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메가스터디 수험생 여러분

16기 장학생 이지영입니다

수능에 관한 지난 칼럼을 마지막으로 너무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네요. 내일부터 정시 합격자 발표가 하나둘씩 나올 텐데요, 부디 이 글을 읽고 계실 모든 분들께 좋은 기운이 깃들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오늘 칼럼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가져야 하는 태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방심은 금물. 항상 나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현역과 재수 생활을 모두 경험해본 저에게 만약 누군가 두 수험생활의 차이를 묻는다면 아마 마음가짐이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상황이 많이 변해, 이전처럼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진 않지만 학생분들이 주로 마주하는 사람은 같은 반, 같은 학교, 같은 학원의 친구들일 거예요. 친구 누구가 어떤 강의를 듣는지, 어떤 문제집을 푸는지, 얼마나 공부하는지가 선택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꽤 되겠죠? 그러나 여러분, 가까운 친구의 공부법은 절대적인 지표가 아닙니다.

 학교에서 상위권을 놓친 적이 없는 저는 학원에 와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똑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것들을 끝내고 고민한 흔적이 짙은 질문들을 하며 남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의 옆자리 친구들. 모든 기준이 제자신이었고, 내가 제일 열심히 한다고만 생각했던 저에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남들의 모습은 제가 여지껏 ‘우물 안의 개구리’였음을 빠르게 깨닫게 해주었으니까요.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한 노력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더랍니다.

 이제 막 수능 공부를 시작한 분들은 본인의 노력을 객관적으로 보셔야 합니다. ‘오늘 다른 친구들보다 열심히 했어’가 아닌 ‘내가 정말 이 정도 공부를 해서 원하는 성적을 받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셔야 해요.

 “이 정도면 열심히 했지”라는 생각은 2월의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닙니다. 아직은 훨씬 더 부족함을 느끼고 갈망해야 해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에, 우리는 항상 주변이 아닌 본인에게 신경을 써야 합니다.

2. 본인의 수준에 맞는 공부를 설계해야 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어떻게 열심히 해야 하나요?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공부법일까요? 좋은 질문입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 많이들 들어보셨을 거예요.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의 실력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에요.

 ‘아직 시험에 나오는 문학 개념어들이 정확히 어디까지 뜻하는지 잘 모르는데 ,,’ 기출 문제를 시간 정해서 풀고 채점한 뒤에 맞았다고 끝내면 될까요? ‘독서 기출 지문 읽어도 이해가 안 가는데..’ 문제 해설 강의부터 들으면 될까요? 아닙니다. 문학 개념어를 모른다면 참고서나 인터넷에 뜻을 검색하고, 지문에서 어떤 부분을 의미하는지 찾아뵈야 합니다.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며 다른 문제에서는 어떻게 쓰였는지, 본인이 만들어낸 판단 기준을 적용하고 수정하며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독서도 마찬가지에요. 문장의 뜻을 이해하고, 다음 문장과의 관계를 파악하여 문단과 지문 전체를 납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밑줄과 동그라미는 지문을 이해 하고 문제를 풀기 위한 도구일 뿐, 가장 중요한 것은 읽기입니다. 그러니 글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수능 기출이 아니어도 좋으니 쉬운 지문부터 이해하며 읽는 연습을 하세요. 차츰 글이 잘 읽힌다면 그때 학년을 높여 기출을 풀어보셔도 좋습니다.

 사람마다 맞는 공부법은 다르겠지만, 저는 맨땅에 헤딩보다는 땅 다지기가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쩍쩍 마른 땅에 씨만 뿌린다고 풀이 자라는 것이 아니듯, 우선은 풀이 자랄 수 있는 기초적인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해요.

그러니 공부할 때는 절대 “남의 눈치를 보지 마세요.” 내 성적을 올리는 것은 남들의 시선이 아닌 바로 내 자신입니다. 실력이 부족한데도 그걸 감추려 어려운 문제집 꾸역꾸역 푸는 것보다 자기를 제대로 바라보고 기초부터 단단하게 다지는 것이 더 멋있습니다.

3. 기출문제를 단순 계산문제 풀 듯하면 안 된다.

 그러면 기출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제 답변은 “계획서를 작성하듯 풀어라”입니다.

 본인의 취향껏 처음부터 시간을 재고 시험을 치고 있다는 느낌으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풀어도 되고, 굳이 시간을 재지 않고 풀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전자의 경우, 정해진 시간이 끝났을 때 바로 채점하는 것이 아니라 헷갈렸던 선지들, 시간이 부족했던 지문들을 한 번 더 꼼꼼하게 읽고 다시 풀어보세요.

 그 후에 채점을 하고 본인의 풀이가 가장 좋은 풀이였는가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국어의 경우, 시험에서 자주 묻는 표현상 특징이 있다면 지문을 읽을 때부터 어떤 표현법들을 체크하며 읽겠다든지, 문학 보기 문제를 풀 때에는 보기의 내용과 선지를 일대일 대응시켜 보겠다는지 문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풀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시면 됩니다.

 수학 역시 ‘문제에서 제시한 조건의 의미를 바로 해석했는지, 문제를 풀다 빠트린 조건은 없는지, 주로 계산 실수하는 부분은 어디인지를 파악하고 무슨 조건을 줄 때 어떤 표현을 썼는지, 굳이 필요하지 않은 미지수를 잡은 것은 아닌지, 왜 그렇게 풀이 과정이 흘러가야 하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그 후엔 마찬가지로 다음 시험에서 사용할 행동 요령을 계획하시면 됩니다. ‘원에 접선을 그을 때는 접점과 중심을 잇고 밖의 점과 연결해야지, 반지름을 표시해야지’ 등 문제를 마주했을 때 본인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작업들 말이에요.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이 문제를 시험장에서 마주했다면 어떤 풀이였을 때 답을 확실히 얻으면서도 빠르게 풀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으로 조건을 대하는 태도를 계획하시면 됩니다.

4. 불안을 해소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만큼 본인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저의 수험생활을 돌아보면 매일 밤잠 못 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항상 걱정과 불안이 깔려있었던 것 같습니다. 과연 내가 정시로 학교를 갈 수 있을까? 이번에도 잘 본 줄 알았는데 막상 채점하니 점수가 폭망이면 어떡하지? 해야할 건 산더미인데, 정말 이 책들을 다 볼 수 있을까? 등등 부정적인 생각이 쉽게 꼬리를 물곤 했어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본인만의 휴식 시간을 가지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 생각의 꼬리를 끊을 수 있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실력이 원하는 만큼 뒤따라주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내 목표는 1등급인데, 아직 문제를 보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아.. 혹은 이 속도로 문제집을 풀다가는 한 권도 끝내지도 못하고 시험 치게 생겼어..! 등 다양한 걱정거리가 있죠. 당연히 불안할 겁니다. 그러니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다시 말해 실력을 끌어올리려면 지금 당장 책을 펴고, 고민하며, 복습해야 합니다. 실력이 부족하기에 불안하고, 그럼에도 공부를 하지 않아서 더 불안하고, 계속 이런 날들이 반복될까 두렵습니다. 그러니 오늘 당장 미뤄왔던 과목이나 본인의 아킬레스건이라 생각하던 과목을 펴보세요.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본인의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지 않은 채 걱정부터 하는 것은 아까운 시간을 공중 분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5. 마지막으로, 결과가 바로 나타나기를 바라지 말자.

 성적이 즉각적으로 변화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미모사를 건드리면 이파리가 바로 움직이듯 말이에요.

 그러나 아쉽게도 공부는 누적이 필요합니다. 과목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단순히 이번 한 주 공부한 걸로 바로 성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똑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실력이 쌓이는 속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그 실력이 결과로 드러나는 데 필요한 시간도 다를 겁니다. 풍선도 어느 재료, 어떤 모양이냐에 따라 터지기 쉬운 것도 있고, 공기를 많이 불어 넣어도 잘 터지지 않는 게 있는 것처럼 본인의 실력이 발휘되는 순간은 모두가 다를 거예요. 그러니 그 순간은 언젠가 분명 올 거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자신의 풍선에 바람을 넣으셨으면 합니다. 느리게 오를수록 그만큼 쉽게 떨어지지 않는 실력을 갖는거라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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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공부를 시작하신 분들, 재도전하시는 분들 모두 힘 내시길 바라며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