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목표달성장학생 20기 임정언입니다.

마지막 칼럼입니다.

그동안 제가 수험생 여러분께 아는 지식을 최대한 끌어낸 칼럼을 써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을 느꼈었는데, 이번 칼럼만큼은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말만 할 수 있을 거 같아 마음이 편안하네요 :) 부끄럽지만 마지막 한 칼럼쯤은 수능에 도움이 되는 지식도 아니고, 겨우 인생 22년 산 어린애의 인생 이야기와 멘탈 조언으로 떼워 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무슨 성공한 인생을 산 사람도 아니고 이번 칼럼엔 정말 가치 있는 정보가 담겨있지 않으니, 그동안처럼 혹시 유익한 정보를 기대하고 들어오신 분이라면 조용히 뒤로 가기를 누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첫 칼럼을 쓰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간 많은 분들께 과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고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활동기간이 1년으로 정해져 있긴 했지만, 그게 아니었더라도 지금이 이 자리를 내려놓을 가장 적절한 시기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입시를 치른 지 어느새 2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수능이나 커리큘럼도 많이 바뀌어 질문을 받는 것도 버거워지는 것이 느껴졌거든요. 특히 저는 학교 특성상 사교육에도 종사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 과외 등을 병행하는 다른 멘토 친구들보다 하루하루 수능과 멀어지고 있는 것을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마지막 칼럼인데, 그동안 ‘어떤’ 마무리를 할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그동안 썼던 글의 링크를 달까 생각하기도 하고, 또 질문을 받겠다고 하기도 했었는데, 고민하다가 제가 내린 결론은 그냥 ‘깔끔한 이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적었던 것들은 그저 수 년에 걸쳐 수험생 ‘임정언’이 내린 ‘임정언’만의 결론들이었고, 이제 여러분께서 여러분만의 결론을 냈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램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분들께서 칼럼에 관심을 가지고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이중 상당수의 댓글은 본인이 하고 있는 방식과 제가 추천한 방식이 일치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하면서 불안해하는 댓글들이었어요. 하지만, 수능 공부 방식에 단 한 가지의 정답만 있었다면 메가스터디에 이렇게 많은 강사님들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와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런 이유로 저는 삼수 때부턴 아예 멘토글을 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방식이 제게는 정답이었지만, 저와 다른 역량을 가진 수많은 다른 친구들에게는 오답이 될 수 있어요. 이제 곧 21기 친구들이 게시판의 빈 자리를 차지하겠죠. 그 친구들은 저와 또 다른 노하우들을 전할 것이고, 사람마다 각기 다른 조언에 혼란스러우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분들이 전부 다른 방식으로 좋은 성적을 얻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이것이 결국 대입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데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누군가 여러분의 방식에 물음을 제기하더라도, 본인 스스로에 대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본인만의 정답을 찾아나가셨으면 좋겠어요. 이것이 제가 이번 칼럼에 지난 기록과 질문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지나가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나를 오답으로 규정하든 타인을 오답으로 규정하든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판단을 함부로 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여러분도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고, 스스로 답변을 내리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거든요. 저 역시도 아직 부족하지만 최근 이 측면에서 가장 많이 노력 중이랍니다. 다음에 또 만나 뵐 기회가 생긴다면, 우리 모두 대학생으로서, 또는 사회인으로서 더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이제부턴 잘 보이지 않겠지만,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을게요.

이제 진짜 마지막으로, 그동안 제 칼럼과 인생에서 영감을 주었던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마치려고 합니다.

가장 첫째는 역시 사랑으로 키워주신 부모님과 소중한 가족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항상 열심히 노력하고 22년 동안 같이 살면서 화딱지 났을 동생 잘 챙겨준 우리 오빠도 너무 고마워.

지금이야 토종 한국인이 되어버렸지만, 귀국 직후 한국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주신 한성일 선생님도 정말 감사합니다. 제 담임을 맡으셨을 때가 군 전역 직후 첫 복직이셨을텐데, 벌써 마흔에 가까워지셨겠네요. 제가 경찰대를 처음 알게 된 것도 선생님께 경찰대를 오랜 기간 준비하다 결국 실패하고 교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는데, 세월이 흘러 선생님께서 못 이루신 꿈을 제자인 제가 이뤘다는 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인생 모른다는 말도 맞는 것 같아서 참 기분이 묘합니다.

중학생 시절, 저를 특별히 더 많이 아껴주신 최초희 선생님과 김진숙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인생에서 수많은 연장자 분들을 만난 지금까지도, 이른 시기에 올곧은 스승님들을 많이 만난 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를 새삼 깨닫습니다. 저도 선생님들 같은 연장자이자 등불이 되도록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고등학생 시절 저를 성장시켜주신 엄정훈 선생님, 한준호 선생님, 강지훈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엄정훈 선생님은 제가 모르는 사이에 나무위키 문서까지 생기셨네요. 선생님들께서 가지신 뛰어난 역량을 생각하면 더 높은 자리로 나아가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일선 고등학교에 남아서 후학을 양성하고 계신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존경스럽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학 제때 못 간 못난 제자 대학 갈 때까지 3년간 수시, 정시 원서상담 등 각종 뒷바라지에 특목고 삼수생에게 많이 과분한 서울대 정시 지균 자리까지 챙겨주신 강지훈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작년에 발간된 한준호 선생님의 신간 「생태시민을 위한 동물지리와 환경이야기」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선생님께서 책 작업하시느라 고생하셨다고 들었는데, 수능 공부하는 와중에도 동기들에게 소식 듣고 사서 다 읽었습니다 :D

그리고 힘들었던 고3 시절을 버티게 해준 멋진 수요괴식회 친구들, 그리고 무슨 사건만 터지면 자습 도중에도 총집합해 멀쩡히 팀플하던 다른 친구들까지 보고 웃을 정도로 침 튀기며 토론하던 정치스터디 친구들도 많이 고마웠어. 특히 새벽에 만취하면 전화로 안부 인사 건네주는 고마운 영인아, 전과 성공한 거 진심으로 축하한다.

다신 떠올리지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고생뿐인 고등학교 생활이었지만, 이젠 술을 마시지 않으면 보기 힘든, 현실에 찌들지 않은 순수한 마음가짐만큼은 정말 그리운 것 같네. 그래도 너희가 있었기에 내 고등학교 3년을 후회하지 않는 것 같아. 정말 고마워.

그리고 20살의 처음을 함께한, 재수 시절 룸메였던 우리 어진이, 유영이, 애림 언니, 덕분에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서도 인간성과 따스함을 잃지 않을 수 있었어. 점심시간 10분의 짬을 두고 선생님께 질문을 한다, 뭘 가지러 간다 등 온갖 쓸데없는 핑계를 대고 교실 밖 화단으로 끌어내 매점 초코파이로 탑을 쌓아 조촐한 깜짝 생일파티를 하던 소중한 기억들. 구석에서 초코파이를 우적우적 씹는 우리들이 그렇게 초라하게 느껴졌었지. 그래서 더더욱 내년이 되면 우리 서울 파티룸에서 자본주의 생일파티를 하자고 입을 모아 얘기했던 것 같아. 하지만 정작 사회에 나오고 보니 그 작지만 진심이 담긴 생일파티가 더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 것 같네.

특히 경찰대 1년 먼저 합격해서, 비록 진학하지 않았음에도 입시 준비할 때 많이 조언해준 우리 어진이 너무 고마워. 우리 모의고사 특식 먹고 산책 돌면서 수능 끝나고 같이 목달장 지원하기로 약속했던 거 기억나? 어진이가 워낙 수능을 잘 봤기에, 삼수를 시작하면서 혹시나 하면서 새로 뽑힌 19기 목달장 명단을 확인했는데 네 이름이 없더라고. 뭔가 사정이 있었겠지만, 어쩌다보니 나는 삼수 끝날 때까지 너와 했던 약속을 잊지 않고 지원해서 이렇게 과분한 자리에 1년간 앉아있게 되었어. 정말 진심으로 목달장 하고 싶어하고 나보다 훨씬 공부도 잘하던 어진이가 아닌, 옆에서 말 들어주기만 하던 내가 여기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게 참 웃기긴 해. 하지만 네가 없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일은 절대 없었을거야. 내가 지금까지 썼던 모든 글들은, 너 대신에 다 1년 간 고생했던 우리의 기억을 꾹꾹 눌러담으려고 많이 노력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늦은 나이에 새로운 시작을 위해 우선선발반으로 기숙학원에 입소한 우리 애림 언니. 나도 시간이 흐르고, 그때의 언니 나이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데, 언니가 다시 수능을 준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지가 더 크게 느껴져오는 거 같아.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룬 언니가 너무 자랑스러워. 우리 몇 주 뒤면 다시 만나잖아? 그때 우리 이야기들 허심탄회하게 다 풀어놓자 :)

하늘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들을 보며 해외여행을 동경하던 꿈 많던 스무살 우리들이, 어느새 모두 각자 스터디플래너에 적어두던 대학들에 진학해 새로운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모두 다 지나간 일이지만, 그래도 그 힘든 시기를 버텨낸 우리들이 정말 자랑스러워.

그리고 다시 현재의 시간대로 돌아와, 지금 이 순간 내 곁을 지켜주는 44기 동기들 많이 고마워. 사실 댓글 달아주거나 글 읽어주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거기에 직접 답글을 달아준 친구들도 있었지만 괜히 학교에서 얼굴 마주쳤을 때 어색해질까봐 댓글을 안 달거나 모르는 수험생인 척 멀쩡하게 댓글을 달아준 경우도 있었어. 부끄러워서 이야기 꺼내진 못했지만 다들 고마웠고, 특히 수험생 시절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감사인사를 전하는 45기 후배들도 너무 고마워! 입학 후 많은 친구들이 알아봐 주었는데, 진짜 댓글을 꾸준히 달아주다가 입학해서 직접 얼굴로 보게 된 친구도 있고, 이 활동을 통해 정말 많은 소중한 인연들이 연결된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마지막으로 1년 동안 함께한 목달장 20기 친구들 너무 고생 많았다는 말 전하고 싶었어. 그중에서도 똑부러지는 도영이, 귀여운 시영이, 어느새 신의 경지에 이른 승현 오빠, 우직하고 든든한 재균이, 성실한 원석이, 열정 넘치는 서윤이와 인싸력 만렙 혜원이 많이 아낀다! 그리고 철 없고 말썽 많은 우리 20기 친구들 항상 감싸주시고 뒤에서 열심히 뒷바라지 해주신 유효림 담당자님 및 직원 분들 모두 감사했습니다. 저희 뒤를 이어주실 21기 친구들도 앞으로 잘 부탁 드려요 :)

정말 마지막으로, 1년 동안 모든 칼럼의 첫번째 독자로서 첫번째 따봉을 눌러준 내 친구야! 진심으로 고맙다. 

이제 정말 미련 없이, 홀가분하게 떠날게. 그리고 1년 동안 수많은 댓글을 남겨준 우리 자랑스러운 수험생 친구들, 올해 수능에선 분명 좋은 결과 있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그동안 과분한 관심과 사랑 남겨주어 너무 고마웠어!

그럼 모두, 안녕히 계세요!

꼭 저보다 훨씬 성장하고, 저보다 큰 사람이 되어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