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메가스터디 목표달성 장학생 21기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치의학과 25학번 유준헌입니다.

지난번 '평범함의 발자국'이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찾아뵌 이후 약 1달만에 다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당시 많은 분들께서 칼럼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해주셨고, 많은 고민과 이야기들을 댓글로 남겨주셨는데, 일일히 답변을 달아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6모를 앞두고 있는 지금, 여러 고민을 가지고 계실 여러분들을 위해 이번 글에 대한 댓글들은 모두 하나씩 정성스럽게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방학 이후 여유가 있어질 6월부터는 조금 더 주기적으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하는데, 관련해서 추천해주실만한 주제가 있으시다면 편하게 답글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칼럼의 제목은 저의 세 번째 Replay : 꿈과 책과 힘과 벽 - '주저하는 당신들을 위해'입니다. 가볍고 밝은 대학 생활을 주제로 찾아뵙고자 했으나, 긴장과 불안, 깊은 고민을 가지고 6모를 앞두고 계실 지금 저 역시 그 깊이에 공감하며 누군가에겐 위로를, 누군가에겐 동기 부여를 줄 수 있을만한 글로 먼저 인사드리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잔나비'라는 가수를 아시는 수험생 분들이라면 제목과 부제 모두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드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캠퍼스를 걷던 도중, '꿈과 책과 힘과 벽'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듣는데, 노래의 제목과 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꿈을 향해 수많은 고민과 도전의 과정을 거친 저의 고교 생활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 제목을 빌려 3번째 Replay를 작성해보고자 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의 작은 몸짓이 6모를 앞두고, 또는 수능이라는 더 큰 무대를 앞두고 주저하실 여러분들께 깊은 울림으로 닿기를 바라며 세 번째 Replay 지금 시작합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저는 명확한 꿈 없이 ‘어떤 분야든 최고가 되자’는 막연한 다짐만 품고 있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의사가 되고 싶다”, “교수가 되고 싶다”고 구체적인 꿈을 이야기할 때도, 저는 목표가 아니라 태도에 가까운 말을 반복하고 있었죠. ‘일단 서울대학교에 가자’, ‘뭘 하든 최고가 되자’. 그게 저의 시작이었습니다. 목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떤 미래를 상상하든 그것이 실패하지 않기를 바랐던 겁니다. 뚜렷하지 않지만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 마음이 저를 책상 앞에 앉게 했습니다.

하지만 수시를 준비할 즈음,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 ‘무엇을 탐구할지’를 묻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제게 더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게 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 물음은 단순히 입시를 넘어서 제 삶의 방향을 묻는 질문처럼 느껴졌고, 저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제 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 마음속에 그려두었던 여러 장래희망들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이때 분야는 달랐지만 묘하게도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저는 늘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그 ‘도움’이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이과 계열에서 공부를 해오며 과학과 수학에 흥미를 느껴왔고, 동시에 인문학적 질문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았던 저는 자연스럽게 의료 분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의료는 인간의 몸과 마음을 가장 직접적으로 다루는 분야이자, 실질적 도움을 가장 체감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다양한 의료 직종 중에서, 가장 먼저 제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치과의사라는 직업이었습니다. 그 선택은 단순히 성적에 맞춰 결정된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기억과 성향, 그리고 가치관이 맞물린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어릴 적 저는 손으로 무언가를 세밀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작은 블록을 조립하거나, 정교하게 필기하는 것에서 묘한 성취감을 느꼈죠. 그리고 남들보다 발치가 늦었던 탓에 꽤 오랫동안 치과를 다녀야 했는데, 그 공간이 낯설기보다 오히려 익숙하고 안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그 기억들을 떠올리며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은 점차 ‘선택지’가 아닌 ‘정체성’처럼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의사와 치과의사를 비교하는 시선이 흔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제게는 애초부터 그 두 직업이 같은 선상에 놓여 있지 않았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치과의사를 꿈꿨습니다.

막연했던 꿈은 시간이 흐르며 점점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수시 활동을 준비하면서도, 탐구 주제를 고를 때도, 생활기록부에 한 줄을 남길 때도, 저는 언제나 이 꿈을 중심에 두었습니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을 거치며 저는 점차 ‘치과의사’라는 꿈과 닮아갔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 길이 저를 설명하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선명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고민하고, 그 방향으로 성실하게 나아간다면, 꿈은 언젠가 삶의 중심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저에게 그랬던 것처럼요.

수험생활을 시작하며 저는 한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공부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하는 것.’ 공부는 매일 달라지는 감정에 따라 흔들리기보다, 일정한 흐름 속에서 누적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계획에 따라 움직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하루치 계획을 세우고, 일과를 시작하기 전 그걸 다시 확인하고, 성취한 일은 체크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감정의 기복이 들이치는 날에도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결국 나를 지켜내는 공부 방식이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는 늘 한 달 단위의 계획표를 만들었습니다. 달력처럼 생긴 표를 책상 앞에 붙여두고, 하루하루의 목표를 손으로 지워가며 공부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저는 단순한 성과뿐 아니라, 작은 약속을 지켜나간다는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계획표는 숫자나 과목을 적어두는 도구가 아니라, 불안할 때마다 다시 중심을 잡게 해주는 기준이었습니다. 완벽하게 지키지 못하더라도, '이걸 해내야 한다'는 긴장감과 '해내고 있다'는 안도감을 번갈아 안겨주었습니다. 공부를 잘했는지가 아니라, 공부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확인받는 방식이었습니다.

공부 시간 자체에 대한 기준도 엄격하게 세웠습니다. 저는 식사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은 공부에 써야 한다고 결심했고, 처음엔 그 결심을 실천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단 10분이 너무 길게 느껴졌고, 집중이 무너지는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저는 ‘지금 이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책상 앞에 앉은 시간이 쌓이며 어느 순간부터는 이 생활이 자연스럽게 제 일상이 되었고, 남들보다 10분 먼저 앉고 10분 늦게 일어나는 루틴이 당연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모인 시간이 결국 제 공부를 만든 힘이었습니다.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가장 큰 신념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이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타고난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 보는 개념도 빠르게 이해하고, 반복하지 않아도 정확히 기억해내는 사람들. 저는 그런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보단, 저에게 주어진 무기 '누구보다 노력할 수 있는 힘'에 몰두하기로 했습니다. 그들과 나를 비교하기보다는, 내가 공부에 들인 시간을 정량적으로 확인하면서 자존감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그들이 가진 실력을 진심으로 존중하면서도, 나 역시 그만큼의 시간을 들였다는 사실 하나로 스스로를 붙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게 쉬웠던 건 아닙니다. 집중이 흔들리는 날, 공부가 의미 없게 느껴지는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날에도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그 삶이 ‘당연한 나’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는 점이 저에게는 가장 큰 성취였습니다. 특별하거나 비범한 방식은 없었습니다. 다만 하루하루를 꾸준히 지켜내는 평범한 방식으로, 저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공부는 결국 성적 이전에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고, 저는 그 싸움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졌습니다. 그게 제가 지금도 공부를 의미 있게 기억하는 이유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저에게 가장 큰 좌절은 공부 그 자체가 아니라,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컨디션으로 무너졌던 시험이었습니다. 당시는 월드컵 시즌이었고, 남고인 우리 학교 역시 축제처럼 들떠 있었지만 저는 자습실에 남아 꿋꿋이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단 한 경기도 보지 않고 시험에 집중했던 그 시기, 시험 당일 이상할 정도로 몸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분명히 복습했던 개념이 기억나지 않았고, 손은 덜덜 떨렸고, 실수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날 밤 갑작스럽게 고열과 두통이 몰려왔고, 결국 기숙사 사감 선생님의 차를 타고 응급실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손에 쥔 채 병원에 도착했지만, 이미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습니다. 당장 다음 날 시험이 남아 있었기에 진통제를 맞고 새벽 1시에 기숙사 격리실로 돌아갔지만, 이틀간 이어지는 시험에서 저의 컨디션은 바닥이었습니다. 평소보다 훨씬 더 열심히 준비했던 시험이었기에 상실감은 더 컸고,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저는 그 학기의 내신에서 수험기간 전체를 통틀어 가장 낮은 성적을 받았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은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계획을 지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저에게 이 경험은 '계획이 무너졌을 때 나는 어떻게 버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처음 던지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실패가 저를 무너지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때부터 조금 더 악착같이, 조금 더 독하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컨디션이 무너졌다는 사실이 분명했지만, 저는 그걸 내세워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시 시험을 잘 본 친구들 중에는 저보다 더 안 좋은 건강 상태였던 경우도 있었고, 그들의 존재는 오히려 제가 어떤 태도로 공부해야 하는지를 말없이 가르쳐주었습니다. 결국 저는 선택했습니다. ‘다음엔 아무리 몸이 아파도 시험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사전에 완벽하게 준비하자.’ 그렇게 제 공부의 태도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건강을 더 챙기고 공부 시간을 줄이는 방식은 저에게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철저하게 계획을 짰고, 반복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당시의 저를 돌아보면 무모하고 독기 있었지만, 그 시절의 독함이 지금의 저를 만든 건 분명합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분명 있었습니다. 억울했고, 허무했고,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실패를 감정으로 덮는 대신 실패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끝없이 고민했습니다. 그 감정의 끝에서 저는 조금 더 단단해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기의 저는 ‘잘하는 공부’보다 ‘지속 가능한 나’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절망은 단지 시험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그 시험을 둘러싼 나의 태도를 다시 묻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그 실패가 저를 바꿨고, 이후 2학년 내신에서는 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큰 위기가 아닐 수도 있었지만, 저에게는 처음으로 '내가 무너졌을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하는가'를 경험하게 해준 시간. 저는 그 질문 앞에서 도망치지 않았고, 그게 지금도 제가 공부를 기억하는 방식입니다.

수능 전날, 저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공부했습니다. ‘마지막 날은 쉬는 게 좋다’는 말도 있었지만, 저는 끝까지 제 방식대로 가고 싶었습니다. 연등이 허용된 시간인 밤 11시 반까지 남아 마지막 정리를 마쳤고, 자습실 불이 꺼질 때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이 학교에서 하는 마지막 공부였고, 그 순간만큼은 제가 지금까지 이 길을 얼마나 진심으로 걸어왔는지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싶었습니다. 침대에 누웠을 때, 머릿속에는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들이 쭉 스쳐 지나갔고, 저는 그걸 마치 스스로에게 건네는 다짐처럼 정리했습니다. “잘해왔고, 잘할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저는 잠이 들었습니다.

수능 시험 당일, 저는 신기하게도 거의 긴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수없이 시뮬레이션하고 떠올렸던 그 장면들이 실제로 닥쳤을 때, 몸은 이미 스스로의 루틴대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행동강령처럼 새겨둔 원칙들을 떠올릴 필요조차 없을 만큼, 그 모든 훈련들이 제 안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나름의 만족스러운 시험을 마쳤고, 예상보다 더 좋은 성적을 얻었습니다. 제가 봐왔던 평가원 모의고사 중 가장 높은 성적이었고, 그것이 제 수험생활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해주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날은 수시 일반전형 1차 합격자 발표일이었습니다. 저는 서울대 치의학과를 1지망으로 넣었고, 주위에선 당연히 붙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정작 저는 수능을 정시의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최저학력기준이 없다고 해도, 마음 한편으로는 ‘결국 수능으로 내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악착같이, 묵묵하게 수능만을 바라보고 공부해왔습니다. 고사장을 나와 발표를 확인했을 때, 합격했음을 담임선생님께 전해들었고, 저는 그제서야 그간의 긴장이 풀리며 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그 길은 끝내 당당한 최종 합격으로 이어졌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저는 수석 입학이라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면접날은 제 생일이었고, 최종합격 발표일은 저희 고등학교 졸업식이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중요한 날들과 함께 맞물린 결과는 마치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결국 단 한 번도 ‘지금 여기’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던 제 마음과 태도였습니다. 저는 모든 벽 앞에서 도망치지 않았고, 그 벽을 넘기 위해 끝까지 버텼습니다.

지금 고등학생 여러분 중에도 분명 ‘이 벽을 넘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흔들리고, 지치고, 때론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벽은 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여러분은 그것을 넘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내는지에 따라, 나중에 얼마나 당당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될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때의 저처럼, 여러분도 반드시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잘해왔고, 잘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분명 현실이 될 겁니다.

돌아보면, 수험생활은 언제나 벽과 마주하는 일이었습니다. 막막한 시작도, 반복되는 루틴도, 갑작스러운 위기도, 모두가 저에게는 하나의 ‘벽’이었습니다. 그 벽 앞에서 저는 수없이 주저했고, 때로는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그 벽을 넘었습니다. 아주 작은 걸음이었고, 때로는 미끄러졌지만, 한 걸음씩 나아갔습니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알게 됩니다. 우리가 넘어야 했던 것은 높은 벽이 아니라, 그 벽 앞에서 주저하는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그 순간을 견디고, 끝까지 나를 믿었던 그 사람이 결국은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것을. 

잔나비의 노래 '꿈과 책과 힘과 벽'에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무책임한 격언 따위에 저 바다를 호령하는 거야.' 이 한 줄의 가사는, 때론 막연해 보이는 미래 앞에서도 끝내 나아가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제 마음을 대변해주었습니다. 무모해 보일지 몰라도, 저는 그 무모함 속에 담긴 단단한 신념과 용기가 진짜 힘이라고 믿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지금 당장은 눈앞의 현실이 벅차고 두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도 ‘나아가겠다’는 결심을 품고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절반을 이룬 것입니다. 그 결심이 여러분을 언젠가 저 바다의 끝으로 이끌어줄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그러니 주저하지 마세요. 그 벽 앞에서 주저하는 지금의 당신은, 이미 아주 멀리 온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