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김민규입니다! 1학기는 이미 종강을 했었지만, 계절학기를 수강하느라 실질적으로는 그저께 종강을 했네요..ㅎㅎ 그래서 이렇게 또 부랴부랴 칼럼을 쓰게 됐습니닷!

오늘은 한 번쯤 꼭 다루고 싶었던 주제를 써볼까 합니다. 바로 제 전공인 ‘통계’ 분야에 대한 소개와 간단한 제 생각들입니다. 지금까지 써왔던 칼럼 내용과는 다르게 제 생각을 자유로운 의식의 흐름에 따라 주저리주저리 써보려고 합니다. 공부법에 관한 글은 아니지만, 기말고사 준비하느라, 수시도 신경을 쓰느라 고생하시는 고3분들이나 수능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계신 N수생 분들도 ‘가볍게’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Q1. 통계학, 수능에서 나오는 확통이랑 많이 다르나요?

A) 아니요! 대학의 통계학도 고등학교 때 다루는 확통의 내용에서 시작합니다! 이때까지 배워오셨던 대부분의 과목처럼 통계학도 개념을 확대하면서 쌓아가는 방식입니다. 간단하게 예시를 들어볼게요. 고등학교 때 배우는 통계의 내용에서는 ‘그렇다 치자.’고 말하며 넘어가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정규분포를 이용한 문제에서 모표준편차를 모르면 표본표준편차를 사용해도 된다거나, 모르는 분포라도 n이 ‘충분히 크면’ 정규분포를 따르게 된다는 내용들이죠. 대학에서의 통계학 공부는 그냥 넘어가던 이 부분에서 시작됩니다. n이 작을 때는 어떤 가정을 하는지, 표본분산은 왜 굳이 n-1로 나누는지 등에 대해서 다루게 됩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이항분포, 정규분포 이렇게 2개의 분포만 살펴봤다면, 다양한 분포들을 통해 일상의 다양한 상황을 수학적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또 그 분포에 대한 함수도 배우면서 고등학교 때 하지 않았던 ‘가설검증’이라는 과정도 다루게 되고요. 결국 통계의 큰 목표 중 하나가 상황을 ‘수학(수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 해석을 위한 기초를 고등학교 때의 내용과 연결시켜 다지게 됩니다.

Q2. 통계‘만’ 배우면 의미가 있나요? 다른 전공하면서 통계를 배워야 쓸모 있는 거 아닌가요?

A) 맞는 동시에 틀린 말입니다. 통계는 요즘에 거의 모든 분야에서 쓰이기 때문에, 다른 전공을 하시면서 서브로 배우면 크게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경제학과 분들의 경우도 통계학과 복수전공을 많이 고려하시기도 하고, 사회과학계열 분들도 통계의 기본을 배워두면 대학원에서 아주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렇게까지만 들으면, 통계만을 파고드는 제가 상당히 어리석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A를 전공으로 배우고 통계 수업을 듣는 것’과 ‘통계를 전공으로 배우고 A 수업을 듣는 것’은 아주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통계가 사회 현상을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학문인데, 사회 현상이 매우 많은 변수들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통계를 아주 잘 사용하려면 매우 많은 시간적 투자가 요구됩니다.

이와 관련해서 저희 과의 학과장 교수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통계는 ‘칼’과 같은 존재입니다. 일단 잘 만들어놓기만 하면, 빵을 자르기 위해 조금만 다듬으면 빵칼이 될 수 있고, 고기를 자르기 위해 조금만 갈면 고기용 칼이 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즉, 통계를 배운다는 것은 ‘방법론’을 탐구한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본인의 목표에 따라 전공 여부가 달라집니다. 통계를 자신의 목표(업무)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서브로 생각하셔도 충분하고, 특정 분야(경제, 의학 등)에서 통계를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인력이 되고자 한다면 전공으로 배우는 것을 고려하시면 좋습니다.

Q3. 통계학과를 위해 꼭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A) ‘수학’과 ‘프로그래밍’. 간혹 저희 대학이나 고대처럼 통계학과가 ‘상경계열’에 설치되어 있어서 통계를 수학과 별개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당장 첫 학기부터 고생하시게 됩니다. ㅠㅠ 1학년 때 미분적분학 (여러분이 아시는 그 과목의 연장선)과 선형대수 (벡터와 행렬을 다루는 수학 과목) 등의 수학 개념을 배우고 이후의 통계 과목들에서는 그 개념들로 내용을 설명하기 때문에 수학적 능력이 공부에 들이는 시간을 좌우합니다. (물론 수업과 노력으로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커버 가능하니, 너무 걱정 하지마시고, 미리 알고만 있으시라는 얘기입니닷.. :D)

수학과 함께 중요한 능력은 ‘프로그래밍’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부분은 수학처럼 미리 엄청 부담감을 가지실 필요는 절대! 없습니다. 통계를 위해서는 수치들로 표현된 자료를 해석해야 하는데, 이 해석을 컴퓨터가 담당해주기 때문에 이를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통계에서 다루는 프로그램들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아실만한 ‘파이썬’이나, R, SPSS, SAS 등이 있습니다. 다루는 능력 필요 없이, 그냥 예시 작품들 보고 ‘아, 이런 게 있구나! 신기하당’ 정도만 느끼셔도 괜찮습니다.

이 외에도 어느 분야에서 중요한 영어를 포함한 ‘언어’, 통계의 활용 대상이 되는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도 등도 중요한 요소가 되겠지요.

(참고로 TMI를 드리자면, 통계학과가 대학에 따라 다른 계열에 설치되어 있는 이유는 빅데이터, 딥러닝 개념이 이슈가 되기 전이라 취업 분야(순수 수학 vs. 경제 분야 응용)에 차이를 두고 설치했었다는 카더라가 있어요..현재는 저희 학과도 그렇고, 대부분의 통계학과에서 빅데이터와 딥러닝에 대한 부분을 다루기 때문에 이 차이가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즉 이제는 특별한 구분보다는 수학 중에서도 통계를 깊게 파고들어서 탐구하는 학과구나. 라고 미리 인식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4. 통계학과의 진로와 장단점이 있나요?

A)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통계학과는 어느 정도의 적응과 학습만 있다면 다양한 분야로 활용 가능합니다. 예전부터 있던 금융, 보험통계와 같은 경제 분야로의 수요도 있고 (이 분야는 저도 잘 모릅니다..ㅎㅎ), 의약품의 신뢰도 등을 다루는 의학통계, 수치 이외의 자료들(흔히 ‘빅데이터’라고 부르는 분야)을 분석하는 데이터마이닝, 사회 현상(공간통계, 시계열통계 등)에 대한 해석을 제시하는 사회과학통계 등 상당히 다양합니다. 충분히, 그리고 꾸준히 진출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적응하면 이 분야들에서 통계에 대한 전문 지식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통계를 하나의 ‘도구’로 활용하는 진로 성향 상, 명백한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한 선배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장점은 당연히 ‘어느 분야에서나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에 반해 단점이라고 한다면 ‘어느 분야에서나 중심축이 되기는 어렵다.’입니다. 속하는 분야가 통계가 주가 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죠. 또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접목분야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이런 장단점을 고려해서 통계에 대해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Q5 (수시러). 통계학과 지원할 때 학생부, 자소서 팁이 있을까요?

A) 통계학과를 목표로 했던 사람으로서, 학생부와 자소서 작성에서 두드러지는 어려움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어떤 활동으로 통계학과에 맞는 내 모습을 드러내지?’였습니다. 다른 지원 전공에 비해서 심화 탐구 활동을 계획하기 상당히 어려운 전공이 바로 통계학과라고 생각합니다. 통계에 대한 탐구를 위해 조사를 하면, 개념이 수학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그 개념을 쓰려면 또 미적분 개념을 공부해야하고, ... 이렇게 활동에 비해 드는 노력과 시간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통계에 한정짓지 않고 스스로의 ‘수학적 역량, 현상 해석력’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통계의 특징 중 하나가 ‘현상에 대한 수학적 해석’인데, 이 부분에 대한 능력은 꼭 통계로 한정짓지 않고 수학만으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습니다. 실례로 저는 지수함수와 반감기를 활용해서 ‘일본 후쿠시마 지역의 잔여 방사성 원소량’을 탐구했는데, 이 활동으로 저의 수학적 해석력을 강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수학적 개념이 덜 필요한 ‘프로그래밍’을 공략하는 것입니다. 프로그래밍은 아주 단순한 것부터 복잡한 것까지 명령어로 구현 가능한데, 간단한 output이라도 스스로 구해내면 ‘프로그램 이렇게 다룬 적도 있다.’는 점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2학년 때부터 파이썬과 RStudio라는 프로그램을 다룰 기회가 있어 여러 활동을 했고, 심지어 고3때는 제 모의고사 성적을 상자그림(줄기-잎 그림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냈다는 활동도 언급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활동에 대한 질문이 면접 당시에 바로 나오더라고요. 어떤 방식으로든, 규모가 작든 크든 독특한 활동이라면 꼭 언급하시면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Q6 (누구나). 수능 확통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오늘 7모도 그렇고, 지난 6모도 그렇고 확통 난이도가 최근 몇 년에 비해서 눈에 띄게 높아졌더라고요. 통계는 개념과 그 활용 ‘컨셉’을 확실하게 잡아놓으시면 나오는 문제의 범위가 크게 낯설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경우의 수와 확률이죠. 틀에 박힌 말이지만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부분은 ‘케이스 분류’죠. 스스로 다양한 문제(기출, ebs, 드릴 + 워크북 등등)를 풀어보면서 무엇을 놓쳤고, 두 번 계산했는지 피드백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나 확통은 t수II, 미적이나 수I에 비해서 풀이가 다양하기 때문에 답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오답 체크하시는 과정이 더더욱 중요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저는 실수만 없다면 빠르게 노가다하는 풀이를 선호합니다. 노가다를 많이 하다보면 그 과정 자체를 빠르게 하는 법도 스스로 정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점점 문제의 조건들이 더러워(?)지는 추세에서 노가다가 오히려 정석적인 계산보다 실수가 적을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 마무리 : 앞을 보되, 먼 앞도 보는 여유를 가집시다!

오늘은 제 전공인 통계에 대한 긴-글을 적어봤습니다. 지금이 제일 공부 페이스가 떨어질 시점인데, 칼럼으로도 공부에 대한 얘기만 하면 더 지쳐하실까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통계가 아니더라도, 각자 목표를 하시는 분야와 대학에 대해 찾아보시면서 머리를 식히시면 동기 부여도 되고, 좋은 휴식이 되시리라 믿습니다! 공부의 목적이 결국은 그 분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니까요 :)

다음 칼럼에서는 국어 공부와 LEET 사용법에 대한 주제, 또는 과탐 공부법에 대한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칼럼(통계)에 관한 질문이나, 공부에 대한 고민 모두 다 친절하게 답변드리니 댓글로 남겨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

힘겹게 접어놓았던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

벅차도록 아름다운 그대여

이 세상이 차갑게 등을 보여도

눈부신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Butterfly> - 러브홀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