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메가스터디 수험생 여러분, 16기 장학생 이지영입니다.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던 수능이 이젠 정말 눈앞까지 다가왔네요. 지금 심정이 어떠신가요. 떨리고 불안하고 걱정될 수도, 생각보다 덤덤할 수도 있을 거예요. 두 가지 모두 당연한 반응이니, 언제나 제가 말했든 불안하다는 사실에 사로잡혀 오늘 할 일을 다 해내지 못한 채 하루를 마무리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

 이번 칼럼은 수능을 앞둔 여러분께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려 해요.

1. 수능 전날 취침 시간은 사바사다.

 수능 날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전날 일찍 잠들라는 말은 많이들 들어 보셨을 거예요. 그리고 그 말 따라 일찍 누웠다가 잠이 안 와 밤새 뒤척였다는 말도 덩달아 들어 보셨을 텐데요, 저는 사람마다 취침 시간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작년의 저는 새벽 1시 30분 조금 넘어서 침대에 누웠거든요.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던 과목이 화학이었기에 집에 와서도 ‘화학 문제 하나만 더 풀고 자야지’라는 마음으로 문제를 풀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2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내일은(수능 당일) 긴장해서 시험칠 때 잠도 안 올 테니 오늘 조금 늦게 잔다고 큰 무리가 되진 않을거야 라고 생각해서 꽤나 늦게까지 깨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여러분께 ”최대한 많이 보고 자라!“라는 내용을 전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사람마다 다르기에 조금 늦게 자는 것이 다음 날 시험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 그러니 본인의 스타일에 맞게 ‘내일 조금 피곤하더라도, 누워서 뒤척거리는 것보다 틀린 것 하나 더 보는 게 낫겠다’ 싶은 분들은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벌떡 일어나 문제를 보시는 것을 추천 드리며, ‘괜히 지금 눈 뜨면 내일 더 피곤하고, 시험 칠 때 머리 잘 안 돌아갈 것 같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서는 편안히 잠에 드시길 바랍니다. 강박관념을 가지지 마세요. 본인의 상황에 따라 하나씩 결정해나가시면 그것이 본인의 방법이 됩니다.

2. 시험장에는 가볍게 가자.

사실 저는 욕심이 조금 많아서 현역 때는 가방에 바리바리 책 싸들고 갔던 기억이 있어요. 화장실에 다녀오니 생각보다 쉬는 시간은 많이 짧았고, 가져왔던 책들의 절반은 채 보지도 못한 채 책장에 다시 꽂아두었죠. 그래서 재수할 때는 과목별로 정리해 둔 노트 한 권씩만 챙겨서 갔습니다. 쉬는 시간을 포함해서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떠올려 보면

- 국어 시험 전: 시험장 도착 ~ 8시 30분

- 수학 시험 전: 10시 2분 ~ 10시 20분 (정각에 시험이 끝나더라도 시험지 수거 및 확인 시간이 소요돼서 2분 제외했습니다)

- 점심시간: 12시 30분 ~ 1시 (점심 식사 시간 제외)

- 한국사 및 탐구 시험 전: 오후 2시 22분 ~ 40분

 이렇게 됩니다. 가장 오래 볼 수 있는 시간이 국어 전, 점심시간이므로 이 시간들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좋아요. 아침에 시험장에 빨리 가서 환경에 적응하고 집중도를 끌어올리세요.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밥을 함께 먹는 것도 좋지만, 저는 체하지 않게 후다닥 먹고 탐구 과목 오답 노트 및 영어 지문을 보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해요. 열심히 준비해왔으니 이왕 시험 치는 거 마지막까지 완전무장해서 맞닥뜨립시다!

3. 시험 도중, 집중이 깨지더라도 괜찮다. 다시 보면 된다.

간혹 시험을 치다가 ‘지금 몇 시지?’ 혹은 ‘원래 같았으면 지금쯤 이걸 하고 있을텐데’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갑자기 들기도 합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말씀드리자면 이렇게 중요한 수능인데도 딴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당황스러울 뿐만 아니라,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워지더라구요. 그렇지만 나를 한심해한다고 달라지는 건, 문제를 풀 시간이 줄어든다는 사실일 뿐이죠. 그러니 여러분, 혹시라도 시험을 치다가 갑자기 맥이 탁 끊기더라도 놀라지 말고, 다시 그 문제를 읽고 선지를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요.

4. 시험 도중, 정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한 번쯤은 찾아오더라. 그때를 버텨야 한다.

지금 떠올려도 정말 아찔한 순간이 하나 있습니다. 작년 수능 수학 시험을 칠 때였는데, 유독 이번 시험은 문제가 잘 풀리질 않았습니다. 원래 같으면 큰 고민 없이 슥삭슥삭 풀고 넘어갔을 번호임에도, 떠오르는 방법을 적용해보아도 답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한 번을 돌고 나니, 평소 넘기는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5문제나 못 풀고 동그라미를 치고 넘겼더라구요. 이제껏 수능과 모의평가, 다른 사설 모의고사를 칠 때도 이 정도로 못 푼 적이 없었는데, 어디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 다섯 문제와 손도 대지 못한 다른 뒷번호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니,,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수학에서 망하는구나’였습니다. 사실 다 풀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냥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어요. 긴장+걱정+좌절+비참이라는 온갖 나쁜 감정이 뒤섞이면서 옷을 얇게 입었는데도, 식은땀이 흐르더군요.

 순간 아는 언니가 해준 얘기가 생각났어요.

 ”시험을 치다가 진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한번은 온다는데, 근데 그때를 진짜 참고 버티래. 그 순간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면, 된대.“

 아마 이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저는 이 자리에 있지 못할 거예요. (수학 문제는, 다행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보니, 동그라미 쳤던 문제들은 꽤 빠르게 풀렸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 식은땀이 흐르도록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올 때, 그 순간만큼은 마음을 다잡고 버텨야 합니다. 버티면 상상했던 것보다, 아니 상상한 것 그 이상으로 괜찮은 결과가 나오더랍니다.

- 잘 봐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만이라도 다 풀고 오자 라는 마음을 먹었으면 좋겠어요.

-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세요. 단단히 마음을 먹고 가는 게,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날카로운 상태에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진짜 망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말도 안 되겠지만 그것이 정말 잘 하고 있다는 좋은 신호일 수 있어요.

5. 마지막으로, 불안은 당연한 감정이다.

시험지를 받기 전, 심장 뛰는 소리가 귀에 들리도록 크게, 그리고 그만큼 빠르게 뛸 수 있습니다.

‘어떡해! 너무 떨려서 시험 제대로 못 풀면 어떡하지? 시험 종 치기 전에 문제 다 못 풀면 어떡하지?’

걱정되는 게 당연합니다. 불안하고 떨리는 게 당연합니다. 이 시험을 위해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이 얼마나 되는데요! 제가 추천드리는 방법은, 내가 떨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걸 기본 상태로 두는 겁니다. 핸드폰을 새로 사면 자동으로 설정되어 있는 기본값처럼, 시험장에서의 기본값을 ‘떨림, 긴장’으로 두는 거예요. 긴장하는 게 기본값이라고 생각하면, 시험지를 펼치기 전 쿵쾅거리는 심장이 느껴져도 조금은 더 차분하게 문제를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숲속을 거닐다 곰을 만났을 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어떡하지?!’라며 절망에 빠지지 마시고, ‘얼마나 놀랐으면 다리가 마비됐을까’라고 그 사실을 인정한 뒤에 ‘죽은 척을 할까? 도망을 갈까?’라고 그 뒷일을 세우세요. 그것이 곰을 만나더라도 운 좋게 살아남거나 혹은 자신을 향해 포효하는 곰을 마지막 기억으로 남긴 채 세상을 뒤로한 사람을 가르는 차이입니다.

 수능을 앞둔 여러분께 전하고 싶었던 내용은 여기서 마무리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 외에 궁금할 수 있을 법한 질문들을 몇 개 적어보았습니다. 제가 시험 치기 전 궁금했던 것들을 참고해서 가져와 봤습니다.ㅎㅎ

Q. 국어 시험지는 반으로 언제 접나요?

A. 저같은 경우엔 시험지를 받자마자 바로 접었습니다. 책상 아래로 손을 내린 채로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전에 후다닥 접었던 것 같아요.

Q. 가채점표 작성은 언제 하나요?

A. 수능은 모의평가와 다르게 시험지를 수거해가기 때문에 본인이 어떤 답으로 제출했는지 적어오지 않는 이상 집에 와서 공개된 시험지를 보며 답을 복기해내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OMR 답안지 제출 전 본인의 답을 수험표 뒤에 옮겨 적어오는 것이 편합니다. 따로 답을 옮겨적을 시간을 주는 건 아니기에, 1~2분 정도 남겨두고 마킹과 검토를 끝낸다면 시간이 딱 맞을 거에요. 그렇지만 문제를 다 못 푼 경우라면, 가채점표 적는 것보다 문제 풀이가 우선이라는 점 ! 제가 말씀 드리지 않아도 알고 계셨을거라 생각합니다.

Q. 영어 시험지는 언제 넘기면 되나요?

A. 영어 듣기 안내 방송이 시작되고, 마지막에 ‘시험지를 넘겨도 된다’는 문장이 나올텐데 그때 넘기고 문제를 푸시면 됩니다. 미리 시험지를 펼쳤다가는 부정행위로 간주될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 해요. 참고로 저는 영어 과목도 시험지 받지마자 반으로 접어두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수험생활을 하며 겪어온 것들이 어떠했을지는 제가 감히 짐작할 수 없을 거예요. 벗어나고 싶을 만큼 끔찍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그래도 즐거운 일들이 곳곳에 있었다며 좋게 바라보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어느 경우에 속하든 상관없습니다.

  기나긴 시간 동안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쉬고 싶은 순간들 참아가며 실력을 쌓아오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걱정되고 떨리는 건 그만큼 본인이 준비해 온 것이 많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에요. 내일 예비 소집일 날 학교에 가는 길에도 떨린다면, 수능 날 시험장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는데도 긴장이 너무 된다면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멈춰보세요. 때로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머리가 복잡해질 수 있으니까요. 시험장에서 나를 믿을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라는 생각 하나만 놔두고 나머지는 잠시 무시하는 것도 괜찮을 거예요. 수능이 전부인 것처럼 살아왔지만, 사실 수능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마음에 새겨둔다면, 어깨에 쌓여있던 짐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분명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 그러니 내일 학교 다녀온 뒤 남은 시간 동안 정리 잘 하셔서 목요일, 모든 걸 다 뿜어내고 오시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어요. 오늘 밤과 내일 밤은 부디 편안히 잠드시길 바랍니다.

 바쁜 시간에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이나 고민이 있다면 댓글에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