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민수입니다.
이틀 전, 모의고사 당일 저녁에 9평 수학 손풀이 해설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31일에 칼럼을 작성하신 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묻혔습니다(...) 혹시 9월 모의고사 손풀이 해설 보고 싶으신 분들은 명문대 선배 멘토링 전체보기 통해 들어가시면 제 해설 칼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약속했던대로 9월 첫 칼럼으로 다이나믹한 제 입시썰을 가지고 왔습니다. 수시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수시 지원 시기 전에 꼭 올려드리고 싶었는데 다행입니다. 글이 많이 길어서 3편으로 나눠서 올릴 예정이며, 3편 모두 9월 중으로 올라가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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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생활은 '여행'입니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제 꿈은 '버스기사'였습니다. 그러나, 주변에서 굉장히 많은 만류를... 하더라고요. '버스기사'는 상대적으로 워라밸이 좋지 않은 직업이라고, 공부 열심히 해서 워라밸이 좋은 다른 직업을 가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버스기사라는 직종을 비하하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는 교통 분야는 취미생활로 돌리고, 생명과학 분야만 주구장창 팠었습니다. 동물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어릴 때는 엄마한테 동물농장 농장주 소리 들어가면서 집에 사육통 열댓개씩 놓고 여러 동물을 열심히 키웠을 정도였습니다.
전교생이 200명도 채 되지 않는 시골에 있는 중학교를 전교권으로 졸업하면서 스스로 공부를 잘 하는 줄 알았습니다. 대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 시절이었음에도, 서울대학교는 2과목인지 외국어인지 하는 이상한 과목을 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어디선가 얼핏 들었던 저는 서울대학교 진학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고, 연세대학교 역시 집에서 너무 멀었기 때문에 고려대학교 진학을 인생의 막연한 목표로 잡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내신 성적이 높아서 갓반고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기초가 탄탄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첫 내신 시험을 보니 4.48이라는 내신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과 상담 과정에서 조심스럽게 고려대학교를 말씀드렸더니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서울 시립대 정도를 너의 현실적인 목표로 잡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사실 4점대 내신을 받고 나서 고려대학교를 꿈꾸는 것 자체가 욕심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목표가 확고했기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으악 오글거려
기숙사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모두가 12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났지만, 사감 선생님의 눈을 피해 몰래 기숙사 화장실에서 2시까지 공부하면서 1학년 내내 친구들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열심히 해온 친구들과 동일 선상에 위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남들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이렇게 공부하지 않으면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 역시 스스로 잘 알았기 때문에 새벽까지 했던 공부는 힘든 과정이 아니라 저에게는 당연한 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중학교 때 편하게 공부했으니까, 친구들 따라잡으려면 당연히 고등학교 때 남들보다 조금 더 고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덕분에 2학년 1학기에 내신을 3점대 중반, 2학기에는 2점대 초반까지 올릴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 보면 이 점수도 고려대학교 진학에는 턱없이 부족한 내신 점수지만, 당시에는 큰 폭으로 내신을 상승시켰다는 행복감에 젖어 2학년을 마칠 때쯤 마치 제가 이미 고려대학교 진학을 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답니다.
물론 3학년이 되고 나서, 아무리 상승곡선을 그려도 이 정도 내신이면 수시로 고려대학교 진학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학습에 있어서 한계가 분명히 있다는 것 역시 느꼈고요. 유전적인 요인도 있을 수 있고, 주변에 맨날 놀면서도 성적 잘 나오는 친구들을 보면서 좌절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제 한계 내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수능 당일에 뽑아내기로 결심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목표가 높았기 때문에, 3학년 때는 정시에 조금 더 집중했습니다. 이미 1학년 때 망친 내신은 되돌릴 수 없지만, 정시 성적은 1년 동안 공부하면 올릴 수 있으니까요. 다만 전 항상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라, 3학년이 되고 정시로 대학에 진학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도저히 내신 시험을 놓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심지어 3학년 2학기 내신도 최선을 다해 챙겼습니다.)
그렇게 수시 원서 접수기간이 다가왔습니다.
![20220902_image01[2].png](http://file1.megastudy.net/FileServer_New/SmartUpload/2013/img/20220902/20220902_image01[2].png)
대학명 |
학과 |
전형 |
최종 경쟁률 |
고려대학교 |
환경생태공학부 |
학생부종합전형 - 계열적합형 |
15.00 : 1 |
서강대학교 |
생명과학과 |
학생부종합전형 - 일반전형 |
23.45 : 1 |
한양대학교 |
생명과학과 |
학생부종합전형 - 일반전형 |
38.75 : 1 |
중앙대학교 |
생명과학과 |
학생부종합전형 - 탐구형인재전형 |
34.00 : 1 |
경희대학교 |
생물학과 |
학생부종합전형 - 고른기회전형2 |
15.80 : 1 |
건국대학교 |
융합생명공학과 |
학생부종합전형 - KU자기추천 |
30.80 : 1 |
광주과학기술원 (GIST) |
기초융합학부 |
학생부종합전형 - 일반전형 |
11.83 : 1 |
울산과학기술원 (UNIST) |
이공계열 |
학생부종합전형 - 고른기회전형 |
14.33 : 1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DGIST) |
기초학부 |
학생부종합전형 - 일반전형 |
10.63 : 1 |
정시에 이미 집중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6+3=9학종을 상향으로 질렀습니다. 최종 3.8이라는 내신으로 이 대학들에 원서를 넣는다는 건 사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4점대부터 1점대까지 올린 상승곡선 이고 생활기록부 수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도전적으로 원서를 넣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정시에 집중하기로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공격적인 지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수시 원서로 작성할 수 있는 '생명과학 관련 학과' 중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건국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 였습니다..만 원서 지원 현황을 보시면 아시다시피 그곳에는 원서를 작성하지도 않았답니다. 이건 차차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원서 접수 과정은 꽤나 다이나믹했습니다. 저는 제 목표대학이었던 고려대학교에 기필코 원서 한 장은 넣고 싶었고, 담임선생님께서는 내신만 보면 건국대학교도 약간 상향이라며 고려대학교가 말이 되냐고 반대하셨습니다. 물론 선택은 제 몫이었지만요.
수시 원서 접수 기간은 대학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대부분 2021년 9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진행되었습니다. 수시 원서를 어디에 넣을지 결정해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원서는 수시 원서 접수 첫 날인 금요일날 바로 작성하고 경쟁률을 신경쓰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정시 공부에 집중해야 하니까요. 아, 고려대학교는 학업우수형과 계열적합형의 경쟁률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지만 하루 정도 확인하고 토요일에 원래 쓰려고 했던 계열적합형으로 원서 접수했습니다.
그런데... 공부가 될 리가 있나요. 매일매일 경쟁률 발표 시간이 되면 친구들이랑 대학 별 사이트에 들어가서 경쟁률 확인하고 환호하거나 좌절하고, 저는 나머지 카드 2장을 들고 월요일까지 고민했습니다.
처음 넣기로 생각했던 원서 6장은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계열적합형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중앙대학교 생명과학과 탐구형인재전형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네오르네상스전형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고른기회2전형(군자녀전형)
건국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 (상황 보고 일반전형과 군자녀전형 중 결정해서 원서 작성)
이었고, 이중 고려 / 한양/ 중앙 / 경희(군자녀전형)는 확정이었기 때문에 원서 접수 첫날 접수했습니다.
고민하던 두 장은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네오르네상스전형
건국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
였는데, 보면 볼수록 서강대 경쟁률이 작년에 비해 많이 낮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에 서강대 생명과학과를 한 장 써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서강대를 쓰려면 둘 중 하나는 빼야 하는 상황이기에, 주말 내내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네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학과가 건국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인데 이걸 왜 고민하냐고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 생활기록부 내용은 동물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동물 관련으로 생활기록부 내용을 채우면 대학 진학을 못 할거라는 생각에, 흥미는 조금 떨어지지만 조금 더 포괄적이고 넓은 분야인 생명과학 내용으로 3년 내내 생활기록부를 채웠거든요.
다시 말해, 엄밀히 따지자면 생명과학보다는 동물이 더 좋았지만 대학 진학을 위해 생명과학 내용으로 생활기록부를 작성했던 것입니다.
일요일 오후, 담임선생님과의 여러 번의 상담을 거쳐 결국 경희대학교는 고른기회로 한 장 넣었으니 건국을 넣기로 하고 경희 네오르네상스 카드를 버리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일요일에 밤 새서 생기부를 검토하면서, 생기부를 보면 볼 수록 동물자원과학과와는 제 생활기록부 내용이 전공적합성이 안 맞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결국 건국대학교를 버리고 경희대학교와 서강대학교에 남은 카드 2장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자기소개서 역시 최선을 다해서 작성했습니다. 공통문항인 1번 문항과 2번 문항도 학교나 전형에 따라 다르게 쓸 정도로요. 그래서 학교를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서강대학교는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는 학교였기 때문에 이렇게 돌리는 게 가능했습니다. 건국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 자기소개서는 미련 없이 버렸습니다. 휴지통으로.. 빠이빠이..
제가 매일매일 하루에도 두 번씩 경쟁률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직접 제작한 2022년 실시간 경쟁률 파일입니다. 아래 4개는 이미 작성한 원서니까 거들떠보지도 않았고(경희대만 군자녀전형과 네오르네상스와의 경쟁률을 비교하기 위해서 계속 체크했었네요.) 위에 8개 중 좌측에 작게 점 찍혀있는 두 개의 학교에 원서를 작성하기로 했던 상황이었던거죠.
그러나, 월요일에 원서 접수 마감이었던 경희대학교의 마지막 경쟁률 공개 시각인 12시에 경희대학교 생물학과의 경쟁률을 보고 저는 바로 경희대에 원서를 작성해야겠다는 마음을 접었습니다. 최종 경쟁률이 아니라, 마지막 경쟁률 공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30:1 에 가까워졌기 때문이죠. 올해 역대급 경쟁률을 찍겠다 는 생각에, 저는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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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이어집니다. 재미있으셨다면 추천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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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갈 교훈]
수시 원서 대충 쓰지 말자. 실시간 경쟁률, 학교별 인재상 철저하게 확인하면서 마지막까지 어디에 원서 쓸지 스스로 꼼꼼하게 확인하자. 본인이 진학할 대학은 본인이 책임지고 최종 결정하기. 본인이 갈 대학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