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캠페인

짧은 편지

이름 : 장윤정  스크랩
등록일 :
2025-06-28 07:25:21
|
조회 :
7,843
안녕하세요.
21기 목달장 장윤정입니다.
6월도 다 가고 여름의 한가운데를 향하고 있죠.
다들 잘 지내셨나요?

칼럼을 작성하기 전 많이 고민합니다.
여러분께서 귀한 시간을 들여 읽어주시니까요.
이곳은 사적인 SNS가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지양했지만, 오늘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편지라고 생각해 주세요.

요즘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데요 ㅎㅎ (인스타 스토리를 읽은 조원들: 헉 아닌 거 같은데;)
잘못된 식습관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체중 변화가 굉장히 심한 편입니다.
50kg에서 최고 몸무게 120kg을 찍고 60kg까지 감량, 작년 수능을 준비하며 다시 20kg가량 쪘습니다.
살이 많이 쪘을 때는 '원래 모습'을 알던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현재의 나를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과거의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때마침 공부도 완전히 놔버려서 졸업 후 한동안 정말 히키코모리로 살았습니다.
원래 강박적으로 공부했었거든요.
어느 정도였냐, 중학교 영어 시험 전날이면 100점을 받을 수 없을까 봐 불안해서 밤을 새웠습니다.
'혹시 컴퓨터 사인펜이 인식 안 되면 어쩌지?'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며 ..
이러한 속사정 주변 사람들도 잘 모릅니다.
가족의 일이라 여기 적지 않은 사실도 있어 개연성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건 그렇게 중요치 않습니다. 제게 있어 작은 핑곗거리가 될 순 있지만 어쨌든 그런 삶을 살기로 결정한 것도, 행한 것도 다 저니까요. 사실 .. 무엇보다 살면서 겪는 모든 일에 명확한 인과는 없다고 생각합니다ㅎㅎ)

아무튼 얼마 전까지 마음에 흠집 없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그 시절을 열심히 포장했습니다.
히키코모리 후기에는 여행도 많이 다니고 했으니까요.
그럼, 나름 전기와 후기는 어떻게 나누어지냐고 물으실 수 있는데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지금, 계기가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분명 당시에는 울림이 큰 일이었을 텐데 말이죠 ㅎㅎ .. 
반대로 그 당시 변화를 눈치채진 못했습니다.
한차례 정리된 지금에서야 대략 이쯤부터 새로운 취미를 만들었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구나, 돌아볼 수 있게 되었죠.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시간이 약인 것 같습니다.
불과 몇 년 만에 인생의 전환점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이렇게 추억할 수도 있으니까요.

여러분 중 시험에 대한 압박 등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 힘든 시기를 보내시는 분이 계실 것 같습니다.
혹은 공부한 만큼 실력이 오르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서 올해는 연습으로 삼고 내년을 준비하고 싶으실 수도 있습니다.
글을 올리는 오늘 기준 수능까지 139일 남았습니다.
지난 1월 가장 괴로웠던 일은 무엇인가요? (N수를 시작하게 된 것 빼고요 ㅎㅎ .. 그것은 현재도 영향이 있으니까요)
잘 기억나지 않으시죠.
마찬가지로 150일 뒤, 180일 뒤에는 어제오늘의 구체적인 괴로운 일 떠오르지 않으실 겁니다.
200일 뒤에는 수험생활 고생했지, 정도의 감흥만 남을 거고요.
어쩌면 재수학원에서 만난 친구들과 그 시절을 추억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139일, 변화를 불러오기에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재작년 40kg을 감량하는 데 3월 중순부터 8월까지, 대략 140-150일 정도 걸렸습니다.
수능은 학문적 탐구라기보단 대학 입학을 위한 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1년을 채우지 않으셔도 최선을 다한다면 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N수생분들은 이 시기가 실패의 연장선처럼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공하면 성취의 경험으로 남게 됩니다.
무언갈 성취해 본 기억은 여러분 속에 자리 잡고 앞으로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단단히 지탱해 줄 것입니다.

더 이상 그 시절을 포장하지 않는 이유는 많습니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하나 말씀드리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저는 가장 친한 친구들과 생일이 하루 차이 나는데요.
그중 한 친구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10년 넘게 함께 생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21살 생일,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은 왜 만나지 않냐고 물어보기에 숨김없이 답했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지 못했고 살도 많이 쪄서 남들이 알던 내가 아니기 때문에 부끄럽다고요 .. 그리고 속상하다고 했습니다.
(돌아보면 편협한 생각이죠. 삶의 형태는 다양한데)
그러자 친구가 그럴 것 없다며 위로해 주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경험이고 덕분에 더 많은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요.
평생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는 여러 감정과 상황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시간을 버린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대학에 오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 비슷한 맥락에서 그때의 저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또 재수를 포함한 .. 힘든? 일들 모두 경험으로 치부하게 됐어요.
최근에는 대학에서 B 받은 것도 경험이야 .. 하는 중입니다.

이번 편지는 최근 비도 자주 오고 그래서 .. 혹시나 우울하셨을 수도 있으니까 ㅎㅎ 격려의 의미로 적어본 것이었는데 제가 서툴러서 이 마음이 잘 전달되지 않을 것 같네요.
앞서 과거를 이야기한 것은 공감 혹은 연결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주는 위로가 있으니까요.
재미있게 적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여러분의 매일을 응원합니다.

윤정

  • 화이팅
멘토

이화여대

장윤정 멘토

  • ■ 이화여자대학교 호크마교양대학 25학번
  • ■ 정시 전형
  • ■ 제 21기 목표달성 장학생
  • 1년의 항해, 여러분의 모든 여정에 함께합니다!
  • #기숙학원 #국제고 #공백기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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