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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험생라디오
- 등록일 :
- 2025-11-10 23:45:19 |
- 조회 :
- 256
안녕하세요, 수험생 라디오 류성준입니다.
어느덧 수능이 꼭 이틀 앞으로 다가왔네요.
차가운 바람의 끝에 우리가 그토록 달려왔던 하나의 목적지가 보입니다.
4월 5일, 낯선 이름으로 첫 글을 쓴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곱 달이 훌쩍 흘러버렸습니다.
그때는 아직 쌀쌀함이 남았지만 분명히 캠퍼스에 벚꽃이 흩날리던 봄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모두가 지치기 쉬운 뜨거운 여름, 맑고 높은 가을 하늘 아래 잠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이제는 첫눈을 기다리는 겨울의 문턱, 그 앞에 함께 서 있습니다.
사계절을 꼬박 함께한 셈이네요.
그렇게 여러분과 함께한 일곱 달의 여정도 이제는 끝을 향해 걷고 있습니다.
마지막 라디오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는다면 좋을까요.
평소보다 훨씬 오래 생각에 잠겼습니다.
돌아보면 이 시간이 제게 참 많은 것을 남겼습니다.
그 무게를, 그 온기를, 그 배움을 어떻게 다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목표달성장학생’
모든 것의 시작은 그 단어였습니다.
처음엔 그저 장학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떤 거창한 뜻이나, 누군가를 돕겠다는 사명감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기숙학원에서의 단조로운 생활, 공부가 유난히 하기 싫을 때면 습관처럼 들어와 보던 그 탭에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어쩌면 조금은 계산적인 마음으로 지원했을 뿐이었죠.
그때의 저는, 제 이름 석 자와 제 글 몇 줄이 누군가에게 가닿아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첫 글을 쓰게 되었고, 그 다음이 바로 ‘4월 2주 수험생 라디오’였습니다.
처음의 방향은 단순했습니다. 제 지난 수험생활의 기억을 더듬어 지금 이 지난한 시기를 지나고 있을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말을 건네는 것.
이미 그 길을 걸어본 사람으로서 ‘이 또한 지나간다’는 흔한 위로를 전하는 것. 그저 그것뿐이었습니다.
첫 글이 올라갔을 때, 설레는 마음으로 댓글 창을 새로고침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는 말, 고맙다는 말, 다음 주가 기다려진다는 말. 그 몇 줄의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화면 속의 텍스트가 아니라 따뜻한 온기를 가진 목소리처럼 제 마음에 스며들었습니다.
매주 월요일, 글을 쓰는 시간이 제게도 하나의 약속처럼 자리 잡은 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고민 한 글자 한 글자에 담긴 불안과 희망을 느끼며 자연스레 작년의 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 모습을 위로하고, 다시 한 번 다짐을 다지고 그리고 지금의 여러분께 조금 더 나은 말을, 조금 더 진심 어린 문장을 전하고 싶어 책을 읽고, 문장을 고치고, 몇 번이고 다시 써 내려갔습니다.
그 과정이 제게도 가장 큰 배움이었습니다.
무엇을 배웠느냐 물으신다면 저는 '진심의 무게'와 '연결의 온기'를 배웠다고 답하겠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쓴다는 행위가 결국에는 저 자신을 향한 가장 깊은 성찰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의 여러분이 부럽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그 치열한 떨림이 부럽습니다.
무언가를 위해 그렇게나 모든 것을 걸고 진심이고, 긴장해본 지가 벌써 일 년이 지났습니다.
지금의 저 또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설렘도 있지만 작년 이맘때처럼 제 모든 것을 걸고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던 그 순수한 열기는 조금 옅어졌습니다.
앞으로의 제 인생에 그런 순간이 또 올까,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그래서 이 라디오에 더 마음을 쏟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의 그 뜨거운 진심 곁에 머무르며 제가 잃어버린 온기를 다시 채우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지금 그 떨림이, 그 긴장이, 그래서 저는 부럽고 또 그리워집니다.
돌이켜보면 수험생 라디오는 지난 일 년간 제가 해온 일 중 가장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지난 십 년, 어쩌면 제 인생 전체를 돌아봐도 그럴 겁니다.
저는 꽤 계산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제 시간과 노력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니는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지를 따지곤 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대가 없이 시간을 쓰는 일은 늘 어렵다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라디오를 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보람’이라는 감정은 그 어떤 계산도 무력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 어떤 대가보다도 더 크고 단단하게 마음을 채운다는 것을.
이 시간이 저를 바꾸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쓰는 일, 그 단순하고도 순전한 행위가 얼마나 큰 의미를 품고 있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라디오는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라디오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수많은 마음과 닿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중한 인연을 얻었습니다. 그 만남이야말로, 이 모든 시간의 끝에 남은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 동기들과 인사를 나눌 때마다 거의 항상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과외생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처음엔 그저 쑥스럽고 부끄러워 “아, 그랬구나” 하고 자연스레 넘겼지만 언젠가부터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습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수험생 라디오’라는 이름과 함께 제 이름이 남아 있었다는 게 조용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의예과 류성준.’
이 짧은 문장 속에서 저는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성균관대학교라는 이름, 그리고 그 안의 한 학생으로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제가 남긴 글과 말, 그리고 태도가 누군가에게 학교를 떠올릴 때 함께 기억된다면 그건 제게 너무나도 큰 영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진심으로, 더 신중하게 쓰고 말하고 행동하려 했습니다.
어쩌면 수험생 라디오는 저를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를 단지 한 명의 의대생이 아니라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으로, 조금 더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만들어주었으니까요.
수험생 라디오 덕분에 올해의 첫 학기를 방황 대신 행운으로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대학 생활, 어쩌면 저도 그 시기, 남들처럼 바쁘게 학교를 다니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허우적였다면 과연 이렇게 한 글자 한 글자에 마음을 담을 수 있었을까요.
수험생 라디오는 제 하루의 리듬이었습니다.
일상은 1년 전과 또 다르게 빠르게 변했고 다음 단계를 향해 달려가던 시간 속에서 저는 매주 월요일, 글을 통해 한 번 더 숨을 고르곤 했습니다.
그 짧은 멈춤의 시간이 제게는 명상의 시간이었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 덕분에 저는 조금 더 성찰적인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올 한 해를 생각하면, 참 많은 일들이 스쳐갑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위에 가장 선명하게 놓인 단어는 ‘행운’입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일들을 했으며, 좋은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냈습니다.
특히, 수험생 라디오를 통해 이어진 인연은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이자, 한 해를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인생의 많은 일들이 그렇듯, 이 만남 또한 4월의 어느 날, 우연처럼 찾아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운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라디오는 막을 내리지만, 그 인연과 이 시간들은 아마 오래도록 제 안에 남아 있을 겁니다.
다정한 흔적으로 남아 저를 지탱해줄 것입니다.
이 길의 끝에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수능 이후에도 면접이나, 대학 생활, 책 추천, 혹은 예비 수험생을 위한 칼럼을 꾸준히 작성하려 합니다.
하지만, 2025년의 입시를 함께했던 대다수의 여러분과의 인연은 아마도 올해를 끝으로 이곳에서는 마무리되겠지요.
여러분의 건승을 빕니다.
저도, 다음에는 이곳, 수험생의 공간이 아닌, 여러분이 꿈을 이룬 또 다른 멋진 곳에서 뵐 것이라고 믿습니다. 어쩌면 제 대학 후배로, 혹은 각자의 분야에서 빛나는 모습으로 만나게 되겠지요.
저는 이 7개월의 시간을 단순한 목표달성 장학생 멘토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게는 언젠가 다시 만날 소중한 인연을 얻은 시간이었고, 제 인생의 포트폴리오에서도 가장 빛나는 한 줄이 될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오늘이 수능 전 여러분께 드리는 마지막 라디오입니다.
7개월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이 글에, 쑥스러운 말이지만 마지막 부탁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지난 7개월간 제 글이 여러분의 수험생활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다면, 잠시나마 위로가 되었다면, 떠나시기 전에 추천을 눌러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제게서 위안을 받았다는 그 사실 자체가, 제게는 그 어떤 것보다 큰 보람이고, 이 여정을 잘 마무리지었다는 따뜻한 마지막 선물이 될 테니까요.
그리고 수능 당일, 여러분이 시험을 마치고 교문을 나오기 전, 마지막 칼럼 하나가 더 업로드되어 있을 겁니다. 들려드리고 싶었지만, 공부와는 상관이 없어 적지 못했던, 정말로 하고 싶었던 제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제 개인 블로그에는 가끔 독후감도 작성하고, 의대생으로서의 일상도 적어보곤 합니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 생활이나, 혹은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다음 글에 블로그 주소를 남겨두도록 하겠습니다.
또, 수능이 끝나고 느낀 점, 자랑하고 싶은 점, 혹은 그저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면, 언제든 마지막 글에댓글을 남겨주세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러분이 남겨주신 모든 마음을 하나하나 읽고 답장 드리겠습니다. 수능을 마치고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잠시 들러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은 바람이 있다면, 내년에도 이 '수험생 라디오'를 저의 진심을 이어받아 계속 연재해 주실 다음 학생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분명 그분에게도 저와 같은, 혹은 저보다 더 큰 행운과 보람이 될 테니까요.
이제 곧 새로운 해가 찾아오겠지요.
그때의 저는 또 다른 길 위에 서 있겠지만, 라디오를 통해 나누었던 진심만큼은 오래 남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틀 뒤, 여러분의 오랜 여정이 끝이 납니다.
지난 7개월간 저는 여러분을 응원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여러분과 함께 걸었습니다.
여러분의 고민을 읽으며 저 또한 제 길을 확인했습니다.
모든 만남이 영원이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는 없겠지요. 영원은, 영원이라는 단어에만 깃들어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때로는 아쉬움이라는 옅은 얼룩으로 남아야만 비로소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모든 조각이 완벽히 맞춰진 퍼즐은 이내 잊히지만, 한 조각이 비어 있는 그림은 우리를 오래도록 그 앞에 머물게 합니다.
그 빈자리가 바로 그리움이 머무는 공간이기에, 우리는 그 시간을 더 애틋하게, 더 소중하게 추억하게 됩니다. 그 아쉬움이 그 시절을 가장 빛나게 붙잡아 둡니다.
그럼에도 이별은 누구에게나 몇 번을 겪고 나서도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 법도 하건만 이 감정은 겪을 때마다 늘 처음처럼 낯설고 아픕니다.
어쩌면 모든 만남이 저마다의 고유한 빛깔과 소리를 지녔기 때문일 겁니다. 수백 번의 헤어짐을 경험했어도 지금 이 사람과의, 이 시간과의 헤어짐은 난생처음 겪는 일이기에.
그렇게 우리는 또 한 번 서툰 손을 흔듭니다.
행복하세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괜찮습니다.
다 괜찮을 겁니다.
한 해동안 여러분에 곁에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수험생 라디오, 류성준이었습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Goodbye
- 사랑합니다
- 그리고
- 감사합니다
- 넌강해졌다
- 돌격해
성균관대
류성준 멘토
- ■ 성균관대학교 의예과 25학번
- ■ 정시 전형
- ■ 제 21기 목표달성 장학생
- 흔들리는 마음에 작은 쉼이 되고 싶은, 류성준입니다.
- #반수 #감성충전 #INTJ #수험생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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