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목표달성장학생 김준원입니다.
먼저, 늦었습니다. 너무나도 늦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 칼럼을 기획하고 쓰기 시작한 것이 7월 초인데, 너무 오래 걸렸네요. 정말 많은 분들이 지난 칼럼에 좋은 반응 남겨 주셨고, 다음 칼럼을 기다리는 응원의 메세지 또한 여럿 받았습니다. 그 성원에 보답하고자, 그리고 뒤늦은 칼럼 투고를 만회하고자 이번 칼럼은 조금 묵직하게 써보았습니다. 월말에 기한 맞춰 칼럼 올리는 것이 조금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부끄럽지 않은 내용으로 채워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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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칼럼의 주제는, 제목에서 예고했다시피 지난 6월에 치렀던 평가원 모의고사의 국어 영역입니다. 지금까지는 수능 공부 과정에서 필요한 정신론적인 이야기나, 6평 현장에서 체크해야 하는 것처럼 실용적인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이제 와서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 부담스러워서 그랬습니다. 제가 제 공부법이나 기술을 자랑스럽게 소개할 만큼의 능력이 될지, 그리고 그 내용을 수험생 여러분이 받아들일 때 문제가 생기진 않을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 내용이 까이지는 않을지...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공부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피했었고, 앞으로도 멘탈 관리 조언이나 입시/대학 썰, 시기별 팁 정도의 내용 위주로 칼럼을 작성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제 이미지 보전을 위해 여러분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내용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근무태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6평이 끝난 시점에서 제 수능 기술들을 여러분들께 우당탕탕 쏟아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원래 기획 중이었던 칼럼은 다음 칼럼으로 빼고, 먼저 제가 국어영역, 특히 제가 자신 있는 비문학(독서)에 대비하여 가지고 있던 굵직한 무기들을 6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풀며 소개하고자 합니다. 나름... 작년 수능과 이번 6평에서 독서 파트는 전부 맞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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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늦은 업로드 죄송하다는 말 덧붙이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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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수능 국어는
수능 국어는 기본적으로 ‘읽는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입니다. 그렇기에 가장 왕도적인 성적 향상 방법은 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총량과 그 정보를 적용하는 사고 능력을 계속해서 키우는 것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4달 남짓의 시간밖에는 남아있지 않고, 그 시간동안 뇌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수능 국어에서 원하는 점수를 받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희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바로 효율적으로 읽는 방법입니다.
우리는 글을 읽을 때 이미 무의식적으로 많은 방법을 동원하여 효율적으로 읽고자 합니다. 메모하거나 밑줄을 그어가며 읽기도 하고, 머릿속으로 흐름을 정리하거나, 기존의 배경지식을 꺼내서 글을 보다 풍부하게 이해하고자 하죠. 이러한 방식들이 모여 여러분 각자의 ‘독해법’을 만듭니다. 저는 이 독해법을 상술한 세 가지 영역, ‘행동’, ‘사고흐름’, ‘배경지식’으로 구분하여, 각각을 최대한 수능 국어 최적화하여 작동시키고자 하였습니다. 본격적으로 6평 해설로 넘어가기 전에, 이 세 가지 독해 요소에 대한 단상을 여러분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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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동
수능 국어의 대표적인 행동 중 하나는 ‘지문 읽기 중 필기’입니다. 여러분의 필기 습관은 충분히 정리되어 있나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능 국어 지문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거나 키워드에 네모 표시를 해 두는 등 다양한 필기를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크게 두 가지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간과한 필기는 지문이 적힌 상자를 더럽게 만들 뿐, 수능 국어 성적 자체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필기는 글을 효율적으로 읽기 위한 도구인 한편, 문제를 풀던 중 지문을 보다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입시 기간 내에 저희의 하드웨어를 비약적으로 기르기는 힘들기 때문에, 지문을 한번 읽으면 모든 내용이 머리에 들어올 만큼의 비약적인 뇌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일부 ‘정말 타고난’ 학생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입니다. (실제로 목격한 사례가 있기에... 절대 없다고는 말 못하겠네요.) 그렇기에 저희 ‘일반 뇌 보유자’들은 문제를 풀던 중 적어도 두세 번은 지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내용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혹은 본인의 기억이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서죠. 이때 지문이 밑줄로 점철되어 있다거나, 막연히 처음 보는 단어들에 불규칙적으로 동그라미만 쳐져 있다면, 다시 지문을 훑어 내려가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합니다. 필기는 머릿속에 정리된 지문 내용을 지면에 표시해 놓음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스캔’이 가능하게 한다는 기능이 존재함을 기억하고 필기에 임합시다.
두 번째, 상술한 이유와 맞물려, 필기는 ‘문장을 소화한 뒤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는 핵심 어휘, 문단 주제, 사례, 비교, 뭉개서 읽은 내용 등에 각기 다른 기호를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위에 언급한대로 지문에 돌아왔을 때 보다 효율적으로 단서를 찾기 위해서이고, 한편으로는 의식적으로나마 문장/문단을 명확하게 읽어내기 위해서입니다. 이후 ‘사고흐름’에서 언급하겠지만, ‘이 내용은 문단/지문의 관점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국어 지문을 읽어 내려가며 반드시 해야 하는 고민 중 하나입니다. 물론 지문을 읽은 뒤 복기해보면 잘못 읽었거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열심히 읽는, ‘오독’을 범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으나, 이러한 읽기 태도와 고민은 글을 보다 명료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렇기에 ‘사고흐름’을 보조하는 측면에서 필기는 적어도 한 문장은 이해한 뒤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읽는 도중 지면에 펜을 가져다 대지 않는 것만으로 읽는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하는 부가 효과도 존재합니다.
이상의 내용에 따라 필기는 정돈되어 있는 편이 좋으며, ‘사고흐름’을 보조하는 측면에서의 정돈된 필기는 전반적인 독해력을 비약적으로 올려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이러한 필기에 관한 내용은 지문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을 예정이라, 조금 상세히 설명해 보았습니다. 이 외에도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동, 한 세트 전체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행동 등이 존재하는데, 이는 차차 얘기해보도록 하고요... 아래는 제가 사용하는 필기 기호들을 간단히 정리해보았습니다. 아마 많은 부분 여러분들이 사용하는 기호들과 겹칠 것인데... 필요에 따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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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고흐름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행동’, ‘사고흐름’, ‘배경지식’ 이 세 가지 요소가 모여 총합 100점의 국어 점수를 완성한다고 가정한다면, 저는 10:70:20(진짜 열심히 고민했습니다...) 정도의 비율로 그 중요도를 분배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사고흐름’은 제가 수능 국어에 임할 때 가장 열심히 갈고 닦은 독해 요소입니다. 수능 국어를 어느 정도 공부하다보면, 뭐라 말로 설명하기는 힘드나 수능 국어 지문의 일관된 흐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구조 독해’라는 이름으로 이런 흐름을 정리하기도 하더군요. (당시에는 김동욱 선생님 학파였던지라 그런 개념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요.)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사고흐름을 하나 꼽자면, ‘힘조절’의 사고입니다. 앞서 효율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죠? 국어 독해 과정에서 저희에게 제한되어 있는 두 요소가 뇌 용량과 체력입니다. 둘 모두 시험 전반에 걸쳐 효율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죠. 그렇기에 글을 읽으면서 핵심 내용을 파악함과 동시에 그 내용에서 벗어나는 잔가지와 단순 사례, 반복 설명과 같은 문장들은 의도적으로 힘을 빼고 읽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모든 내용을 기억할 수는 없으므로, 적어도 이런 내용들의 ‘위치’만은 기억하면서, 나중에 선지에서 관련 내용을 대면했을 때 지문으로 돌아와서 다시 확인하겠다는 태도로 읽었습니다. 한편 이렇게 비축한 힘을 핵심 내용에 쏟아내어, 핵심 주제를 관통하는 선지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쳐내는 것으로 풀이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어요.
이렇게 글을 읽으면서 갖춰야 할 생각들이 ‘사고흐름’이 되겠습니다. 위와 같은 지문의 흐름에 대한 이해를 비롯하여, 입시 내내 쌓을 경험과 사고력을 기반으로 한 예측, 추론, 이해 등의 전반적인 읽기 태도를 정돈한다면 독해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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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배경지식
지난 수능을 떠올려보면, 당혹스러웠던 장면 몇 가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경제 지문에서 평가절상/절하 개념을 보고 ‘아니 이걸 설명도 없이 그냥 던져 준다고?’ 했던 것, 문학에서 예상치 못했던 ‘박태보전’이 출제되어 당황했던 기억. 이런 감정들은 모두 ‘배경지식’의 정도에 기인한 감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EBS 연계 문학 학습의 중요도는 말할 것도 없고, 지난 수능에서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독서 문항 제재의 배경 지식 학습 또한 이전에 비해 중요해졌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Q. 그렇다면 별도로 배경 지식 학습에 시간을 투자해야 할까요?
A. 개인적으로는 반대합니다! 앞에 언급한 내용과 상충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배경 지식 학습은 기출이나 EBS 등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신경 쓰는 정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기출의 경우, “이전에 자세히 소개한 적이 있는 개념은 비교적 간추려서 설명한다.”는 평가원의 원칙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실제로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출제하시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간의 추세로 예상하건대 분명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가령 2018학년도 6월 평가원 모의고사의 통화 정책 지문과 같은 해의 수능 ‘오버슈팅’ 지문, 2020학년도 6월 미시/거시 건전성 정책 지문을 비교해봅시다. 비록 내용이 완전히 겹친다거나 이전의 지문을 접해보지 못했다면 이후의 지문을 풀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과 비슷한 제재를 다룰 경우 난이도가 오르고, 기존에 소개된 개념은 다소 간추려 넘어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연계 교재의 제재는 간접 연계라는 이름으로 출제되고는 하는데, 결과적으로 지난 수능 국어 영역의 지문은 모두 기출과 연계 제재 학습을 통해 준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별도의 시간을 할애하는 배경지식 공부가 자신감을 높이고 부담스러운 분야에 대한 거부감을 줄인다는 점은 동의합니다만, 따로 시간을 쓰기보다는 전체적인 국어 학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익숙함’ 만으로도 충분히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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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시작합니다.
너무나도 오래 걸렸습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실제로 지문을 읽으면서 했던 생각을 줄글로 개편하여 소개하는 내용과, 각 지문/문제에서 챙겨가야 하는 요소를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이렇게 면밀하게 사고할 필요가 있다기보다는, 이런 생각이 잔상처럼 스쳐 지나간다는 인상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1~3번 문제에 해당하는 독서론을 비롯하여, 14~17번의 ‘사건의 효과’ 지문을 제외한 세 지문의 상세 독해 과정을 작성했습니다. 마지막 지문은 간단한 포인트 몇 개만 짚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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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노파심에 얘기하자면, 이 칼럼이 업로드되는 7월 31일 시점에서 그 어떤 해설 강의도 시청하지 않고 온전히 제 읽기 방식으로 작성된 내용이므로,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 미리 사과드립니다. 혹시 정정해주실 부분이 있다면 겸허히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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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독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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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세트인 독서론 지문은 많은 분들이 어려움 없이 푸시는 편이니, 지문을 면밀히 다루기보다는 포괄적인 이야기를 한 번 더 하고 넘어갑니다. “글을 읽으려면 글자 읽기, 요약, 추론 등의 읽기 기능, 어휘력, 읽기 흥미나 동기 등이 필요하다.”라는 첫 문장을 읽으며, 기본적으로 ‘얘네를 하나씩 다 얘기하려나?’하고 생각하며 읽기 기능/어휘력/읽기 흥미나 동기로 ‘예상 목차’를 짰습니다. 하지만 2문단에서는 예상을 과감히 빗나가면서 “어휘력 발달에 관한 연구들에서는...”으로 ‘읽기 기능’을 쌩까고 있죠? 여기서 ‘음?’하고 당황하면서도, 왜 이런 식으로 전개될까 하는 고민과 함께 글을 읽어나갔습니다. 요지는, 단순 내용 이해를 넘어 지문 짜임새, 흐름의 층위에서 놀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방구석 평가원장’의 읽기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왜 이런 내용을 얘기하지?’, ‘뒤에는 이런 내용이 나와야겠지?’ 하며 마치 글을 퇴고하듯 읽읍시다. 예측이 빗나가면 집중하고, 적중하면 수월하게 뚫어낼 수 있겠죠. 어느 쪽이든 읽을 때의 쫀득한 맛을 더해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첫 줄에서의 어색함을 인식했다면, 망설이지 않고 1번을 풀 수 있습니다. 대놓고 읽기 기능/어휘력/읽기 흥미나 동기를 비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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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의 활용
문제 2번에는 그래프가 있습니다. 문제/지문에 첨부된 도표나 그래프는 미리 확인하고 지문을 읽는 도중에도 충실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제 지문에서 치명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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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2번째 지문(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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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 실제 독해/풀이 과정에서 작성한 필기
빨간색 - 사고 과정 요약, 정리,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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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한(漢) 대의 사학자들이 바라본 역사와 국가 통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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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 지문은 첫 몇 줄을 읽으며 전체적인 흐름을 예상할 수 있는, 꽤 뻔한 지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분서갱유를 단행하며 사상 통제를 기도했다.” 분서갱유를 모르더라도, ‘사상 통제’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부정적 뉘앙스는 가볍게 캐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따라 ‘역사지식’, ‘학문’과 같은 단어들은 (가) 지문에서 긍정적인 가치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역시, 진(秦)은 멸망합니다. 당연히 1문단에서의 태도 때문이겠죠? 1문단의 후반부를 읽으며, <안정적 통치 방안>이 글의 주제이고, 핵심 키워드(사상가)는 육가라는 것을 짚고 넘어갈 수 있겠습니다. 다음 문단에서는 육가의 학문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겠습니다. 넘어가기 전, 전국시대→진→한, 순자→(이사)→육가로 이어지는 시간적 흐름을 한번만 확인합시다.
“순자의 학문을 계승한”에서 순자에 무지성 동그라미를 치고 있으면 아니 되겠습니다. 1문단에서 다음 문단은 육가에 대한 내용이리라고 예측했고, 적중하는 순간이니까요. 『신어』 저술? 일단 주요 키워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는 진의 단명 원인을~등으로 지적하고”는 세모만 우다다 치고 넘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문제들이 있어 보이는데... 얘네를 외우는 시간보다 나중에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더 짧기 때문이죠. 이렇게 예시가 언급되거나 ‘뻔하다’ 싶은 부분은 힘을 빼고 읽읍시다. <지식과 학문이 중요함>이 이 글의 두 번째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지식과 학문의 중요함을 설파하겠군요. 앞의 <안정적 통치 방안>의 해답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주제>는 해당 문단이나 글의 흐름을 정돈하고, 앞으로의 내용을 예측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진의 단명 원인’을 다루었다면, 문단 내에서 국면이 바뀌며 지식과 학문의 중요함을 논하기 시작합니다. 문단을 끊어 줍시다.
‘역사를 관통’, ‘이치’, ‘모든 일을 포괄’이라는 속성의 ‘통물’과, ‘변화’, ‘상황에 맞는’, ‘고수하지 않는다’라는 속성의 ‘통변’이 등장합니다. 예상컨대 이하 문단에서 이 두 개념을 비교하며 설명할 듯하니, 미리 A, B로 ‘라벨링’을 해두었습니다. 비교를 용이하게 하고 나중에 문제를 풀던 중 돌아올 때 효율을 높여주는 도구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2018학년도 6월 평가원 모의고사의 ‘율곡 지문’이 떠올랐습니다. ‘율곡 지문’에서는 만물의 법칙인 ‘이’와 변화하는 성질의 ‘기’가 등장하죠. 이런 부분에서 경험치가 발휘됩니다. 물론! 완전히 일치하는 개념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 그때 그거랑 비슷하네.’라는 찰나의 생각이 글 읽기의 부드러움과 자신감에 미치는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경험치도 일종의 ‘배경지식’일 수 있겠네요. 이하 문단에서 비교가 많이 등장할 것 같다고 예상했으나, 의외로 간단히 넘어갑니다. 라벨링을 해두었으므로, “(A)유교 이념과 (B)현실 정치의 결합”, “(A)유교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B)타 사상을 수용”과 같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에게 무위는~차별된 것이었다.”라고 언급된 부분에서는 2문단 초반에 날려 읽은 부분을 연상하며, ‘아 이렇게 연결되네.’ 하고 넘어갑니다. 마지막 문단도 적당히 어물쩡 한계... 의의... 이러고 있네요. (가)는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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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조선 왕조 정당성을 위한 고려 역사서 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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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형 세트의 어려움은 벌써 저희는 지쳤다는 점이겠죠. 그래도 힘내봅시다. 조선 건국 과정은 대부분 알고 계시리라 판단했는지,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은 역시 가볍습니다. <고려 관련 역사서 편찬>이 주제가 될 것 같고, 흐름상 고려가 이러이러하여 조선보다 못하다는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가)를 읽고 여기로 넘어왔으므로, ‘아, 여기서도 역사가 중요했구나. 여기는 진 말고 고려를 까네.’ 하고 생각하며 넘어가면 됩니다.
다음 문단은 (가) 지문과의 차이를 포착하는 장면입니다. (가) 지문은 시대적 흐름은 1문단에서 모두 설명하고 한 사상에 집중하여 서술했다면, (나)는 이후 전개가 어찌 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부터 시대적 흐름이 나옵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어 『고려사』가 편찬되었고, 이후 세종으로 넘어가는 흐름입니다. 이 부분은 논리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기보다는 나열식의 서술이라고 느꼈기에, 관련 선지가 있다면 돌아올 것을 각오했습니다. 외우기는 비효율적이고요.
이후 두 문단은 세종의 『치평요람』에 대해 다룹니다. 내용이 비교적 밀도 있지 않아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자칫하면 날려 읽게 될 수 있으니 키워드 중심으로 체크해봅시다. 제 경우에는 약간 날려 읽었는지 이 부분에서 크게 남는 기억이 없었습니다ㅠㅠ 이러지 말자구요... 1문단의 <고려 관련 역사서 편찬>, 그리고 저희의 예측을 바탕으로 마지막 문단의 『치평요람』이 가진 의도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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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 풀이: 판단 단위
이 세트의 문제들은 대부분 선지를 읽으면서 바로 풀어냈으나, 5번 문제는 바로 답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④번을 괜히 물고 늘어지면서 “변화를 이끌어야”가 아닌가...? 따위의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이럴 게 아니라, ‘판단 단위’를 조금 더 세분화하여 엄밀한 선지 분석을 시도함으로써 빠르게 미궁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않은 선지는 지문에서 언급된 핵심 표현들의 부조화를 통해 만들어지지만, 때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단순한 단어가 지문에서 특별하게 사용되어 오답인 경우도 존재합니다. 여기서는 ‘편찬 형식’이 그러했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 키워드를 읽는 도중 딱 짚고 넘어가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다시 지문으로 돌아가 확인해야 했죠. 문장 전체 단위로 슥 봤을 때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조금 더 세밀한 부분을 따져봅시다.
같은 맥락에서, 6번의 경우도 판단 단위를 쪼개면 보다 엄밀하게, 정확하게 풀 수 있습니다. 각 선지마다 잘못 서술된 부분이 다르므로, 읽던 와중 ‘어, 여기서도 오답 근거가 나올 수 있네?’ 하는 생각이 든다면 미리 선지를 다 쪼개놓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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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3번째 지문(과학) - 혈병과 비타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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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그리 느끼시겠지만, 제게는 이번 6월 평가원 모의고사의 세트 중 가장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과한 정보량과 낯선 개념을 대처하는 법을 기르기에는 효과적이죠! 면밀히 살펴봅시다.
첫 문단은 혈액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합니다. 사실 이 첫 문장을 읽으며 ‘아, 칼럼에 첫 문장의 중요성 이런 내용으로 써먹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질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혈액. 물질 공급과 노폐물 제거 기능으로 나누어 혈액을 설명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어, 그런데 전혀 다른 얘기가 나옵니다. 혈관 벽이 손상될 때의 이야기가 나오네요. 첫 문단은 단지 <혈액 손실을 막아야> 하는 이유로 서술된 것뿐인... 모양입니다. 혈액 응고의 과정이 처음부터 장황하게 나옵니다. 이 부분은 반드시 돌아와서 확인하며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보기 편하도록 옆에 간단하게 정리하는 요령은 선택에 따라 취하시면 좋겠습니다. 단어 전체를 쓸 필요는 없고, 흐름이 이해될 정도의 기록이면 됩니다. 이제 전혀 다른 얘기가 나오죠. 동맥이 두꺼워지는... 혈관 질환이 발생하기도... 네 알겠습니다. 결론은? “이러한 혈액의 응고 및 원활한 순환에 비타민 K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문장이 사실상 주제입니다. 응고, 그리고 순환. 순서대로 나오겠죠? 다음 문단은 아마도 응고일 것이고, 나중에 순환에 관한 내용이 나올 것을 염두해 둡시다.
“비타민 K는 혈액이 응고되도록 돕는다.” 정답입니다. 여기서도 과정이 나옵니다. 이 문단의 정보량이 특히 과다한데, 무작정 외우거나 흘려 읽기보단 외우는 걸 포기하면서도 흐름을 잡고 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간단히 메모하는 것을 잊지 않고, ‘응고 과정’에 관한 문제가 출제되면 여기로 돌아올 각오는 합시다. 특이한 점은, 이 문단에서 언급되는 과정은 사실 1문단 과정의 이전 단계라는 점입니다. 비타민 K의 역할과 ‘카르복실화’ 등 키워드를 체크합니다.
다음 문단은 ‘이걸 왜 나눠 설명할까?’라는 고민으로 뚫립니다. 생성 과정이 다른 두 비타민 K... 비타민 K1만으로 “혈액 응고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라는 문장에서 우리는 “비타민 K2가 원활한 순환에 필요할 듯!”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칼슘의 역설...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별로 관심은 없어요. 저는 지금 비타민 K가 원활한 순환에 어떤 역할을 할지만 궁금하거든요. 아, 칼슘염 침착이 문제 상황이었고, 비타민 K가 이를 해결해주네요. 누누이 얘기했지만, 과한 정보량은 돌아올 각오로 정리만 합시다.
솔직히 마지막 문단 읽으며 “K1은 간세포에서”를 직면했을 때 너무나 당황했습니다. 간세포? 갑자기? 그래도 응고 vs 순환으로 큰 틀을 잡아 놓았기 때문에, 응고 관련 과정에 간세포 관련 내용이 있으리라 바로 판단하고 올라가서 확인했습니다. 결국 K2가 원활한 순환에는 필요하다는 얘기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래 그림처럼 키워드 중심으로 이해해볼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이런 도표를 그리지는 않을 것이지만, 각 과정과 키워드 중심으로 정보를 정리할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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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 풀이: 어려운 정답 근거들
10번의 ①번은 선후관계가 엇갈려서 옳지 않은 선지가 된 케이스입니다. 이와 같이, 그냥 “지문과 내용이 다르다”보다 조금 더 품이 들어가는 오답 선지들이 있습니다. 인과, 선후, 주체-행위 일치, 보조사(~만... 이런 식으로 장난치기) 등이 있겠습니다. 혹시나 답이 보이지 않는 경우, 이런 요소들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나 점검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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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7] 4번째 지문(사회) - 경제학에서 사건의 효과를 평가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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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지막 지문입니다. 솔직히 이 지문은 즉석에서 풀 때는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은근히 오답률이 높은 문제들이 많더라구요. 이 지문의 특이했던 점은 <사건의 효과를 평가>라는 큰 주제를 중심으로 주제가 묘하게 옮겨간다는 인상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논리적 흐름을 잡아서 흐름에 따라 읽어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평행추세 가정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에서부터 몇 가지 대안/개선 방안이 제시되는데, 이들에 숫자를 붙여가며 읽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안 1은 평행추세 가정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에, 대안 2와 3은 평행추세 가정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사용됩니다. 더불어 이전 시기의 시행집단을 비교집단으로 설정하는 대안 1은 그에 대한 문제점이 언급된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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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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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후련하네요. 업로드하는 시점에도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 조금씩 문장을 고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나중에 내용이 추가되거나 수정되는 부분은 따로 색을 넣어 정정해 놓겠습니다. 특히 특정 문제에 대한 상세한 해설이 필요하다면 댓글에 남겨주세요! 반영하여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로서는 풀이 과정을 세심하게 다룬 글이라기보다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하는 단상에 가까운 글이 되었습니다. 아직 독서에서 제가 사용했던 핵심 기술들을 모두 소개 했다기보다는, 이번 6평에서 사용했던 것들 위주로 소개했다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다음에 또 국어를 다룰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마지막 한 부스러기까지 탈탈 털어 전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칼럼이 여러분들의 국어 공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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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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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링과 오픈채팅을 병행하며 주로 받은 질문 중 따로 칼럼화하기 어려운 것들을 추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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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부 시간 배분은 어떻게 했나요?
A. 공부 시간 분배량은 크게 두 시기로 나뉘는데, 제2외국어 하던 시기와 그렇지 않던 시기로 나뉘어요. 전자의 경우 비율로 표현하면 국어:수학:영탐=3:4:3 정도로 했었고, 탐구 공부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제2외국어를 시작하던 시기에는 국어:수학:영탐:제2외국어=3:4:2:1정도 비율로 했던 것 같아요. 주 공부 시간에는 저 정도 시간을 썼고, 그 외 등원, 식사 중의 제2외국어 공부 시간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제가 9월쯤 제2외국어를 시작해서 막판에 급하게 했었거든요...
추가로 10시간을 공부하고 시간 분배를 4:4:2로 한다고 쳤을 때, 4시간, 2시간씩을 연달아 공부하기보단 국어-수학-탐구-국어-수학.. 이런 식으로 중간에 한 호흡 갈아주고는 했어요. 국어는 대체로 8시에 시작해서 10시 30분 정도까지, 이후로 점심 전후로 수학, 2시 정도부터 탐구... 이런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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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어와 수학 문제 푸시는 순서가 궁금해요!
A. 국어: 35~45 -> 1~34
특이사항으로는 문학을 먼저 풀지 않는다... 가 있습니다. 개인 취향인데, 마지막에 문학이 남는 것이 독서가 남는 것 보다 멘탈 관리에 효율적이라고 느껴서 이렇게 했어요.
수학: 1~14 ->16~19->23~30->나머지
쉬운 문제들은 순서대로 쭉 풀고, 나머지 문제를 건드리는 식입니다. 물론 한 호흡에 이전 문제들을 다 풀지 못하니, 나머지 킬러 문제를 좀 보다가 막히면 앞에서부터 못 푼 문제들을 다시 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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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학 계산 실수가 너무 많이 나와요.
A. 저도 계산 실수 엄청 잦은 편이었어요! 특히 실모에서요! 가장 원론적인 방법은 계산 실수를 최대한 다채롭게 해보고 그 틀린 과정을 경험치 삼아 수능 날 틀리지 않는 것이 베스트겠죠... 혹은 문제 풀이 기술이나 실력 자체를 늘려 실전에서의 긴장감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겠어요. 조금 더 현실적인 조언을 드리자면, 모의고사 표지, 플래너, 오답노트, 어디에든 좋으니 계산 실수 리스트를 적어보는 겁니다. 제 경우에는 4C2와 6C2를 헷갈리는(;;) 실수를 굉장히 자주 했었는데, 이 실수를 자주 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시점에서 이런 실수가 더 나오지는 않더라구요. 실수의 종류가 뭔가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해온 계산실수를 꾸준히 상기하는 방법으로 계산실수를 점차 극복하실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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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잠은 얼마나 잤나요? 요즘 너무 졸려요ㅠㅠ
A. 저는 무조건 12시~6시 수면을 고수했어요! 6시간씩은 자 줘야 하루를 견딜 수가 있더라고요. 추가로 건강 보조 식품(비타민... 홍삼... 이런 것들이요)을 챙겨 먹는다든지 식사 후 20분씩 산책 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잠 깨고 조금 더 상쾌한 상태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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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마디 더 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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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마지막 날입니다! 그리고 주말이네요. 덥기도 너무 덥고, 공부는 안 되고, 한편으로는 D-100이 코앞이고...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이미 대학 간 입장에서 여러분들 파이팅...! 정도의 응원 밖에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저도 다른 멘토님처럼 대면 멘토링이라도 해야 하나... 일단 양질의 칼럼 꾸준히 쓰는 것이 여러분들에게 가장 큰 응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힘 줘서 작성해보았습니다. 댓글에 지금껏 어려움을 겪었던 국어 비문학 지문이나 원하는 칼럼 주제 남겨주시면 꼭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약간의 쉼과 학업이 공존하는 주말이 되시기를 바라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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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채팅 상시 운영 중입니다! 정말 송구스럽게도 톡이 밀려 답해드리지 못한 톡이 몇 개 있었더라고요. 지금은 톡방을 나가셨는지 답장을 못 보내던데...ㅠ 죄송합니다. 요즘은 최대한 24시간 이내 답변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많관부! 물론 댓글 통한 상담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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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이 멘토의 최애 곡은 '잔나비'의 『작전명 청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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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오는 바람 앞에 불꽃들이여
우린 모두 타오르는 젊음이기에
흔들릴 수 있어 그래 무너질 수 있어
일어나라 작전명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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