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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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벚꽃이 질 때쯤 첫 칼럼을 썼던 것 같은데,
올해 벚꽃이 피어날 때가 되어 어느덧 마지막 칼럼을 쓰는 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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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환절기 감기에 아주 심하게 걸려서 고생하고 있는데 모두들 건강에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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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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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시간들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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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보는 순간보다 앞을 향해 달린 한 해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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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지막이니만큼, 평소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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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수능이 끝난 이후의 삶, 그리고 제가 수능이란 걸 접하기도 전의 삶에 대해 글을 써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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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가고 싶은 대학, 가고 싶은 학과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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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때는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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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엄마께서 지금도 가끔 우스갯소리로 해 주시는 이야기가, 저는 나이를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어릴 때도 친구 집에 놀라고 데려가면 그 집에 있는 책을 꺼내 읽는 아이였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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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까지는 당연히 제가 국어국문학과에 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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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항상 국어였고, 글쓰기나 토론 과제가 나오면 집에 가기 전부터 설레어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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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 과학에 흥미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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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과학이 재밌어서라기보단, 중학교 첫 시험에서 주변 친구들이 전부 과학 시험을 망쳤을 때 혼자만 97점을 받았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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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느낌을 계속 되살리고 싶어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중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엔 저는 전형적인 이과생이 되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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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부터는 당연히 공대에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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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물리였고, 언젠가는 나도 휴대폰 같은 걸 만들며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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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년 내내 원하는 과는 전자/전기공학과였습니다.
심지어는 재수 때 수능 전날까지도 난 공대에 가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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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저는 왜 수의대에 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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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고, 그 해 수능 성적이 수의대에 지원할 만큼 잘 나와 주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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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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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아프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야말로 더없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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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의사가 되려면 수의대에 가야 했기에 수의대에 입학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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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제가 간과했던 사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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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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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가 되려면 수의대를 졸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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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간단한 사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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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냥 동물이 좋고, 동물을 치료하고 싶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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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가 되기까지 수의대생으로써 공부하는 삶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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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재수를 마치고 21살에 수의대에 입학했으니 무려 27살이 될 때까지 이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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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수의대에 다니는 1년간, 그리고 지금까지도 매우 너무 아주 힘들었고, 힘들고 있고 (정신적이고 그리고 육체적으로), 동기들 중에선 이 학교를 떠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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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말로 수의사가 되고 싶고,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지금도 그 마음엔 조금의 변화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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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수의대에서의 공부는 이상하리만큼 고통스러운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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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내 막연한 미래와 현실에서 해내야 하는 공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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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 이런 고민들을, 경험들을 여러분께도 꼭 전달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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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20살, 21살, 22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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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말하는 꽃다운 시절을 수능만을 바라보고 지내는 학생들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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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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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대학에 와서 보낼 그 이후의 몇 년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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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사는 빛나는 20대,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자랑스럽고 행복하게 느껴지는 시간들로 채워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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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한 이후의 몇십 년을 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래서 수의대에 입학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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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학에 와 보니, 나중에 나이 들어서 보낼 몇십 년도 분명 중요하지만 지금 지나가는 시간들 또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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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직 사회에 나가 보지 않아서 잘 모르는 소리만 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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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시간쯤이야 나중에 많은 돈을 번다면 보상받을 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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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이 세상에는 청춘이라는 말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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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러분들이 꼭 각자의 꿈을 쫓아가는 20대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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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직업학교만으로 여기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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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찮게 여기고 지나가기에는 대학만 바라보고 달려온 지난 시간들이, 대학에 입학해서 보낼 꽃다운 청춘의 시간들이 너무 아까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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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라도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공부가 뭘지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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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학교에서, 그 과에서 공부를 하며 찾을 수 있는 사명감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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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는 모든 일은 사실 행복하기 위해서 하고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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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칼럼에서, 여러분의 일 년이 공부하는 기계처럼만 지나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썼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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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일 년간 여러분과 함께하며 그 말의 의미를 다시 찾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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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자기 스스로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공부를 하는 대학생활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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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제 마지막 이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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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간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셔서, 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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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저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댓글 또는 큐브 질문으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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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 좀 바빠서 댓글이나 큐브 앱을 자주 확인하지는 못하지만 꼭 하나하나 답변 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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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목표 달성 장학생 활동을 마친 이후에 큐브 QCC 등에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은 없지만, 큐브 1:1 질문은 항상 열어둘 생각이니 제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언제든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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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정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