에 조금 소홀해져서 수능 성적이 기대 이하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수시에 전전긍긍하며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하루하루 걱정을 품고 살게 되실 겁니다.
반대로 남은 수시에 조금 소홀해지실 경우에도 자신의 카드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머리 아픈 상황이 연출될 겁니다.
수능 이후-수시 발표 전 까지는 등교하는 학교가 많을 겁니다.
이 시점에 오랜만에 편한 마음으로 학교 친구들도 만나고 학교 선생님들이랑 재밌는 토크도 하려면 결국 마음이 편해야 하죠.
그렇기에 고등학교 생활의 끝자락을 조금이나마 소소한 추억과 함께 보내기 위해서 어느 한 쪽에 소홀해지지 마시고, 끝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2 정시러들에게
이제 파이널 기간입니다. 그리고 우리 세대 수능의 파이널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파이널 기간임에도 수시의 비중이 높은 학교들은 약간의 어수선한, 특유의 공기가 감돌 것입니다.
그리고 답답할지도 모릅니다.
“N수생 형, 누나들은 우리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 나가고 있는데 왜 내 주변은 저러고 있을까?” “나는 지금 시간 맞춰서 국어 실모 풀어야 되는데 아침에 왜들 저렇게 내 옆에서 왔다갔다거리지?” 등등, 여러모로 불편한 지점들이 양산되고, 이것들이 모여서 막연한 답답함을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시간은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계속 마음 속 한 켠에 담아 두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혹은 완벽하게 개혁하려고 애를 쓰기보다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오늘 나의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분위기가 어수선하면 그냥 빈 교실을 점령하러 가서 거기에서 공부를 해 본다던가, 약간의 소음을 모래주머니 삼아 극한의 비상사태를 대비하는 훈련을 해 본다던가 등등… 주어진 상황을 우리의 최선으로 활용해 보자구요!
그리고 또한, 모의고사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기로 합시다.
어디까지나 ‘모의’고사, 그리고 ‘수미잡’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잊되 과정은 뼈에 새겨야 합니다.
이 시점부터의 세세한 기록은 수능 당일에 큰 힘을 가지게 됩니다.
계속 언급하는 것 같지만 모의고사 운영 노트와 더불어 실수가 되기 위한 실수 체크 노트, 수능장 시뮬레이션 노트 등등도 이제는 더욱 꼼꼼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수능 땐 할 것 같지 않은 쪼잔하거나 어이없는’ 실수 또한 실수 노트에 간단하게 기록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록이 정제되지 않아 직접 보여드리기는 어렵지만, 제 실수 노트에 적힌 항목 중 가장 쬐깐하고 어이없는 기록을 소개해 드리자면 ‘자연상수 e를 계산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2로 바꿔치는 실수 하지 않기’ 가 있겠습니다. 경상도 사람이 저딴 실수를. ㅋㅋ
마지막으로 잊어야 할 것 하나 더, ‘주변에 휘둘리지 않기’입니다.
9모와 수시 원서 접수가 끝난 이 시점엔, 주변 친구들의 상태는 하나 둘 풀어질지도 모릅니다.
“나는 면접 준비만 조금 더 하면 되니깐 오늘 하루는 놀 건데 너도 갈래?”, “이번엔 영어가 쉬울 거라서 3합 7은 좀 쉬면서 해도 충분할 거 같은데?” “9모 이 정도면 수능 때 유지만 해도 거기 간다ㅋㅋ” 등등등…… 이제 60일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만, 이 시간은 여러분들의 3년, 혹은 6년, 또는 12년 그 이상, 나아가 여러분 부모님들의 귀중한 시간까지의 의미를 마무리짓는 시간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남은 60일을 절대 허투루 사용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시간... 금방 갑니다.
물론 주변에 휘둘리지 않으라는 말이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수능 D-60일도 멀리서 보면 인생의 한 단면일 뿐이고, 그렇기에 주변인에게 민감해지거나 반대로 둔감해지실 수도 있지만, 여러분께서 기존에 추구하시던 외부 세계를 다루던 방식은 수능을 위해 꼭 필요한 정도로만, 너무 과도하게는 바꾸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3 마치며
9모와 수시 접수가 끝나고 파이널을 향해 달려나가는 이 시점은 수험생 여러분들께 꽤 빠르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 수능 공부 너머의 많은 정보들이 우리 머릿속에 떠돌기 쉬운 때이기도 하죠.
고3들은 생각보다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
세상은 우리 생각보다 더 정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D-100은 어디 가고 벌써 D-60이 훌쩍 다가온 것
등등의 생각들을 곱씹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수능과 대입 이후가 해방의 의미보다는 인생에서 한 단계 더 단단해지는 것이라 생각하며 마지막까지 치밀하고 치열하게 달려나가셨으면 합니다.

- 면접고사는 좀 남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을이라 그런가 본관에 호랭이 휘장이 걸렸네요.
Ps.그리고 또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어 이렇게 급하게 덧붙이겠습니다.
곧 있으면 수능 전 우리의 순공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줄지도 아니면 팍 깎아먹을 지도 모를 순간들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민족의 대명절, 추석입니다.
곧 다가올 올해 추석에 친척들 얼굴도 보고 싶고 할머니 집 가서 맛있는 밥도 마음껏 먹고 싶겠지만, 이번 추석은 사뿐히 보내 주는 것이 다가올 설날을 역대 최고의 명절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럼 이번 추석엔 나 혼자 뭘 해야 하느냐?
다른 공부도 좋겠지만 실모 풀이만 한 게 없습니다.
사실 고3의 환경 속에서(물론 어느 정도의 학바학이 있을 수도 있지만…), 등교해야 하는 평일에는 풀 실모를 완벽히 시험장에서처럼 집중해서 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4일이라는 추석 연휴는 수능장 환경과 최대한 비슷한 곳에서, 비슷한 컨디션을 경험해 볼 좋은 시점입니다.
독서실이든 스카든, 학교가 열린다면 학교에서, 본인의 루틴대로, 일찍 자고 넉넉히 일어나서, 예열 지문 들고 가서, 수능 전체 타임라인 오디오 틀어놓고(’실감’이라는 앱 추천드립니다.), 도시락 먹고, 쉬는 시간엔 수능장에서 할 수 있는 행동 외에 딴 짓 하지 말고…, 포도당 캔디나 쪼꼬렛 주워 먹기도 하고, 또 끝나면 복기, 오답…
학교 가는 날에는 구현하기 어려운 실제 수능 현장의 감각에 가까워지는 것을 생각 또 생각하면서 실모를 풀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수능날까지 실모 칠 때 마다 먹었던 제 점심 도시락입니다. 약간의 밥, 계란말이, 삼겹살김치볶음, 그리고 명란김입니다. 저는 나름 소화력이 괜찮았어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슴슴한 메뉴 위주 식단보다는 약간 자극적일 수 있는 메뉴로, 그리고 국 없이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추석실모파티의 전제가 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필독 부탁드립니다.
여러분께서 만약 아직 풀어 볼 실모를 주문하시지 않은 상태라고 하신다면, 최대한 빠르게 구매하셔야 추석 택배사 연휴에 걸리지 않고 연휴 전에 받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치만 만약 지연되더라도 낙심(?)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개천절 대체 휴일과 한글날이 남아있으니깐요.
(작년에는 개천절-추석-한글날이 쭈욱 이어져 있었어서 10월 3일부터 10월 9일까지 무려 1주일이라는 연휴가 주어졌었는데요, 저는 연휴 동안 그냥 계속 텅 빈 학교 가서 실모 풀었습니다. 물론 저 말고도 마음이 통한 친구들도 몇 있었고요.)

작년 추석 연휴때 제가 풀었던 실모들입니다. 풀세트 모고를 풀기도 했지만 주로 강의 딸린 개별 과목 모고들을 모아서 쭉 이어 풀었습니다.
참 그리고 한국사의 경우는 1등급을 놓친 적이 없었던 터라 따로 개별 모고를 추가로 사서 풀지는 않았고, 그냥 그 시간엔 책상에 앉아 잠깐 쉬곤 했습니다.
실전적으로 말해보자면 한국사 풀고 남은 시간을 탐구용 에너지를 비축하는 데 사용하는 연습이라고나 할까요. ㅋㅋ

+이건 제가 작년 실모 사진을 찾다가 함께 발견한 사진인데요. 부담스러우셨다면 죄송합니다. 천우신조 모고 시원하게 조지고 정신가출직전상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러분도 일이 잘 안 풀릴 땐 그것에 대해 너무 깊게 낙담하기보다 이기상 선생님과 함께 웃음지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여하튼 오늘 여러분께 드릴 말씀은 여기에서 갈음하겠습니다.
머지않아 인생 명절 GOAT가 될 여러분의 2027 설날을 위하여.
고려대
김동건 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