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눈이 참 많이 왔습니다.
다들 안전 유의하시구요, 기말고사 잘 준비하고 계신가요?
저는 모의국회 본공연 끝나고 열심히 과제를 하고.. 혼자 열심히 서울 노다니다 좋아하는 책도 많이 읽고.. 스누러너라는 학교 프로그램도 진행하며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한창 단풍철에 친구와 관악산 연주대도 찍고 왔는데, 깔딱고개 넘어갈 때 정말 영혼이 깔딱거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나날이 물드는 산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참 감사하더라고요.
입시할 때는 계절 감각이 거의 사라져 있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가을을 맘껏 즐긴 것 같아 오늘 낙엽 위에 쌓인 하얀 눈을 보니 좋으면서도 아쉬웠습니다.
저희 학교는 수요일부터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모든 교통수단이 출입 통제가 되었습니다.
문정희 시인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라는 시가 떠올랐는데, 막상 눈 속에 갇히니 아름다운 관악에 기꺼이 묶이는 건 재앙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농담이고 어제 지균 면접 보러 다녀오신 분들 좋은 결과 있으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저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그중에서도 일치단결반 소개를 해볼까합니다.
저희 학부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놀기도 열심히 노는 관악 최고의 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ㅎㅎ
특히 저는 선후배 관계가 좋은 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모든 의사결정은 수평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정말 친구처럼 재미있게 지내고 있습니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많이 아껴주고, 저희도 그 사랑을 이어받아 25학번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요청이 정말 많았는데, 이번 달 모의국회와 일일호프까지 마치니 어느 정도 1년 행사는 끝난 것 같아 이제야 올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는 정치학과를 이어받은 일치단결반과, 외교학과를 이어받은 나침반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저는 일치단결반 소속으로, 저희는 서로를 치우님이라고 부릅니다.
입학하고 새짱 선배들에게 어느 반으로 배정되었다고 전화를 받게 됩니다 ㅎㅎ
저희는 짝선짝후 사업을 하는데, 저도 짝선 언니 덕분에 새내기 생활을 빠삭하게 간접경험하고 1학년을 잘 보낼 수 있었습니다. 3~4쌍 정도의 짝선짝후가 모여 2차 신입생환영회 때 짝가족을 만들고, 몇몇 짝가족은 짝증조할아버지-짝할아버지-짝선배-신입생 으로 이어지는 대가족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후 수시 합격자들은 수시생 오티, 1차 신환회를 진행하지만 저는 집이 멀어 불참하였습니다. 하지만 정시 합격자들이 들어오고 함께 진행되는 새터(새내기 새로배움터)나 2차 신환회는 되도록 가셨으면 합니다! 새터에서 2박3일간 동기들과 정말 친해지고, 2차 신환회 때는 새터에 오지 않았던 친구들까지 만나고, 선배들과 즐겁게 게임도 하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며 친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이때 정외 동아리나 학회 소개를 하는데, 보통 여름방학 때 학회 신청을 받습니다. 저는 사회과학학회 STPe에서 활동 중이고, 2024년에는 전쟁기념관 답사 후 2주마다 돌아가며 발제하는 세미나를 진행하였습니다. 반 학회는 전부 부담없이 활동 가능한 수준이고, 동아리도 개설할 수 있습니다.
개강 후에는 파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강파티를 하고, 여뻔대 남뻔대(학번대표)를 뽑습니다. 이 부분은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 저희 반에는 2명의 뻔대가 있습니다. 3월에 밥약을 많이 하는데, 저는 더 많은 선배에게 밥약을 걸지 않고 선배가 되는 것이 후회될 따름입니다. 선배들이랑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 걱정하지 말고 꼭 꼭 많이 거세요!! 곧이어 3월 중순쯤 AFPLA 면접을 봅니다. AFPLA는 Asia Future Political Leaders' Association(아시아 미래 지도자 포럼)의 약자로 서울대학교, 동경대학교, 북경대학교, 복단대학교, 대만대학교 소속 학생들이 참여하는 학술교류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이번 여름방학 SAP를 위해 신청하지는 않았지만, 참여한 학우들 모두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꼽는 행사입니다.
차츰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겹강인 친구들과 친해지고 난 이후에는 만우절이 찾아옵니다. 저희 학교에는 만우절에 교복을 입고 버들골 풍산마당에 놀러가는 전통이 있습니다. 또 만우절 전후에 치우들과 여의도 한강공원에 놀러가 수건돌리기를 했던 기억이 있네요.
슬슬 더워지기 시작할 즈음 MT를 갑니다! 저희는 올해 대성리로 갔는데, 계곡에도 들어가고 마니또도 하며 즐거운 추억을 쌓았습니다. 이날 나침반 MT장소와 20분 거리였어서, 미션으로 나침반에 가서 가위바위보를 하고 왔습니다ㅎㅎ
6월에는 정외페스티벌을 합니다.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한 글로벌 리더스 프로그램의 일환인데, 이때 과 후드집업도 받습니다. 정외페스티벌은 30학번 위 선배들을 초청하는 행사로,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낭만있던 일화도 잔뜩 듣고, 한창 진로 고민이 많을 시기인데 선배들을 보고 큰 꿈을 그려두고 발 닫는 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외페 선배님들 중 제주도에서 지내시는 분과는 치우들과의 제주도 여행에서 밥약(?)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ㅎㅎ
이런 큰 행사들 중간중간 선배들을 초청하여 정외 진로멘토링도 진행하고, 집행부(학생회)도 뽑습니다. 문화부, 교육부, 소통부, 공간부가 있는데 대다수의 치우들이 참여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공간부에 들어와 몇 달 전부터는 공간부 부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반방 리뉴얼, 물품 대여 시스템 개선, 공용 사물함 배정, 중고서적장터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 방학 내내 미국에 있어 아쉽게도 집행부 MT는 못 갔지만... 과 말고 동아리별로도 MT가 많으니 원하시는 만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저는 올해 뻔엠 외에도 달리샤(달리기 동아리) MT를 다녀왔는데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고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여러 부서가 간식사업, 해외 교류 사업 백서, Humans of Ilchi(휴오일, 치우 인터뷰), 일치 알리미 등 유익한 사업들을 진행합니다. 반 카페나 자료집을 통해 유용한 정보도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정치외교학부 차원에서는 명사 초청강연, 교수님과의 식사, 교수님 인터뷰 사업, 정외비클럽 강연(정외 비지니스 클럽 선배님들 초청), SKY 연합 학술세미나를 진행합니다. 연합 학술세미나에서는 국회의원 토크쇼 및 연세대와 고려대 정치외교학부 학생들과의 학술 교류를 하였는데, 타 학교 정외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열정있는 정외 학생들과 열심히 토론을 하며 자극도 많이 받은 만큼 내년에도 꼭 참여하고 싶은 합동 포럼이었습니다. 
2학기에는 드디어..!! 정외의 가을, 가을의 정외 (반짝반짝 효과음) 모의국회를 합니다. 주로 일치단결반 위주이지만 모집 대상은 사회대 전체입니다. 관악민국 모의국회는 내년이면 45대인, 유서깊은 정치학술극 동아리입니다. 44년의 역사를 가진 만큼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만, 특히 준비팀 선배들이 모의국회의 발전을 위해 고민을 정말 많이 하여 올해도 좋은 극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연극을 올리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끈끈함으로 가족이 되는, 돌이켜 보면 올해 가장 힘들었지만 그만큼 하기 잘한 활동이었습니다. 2학년이 준비팀, 1학년이 연기팀을 하며 저 역시 올해 연기팀으로 활동하였습니다. 11월 1일에 본공연을 올렸는데, 9월에는 학술세미나와 연기세미나를 하였고 10월에는 부별 체제로 전환되어 본격적으로 준비하였습니다.

약간 TMI지만 풍전당화 이름 제가 지었답니당 ㅎ..
올해의 주제 '당내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학술팀 선배들이 자료집을 만들고, 그 자료집을 바탕으로 학술세미나에서 소그룹으로 토론하며 공부하였습니다. 이때 생각을 공유하며 배운 게 정말 많았습니다. 과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정당의 모습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여러 딜레마,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치열하게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연기세미나에서는 발성부터 연기의 기초를 연습해나갈 수 있습니다. 연기세미나 동안 자신에게 어울리는 캐릭터가 무엇인지 알아갈 수 있으며, 9월 마지막 주에는 캐릭터발표회를 합니다. 또한 모국MT에서 팀을 짜고 9월 마지막 날에는 그 팀을 바탕으로 짧은 창작극을 발표하는 미니모국데이와 시나리오 공청회가 열립니다. 이때 친구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재미있는 스토리에 울고 웃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10월부터는 정극 1부와 2부, 캐릭터극 3부로 나뉘고 저는 2부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캐극은 캐릭터를 만들어 분장하고 극을 연성화하여 메세지를 전달하는 부고, 정극은 정장을 입고 연기를 펼치는데 저희 2부는 등장인물 7명이 전부 정치인 역할을 맡았습니다. 매일 3시간 동안 연습하는데, 캐릭터를 만들고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준비팀 선배들과 대사를 직접 쓰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리허설을 3번 거치는 동안 수정사항도 많았고, 팀플에 시험기간까지 겹쳐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고 학교를 돌아다니곤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잠도 거의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진짜 힘들었는데, 그만큼 극에 애정이 있어서 열심히 하고 싶었던 것 같네요. 모두가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저는 야당 기성정치인 이사금 역할을 맡았는데, 대충 이런 아이였습니다.

이건 공연 끝나고 제가 사금이를 보내며 쓴 편지입니다 ㅎ..
모의국회는 이렇게 글 몇 자로 설명할 수 없는... 제 새내기 가을의 전부였습니다. 2주 전 정동진으로 모국 MT를 다녀왔는데, 소중한 사람들과 가족처럼 돈독해진 것만 해도 감사하네요.
9월에는 정외 총엠티에 가서 나침 친구들이랑도 친해지고, 사회대 체육대회에서 저희 반이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11월에는 저희 반이 연세대 실내건축학과와 일일호프도 열었습니다. 일홉 나름 재밌어요 ㅎㅎ
이건 저희 반 과잠, 바람막이, 돕바입니다.
대학생활을 하며 제가 얻은 것 중 가장 소중한 건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 친구는 다 비즈니스 관계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저는 평생 갈 인생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저희 반 치우들은 모두 열정있고 각자의 꿈을 찾아나가는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과 같이 지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 저희는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얘기와 공부도 함께하고, 밤늦게까지 설입에서 놀다가 함께 기숙사까지 걸어오는 재미있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외교학부에서 25학번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밑은 학교 사진입니다.

한계령을 위한 연가/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