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목표달성장학생 멘토 이가은입니다. 오랜만에..ㅎㅎ 칼럼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제 정말 며칠 뒤면 수능이네요. 얼마 전 집 앞 편의점을 가려고 밖에 나왔는데, 겨울의 찬 공기가 확 느껴지면서 작년 이맘 때 수능 봤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긴장되고, 지치고, 수험생활이 곧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에 붕 뜨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이런 복잡한 감정들은 비워야 한다는 생각에 되게 사로잡혀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복합적인 마음들이 생겨날 시기이지만, 고생할 날도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다들 건강하게 잘 마무리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오늘은 제가 기억하는 작년 수능 날 아침부터 채점할 때까지의 얘기를 풀어볼까 해요. 글이 좀 길 수 있으니 정말 공부가 안 될 때 읽으시는 걸 추천합니다..ㅎ (말투는 회상하듯 편하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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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12시쯤 잤는데, 새벽 4시 40분에 일어났다. 그것도 배가 아파서. 불과 12시간 전, 대신 예비소집을 가 주신 엄마한테 고사장을 전해 듣고 ‘이번 시험은 되겠다’ 생각했었다. 집이랑 엄청 가까운데다 심지어 학교 내부는 예전에 영상으로 본 기억이 있었다. 내가 가장 익숙할 고사장 중 하나였다. 그런데 새벽에 배가 아파서 일어나다니. 이번 시험은 망했다고 생각했다. 헛웃음이 나왔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도 있었기 때문에 오늘 시험 내내 배가 아플 수 있다는 게 가장 무서웠다. 그리고 지금 다시 잠들면 국어 때 비몽사몽 할 것 같고, 계속 깨어 있으면 피곤해서 영어 시간쯤 졸 것 같았다. 이렇게 그동안의 시뮬레이션과 실전 대비가 물거품이 되는구나. 그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답이 안 나오는 고민을 하다가, 그냥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다시 잠들었다.

원래 계획한 대로 6시쯤 일어났던 것 같다. 천만다행으로, 배가 계속 아프진 않았다. 옷을 여러 개 겹쳐 입고, 전날 챙긴 짐을 확인하고 집을 나섰다. 시험장 앞에서 내렸을 때 그 추위가 생생하다. 평소의 추위와는 느낌이 참 달랐다. 엄마랑 포옹을 한 번 하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뒤에서 세 번째 자리였나. 무난하고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틀 전, 실제 시험지랑 비슷한 크기로 국어와 영어 모의고사를 뽑았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국어 예열 지문을 보기 시작했다. (실제 크기로 뽑는 걸 아주 추천합니다) 한 가지 실수는 시험 시작이 임박해서 화장실을 다녀온 것.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꼭.. 미리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괜히 더 긴장되더라고요..) 심지어 8시 40분 직전까지 예열 지문을 봐야지, 생각하고 있었고 감독관께서 미리 책을 넣으라고 하실 걸 미처 예상을 못 했다. 정말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국어 시간은 정신 없이 지나갔다. 역시 실전에서 비문학을 푼다는 건 일정 수준의 멘붕을 동반하는 일이란 생각을 했다. 나는 시험 한 번 볼 때마다 배가 금방 고픈 스타일이었고 수학은 더욱 그랬기 때문에, 그걸 대비해서 쉬는 시간에 간식을 좀 먹었다. 그리고 6모인가 9모 준킬러를 몇 개 풀었다.

사실 수학은 현역 때까지 내 최대 약점이었고, 그래서 작년엔 하루 6시간 이상 매일 수학을 했다. 정말 애증 그 자체였다. 근데 그러다 보니까 막판 되어서는 ‘내가 이렇게 너(수학) 때문에 고생했는데’ 이런 심리도 좀 생기고, 왠지 수험생활동안 같이 고생한 전우 같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수학 시험지를 기다리는데 오랜 친구를 만날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웃긴 일이다. 확실히 정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심리가 도움이 되었음 되었지 해가 되었던 것 같진 않다. 중간에 막혀도 늘 그랬듯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왔고, 검토도 차분하게 했다. 드디어 수능 수학을 떠나보내는구나, 괜히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 후 점심을 먹고, 영어를 봤다. 혹시나 졸까봐, 수험생활 동안 자주 먹었던 호올스를 두 개 먹었다. 확실히 잠이 깨는 효과가 있었고, 아침에 부족했던 참 때문에 존다거나 하진 않았다. 평소처럼 쳤고, 이제 사탐과 아랍어만 남았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컸다.

세계사에선 리디아 문제랑 씨름했던 기억 뿐이다. 고백하자면, 시험이 끝나고 문제를 다시 보니까 힌트가 보였고 처음 봤을 땐 ‘이건 뭐지?’ 싶었다. 읽고 또 읽었다. 아마 발문에 (가) ‘왕조’라는 표현이 있었을 텐데, ‘왕조라는 용어를 주로 썼던 게 언제 어느 지역이였지?’ 이런 생각까지 해가며 풀었다. 그리고 사문은 국어랑 마찬가지로 정신 없이 풀었다. 카드 놀이 문제에서 정신 바짝 차리자, 이런 생각밖에 안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아랍어. 안 외워졌던 단어랑 문법 몇 개를 훑고 시험을 봤다. 문화 파트까지 풀 연습은 안 했기 때문에, 하나하나 차분하게 읽고 풀자는 생각으로 했다.

얘기를 하다 보니 참 길어졌는데, 다 같이 겪는 수능을 이렇게 장황하게 복기한다는 게 괜히 민망하네요. 다만 여러분의 수능 시뮬레이션이라든가, 수능을 앞두고 싱숭생숭한 마음을 다스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면 그걸로 다행입니다. 이번 칼럼이 올해 수능을 보시는 분들과의 마지막 인사가 될 것 같네요. 그동안 많이 부족한 멘토였지만, 제 한 줌의 이야기가 여러분께 닿을 수 있어 진심으로 영광이었고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누구보다 어려운 수험생활을 했을 여러분이 진심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정말로요. 고생 많으셨어요. 전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이미 많은 말을 적은 것 같아 이만 줄이겠습니다..ㅎ 마지막까지 절대 아프지 마시고, 후회 없이 시험 보고 오시길 바랄게요. 응원합니다!!

+) 이렇게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수능 당일 도움이 됐던 것들 몇 가지를 덧붙입니다!

- 필기구는 충분히, 수능 시계는 2개 챙기기. 연필 필수(샤프 고장 대비)

- 테이프를 이용하면 시계를 책상에 고정시키고, 둥글게 말린 시계 끈(?) 부분을 이용해 필기구도 끼워 놓을 수 있다. 다만 전날에 미리 연습해보기! (자세한 방법은 아마 인터넷에 나올 텐데, 글로 설명이 어렵네요ㅠㅠ)

- 긴장하면 배가 쉽게 아픈 경우 붙이는 핫팩을 옷에 붙이면 도움이 되고, 따뜻한 물과 미지근한 물 두 개를 준비해도 좋다

-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이어플러그 준비하는 것도 좋음(작년엔 감독관 검사 후 사용 가능했습니다!)

- 담요를 가져가면 의자 높이 조절, 추위 대비, 푹신한 의자 사용 등 활용도가 꽤 높다

끝까지,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