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매일 조금씩 짙어집니다.
바람은 더는 시원하지 않고
마치 태양의 숨결처럼 후끈합니다.
시간은 멈춘 듯 더디고
지금 이 계절은 유난히 무겁고, 덥고, 지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여름의 끝에도
언젠가는 찬 바람이 다시 불겠죠.
그리고 그 바람을 맞이하는 순간
우리는 문득 생각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더웠던 계절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무엇을 붙잡고 하루하루를 걸어왔는지 말이에요.
뜨거운 공기 속에서 식어가는 의지를
다시 붙들고 살아낸 시간들.
때로는 흔들리기도, 지치기도 했지만
끝끝내 그 자리를 버티며 견뎌낸 우리.
지금 우리가 흘리는 땀과, 쏟아붓는 마음이
훗날 불어올 찬 바람 속에서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거라 믿습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11월이 다가오면,
우린 어디쯤 서 있을까요?
수험생 라디오, 류성준입니다.
이번 회차 이** 학생의 고민입니다.
저는 하루하루 동기부여를 하면서, 일종의 ‘폭발력’으로 공부하는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어떤 날은 정말 열심히 몰입해서 공부하다가도, 그 다음 날은 집중이 잘 안 되고 흐트러질 때가 많아요.
매일 꾸준하게 공부하는 습관이 부족한 것 같아서
그게 스스로 많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사람마다 공부 스타일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저는 하루하루 집중력이나 순공 시간이 너무 들쭉날쭉해서
그걸 조절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 점들이 쌓이다 보니 점점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이 고민에, 문득 제 이야기를 겹쳐보게 됩니다.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땐 모든 게 선명했습니다.
무엇을 위해 이 길을 가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내 안에 꽤 또렷한 그림이 있었습니다.
계획표를 세우는 일도
새로운 개념을 알아가는 일도
하루를 채우는 그 모든 과정이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으로
늘 마음속에 있었죠.
그때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감각보다
“나는 지금 나아가고 있다”는 실감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감정이 흐릿해지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교재도, 자습실 책상도
그리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고
하루를 채우는 시간들이
점점 비슷하게 흘러가기 시작하죠.
예전처럼 뜨겁지 않고
가슴 뛰는 마음도 사라진 것 같을 때
우리는 그 빈자리를 불안으로 채우곤 합니다.
그런데
그건 식은 마음이 아니라
익숙해진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감정이 처음 같을 순 없어요.
뜨거운 열정이 지나간 자리에는
조용한 의지가 남습니다.
그게 어쩌면, 더 단단한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득 ‘관성’이라는 개념을 떠올려봅니다.
관성이란
움직이던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고
멈춰 있던 물체는 그대로 머물려는 성질.
처음엔 힘이 듭니다.
가만히 있던 물체를 움직이려면
초반엔 많은 힘이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다음은 생각보다 덜 힘들죠.
움직임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리듬을 만들고
그 리듬이 우리를 끌고 갑니다.
감정보다 먼저 몸이 움직이고
의지가 없어도 루틴이 자리를 잡아줍니다.
그래서 말하고 싶어요.
열정이나 동기는 처음엔 힘이 되지만
오래 갈 수 있는 힘은 아닙니다.
그건 소모되는 자원이에요.
계속해서 그것에 의존하면
결국 지치고 마르게 됩니다.
그러니 며칠만
하루 루틴을 정해놓고 따라가보세요.
기분이 어쩌하든
동기가 있든 없든
그냥 정해둔 시간에 일어나고
앉기로 한 자리에 앉아
해야 할 것을 하는 것.
처음엔 버거워도
그 반복의 무게가 쌓이면
점점 덜 힘들어집니다.
그게 습관이 되고
어느새 관성이 되어
하루를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하루를 살게 됩니다.
“매일은 닮아 있지만,
그 안에서 자라는 마음은 결코 같지 않다.”
익숙한 날들이 쌓여
우리는 어느새 다른 사람이 되어갑니다.
예전처럼 떨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설레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까요.
누군가를 오랫동안 바라보는 일처럼
같은 자리에 오래 머무는 일에도
말로 다 담기지 않는 애정이 숨어 있습니다.
특별한 하루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지금 이 순간을 견디고
오늘이라는 반복을 또 한 번 채워낸다면
그건, 처음의 나보다 더 단단한 내가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지금 내가 반복하고 있는 이 하루가
언젠가 가장 빛나는 기억이 될지도 모르겠죠.
…익숙한 나날들 속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닮아가고 있는 걸까요?
벌써 6월입니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갔다는 말이,
참 이상하게도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이렇게 흐르는 동안
나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고
눈에 띄는 성과도 아직은 보이지 않아서
괜히 지난 날들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다그치게 되기도 해요.
그런데 조용히 앉아,
내가 이룬 것들을 하나하나 적어보면
의외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작은 루틴을 지켜낸 날
스스로를 이겨낸 하루
포기하지 않고 이어나간 시간들.
우리는 매일의 나를 보고 있으니까
그 점진적인 변화가 낯설지 않고
때론 변화가 없는 듯 느껴질 뿐이죠.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도 나는 계속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라디오를 매주 쓰면서
그 사실을 더 자주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한 주를 돌아보고
내 안의 생각들을 꺼내어 정리하며
누군가에게 조언을 건넬 수 있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올해 내가 가장 잘한 일을 하나 꼽자면
목표달성장학생을 신청했던 순간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아마 그 마음이 이 라디오의 시작이었고
지금의 나를 이끌어온 작은 불씨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처음의 열정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시간.
이제는 마음이 차분해졌고
더디지만 단단하게 나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그래서 이번 고민도 그 지난 라디오 내용과 이어지는 이야기로 꺼내보고 싶었어요.
당신의 오늘이
작지만 깊은 뿌리를 내려
앞으로의 시간을 흔들림 없이 지탱해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하루들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걸 이뤄내고 있는 걸까요?
오늘의 추천곡은 APRO (feat. wave to earth)의 To us 입니다.
웨어스를 좋아해서 그런지
어느새 추천하는 노래들도 자연스레 웨어스의 음악으로 채워지는 것 같아요.
이 곡은 흐린 날씨에 유독 잘 어울리는 곡인데
오늘같이 잔잔하고 눅눅한 하루에 듣기 참 좋습니다.
좋아하는 음악 한 곡이 공부로 바쁜 하루에도 작은 쉼표가 되어주잖아요.
잠깐이라도, 그 노래가 마음을 덜 무겁게 해주길 바라며 오늘 이 곡을 추천합니다.
이번 주의 명언은
Albert Camus의 글에서 골라보았습니다.
“In the depth of winter, I finally learned that within me there lay an invincible summer.”
– Albert Camus
“한겨울의 한가운데서, 나는 내 안에 꺼지지 않는 여름이 있음을 마침내 깨달았다.”
지치는 시기에도
우리 안에는 여전히 따뜻하고 강인한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그건 열정이 아닐 수도 있고 특별한 각오도 아닐지 몰라요.
그저 매일을 살아내는 조용한 힘일지도 모르죠.
그 여름은, 지금도 여러분 안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을 거예요.
이번 주도 잘 해내고 있는 여러분,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다음 방송에서 또 만나요.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은 라디오를 이어가는데 큰 응원이 됩니다!
다음 방송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고민이나 사연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
원래의 고민은 국어 공부법과 관련된 것이었는데요, 이 내용은 곧 업로드될 국어 공부법 칼럼에서 자세히 다뤄보려고 합니다. 대신 이번에는 이전 라디오 내용과 흐름이 이어지는 또 다른 고민으로 구성해보았어요.
오늘도 함께 파이팅입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