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몇 주 만에 이렇게 칼럼으로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벌써 팔월도 제법 지나서 수능이 백 일도 남지 않았는데, 여러분은 지금까지의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오셨나요? 망설임 없이 충실하게 보내왔다고 답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충실하지 못했다며 반성과 뉘우침을 내비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어떤 쪽에 속하시든, 남은 시간만큼은 다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수험생활을 보내다 보면 사소한 것과 중요한 것을 구분하지 못해서 갈팡질팡하다가 시간만 버리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자연스레 끊어지게 되는 얄팍한 인간관계나, 입시가 끝났을 때는 기억하지도 못할 사소한 트러블로도 금세 괴로워지고 마는 것이 수험생의 마음입니다. 저 역시도 사소한 것에 발목이 잡힌 경우가 여럿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입시가 끝난 뒤에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사람이나 떠올리지도 못할 일에 신경쓰지 말자고 자신을 다독였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입시가 끝난 지 반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제가 수험생 때 무슨 일로 힘들어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여러분을 위한 칼럼을 쓸 때도, 이제는 경험을 끌어와서 여러분께 생생한 기억을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바로 지금도 지난해의 옛 슬픔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았는가. 거의 회상하지도 못하는 것을.’ 프랑시스 잠이 ‘이제 며칠 후엔’이라는 작품에서 선보인 구절입니다. 이처럼 올해의 입시를 거치며 느꼈던 괴로움이나 슬픔은 내년이 되면 거의 회상하지도 못하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니 티끌같은 일들에 요동치지 마시고, 평온하게 마음의 진폭을 줄여나가시기 바랍니다. 마음이 잔잔해질수록 겉으로 드러나는 시험의 성적도 더욱 안정적으로 나오시리라 생각합니다.
남은 시간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메가스터디 장학생, 이규현 드림.
서울대
이규현 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