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의대 수시 면접에 대한 칼럼을 쓰기까지
안녕하세요, 서울의대의 수시모집을 준비하시는 여러분. 서울의대 24학번 이규현입니다. 사실 이렇게 칼럼에서 면접을 다루기까지 나름의 고민을 조금 했습니다. 서울의대는 학생이 면접 과정을 언급하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모 교수님께서는 면접 과정을 언급하여 서울의대의 품격을 실추하지 말라고까지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교수님께서 어떤 의도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헤아려볼 법도 하지만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교수님께서는 면접 과정이 학원가로 흘러가 일부 학생이 면접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거나, 학원에서 철저히 훈련된 페르소나로 면접에 임하는 것을 우려하시지 않나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면접 과정이 학원가로 아예 흘러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작금의 세태를 보면, 학원가는 어렵사리 얻은 면접의 정보를 불안감이라는 미명 아래 터무니없는 값으로 팔아 넘기고 있습니다. 결국 학원가의 턱없이 높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정보의 부족으로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면접에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저는 누구나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메가스터디 칼럼에서 서울의대의 면접을 다루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칼럼이 면접의 왕도는 아닐뿐더러 그렇게 많은 후배들이 칼럼을 읽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면접에 대해 함구하기보다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 몇 없는 후배들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메가스터디의 비전인 ‘공정한 교육 기회 제공’에 협력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2. 2024학년도 서울의대 수시 면접 후기
[1] 면접 준비물
수험표와 신분증은 반드시 챙기셔야 하고 이외에는 본인의 기호에 맞게 준비물을 챙기시면 됩니다. 저는 가방에 수험표, 신분증, 휴대폰, 교통카드, 생활기록부, MMI 교재만 넣어서 면접장으로 향했습니다. 물은 따로 챙겨가지 않았으나 면접 대기실에 350mL 백산수가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입실 마감시간이 되자마자 모든 소지품을 제출해야 하기에 자료는 많이 챙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2] 가는 길
서울의대가 위치한 연건캠퍼스로 오셔야 합니다. 연건캠퍼스는 지하철 4호선을 타고 혜화역 3번 출구에서 내려서 걸어오시면 가깝습니다. 길이 익숙하지 않으시면 지하철로 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3] 입실
면접은 서울의대의 교육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면접 당일에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입실 마감시간에 늦지 않도록 일찍 도착하시기 바랍니다. 제 입실 시간은 오후 12시부터 12시 반까지였는데, 오전 11시 50분에 교육관 앞에 도착해서 오후 면접 지원자 중에 가장 먼저 입실했습니다. 교육관 앞에서는 서울의대 선배님께서 예비 후배들에게 핫팩을 나눠주시며 격려의 말을 해주시기도 합니다.
[4] 대기
저는 12시에 입실하여 입실 마감시간인 12시 30분까지 생활기록부를 한 번 정독하고, MMI 교재에서 정리해두었던 부분을 다시 읽었습니다. 12시 30분이 지나자 자료를 포함해 모든 소지품을 커다란 비닐 가방에 넣어 제출했고, 면접 순서 및 주의사항을 안내하는 오리엔테이션을 들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면접 순서를 확인해보니 거의 마지막 조에 배정되어서 무려 3시 50분까지 대기했습니다. 대기하는 도중에 자료는 없었지만 머릿속으로 서류면접의 예상 질문과 제시문 면접의 답변 구조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5] 면접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
블라인드 면접을 진행하기에 서울의대의 면접 시간인 1시간 동안 자신의 신분을 일체 언급하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서울의대의 면접은 MMI라서 면접실이 총 5개로, 서류면접 1개와 제시문 면접 4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류면접은 20분(2분 대기+18분 면접), 제시문 면접은 10분(2분 숙지+8분 면접)의 구조입니다. 서류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생활기록부와 관련된 질문을 하시고, 제시문 면접에서는 제시문을 바탕으로 질문을 하십니다. 참고로 면접 전반에서 일체 필기구 소지가 금지되며 제시문에 어떠한 필기도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제시문에는 질문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숙지 시간 내에 어떤 질문이 나올지까지 예측해야 합니다.
[6] 실제 면접
첫 번째 방은 예술 제시문이었습니다. 제시문에는 정조의 행차를 담은 기록화와 그 설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방 안에서 벨기에 상인 길드의 모습을 담은 기록화를 추가 제시문으로 주셨습니다. 두 제시문을 서로 비교해보라는 질문도 있었고, 인생의 어떤 부분을 기록화로 담고 싶은지, 기록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실수를 줄이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등을 다양하게 물어보셨습니다.
두 번째 방은 그래프 제시문이었습니다. 해당 그래프는 자기평가와 관련된 그래프였고 x축의 변수 이름은 지워져 있었습니다. 방 안에서 x축 안에는 어떤 변수가 들어갈 수 있을지 물어보셔서 세 가지 정도 경우의 수를 제시했고, 각각의 경우에서 그래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답변했습니다. 추가 제시문에는 각기 다른 능력과 자신감을 가진 4명의 사람이 있었습니다. 각각의 사람에게 어떤 업무를 맡길 것인지 물어보는 질문이 들어왔고, 저는 해당 질문을 첫 번째 제시문과 통합적으로 이해하여 답변했습니다. 답변 과정에서는 러닝 커브와 더닝-크루거 효과에 대한 배경지식을 활용했습니다.
세 번째 방은 서류면접이었습니다. 2분간 제시문 없이 대기하다가, 18분 동안 서류면접을 진행했습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면접관께서 입시가 끝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셔서 솔직하게 답변했고, 답변이 끝나자마자 생활기록부와 관련된 질문이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어떤 탐구 활동을 했는지, 왜 했는지, 거기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등을 심도 있게 물어보셨습니다.
네 번째 방은 고사성어(故事成語) 제시문이었습니다. 제시문을 살펴보니 삼인성호(三人成虎)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와 있었습니다. 방 안에서는 제시문의 이해도를 묻는 기본적인 질문부터 하셨습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삼인성호와 같은 상황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학교 생활에서 삼인성호와 같은 상황을 직접 겪어본 적이 있는지 등을 물어보셨습니다.
다섯 번째, 마지막 방은 딜레마 제시문이었습니다. 수학 경시대회에서 A와 B가 공동 1위를 해서 재시험을 쳐야 하는데, 중간고사가 다가오는 와중에 B가 A에게 재시험을 미루자고 부탁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방 안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본인이 A라면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조금 더 합리적인 해결책은 없는지 등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딜레마에 대한 질문이 끝나자 제시문과 별개로 고등학교에서 자신을 도와준 사람은 누구였는지 등 인성에 관하여 물어보시기도 하셨습니다.
[7] 퇴실
면접 이후에는 면접 전과 다른 대기실에서 면접에 관한 설문지를 작성하고, 비닐 가방에 넣어두었던 짐을 받아 퇴실했습니다.
#3. 서울의대 수시 면접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위에서 서술한 후기를 통해서 서울의대 수시 면접의 대략적인 진행 과정을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면접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 절대적인 것은 결코 아니며 참고만 하시면서 자신만의 면접 전략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1] 옷차림, 태도, 말투 등이 마이너스 요소가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본격적인 면접이 시작되기도 전에,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옷차림이나 적절하지 못한 태도 및 말투 등으로 면접관에게 나쁜 인상을 주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답변 내용을 제외한 평가 영역은 기본적으로 지원자가 면접관의 심기만 거스르지 않는다면 감점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면접관도 사람이기 때문에 지원자가 첫인상이 좋지 못했다면 지원자의 답변 내용을 경청하며 호의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아주 근소한 차이로 합불이 뒤바뀌는 경쟁에서 굳이 불리하게 시작하지 맙시다.
[2] 답변은 두괄식이면서 구조적으로 제시하며 면접 전반에서 적절한 목소리와 밝은 인상을 갖춘다.
수많은 지원자와 면접을 진행하며 피로감을 느끼는 면접관에게 두서없는 답변을 제시해봤자 귀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지원자는 답변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만 합니다. 답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두괄식이면서 구조적인 답변을 구성하고, 적절한 목소리와 밝은 인상으로 면접관을 대해야 합니다.
두괄식이며 구조적인 답변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면, 이는 핵심적인 의견을 답변의 첫머리에 제시한 뒤 근거나 예시를 순차적으로 늘어놓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질문에 대한 일차적인 답변을 바로 이야기해서 주의를 환기할 수 있으며, 이어지는 근거와 예시로 왜 그러한 답변을 했는지 면접관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두괄식이 아닌 미괄식으로 답변하게 되면 면접관이 근거와 예시를 들으면서 지원자가 어떤 입장을 드러내고자 이렇게 말했을지 파악해야 하는데, 면접관이 그렇게 지루한 과정을 수없이 반복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근거나 예시를 순차적으로 늘어놓지 않으면, 얼마나 다양하게 근거나 예시를 제시했는지 평가하기 어려우며, 각기 다른 내용을 면접관이 직접 구별하여 파악해야 하기에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3] 답변 내용은 묻는 말에 충실하면서 논리적인 모순이 없도록 한다. 가능하다면 근거와 예시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면접관의 질문에 동문서답을 하는 것은 큰 실수입니다. 이는 면접에 제대로 집중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뿐만 아니라 답변 내용에서 점수를 제대로 받기 힘듭니다. 물론 지원자가 질문의 내용이나 의도를 잘못 파악했을 때는 면접관이 교정해 주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긴장되더라도 면접관의 질문은 경청하시기 바랍니다.
면접관의 질문을 경청하며 이를 제대로 파악했다면 이제 답변을 할 차례입니다. 답변을 진행할 때는 자신의 말에 논리적인 모순이 없도록 신중히 말을 꺼내야 합니다. 앞에서 말한 내용과 뒤에서 말한 내용이 논리적으로 모순된다면, 그것만큼 설득력이 떨어지는 답변은 없습니다. 간혹 면접관이 논리적인 모순을 짚고 넘어가면서 지원자에게 답변을 정정할 기회를 주는 경우도 있으나, 조용히 평가에만 슬쩍 반영하는 경우도 있기에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답변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다면 근거와 예시를 제시해서 설득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령 양자택일의 상황이나 논쟁적인 주제에서 어떤 입장을 택할지 묻는 질문이 나온다면 자신이 그 입장을 왜 택했는지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거나, 적절한 예시를 활용해 본질을 확연하게 드러내는 편이 좋습니다. 또한 자신이 택하지 않은 입장의 근거나 예시도 제시하면서, 자신의 입장과 신중하게 저울질해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지원자의 폭넓은 시야와 균형적인 관점을 강조할 수도 있습니다.
[4] 서류면접은 서류에 충실하게, 제시문 면접은 제시문에 충실하게 답변한다.
서류면접은 면접관이 모든 지원자에게 공통적인 질문을 하거나 지원자의 생활기록부를 읽어보면서 즉각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형식입니다. 공통적인 질문은 지원 동기, 향후 계획 등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기에 미리 준비해두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생활기록부에서 즉각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생활기록부를 철저히 숙지했다면 충분히 답변할 수 있습니다. 생활기록부를 숙지할 때는 세부 내용을 암기하여 이를 자신만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교내 활동에서 배우고 느낀 점도 함께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생활기록부를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채 서류면접에 임하게 된다면, 본인이 했던 활동의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여 서류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거나 깊이 있는 내용을 묻는 꼬리질문에 당황하게 됩니다.
제시문 면접은 제시문에 대한 이해도와 함께 지원자의 가치관, 사고력 등을 다양하게 평가하는 면접입니다. 제시문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시문의 내용을 오류 없이 이해하고, 이를 답변의 근거로써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입니다. 제시문의 내용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내용은 이해해도 이를 답변의 근거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제시문의 내용을 충분히 활용한 뒤에 개인적인 경험이나 배경지식 등을 답변에 추가한다면 더욱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아무리 풍부한 경험이나 다양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어도 제시문의 내용과 어긋나거나 맥락에 맞지 않는 답변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추가 제시문이나 복수의 제시문이 있을 때는 제시문 간의 관계를 파악하거나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제시문에서 연구의 한계점이나 통계적 편향 등이 드러난다면 이를 논리적으로 짚고 넘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4-1] 제시문 면접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서울의대는 다양한 제시문을 수시 면접에 활용하여 변별력을 확보합니다. 제시문을 시, 도표, 예술, 딜레마 등으로 유형화하여 면접을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나 제가 생각하는 핵심적인 방법론은 의료인문학입니다. 의료인문학이 무엇인지 자세하게 다루는 ‘의료인문학이란 무엇인가(황임경 저)’라는 책이 존재하지만, 제시문 면접을 위해서 저 책을 모두 읽어볼 필요는 없습니다. 고등학생은 의료인문학을 ‘현대 의학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인문학의 지혜를 빌리고자 하는 학문’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의료인문학이 단순히 의학을 보완하기만 하는 수단적 학문은 아니나 면접에서는 이를 현명하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과학과 통계의 수레바퀴 위에서 현대 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했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의학의 불확실성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동시대의 과학과 통계로 완전히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이런 문제들에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의료인문학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제시문 면접은 지원자가 이러한 문제들에 접근하는 방식을 직, 간접적으로 평가합니다. 다른 지원자들이 과학과 통계만을 활용해 한계점에 이르거나 사려 깊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을 때, 의료인문학까지 활용하여 답변한다면 훨씬 인간적이고 다면적인 사고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5] 직전의 방이 가장 어려웠다고 생각하고, 실수를 하더라도 다른 방에서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서울의대 수시 면접에서는 지원자가 1시간 동안 5개의 방을 돌게 되는데, 면접의 특성상 지원자마다 방을 도는 순서가 다릅니다. 그렇기에 어떤 지원자는 어려운 제시문을 첫 방에서 만나서 시작부터 무너져버릴 수도 있고, 다른 지원자는 똑같은 제시문을 마지막 방에서 만나서 다른 4개의 방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원자가 가져야 할 태도는 직전의 방이 가장 어려웠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했을 때, 직전의 방에서 면접을 잘 보았다면 어려운 방에서 점수를 잘 확보한 것이고, 잘 보지 못했다면 다른 지원자도 어려웠을 테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전의 방에서 실수했더라도 다른 방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1시간이라는 긴 면접에서 10분, 20분의 실수는 비가역적인 것이 아니며, 각 방의 면접은 독립시행입니다.
#4. 칼럼을 마치며
고전의 첫 문장을 잠깐 빌려서 이야기해보면, 면접에서 합격한 지원자는 비슷한 이유로 합격하지만 낙방한 지원자는 저마다의 이유로 낙방합니다. 이러한 양상을 가만히 살펴보면 서울의대 수시 면접에 정해진 답은 없으나 바람직한 방향은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대를 준비하시는 여러분이라면 그 방향을 스스로 고민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 역시 제가 고3 시절 고민해본 바람직한 방향을 서술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본인의 미래를 좌우할 면접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제가 읽었던 책의 이야기를 조금 하면서 칼럼의 매듭을 짓도록 하겠습니다. 당시에 읽은 ‘오뒷세이아’라는 작품은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의 서사를 다루고 있는데, 故 천병희 교수님께서 번역한 작품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들려주소서, 무사 여신이여! 트로이아의 신성한 도시를 파괴한 뒤 많이도 떠돌아다녔던 ‘임기응변에 능한 그 사람’의 이야기를.”
여기서 말하는 ‘임기응변에 능한 그 사람’이 바로 오디세우스인데, 그의 임기응변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트로이아 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는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고자 마녀 키르케의 품을 떠나서 세이렌의 해협을 지나가게 됩니다. 세이렌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하여 죽게 하는 괴물이며,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해협을 지나기 위해 지혜를 동원합니다. 바로 자신의 몸을 배에 밧줄로 묶어놓고 선원들의 귀에는 밀랍을 바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오디세우스는 목숨을 버릴 만큼 아름다운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즐기면서도, 선원들은 노랫소리를 듣지 못한 채 노를 저어 해협을 무사히 빠져나가게 됩니다.
제가 면접을 다루는 칼럼의 말미에서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여러분이 오디세우스처럼 현명하게 면접을 헤쳐 나갔으면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오디세우스는 현명한 선택을 통해 아름다운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자 하는 인간적 욕망을 채우면서, 도사리는 파멸을 피해 세이렌의 해협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여러분도 면접에서 인간적 욕망을 모두 내려놓고 숭고한 의업에만 전념하겠다는 비현실적 답변이나, 의업의 숭고함을 망각하고 욕망에만 몰두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답변 대신에 설득력 있는 현명한 답변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면접에 관하여 질문이 있으실 때는 부담 없이 megabiz0708@gmail.com으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성실히 답변하겠습니다.
이번 칼럼은 멘토의 댓글 답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울대
이규현 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