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메가스터디 목표달성 장학생 21기,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치의학과 25학번 유준헌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어쩌면 하루하루가 참 버겁게 느껴지는 시기를 지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험생활은 늘 무언가를 채워 넣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우리를 놓아두곤 하니까요. 쉬는 시간에도 괜히 불안하고, 멈춰 있는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 저는 그 시간을 지나오며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가득 찼다고 해서 반드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요. 그래서 오늘 이 글은, 여러분의 바쁜 걸음에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백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됩니다.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제가 서울대학교 면접을 봤던 날의 기록입니다. 우연히도 그날은 제 생일이었고, 수많은 질문과 준비 끝에 맞이한 마지막 관문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수석 합격이라는 기쁨으로 이어졌지만, 제가 지금까지도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붙었다’보다 ‘나를 말할 수 있었다’는 감각입니다. 저는 그날 정답을 찾기보다 저를 꺼내 놓았고, 질문 앞에선 한 사람으로 대답했습니다. 이 글이 면접 수기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면, 아마도 그 이유는 거기에 있을 겁니다. 지금 이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여러분에게, 제가 겪었던 그 하루가 작은 위안이자 조용한 응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은 ‘너의 사춘기에게’입니다. 언젠가의 제가 아니라, 지금의 여러분에게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날은 모든 게 흔들리고,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조차 헷갈릴 수 있어요. 저 역시 그랬고, 지금도 가끔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진심 어린 문장이 나를 붙잡아주는 순간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 글이 바로 그런 문장 중 하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사춘기 한가운데에, 잠시 머물러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야기로 닿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3년이라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길로 눈을 돌린 적도, 의심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 다시 돌아온 자리는 늘 같은 목표 앞이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치의학과. 그 이름을 마음속으로 부를 때마다 저는 조금 더 단단해져야 했고, 스스로에게 더 솔직해져야 했습니다. 면접을 앞두고는 단순히 개념을 복기하는 수준을 넘어서, ‘저는 어떤 치과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끝없이 제 자신에게 던졌습니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제 준비의 전부였고, 그 덕분에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더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면접일은 우연히도 제 생일이었습니다. 전날 밤, 저는 그동안의 모든 시간을 머릿속으로 되감으며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를 조용히 되뇌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저를 도와주었던 멘토 선배가 새벽에 보내준 선물을 확인하며 아침을 시작했고,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도 이어졌습니다. 마음이 꽉 차 있었고, 어쩐지 그날만큼은 ‘저는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저 자신을 믿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면접장에서는 이상하리만치 떨림보다 평온함이 먼저 찾아왔습니다. 온전히 제 자신으로 설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받은 번호는 49번, 마지막조였습니다. 앞선 수험생들이 하나둘 이름을 불려 들어가는 사이, 저는 자리에 앉은 채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처음엔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문장도 몇 번 떠올려 봤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긴장이 아니라, 정말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정적 속에서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오래도록 마음이 비워지고 나서야 제 차례가 찾아왔습니다. 면접실 앞으로 이동하는 발걸음을 옮기며, 저는 그제야 ‘제가 정말 여기에 도달하고 싶었구나’라는 감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면접실은 자료 해석 유형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두 장의 그래프가 놓여 있었고, 면접관님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습니다. 처음 접해보는 유형은 아니었지만, 낯선 개념인 '자연 증가'라는 용어를 마주했을 때 잠시 당황했습니다. 저는 솔직하게 그 의미를 여쭤보았고, 면접관님께서는 웃으며 '사실 그걸 물어보려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순간, 저는 자신감을 가지고 제 나름의 정의와 해석을 이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면접관님께서 친절하게 반응해주셔서 긴장도 조금씩 풀릴 수 있었습니다.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제 안의 떨림은 계속되었지만, 조심스럽게 근거를 찾아 설명해나가며 어느 정도 리듬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인구 변화와 치과의사의 역할을 연결짓는 질문에서는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치의학의 공공성을 강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논리의 완성도가 아쉬운 순간도 있었지만, 저의 관점에서 정직하게 이야기하고자 애썼습니다. 면접관님이 마지막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셨을 때, 저는 '그래도 잘 버텼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면접실을 나서면서도 긴장감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마주한 개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형식, 낯선 질문. 제게 첫 번째 방은 무언가를 잘해낸 순간이기보다, 무너지지 않고 마주한 순간으로 기억됩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다음 방으로 이어지는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두 번째 방은 생활기록부 기반 질문이 이어졌던 방이었습니다. 제시문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안내받았을 때, 저는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며 제가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생겼습니다. 치과의사를 꿈꾸게 된 계기부터, 친구들의 구강건강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까지. 모든 질문이 저의 이야기를 꺼내주었고, 저는 그 안에서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면접관님들은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영역을 물어보셨습니다. 과학과 관련된 질문은 전혀 없었고, 음악이나 취미, 좌우명 등 저를 둘러싼 생활 전반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본인이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는 걸 학교에서 다 알겠네요'라는 면접관님의 말씀이 나온 순간, 긴장이 조금씩 풀렸고 제 진심이 전달되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 목소리에 힘이 실렸고, 면접관님들께서 환하게 웃어주신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 방을 나오면서부터 저는 조금씩 긴장을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이 방은 저에게 질문이 아니라, 응답의 시간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저는 이 길을 정말 걷고 싶습니다.' 말할수록 그 다짐이 목소리의 떨림 속에서도 또렷이 남았습니다.

세 번째 방은 제시문 기반의 사고력 면접이었습니다. 밈과 유전자의 개념, 그리고 사회 속에서의 정보 전달 방식에 대해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의외로 제 관심사와 연결된 주제였기에 점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밈을 6살 아이에게 설명해달라는 질문이 주어졌을 때, 저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바꾸어 풀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와 장난감을 소개해주는 장면을 떠올리며 말하는 저 자신이, 점점 웃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면접은 점점 '대화'처럼 흘러갔습니다. 사회 문제에 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나, 치의학과의 연관성 등을 묻는 질문에서는 제가 실제로 경험했던 활동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냈고, 그에 대한 면접관님의 긍정적인 반응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준비된 답이 아니라, 연결된 경험에서 비롯된 말들이 저를 더 설득력 있게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방을 나설 때, 저는 분명히 느꼈습니다. 면접관님들이 제 이야기를 ‘이해하고 계셨다’는 것을요. 긴장을 잊은 채 말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제 안에는 작은 확신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점점 제 이야기를 말하는 사람에서, 제 이야기를 가진 사람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면접장을 나설 때, 저는 이미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 안의 말들이 흔들림 없이 나왔고, 방을 돌수록 제 목소리는 단단해졌습니다. 하지만 확신과 실감은 언제나 조금 다릅니다. ‘붙을 것 같다’는 예감이 ‘붙었다’는 사실로 바뀐 순간은,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였습니다. 학교 사이트에 접속해 결과를 확인했을 때, 저는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마지막 방은 가사와 자아정체성 개념을 다룬 제시문이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구성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다행히 가사로 제시된 곡이 어릴 적 즐겨 듣던 ‘Let it go’였기에 묘한 반가움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 노래와 자아정체성이라는 개념을 연결해 설명하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저는 엘사가 추위 속에서 외쳤던 “The cold never bothered me anyway”라는 가사를 중심으로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규범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제 말로 풀어내며, 저는 점점 제 안의 감정을 꺼내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방에서의 면접은 저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자아정체성이라는 주제는 제 고등학교 시절 내내 고민했던 질문이기도 했기에, 저는 자연스럽게 제 삶을 돌아보며 대답했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 그리고 그것이 치과의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까지 제 말로 설명했을 때, 면접관님들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셨습니다. 그 순간 저는 그저 대답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할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좌우명을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저는 그동안 써왔던 플래너의 문구를 떠올렸습니다.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되지 못하더라도, 가장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자.'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저는 마침내 저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면접장을 나설 때, 저는 이미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 안의 말들이 흔들림 없이 나왔고, 방을 돌수록 제 목소리는 단단해졌습니다. 하지만 확신과 실감은 언제나 조금 다릅니다. ‘붙을 것 같다’는 예감이 ‘붙었다’는 사실로 바뀐 순간은,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였습니다. 학교 사이트에 접속해 결과를 확인했을 때, 저는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그 순간 느낀 건 환호가 아니라 안도였습니다. 이 자리를 위해 버텨낸 모든 날들이 제 마음속에서 하나씩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붙고 싶었고, 정말 되고 싶었던 그 꿈이 현실이 된 그날. 저는 단지 결과를 받은 것이 아니라,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사실을 마주한 것입니다. 그 날 이후로 저는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의 여러분도, 어쩌면 제게 면접이 그랬던 것처럼 인생의 중요한 문 앞에 서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문이 너무 커 보여 망설여질 때도, 그 안에서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두려울 때도 있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끝까지 그 길을 걸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저를 믿어준 많은 순간들 덕분이었습니다.

지금 이 글이, 여러분의 그런 순간 중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이야기를 들으며 ‘괜찮아, 나도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마음속에 조용히 되뇌는 경험. 이 글이 여러분의 사춘기 한가운데에서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사춘기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봅니다.

“그날 저는 저였기에 괜찮았습니다. 지금의 여러분도, 괜찮습니다.”

6월 모의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누구보다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여러분을 저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잠시 쉬어가는 마음으로 이 글을 읽고 다시 자리로 돌아간다면, 그건 결코 멈춘 게 아닙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다독이는 용기가 시작된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마음이 흔들릴지라도, 여러분이 걸어온 모든 시간이 여러분의 대답이 되어줄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