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 17기 목표달성 장학생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21학번 전지원입니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한 숨 돌릴 때 가장 듣기 좋았던 말이었습니다.
“고생 많았다.”
응원하고 있다, 잘 되가나, 밥 먹었나, 안 힘드나, 힘내라, 뭐 먹고 싶은 거 있나 등등 좋은 말들 정말 많이 들었지만 군계일학이 있었습니다. 무심코 지나가면서 툭 던지는 그 말이 참 좋았습니다.
저는 수험생일 때 제가 수능을 또 보든 뭘 하든 아무도 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길 바랐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희 아버지께선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셔서 참 좋았습니다. 소나무처럼 같은 자리에 든든하게 있으시다가 결정적일 때 짠~ 하셨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시곤 했습니다. 작년도 마찬가지로 그저 옵니다 갑니다 서로 인사만 하는 게 다였습니다. 정말 가끔 둘이서만 덩그러니 있게 됐을 때, 해사하게 웃으시면서 건넸던 “우리 딸 오늘도 고생했네.”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딱히 대꾸를 기대하는 말도 아니어서, 듣고 그냥 웃거나 “뭘요!” 하고 씩씩하게 거짓말 했던 것 같습니다.
작년에 둘이서만 있게 된 어느 날이었는데, 술에 취한 채로 우시더군요. “지원아, 왜 나랑 삼수하는 거 상의 안 해줘? 나 진짜 서운해.”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도 궁금하신 것, 걱정되시는 것, 해주고 싶으신 것 얼마나 많으셨을까요.
제가 무심해서 아버지를 궁금해 하지 않은 것과 아버지가 모른 척 묵묵히 제 옆을 지켜주시는 건 많이 달랐을 겁니다. 몇 년 동안 살갑게 못 대해 드린 건 맞지만 그래도 내가 경상도 사나이 울릴 정도인가 싶어서 어찌나 당황스러웠는지요. 정말 서럽게 우시는데 저는 울지도 못하고 그냥 휴지만 뽑아 드렸습니다. 다음 날 모른 척 해드렸는데 아버지는 기억이 선명히 나시는 것 같았습니다...ㅋㅋ 며칠은 눈을 못 마주치시더니, 그 뒤로는 다시 소나무 모드로 돌아가 ‘오늘도 고생해쓰’ 툭, ‘고생 많제~ 얼른 끝나야 할 텐데’ 툭.
요즘도 “이렇게 저렇게 지내요~” 라며 전화하면 똑같은 말을 해주십니다. 수험생활 이야기도 간간이 곱씹는데, 아버지는 제가 떨어질 줄 알았다고...ㅋ 그러시더군요... 아빠 그 정도의 솔직함은 넣어둬... 또 울려버린다...
수험생활은 나 하나뿐만 아니라 내 가족도 고생해서 참 힘듭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마주 웃어도 서로 불안하고 힘든 맘도 있다는 걸 아니까요. 기회가 된다면 오늘 부모님께 애정표시 한 번 해보시길 바랍니다. 저도 가족들한테 애틋한 맘 드는 날에는 마음 식기 전에 우다다 달려가서 “사랑해요!!!!”라고 외치고 도망칩니다.
후회 전혀 없고 뿌듯합니다. 어려우시다면 “여러모로 정말 고마워요.” 정도는 어떨까요 \^------^/
100일도 곧 깨지는군요... 얼마나 고민 많으신가요ㅜㅜ
신나고 즐거운 구빰도 좋지만, 아무런 고민 없이 잠들 수 있는 평안한 밤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소중한 그대 오늘도 고생 많았습니다 :)
영남대
전지원 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