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여름방학을 맞아 이런저런 고민이 많을 수시러들을 위한 칼럼을 써 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수시 칼럼은 <세특 채우는 법>을 다루어 볼게요! 고3 여름방학때 마무리 보고서 등을 썼던 것 같은데.. 모쪼록 고등학교 1,2,3학년에게 모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신뢰를 주기 위해 첨언하자면.. 저는 생기부로 서울대 인문계열(1차), 연세대 hass,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성균관대 철학과도 붙었습니다!)
<세특 채우는 법>
생기부의 세부특기사항 란을 채우는 일은 항상 어렵죠. 저 또한 아무도 어떻게 써야할지를 알려주지 않아 골머리를 많이 썩였는데요! 그래도 3년 동안 생기부를 붙잡고 매달리다 보니 점점 세특 채우는 스킬이 늘더라구요 ㅎㅎ 오늘은 제가 수많은 고민을 거듭해가며 직접 생각해낸 방법들을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예시로는 저의 3학년 세부특기사항을 인용하겠습니다.
윤리와 사상: 실존주의에 대해 좀 더 깊게 연구하고픈 이유로 ‘디지털 세계로 전이된 자아를 실존이라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도나 해러웨이와 중국어 방 논증을 중심으로 탐구하여 발표함. ‘디지털 트윈’ 피터의 영상을 보고 디지털 트윈을 실존한다고 볼 수 있는지를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최유미)라는 책과 존 설의 중국어 방 논증을 통해 검토한 결과 사이보그는 실존적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발표함. 이처럼 사이보그를 실존한다고 볼 수 있을까? 라는 질문 자체가 창의적이고 탐구 과정도 독서를 통해 논증했다는 것도 의미 있었음.
자율활동 : 교내 스터디그룹 구의 세계 팀의 팀장으로 활동 과정을 체계적이고 주도적으로 이끎. 여전히 청소년의 머리 색을 제한하고 문신을 하는 것을 다른 나라에 비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상황을 비평적인 시각으로 관찰하고 이를 주제로 ‘유교적 몸과 한국인의 외적 오지랖’이라는 한 편의 비평문을 완성함. 비평문 속에서 해당 사회 현상의 원인을 몸에 대한 한국인의 유교적인 가치관에서 찾고, 그 근거로 몸을 온전하게 보전하는 것에 대한 공자의 효경 구절과 사람의 몸가짐과 학문하는 자세에 대해 논한 논어의 구절을 적절히 제시함. 원문과 함께 논지 전개에 맞게 일반의 해석 및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구성하여 설득력 있게 글을 전개함. 스터디 그룹에서 쓴 비평문들을 모아 크라우드 펀딩의 방식으로 제공하였고 독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수정한 글을 다시 독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애자일 마케팅을 적용해 봄.
1. 문제 제기 -> 논증(해결)의 구조 가져가기
빨간 부분은 문제 제기, 파란 부분은 논증입니다. 세특 주제를 잘 잡으려면 일단 의문을 가지셔야 해요. 그 의문은 교과서에서 찾을 수도 있고, 독서를 하면서 찾을 수도 있겠죠? 그 의문이 창의적이면 창의적일수록 좋습니다. 의문이 안 떠오르는데 어떻게 하냐, 하면 계속해서 고민을 해 보세요. 방학 때에도 고민을 해 보고, 도서관에서 책도 좀 뒤적여 보고, 생활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질문을 수첩에 적어 놓아도 좋구요.
의문을 가졌다면 이제 그것에 대해 본인이 답을 하셔야 합니다. 의문을 가지고 그에 대해 탐구해서 어떻게든 본인만의 방식으로 해소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죠. 설령 그게 전문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틀리다고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아직 고등학생이니까요.. 게다가 우리는 사실 답을 할 만큼 충분한 지식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미 존재하는 이론이나, 책 속의 주장을 근거로 대면 좋습니다. 제가 윤리와 사상 발표에서 해러웨이와 존 설의 입장을 수용해서 결론을 내렸고, 자율활동 비평문에서는 공자의 효경과 논어의 구절을 인용해서 결론을 내린 것처럼요.
2. 똑같은 키워드를 여러 과목에서 반복시키기
관심 있는 몇몇 주제가 생겼다면, 그걸 여러 과목에서 다루어 보세요. 그러면 그 주제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 더 뚜렷하게 보이니까요. 예를 들어 네오리얼리즘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라면 음악시간에는 네오리얼리즘 속 배경음악의 특징에 대해 탐구할 수 있을 것이고, 세계사 시간에는 네오리얼리즘의 탄생 배경인 2차 세계대전에 대해 고찰할 수 있겠죠. 언어와 매체 시간에는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시나리오와 현대 한국 영화의 시나리오에 대한 비교를 할 수도 있겠구요. 이렇게 하면 A(네오리얼리즘)과 B,C,D 를 연결하는 셈이죠.
이렇게 단순한 것도 물론 괜찮지만, 좀 더 발전시켜서 변주를 주어보세요. A’과 B’,C’,D’을 연결해보는 거에요. 예를 들어 본인이 네오리얼리즘(A)에 관심이 많은데, 과학 시간에 지구(B)에 대해 배웠다고 쳐 봅시다. 그러면 이렇게 할 수 있을 거에요. 네오리얼리즘의 탄생 계기 = 2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인 나치 독일을 A’으로 잡아봅시다. 그리고 지구 -> ‘지구평평설’을 B’으로 잡아봅시다. 이제 A’과 B’을 연결해서 나치 독일의 선동 방법과 지구 평평론자들의 선동 방법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에 대하여 조사해 볼 수 있겠죠. 조금 이해가 가시나요??
그런데 ‘동일한 주제가 계속 반복되면 다양성이 없어져서 안 좋은 것 아니냐?’라는 질문을 하실 수도 있어요. 맞아요! 그래서 제가 ‘몇몇’ 주제라고 한 거에요. 딱 하나만 가지고 모든 과목과 연결시키려는 건 당연히 말도 안되죠. 대신 위에 예를 들어드린 것처럼 변주를 주어서, 몇 가지의 줄기가 뚜렷히 보인다면, 입학사정관들이 ‘아, 이 아이는 여기에 관심이 정말 많구나’ 라고 여기겠죠? 생기부의 뚜렷한 컨셉을 유지할 수 있는거에요. 그 주제에 대한 심화적인 탐구 능력도 인정받을 수 있구요.
저같은 경우에는 확증편향 그리고 실존주의에 관심이 많아서 그것에 대해 1,2,3학년 내내 탐구를 이어 나갔어요!
3. 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이건 정말로 제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ㅠㅠ 생기부 중 독서활동기록상황이 대학교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말에, 1,2학년 생기부에는 책을 하나-도 넣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넣으셔야 합니다. 어떻게 넣냐? 아까 위에 말씀드린 의문-논증의 과정 속에 넣는 겁니다. 책을 읽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고, 논증의 근거를 대려고 책을 읽을 수도 있겠죠.
‘디지털 트윈’ 피터의 영상을 보고 디지털 트윈을 실존한다고 볼 수 있는지를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최유미)라는 책과 존 설의 중국어 방 논증을 통해 검토한 결과 사이보그는 실존적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발표함. -> 논증의 근거를 대려고 책을 읽었습니다.
그 근거로 몸을 온전하게 보전하는 것에 대한 공자의 효경 구절과 사람의 몸가짐과 학문하는 자세에 대해 논한 논어의 구절을 적절히 제시함. -> 이때도 논증의 근거를 대려고 효경과 논어를 읽었습니다.
책은.. 읽지 않는 것보다 읽는 게 훨씬 좋고, 생기부에 언급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훠얼씬 좋습니다....! 정말로요. 반드시 읽으셔서 생기부에 넣으시길 바랍니다!!
4. 짧게 여러개보다 하나를 기이일게 (보고서의 구체적 내용 + 본인의 견해가 들어가도록!!!)
왜 하나를 길게 써야하냐?
음... 입학사정관이나 교수들이 생기부를 왜 읽을까요? 개개인의 생각, 가치, 문제의식, 사고 능력 등등을 보려고 하겠죠? 대학 와서 공부를 잘 할 수 있나 없나~ 수업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아이는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궁극적으로 어떻게 사회를 이끌어가려나? 등등을 파악해서 인재를 뽑으려고 할겁니다.
그런데.. 단순히 여러 제목만이 나열된 생기부에서 그런 것을 파악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멋드러진 제목은 얼마든지 지을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직접 지어내서 쓴 겁니다.)
음악 세특으로
A: 수업에 성실히 참여하고 발표하는 모습이 인상깊은 학생이다. 네오리얼리즘 속 배경음악의 특징에 대해 발표하여 많은 학우들의 호응을 얻어내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차이점에 대하여 수준 높은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학급 예술제에서 실력있는 피아노 반주 실력을 발휘하였다.
B: ‘영화란 무엇인가?’(앙드레 바쟁)을 읽고 네오리얼리즘에 대해 관심을 가져 네오리얼리즘 속 배경음악의 특징에 대해 발표하였다. 2차 세계대전 후 자본의 부족으로 인해 다소 절제되었지만 순수한 배경음악에 대해 설명하고, 현대 한국 영화계에 이러한 절제성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길이는 똑같습니다. A는 여러 가지 활동이 많습니다. 발표, 네오리얼리즘, 바이올린, 피아노 이렇게 네 개나 있네요. 반면 B에는 네오리얼리즘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한 개인의 가치나 사고를 더 잘 드러내나요? 저는 B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생기부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압도적으로 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질>>>>>>>양
실제로 제 자율활동 세특은 학급 회장 두어 줄 + ‘유교적 몸과 한국인의 외적 오지랖‘에 대한 탐구 하나가 끝이었습니다.
5. 희망 전공이 A에서 B로 바뀌었다면, A와 B를 접목시킨 콘텐츠를 수록하기
사실 희망 전공은 정말 많이 바뀌곤 하죠. 저도 사실 1학년 때는 보편적인 경영학과를 지망했다가, 시간이 지나며 제가 진짜 하고 싶은 학문인 인류학을 지망하게 된 케이스인데요. 이것에 대한 고민도 많은 분들이 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구요.. 내 희망 학과가 바뀌었는데, 어떡하지? 갑자기 생기부에 생판 다른 내용을 그냥 실어도 되는건가? 라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해낸 방법은, A(현 지망)에 B(옛 지망)을 접목시킨 내용을 수록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위의 제 자율활동 세특에는, 스터디 그룹에서 쓴 비평문들을 모아 크라우드 펀딩의 방식으로 제공하였고 독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수정한 글을 다시 독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애자일 마케팅을 적용해 봄.
이라는 문구가 있는데요!
제가 경영학을 지망하면서 크라우드 펀딩/애자일 방법론에 대한 내용을 1학년 때 실어놓았기에 그것을 자연스럽게 접목하려고 한 것입니다. 너무 많이는 말고, 조금씩만 이런 내용을 녹여 넣어줘도 생기부의 흐름이 훨씬 자연스러워지더라구요!
6. 요약정리
요약을 해보자면,
- 탐구 주제를 잡을 때는 문제 제기->논증의 구조를 가져가면 좋다
- 문제 제기와 논증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에 책을 넣어라
- 똑같은 키워드를 변주해서 여러 과목에서 반복시키자
- 생기부는 양보다 질! 하나의 탐구를 했더라도 뚜렷한 의문점-논증의 내용-본인의 견해를 수록해서 구체적으로 만들자.
- 희망 전공이 바뀌었을 경우에는 이전 전공을 조금씩 접목해놓자
이 방법들을 이용해서 모두들 세특 잘 채우셨으면 좋겠습니다!! 궁금한 점은 댓글 부탁해요:D
연세대
정서윤 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