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칼럼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1.2 표상의 확장 - 정보의 누적
우리는 독해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흔히들 미시독해와 거시독해로 나누곤 합니다. 미시독해가 문장들을 읽고 세세한 내용들을 파악하는 것이라면 거시독해는 글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원리, 논의전개방식 등을 파악하는 것으로 여기고는 하죠. 그러나 이 둘을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여기는 것은 좋지 않은 태도입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거시적인 것들' 또한 결국 구체적인 내용이 유리된 채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한 차원 높게 생각하자면 거시적인 것들 또한 어떤 내용일 뿐이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지문의 각 단어나 문장들로부터 (미시적인)정보를 얻고,그 정보들이 모이고 한 차원 높게 처리되어 새로운 (거시적인)정보를 얻게 됩니다.그리고 우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 있기에 정보를 선형적으로 모으며(지문을 선형적으로 읽는다는 것과는 다름) 이는 다시말해 문장을 읽으며 얻은 정보를 기존의 정보에 '누적'함으로써 새로운 하나의 정보를 얻게 된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논의에선 앞의 미시적인 정보를 얻는 사고를 온톨로지화(n항대립), 그 정보들을 누적하는 사고를 '표상의 확장(정보의 누적)'으로 생각하도록 합시다. 앞서 말했듯이 둘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표상을 확장하는 것 또한 한 차원 높게 정보를 분류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제 생각해봅시다. 표상을 확장할 때 우리는 어떤 사고를 해야하는 것일까요?
기존에 온톨로지화를 통해 처리해놓은 정보와, 글을 읽고 새롭게 온톨로지화를 한 정보를 대상으로 온톨로지화를 해주면 됩니다. 일종의 '메타적인 정보 분류'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죠. 물론 이때의 정보 처리 또한 최종적으로는 표상이 배타적이고 망라적이도록 해주어야합니다.
* 좀 추상적인 것 같아서 온톨로지화하는 방법에 대해서 실질적인 지침을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물론 디테일은 스스로 채우는 것이에요!)
다음의 내용은 지문을 읽고 온톨로지화가 잘 안 된 것 같다고 느껴졌을 때, 어떤 부분에서 독해가 잘 되지 않았는지 알아내어 보안하는 '점검표' 정도로 여기시길 바랍니다. 각각의 항목을 스킬로 여기는 것은 진정으로 본인의 것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언제나 독해의 기본 골조는 상위능력자로부터 배운것을 스스로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변형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점검표에서 잘 수행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이라면 신경쓰지마시고 그대로 하시던 공부 계속 하시길 바랍니다. 시간은 한정적이고 잘하는 것보다는 못하는 것을 보완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림)
각각의 항목에 대해서 간단하게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1. n항 대립 - n항대립을 할 때 대립적으로 생각할 대상만을 구분하는 데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각 대상이 내포하는 속성까지도 파악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주로 대상이 구분되는 이유 자체가 각 속성이 구분되기 때문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속성 자체도 이항대립적으로 파악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는 이미 대상을 구분해놓았기 때문에 각 속성들을 대상과 뭉쳐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문제에선 속성을 제시함으로써 대상을 잘 구분했는지 확인하고자 할 것입니다.
2. 논의영역파악
1) 논의영역의 명시적 파악 - 논의영역은 흔히 말하는 서술범주와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저는 논의영역을 {}를 통해 표시합니다.) 논의영역을 명시적으로 파악해주어야 합니다. 이는 아래에 있는 논의영역끼리 이항대립적으로 생각하기 위함입니다. 논의영역의 차이를 이용해서 내는 문제가 매우 많고 이는 매우 헷갈립니다. '대강 이런 느낌이지'에서 그치지 말고 명시적인 단어를 지문에서 찾거나 스스로 표현해야 합니다. 물론 잘 이해되는 지문이라면 그냥 넘어가면 됩니다. 그리고 무조건 지문을 읽음과 동시에 논의영역을 명시적으로 표현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지문에 없더라도 선지에서 유도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 읽으면서 파악해줄 수 있으면 더 좋겠죠?
2) 논거의 명시적 파악 - 근거와 그 근거가 지지하는 결론으로 구성된 어떤 논의를 지문에서 제시할 때 근거를 깔끔하게 나눠서 제시해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지문은 근거가 깔끔하게 나누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상이한 내용들이 연쇄적으로 지지하며 결론을 최종적으로 지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스스로 근거를 적당히 정리하여 명시적으로 표현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연쇄적으로 지지하는 길이 여러가지 일 때 각각을 양자화하여 나누어 놓지 않으면 서로 뒤죽박죽되며 헷갈릴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근거를 '적당히' 정리하는 것엔 어떤 보편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선지에 근거가 명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보편성에 맞도록 근거를 적당히 정리하는 감각은 문제를 많이 풀며 익히길 바랍니다.
3) 논의영역의 이항대립 - 같은 대상이더라도 논의영역이 다르면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처럼 {논의영역1}에서는 a=b였는데, {논의영역2}에서는 a=/b일 수 있습니다. 만약 둘을 이항대립적으로 생각하여 하나의 큰 정보로써 파악하지 못했을 경우, '{~~~}일 때 a=b 이다' 와 같은 선지를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논의영역2 관련 내용을 지문에서 보았던 것이 떠올라 매우 헷갈릴 수 있습니다. 수능국어에서는 논의영역을 이항대립적으로 생각하기를 요구합니다. 예를 들자면, '실전은 연습처럼, 연습은 실전처럼 공부하여라'라는 말은 논의영역에 따라 그 진릿값(엄밀하게 논리학적으로 명령문은 진릿값이 없지만 무슨 느낌인지는 아니까 넘어가도록 합시다)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논의영역이 {마음가짐}일 경우, 위 문장은 실전에서는 연습처럼 차분하게, 연습 때는 실전처럼 최대한 스트레스풀한 상황을 만들어서 공부해야한다는 뜻일 겁니다. 그러나 논의영역이 {사고과정}일 경우, 당연히 연습은 최대한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햐으로, 실전은 자신이 가진 인지능력 내에서 최고점을 받기 위한 사고를 해야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물론 시간 재고 모의고사 풀며 운영법을 연습하는 등의 실전에 대한 연습이라면 다르겠지만요.) 위를 혼동해 수능장에서 연습하던 대로 할려다가 긴장감에 잘 이루어지지 않아 n이 +1 되는 사람 많이 보았습니다. 저 포함해서요ㅎ.
3. 워딩의 의미 파악
1) 워딩 그 자체의 기의 파악 - 단어의 기의 자체를 놓치는 것은 단어와 단어와 관계에만 집중하다보면 흔히 범하는 실수입니다. 특히나 한자어나 영어 같은 경우 생소한 단어더라도 단어 그 자체만으로도 꽤 많은 내용을 추측할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어 '트리핀 딜레마'라는 단어만 보아도 어떤 두 가지 방법이 제시되고 둘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방법일 것이라는 논의전개방식을 알 수 있습니다.
2) 수식어구 파악 - 수식어구의 의미를 잘 파악하여 수식어구에 의해 피수식어가 얼마나 제한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야 당연히 중요하니까 이는 강조하지 않겠습니다. 피수식어를 대상으로 이항대립적으로 전개될 때, 한 피수식어를 수식하는 수식어구 내의 '특정 단어'가 반드시 한 쪽에만 사용되어야하는 것이 아님에도 유독 한 쪽 피수식어에만 사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좀 눈에 띄는 단어이거나 반복적으로 나오는 단어라면 그 특정 단어가 이항대립에서 어느쪽 워딩인지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선지에서는 당연히 그 특정단어를 사용하여 이항대립적 사고를 확인하고자 할 것 입니다.
3) 정의 - 정의 자체는 워낙 명시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파악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어떤 단어에 대한 정의가 일상언어에서의 사용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철학지문의 경우 각각의 철학자가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기 위해 자꾸 단어를 새롭게 정의하고는 합니다. 이런 경우 그 단어의 정의가 내가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과는 다름을 인지하고 쓸 데 없이 상관없는 배경지식을 적용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그 철학자의 사상에 대해 알고 있다면 당연히 배경지식을 적용해야겠지요!) 다시 말해 이 경우에는 워딩 그 자체의 기의 파악을 다소 배제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4) 같은 외연의 워딩 연결 - 같은 대상에 대한 표현이 다양할 때 묶어서 하나의 정보로 취급할 수 있어야합니다.
4. 대상&주체(위치) 파악
1) 대상/주체(위치) 구분 - 쉽게 말하자면 주어와 목적어를 구분하자는 말입니다.(언매 하나도 기억 안 나서 영어 문법적 표현 좀 쓸게요 ㅜㅜ) 어떤 대상이 수동적으로 '되는' 건지 그 대상이 '하는'건지로 함정파는 선지가 종종 나옵니다.
2) 대상과 주체의 인과적 선후성 파악 - 인과를 이용한 문제가 많이 나옵니다. 원인과 결과가 있다면 당연히 원인이 결과에 앞섭니다.(적어도 국어에서는 양자역학적인 사고는 배제합시다) 이러한 선후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긴 합니다만 너무 당연한것이라서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인과를 이용한 몇 가지 패턴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그림에서와 같이 '단일실현'을 이용한 논리전개가 있습니다. 진한 화살표는 인과기호이고, 연한 화살표는 충분조건 필요조건 따질 때 쓰는 그 화살표입니다. 만약 B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A가 유일하다면, 즉 단일실현이라면 A는 B의 필요조건입니다. 만약 지문에서 인과적 표현을 사용했다면('A는 B를 유발한다') 선지에서는 필요조건 관련 표현('B일려면 A가 필요하다')으로, 지문에서 필요조건이면 선지에서 인과로 서로 바꿔서 표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애시당초에 지문에서 인과적 표현으로 쓰여져 있다면 필요조건으로 바꿔서, 필요조건이면 인과로 바꿔서 읽는 습관이 있습니다. 덧붙여 만약 B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A가 유일하지 않는데 B일려면 A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일종의 공통결과 무시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겠죠? 이를 이용한 함정 선지도 있었습니다.
5. 기준설정
1) 이항대립적으로 봐야겠다는 판단 그 자체 - 서로 정확히 대립되어야만 이항대립적으로 생각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항대립적으로 생각하는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잘 기억하기 위함도 있기에(반대되는 '쌍'을 만들면 더 잘 기억하게 된다!) 그저 적당히 비슷한 층위에서 반대되는 것 같으면 이항대립적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은 두 대상을 나누는 '기준'입니다. 나눈 이항대립쌍들을 처리하여, 정보들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기준에서 이항대립되었는지 기억하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서로 아예 다른 층위인 것 같으면서도 최종적으로 보면 이항대립적으로 봐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는 이항대립적으로 봐야겠다는 판단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 판단은 앞서 나눈 이항대립쌍들의 기준으로부터 나옵니다.
참고로 위 점검표는 제가 재수생활 때 제가 쓸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 저에게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제가 이미 잘 하고 있는 것들은 미리 배제하였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제가 이미 잘 하고 있었던 것이 부족할 수도 있고, 제가 못하던 것을 잘 할 수도 있습니다. 본인에게 적합하도록 스스로 업데이트하여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서울대
이유호 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