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 21기 목표 달성 장학생으로 선정된 한양대학교 약학과의 황인찬입니다.
이전 글에서는 제가 고등학교 시절 겪었던 어려움을 극복하고 꿈을 찾은 이야기를 나누며, 힘든 상황에 처한 분들은 언제든지 이메일을 통해 연락해 주시기를 권유했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연락 주셔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댓글을 보다가 기숙학원에 계신 분들은 이메일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연락하고 싶으나 방법이 없는 분들이 계시다면, 비밀 댓글로 남겨주시면 최대한 성심껏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예상보다 많은 요청이 있었던 약대 생활과 대학교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이전에 게시했던 두 개의 무거운 주제를 다룬 글들보다는 훨씬 더 밝고 경쾌한 느낌을 주는 일상글이 될 것 같습니다.
수능 이후
저는 아직도 수능이 끝난 다음 날 아침을 잊지 못합니다.
그날은 유난히 일찍 눈을 떴습니다.
겨울이라 해가 늦게 뜨는 계절이었기에, 창밖은 아직 캄캄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눈을 뜨자마자 마음속을 채우던 불안과 생각들이 따라왔을 텐데, 그날만큼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습니다.
오히려 가슴이 두근거리며 무언가 가볍고 환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아마 전날 채점했던 수능 성적이 제가 목표했던 점수를 훨씬 웃돌았기 때문이었겠지요. 몸이 조금 뻐근했지만,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얇은 바람막이 하나만 걸치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였습니다.
살살 불어오는 바람, 새벽 공기를 가르며 들려오던 새소리, 잠든 거리의 고요함이 온몸에 스며들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험생활 동안 미뤄둔 것들을 이제 하나씩 해보자.’
하고 싶었지만 내려놓아야 했던 것들,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던 그 목록들이 조용히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친 건, ‘살 빼기’였습니다.
당시 저는 복용 중이던 항우울제의 영향으로 체중이 꽤 많이 늘어난 상태였더군요.
동기가 생기면 바로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는 신념이 있던 저는 바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발걸음 속에서 저는 점점 더 가벼워졌습니다. 몸도, 마음도요.
그리고 그 러닝은 지금까지도 저의 소중한 취미로 남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그 날 남겨둔 러닝 기록입니다.
열심히 살을 뺀 저는 총 7kg 가량을 감량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학창시절의 제 모습과 살을 뺀 후의 모습입니다.
그 당시 저는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꽤 심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외적인 변화를 바라고 러닝을 시작했지요.
하지만 달리기를 계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겉모습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얻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매일 정해둔 운동량을 스스로 지켜내는 경험, 그걸 통해 느끼는 성취감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몸이 변하는 것도 물론 기뻤지만, 그보다 더 값진 건 '나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되는 경험'이었어요.
이런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학생일 때에는 평가받을 수 있는 기준이 많지 않다 보니 외모가 최상위 가치로써 여겨지곤 합니다.
저도 그랬고, 많은 친구들이 그로 인해 자신감을 잃거나 자존감을 낮게 갖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에서 강조하듯이 껍데기보다는 내면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성취에서 나오는 가치, 사람의 인성에서 나오는 인격적 가치 등 정말 다양한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최근 들어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입학 이후
입학 후, 저는 다양한 활동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먼저 해보고 싶었던 것은 ‘과대표’였습니다. 입학 전부터 많은 분들이 과대표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오히려 그 말들이 저를 더 끌어당겼습니다.
'정말 그렇게 힘들기만 한 일일까?'
궁금했고,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결국, 지원자는 저 혼자뿐이었고, 무사히 과대표로 선출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과잠을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학과는 로고만 정해져 있고, 색상은 투표를 통해 정하는 방식이였습니다.
수십 명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디자이너분과 여러 차례 수정 작업을 거치고, 엑셀로 투표 결과를 정리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쉬지 않고 이틀을 매달려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기에 미숙한 부분도 있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했던 저에게는 이 역할이 꽤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과대표로서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전이였다면 누군가 쉽게 해결해주었을 일들을 직접 부딪히며 배워가는 과정,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025/2/25) OT조가 모이는 장소인 건물 앞으로 가자, 낯선 얼굴들이 가득했습니다.
서로 어색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다행히도 좋은 분들이 조에 배정되어 금세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가벼운 대화가 오가며 긴장이 풀렸고, 어색했던 분위기도 점차 부드러워졌습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순간, 드디어 실감이 났습니다.
'아, 정말 내가 약대생이 되었구나.'
(2025/3/6) 개강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약학대학의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오랜 시간 꿈꿔왔던 공부를 할 수 있는 곳, 그 안에 가득한 전공 서적들.
그 사이에 서 있으니 마치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인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혼자 남은 도서관에서 오글거리는 인증샷까지 남기고 말았습니다.
도서관을 나서던 길, 우연히 부학생회장 선배님과 각 국장 선배님들을 만나서 식사를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높은 분들’이라는 생각에 긴장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긴장이 풀렸습니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함께한 식사, 그리고 짧지만 깊었던 대화.
덕분에 조금 더 이곳에 스며든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2025/3/12) 약학대학에는 총 8개의 동아리가 있습니다. 저는 욕심껏 모든 동아리에 가입 신청을 했고,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을 끌었던 것은 춤 동아리였습니다.
사실 저는 타고난 몸치였습니다. 춤이라곤 제대로 춰본 적도 없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언젠가 꼭 도전해보고 싶던 일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발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춤을 추는 순간들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박자를 놓쳐도, 이상하게도 계속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배님들께서 '처음치고는 꽤 잘한다'고 격려해주신 것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그 말씀이 진심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따뜻한 말 한마디 덕분에 더욱 춤에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2025/4/1) 얼마 전, 여자 동기 한 명이 흥미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생활 자체에 큰 관심이 없었기에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는데, 4월 1일 만우절이 되면 많은 대학생들이 다른 학교의 과잠을 입거나, 학창 시절 교복을 꺼내 입고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듣자마자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단톡방에 투표를 올려 동기 피크닉과 동기 회식을 추진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피크닉을 가는 건 제게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습니다.
치킨, 피자, 음료를 3일 정도 사전에 단체 주문해두고, 당일엔 40분 먼저 나와 음식을 찾아오고, 돗자리를 미리 준비하는 것까지.
이 모든 준비 과정이 낯설었지만, 그만큼 새로웠고,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동기들과 함께한 시간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런 많은 활동들은 다시금 제게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인간의 신경 세포 중에는 ‘거울 뉴런’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 신경 세포는 타인의 행동이나 감정을 마주할 때, 우리도 모르게 그것을 따라 하거나 공감하도록 만들어줍니다.
여러분이 멘토들의 글을 읽으며 대학 생활에 대한 로망을 품고, 그들의 멋진 이야기에 감탄하며 가슴이 뛰는 순간—
그것이 곧 동기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비록 화면 너머에서 마주하고 있지만, 여러분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추신. 댓글로도 괜찮고, 이메일로도 좋습니다.
고민이 있다면 상담 요청 해주시고, 칼럼의 주제도 추천해주세요.
아래는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 likewoer@gmail.com
한양대
황인찬 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