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에 있었던 3월 모의고사는 잘 보고 오셨나요? 겨울 방학을 열심히 달리고 맞이하는 첫 공식적인 시험이기도 하고, “3월 모의고사 성적이 수능까지 간다.”라는 헛소문 때문에 조금 긴장하면서 시험을 응시하셨을 것 같습니다. 우선 진심으로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결과를 분석해야 할 텐데요, 지금부터가 3월 모의고사의 후반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틀린 문제를 붙잡고 스스로 정답을 찾아낼 때까지 고민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을 먼저 진행한 후에 총평 영상이든 해설 강의든 보시는 걸 권합니다.
그렇게 고민하다보면 진짜 몇 시간씩 붙잡아도 풀리지 않는 문제도 있을 것이고,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문제도 있을 것인데요, 전자의 경우는 못 풀겠으니까 하다못해 해설강의라도 보는데, 후자의 경우는 ‘아 실수했네’ 하고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만점을 노리는 안정적인 1등급 학생이 아닌 대다수의 학생들은 사실 후자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현재의 수능은 소수의 초고난도 문항이 아닌 다수의 준킬러 문항으로 학생들을 변별하기 때문입니다. “A라는 방식으로 풀었어야 하는 문제인데 시험장에서 B라는 방식과 혼동하는 바람에 제대로 풀지 못했다.”와 같은 방식으로 시험장에서의 태도를 복기해서 정리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인간은 의외로 같은 실수를 자주 반복하기 때문에 그러한 복습이 꼭 필요합니다.
이렇게 3월 모의고사와 관련하여 말씀을 간단하게 드렸고,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꼭 해 드리고 싶었던 말을 3가지 정도로 정리해서 말씀드리고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너무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전에도 말씀드렸듯 시험 점수는 100점에서 깎여나가는 것이 아니라 0점에서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것입니다. 현재 누군가는 기초개념부터 차근차근 공부하고 있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실력을 완성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자의 학생이 후자를 보고 조급해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개념 학습이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급하게 문제풀이 연습을 한다면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에요. 그러니 현재의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를 냉정하게 판단하셔서 타인 눈치 보지 말고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시기를 바랍니다.
두 번째로, 시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마십시오. 마지막이니만큼 제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고3 시절 SKY 진학이 가능한 3월, 6월 모의고사 성적을 받고 엄청나게 기뻐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수시러지만 정시로도 SKY 진학이 가능한 학생’이라는 허울뿐인 왕관을 씌워주며 자만했었고 그 대가를 수능에서 톡톡히 치뤘죠. 여러분은 수능 이전에 치러지는 모든 시험의 결과로 인해 좌절하지도, 자만하지도 마시고 오로지 나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는 수단으로만 사용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사람의 특성상 쉽지 않겠지만, 의도적으로 ‘수능이 아닌 지금 틀려서 다행이다’라는 마인드 컨트롤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세 번째로, 공부를 하는 이유를 여러분 스스로에게서 찾아내시기를 기원합니다. 모든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여러분 역시도 마찬가지죠. 물론 공부를 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최소한 여러분의 이 시간이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의 행복을 희생하는’ 시간이 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를 하는 이유가 ‘타인의 시선’이나 ‘남들이 다 해서’가 아닌, 본인 스스로 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래야만이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고, 결과와 무관하게 후회없이 입시를 마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그렇게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사실 저는 여러분 앞에 멘토로 서기에는 다소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의 학평/모평/수능 성적은 하향곡선을 그렸고, 그래서 ‘어떻게 해라’라고 말해줄 수 있는 것보다 ‘어떻게 하지 말아라’라고 말해줄 수 있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께서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댓글 남겨주시고, 도움이 되었다고 해 주셔서 저의 지난 1년은 정말 보람 있는 시간이었고 많이 행복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여러분 모두가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그래서 원하는 결과 얻으시기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언제나 “행복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서울대
홍정의 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