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규모가 가장 큰 국가대항 대회입니다. 저는 현역 때 수능이 끝나고 시간이 남아서 1930년에 개최된 첫 월드컵부터 2018년 월드컵까지 모든 월드컵의 우승팀과 준우승팀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바로 한 월드컵에서 우승한 나라가 다음 대회에서 우승 또는 준우승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것입니다.
저는 시간을 좀 더 투자해 역대 월드컵 우승팀의 다음 월드컵 성적을 알아보았습니다. 그 결과, 전 대회의 우승팀이 8강에 올라간 경우는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비교적 최근 대회인 2010년, 2014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 독일은 각각 그 다음 대회에서 예선 탈락을 합니다. 지난 번 월드컵에서 우승한 나라는 다음 월드컵을 준비할 때 분명 다른 나라보다 우위에 있었을 텐데 왜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걸까요? 저는 그 이유가 만족과 안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현역 고3 때 제 모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참고로 저는 재수했습니다)
저는 고3 9월 모의고사를 잘 봤습니다. 목표로 하던 대학에 무리없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수능은 보지도 않은 상태로, 정시로 대학에 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니까 자연스럽게 나태해졌고 마음은 벌써 대학생이 되어 대학생처럼 공부했습니다. 그 결과, 고3 수능은 참혹했습니다. 제가 알지 못했던 사실은 바로 지난 번 시험 성적과 다음 시험 성적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에 있을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지난 번 시험 성적보다는 시험 전까지의 시간을 얼마나 알차게 보내는 지가 더 중요합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은 뭐냐면, 모의고사를 잘 보고 나서 의식적으로는 '아니야 나는 부족해 더 공부해야 해'라고 생각하면서 깊은 속마음은 '나는 됐다, 대학 가자!'인 상태입니다. 이런 경우는 순 공부시간은 잘 본 모의고사 이전과 비슷할 수 있으나, 집중의 질은 자연스럽게 떨어집니다. 본인이 이런 상태라면 하루 빨리 깊은 속마음도 '주의' 모드로 바꾸시기 바랍니다.
지난 시험 결과에 스스로 만족하시는 분들도 있고 스스로에게 실망하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의고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면 '평가원 모의고사' 타이틀을 달고 있는 6월, 9월 모의고사를 아무리 잘 봐도 대학갈 때 가산점 없고, 못 봐도 감점없습니다.
지금까지 봐 왔던 모의고사와 수능 성적이 어떻든 간에 우리는 아직 올해 수능을 보지 않은 수험생일 뿐입니다. 아직 수능 점수는 모두가 동점입니다. 모의고사 점수 때문에 설레거나 우울해 하지 마시고 우리에게 남은 다음 중요한 대회인 수능을 차분하게 준비하도록 합시다.
서울대
염호진 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