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세 번째로 인사드리는 16기 목표달성 장학생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강민우입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내신과 정시가 엄격하게 구별되어 있다는 생각입니다. 반대로 수시와 모의고사가 구별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죠. 이러한 생각은 특히나 ‘수시를 버린 정시러’, 혹은 ‘정시를 버린 수시러’들에게 정말 많이 나타납니다.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정말 많이 본 사람들이기도 한데요. 오늘 전 이 생각이 그렇게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1. 내신과 정시의 상관 관계

사실 많은 정시러들이 내신에서 그닥 좋지 못한 성과를 거뒀기에 정시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저희 학교만 하더라도(외고였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고 1 처음부터 정시를 준비한 친구는 제가 알기로 없었습니다. 내신의 전반적 수치가 보이기 시작하는 고 2 때부터 정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조금 생겼고, 거의 윤곽이 다 잡힌 고 3 때 정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정시로 틀게 된 친구들은, 내신을 경멸하며 정시만을 준비하거나 더 나아가 내신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내신 시험에 백지 답안을 써서 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만, 사실 정시라는 시험에 대한 관점에 있어서도 내신을 무시해 버리는 건 그닥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봅니다.

1) 결국 과목은 같다

많은 학생들이 간과하는 부분인데, 내신이나 수능이나 결국 응시하는 과목은 같습니다.(기술 가정 등을 제외하고) 문제의 방향성이 다소 다를 뿐이죠. 그런데 사실 국어와 탐구 영역을 제외하고는 그 방향성조차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신 국어는 지문에 대한 암기나 지엽적인 공부를 요구하지만 수능 국어는 정확한 독해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내신 탐구는 수능 탐구에 비해 필요없을 정도의 지엽적 암기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죠. 그러나 수학의 경우 변별력 있는 문제를 푼다는 점에서 수능 수학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고 3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기는 하지만 수능특강을 사용하는 영어 시험이라면 수능의 ebs 연계 문제와 다를 바가 없죠. 그리고 앞서 언급한 국어와 탐구의 경우에도, 내신 국어는 (대부분) 기출 지문을 숙지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내신 탐구는 꼼꼼한 개념 공부를 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2) 잠깐의 내신 공부가 수능 성적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내신은 수능과 다르다며 내신을 경멸하며 던져 버리는 건, 좀 직설적일지는 모르겠으나 일종의 변명입니다. 출제하는 사람과 스타일이 상당 부분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내신 공부를 한다고 해서 수능 공부에 있어 손해볼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전 정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에게도 학교 수업을 적당히 듣고, 내신 1~2주일 정도 전에는 시험 범위를 한 번 공부해 볼 것을 추천합니다. ‘정말 이건 내신에서밖에 안 나온다’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과감히 버려도 됩니다. 적어도 수능 공부에 도움이 되는 부분만이라도 공부하고 시험을 치른다면, 그 경험 자체가 충분히 유익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그 공부에 쓴 시간이 수능 공부에 있어 치명적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지대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종의 '모의고사'라는 점도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수시를 준비한 저도 내신 공부를 하며 배웠던 것들이 실전 2020 수능을 푸는 데 도움이 꽤 되었기에 이런 말씀을 드린다는 걸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3) 의도치 않은 결과

정말 드문 일이긴 하지만, 간혹 3학년에 이르러 정시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수시로 대학을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시는 사실 아무것도 보장되어 있는 게 없는 시험인 반면, 수시는 이미 어느 정도 갈 수 있는 대학이 정해져 있죠. 그렇기에 ‘정시 로또 대박’보다 ‘수시 중박’이 더 나은 결과를 낳는 경우도 분명 없지 않습니다. 내신 공부를 아예 버린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조차 않겠죠.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입시니, 이런 일종의 예상치 못한 성공도 염두에 두고 적당한 내신 공부를 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2. 모의고사와 수시의 상관 관계

이건 사실 내신과 정시의 상관 관계보다 많은 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기에 굳이 자세한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만, 수능/모의고사 공부 역시도 내신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애초에 완전한 수시러였던 저도 내신 예습은 수능 교재로 했고, 복습을 할 때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이전에 공부해 둔 수능 교재를 참조했습니다. 또 모의고사에서 특정 부분을 모아 둔 문제집(확통 수분감 등)도 내신 공부에 매우 유용합니다. 최저등급이 필요하지 않은 수시러라고 해도, 내신 공부에 있어 수능/모의고사 공부를 활용하는 건 분명 현명한 선택입니다.

이처럼 수시/내신, 정시/수능은 엄밀하게 구별되어 있는 독립적 주체가 아닙니다. ‘공부’라는 본질에 있어서는 오히려 차이점보다 유사점이 더 많죠. 이런 점을 명심하시고 자신이 메인으로 준비하지 않는 영역도 적당히 공부하고 준비해 두는 작업은, 도움이 되면 됐지 결코 손해가 되진 않다는 점을 알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칼럼은 여기까지입니다. 질문은 댓글로 받는데, 저는 수시를 핵심적으로 준비해 오며 최저등급 공부를 병행한 케이스라 1년을 통째로 정시 공부에 활용하는 커리큘럼은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때문에 해당 부분은 정시 멘토님들께 여쭐 것을 추천드리고, 제게는 수시나 최저등급, 생기부, 기타 전반적 입시에 대한 질문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칼럼이 도움이 됐기를 바라며 이상 마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